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의욕을 갖고 정리를 시작했지만, 연내에 끝내지 못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들에게 청소를 어떤 식으로 했는지 물어보면 대개 ‘정리’를 하면서 ‘청소’를 했다고 말한다. 불필요한 물건이 눈에 띄면 닥치는 대로 버린 뒤 드러난 바닥과 벽을 쓸고 닦거나, 엄청난 양의 책을 버리고 책장을 닦는 식으로 정리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는 평생 정리를 끝내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대청소 역시 어중간하게 끝날 수밖에 없다. 사실, 내가 부모님과 같이 살던 시절 우리 집도 그런 방식으로 대청소를 했고, 해가 바뀌기 전에 집 안이 정리되고 깨끗해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청소’와 ‘정리’라는 두 단어는 거의 구별하지 않고 쓰이는데 사실 의미가 전혀 다르다. 이 중대한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면 집 안이 깨끗해지는 일은 영원히 없을 것이다.
청소와 정리는 먼저 그 대상이 다르다. 정리는 물건, 청소는 더러움이 대상이다. 즉 정리는 물건을 움직이고 수납해서 방을 깨끗이 하는 것이고, 청소는 더러움을 닦아내고 쓸어내어 방을 깨끗이 하는 것이다.
--- p.16-17
정리는 단순히 물건을 버리고 남기는 작업이 아니다. 정리는 물건과 자신의 관계를 다시 바라보고 수정을 가하면서 지금보다 더 설레는 생활을 창조해가기 위한 최고의 학습방법이다. 과감한 조치이기는 하지만 ‘설레지 않는 물건을 일단 버리는 것’은 진짜 설레는 물건들과 함께하는 생활을 실현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나을까?’ 절대 그렇지 않다. 없어도 어떻게든 된다. 정리 축제를 한창 하고 있는 사람은 절대 잊어서는 안 될 말이기도 하다.
--- p.24-25
설렌다는 감각은 ‘넋을 잃다’, ‘귀엽다’, ‘심장이 뛴다’ 같은 알기 쉬운 매력만을 말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소박한 디자인을 보고 ‘마음이 편하다’거나, 기능이 다양해서 ‘편리하다’거나, 물건을 사용하는 데 ‘위화감이 없다’거나, 생활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느낌도 엄연히 설렘의 감정이다.
--- p.27
정리 리바운드와 어지럽혀진 것은 다르다. 리바운드는 한 번 완벽하게 정리했는데 제자리가 정해지지 않은 물건들이 집 안에 넘쳐나는 상태다. 따라서 어수선해도 모든 물건에 제자리가 정해져 있다면 정리를 하는 데 문제될 것이 없다. 나 역시 일이 바쁠 때는 허둥지둥 나갔다가 집에 들어오기 때문에 녹초가 돼서 미처 개지 못한 빨래가 쌓여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도 냉정할 수 있는 것은 잠깐만 시간을 들이면 원래의 깔끔한 방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30분이면 깨끗해질 수 있다’는 확신이 주는 안도감은 의외로 크다.
단순히 물건들이 흐트러진 것뿐인데 ‘아, 리바운드되어버렸어’ 하고 착각하는 것이 문제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정리를 하겠다는 의욕이 크게 떨어져서 진짜 리바운드되어버릴 수 있다.
따라서 정리 축제 과정에서 물건이 어질러졌다고 해서 절대 실망하지 말자.
--- p.35
도저히 버릴 수 없는 물건이 있다면 굳이 수납을 달리 나누지 말고 당당히 그 자리에 남겨두라고 권한다. ‘3개월 동안 쓰지 않으면 버리는 수밖에 없다’는 면죄부를 바라는 마음에