우리는 언제나 여행을 그리워해야 한다
벌써 20년을 여행작가로 살아왔다. 그간 8테라 외장 하드에 자료를 가득 담았다. 지금도 여행을 다니며 신문과 잡지에 여행 콘텐츠를 싣고 있으니 자료는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때론 한 장의 사진이 100매의 글보다 더 강한 여행의 유혹을 던진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는 주저 없이 차를 세우고 주홍빛 아침과 보랏빛 저녁에는 항상 손에 카메라를 들고 선다. 대상을 설명하는 사진보다는 대상과 교감할 수 있는 사진을 찍어 보여주고 싶어 한다. 사진을 보고 떠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으면 좋겠다.
모든 이들이 그러하듯 맛있는 음식을 좋아한다. 중국집과 선술집, 허름한 백반집을 좋아해서 때 묻은 간판이 보이면 불쑥 문을 열고 들어가곤 한다. 유명식당을 일부러 피하지도 않고 음식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낯선 음식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모든 음식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맛있으며, 맛없는 음식을 먹기에 아까운 것이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낮술 한 잔을 위해 오후 일정을 취소할 때도 있다.
그동안 많은 책을 썼다. 『밤의 공항에서』, 『잘 지내나요, 내 인생』, 『우리는 사랑 아니면 여행이겠지』는 글과 사진을 함께 담은 여행 에세이다. 국내 여행책으로 『당신에게, 여행』, 『맛있다, 제주』가 있다.
그리고 이 책이다. 지금까지 국내 취재 여행을 다니며 꼭 보여주고 싶은 곳만 골라 담았다. 우선 이 책에 실린 글을 읽고 사진을 보며 여행하는 마음이 들었으면 좋겠다. 여행이 간절해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자세한 정보는 인터넷에게 미뤘고 꼭 알려드리고 싶은 정보만 담았다. 입맛은 사람마다 다 다르지만 소개된 식당은 가도 후회하지 않을 듯싶다. 이 책에 실린 정보는 2020년 6월 30일 기준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셨으면 한다. 이 책이 많은 독자들에게 사용되기를, 그래서 빠른 시일 내에 개정증보판을 낼 수 있기를 작가로서 기대한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때로는 설명이 부족한 부분이 있고, 지면의 한계 때문에 보여주지 못한 장면이 많다. 아마 우리의 여행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한 번에 모든 것을 다 볼 수 없다. 언제나 아쉬운 것이 여행이고, 그것은 우리가 다음 여행을 약속하고 열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음 책에서 더 아름다운 풍경과 더 맛있는 식당으로 함께 찾아가기를 바란다.
우리는 여행을 그리워해야 한다. 요즘 같은 시대엔 더더욱.
---「프롤로그」중에서
성곽 따라 걸으며 느끼는 서울의 역사와 문화
트레킹으로도 산책으로도 좋은 한양도성길 한 바퀴
서울을 둘러싸고 있는 성곽 한양도성. 조선 시대부터 서울을 감싸 안고 있는 이 성곽을 따라 여름날을 걸었다. '하루 여행'에서 추천하는 코스는 인왕산, 백악, 낙산구간. 하루에 이들 구간을 하나씩 걷다 보면 몸이 가뿐해지고 기분이 좋아진다. 각 구간마다 특색과 개성이 있어 마음에 드는 구간을 선택하면 된다. 굳이 완주하지 않아도 된다. 중간에 빠져나와 짧은 여행을 즐겨도 좋다. 인왕산구간에서는 돈의문박물관 마을과 서촌, 박노수 가옥, 수성동 계곡 등을 함께 돌아볼 수 있고, 백악구간은 부암동 나들이를 겸해도 된다. 낙산구간은 낙산 공원과 이화동 벽화골목을 함께 돌아보면 좋다.
---「하루 여행 part 서울 한양도성길」중에서
들여다보고 싶은 호기심 골목, 머물고 싶은 다정한 골목
어느 봄날의 대전 소제동 뉴트로 여행
대전역에서 나와 십여 분 걸어가다 보면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이 펼쳐진다. 소제동이다. 옛 철도청 관사들이 모여 있던 마을이다. 지금도 그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슬레이트 지붕을 인 집, 낡은 가게와 이발관, 세탁소 건물들이 햇빛 아래 졸듯 서 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이 골목이 변했다. 골목 사이사이마다 예쁘고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숨어들어 왔다. 들여다볼 만한 작은 갤러리도 있다. 젊은 여행자의 발걸음이 이어지는 이유다. 사진도 찍고 파스타도 먹고 커피도 마시며 소제동의 하루를 즐겨보자. 곳곳에서 다정하고 따스한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여행은 테미오래와 대동벽화마을로 이어진다.
---「하루 여행 part 대전 소제동」중에서
고즈넉한 산사 산책, 호수를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 한 잔
가볍게 그리고 천천히, 파주 하루 소요
어디론가 긴 여행을 떠나기 부담스러운 분들께, 그래도 한나절 아니, 반나절만이라도 훌쩍 떠나고 싶은 분들께 파주 광탄을 권해드린다. 보광사, 용미리 석불, 마장호수, 벽초지 문화수목원 등 알찬 여행코스가 꽤 있다. 고즈넉한 산사 마당을 거닐어 보고 출렁다리도 건너 보자. 한옥 베이커리에서 느긋한 시간을 보내도 좋다. 돌아올 때는 자유로를 선택해도 된다. 임진각 평화누리공원과 파주출판단지에 시간을 보내기 좋은 곳이 있다. 베이커리, 부대찌개, 막국수, 잔치국수, 숯불장어구이 등 맛있는 먹거리도 기다리고 있다. 파주로 떠나는 유유자적한 하루 소요.
---「하루 여행 part 경기 파주」중에서
부산 영도와 송정 그리고 초량이바구길까지, 처음 만나는 부산
온리 부산, 빈티지 부산, 리얼 부산
해운대와 광안리, 남포동 말고도 부산에는 갈 곳이 많다. 부산 영도는 ‘올드’ 부산이라 불리는 곳. 부산의 ‘빈티지’한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깡깡이 예술마을과 흰여울문화마을은 레트로한 부산의 모습을 느끼기에 모자람이 없는 곳. 초량이바구길과 감천동 문화마을에서는 피난민들이 일구어 낸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장림포구는 알록달록한 컨테이너 하우스가 포구를 따라 이어지는 곳. 젊은 여행자들이 인스타 사진을 찍기 위해 반드시 들르는 곳이기도 하다. 기차역이 바다를 바라보며 서 있는 송정역 주변도 부산의 낭만을 느끼게 해 준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부산의 맛. 돼지국밥, 고등어 백반, 밀면, 양곱창, 군만두 등 부산의 음식들을 즐겨 보자. 깡통시장, 국제시장, 자갈치시장 구경은 보너스다.
---「하루 더 여행 part 부산 영도」중에서
판소리 공연도 보았습니다. 아원고택에는 BTS도 다녀갔더군요.
한옥마을도 좋죠.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른 전주
여행지로 전주만 한 곳이 있을까. 한옥마을은 전주 여행의 영원한 베스트셀러.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더 다른 전주를 경험해 보자. 한옥 카페에서 판소리 공연도 직접 보고 커피도 느긋하게 즐겨 보자. 국립무형유산원을 찾아 공연, 의식, 공예 기술 등 우리나라가 가진 무형문화유산의 뛰어남을 살펴보자. 한정식부터 비빔밥, 콩나물국밥도 맛있는 여행을 보장해준다. 이번 여행에서는 백반집에도 가 보고 찐빵과 칼국수, 피순대도 먹어 보자. 북어포를 안주 삼아 맥주를 마시는 가맥도 필수 코스. 팔복예술공장과 전주도립미술관에서는 예술 작품과 함께 풍성한 시간도 보낸다. BTS가 화보를 찍은 완주 아원고택도 이번 일정에 추가해 보자.
---「하루 더 여행 part 전북 전주」중에서
다산이 글을 쓰던 곳, 영랑이 시를 짓던 곳, 차가 달고 음식이 맛있는 곳
다 이유가 있더군요, 남도 여행 일번지, 강진
봄 어느 날, 바람은 잔잔하고 바다는 배부른 고양이처럼 순한 날, 강진에 갔다. 동백이 눈물처럼 떨어진 고요한 숲길을 걸어 다산초당을 찾았다. 다산초당에서 오솔길을 걸어 도착한 백련사에는 동백이 붉게 피어 눈이 부셨다. 봄 햇빛이 목련잎에 어룽대는 백운동 정원도 거닐었고, 녹차 한 잔으로 마음도 따뜻하게 데웠다. 가우도 해안을 따라서는 바다 하이킹을 했다. 파도 소리가 귀를 씻어 주었다. 강진에서는 내내 배가 불렀다. 한정식 상에는 강진의 산과 들, 바다가 고스란히 올라 있었다. 주꾸미와 바지락회 무침은 지금 생각해도 침이 고인다.
---「하루 더 여행 part 전남 강진」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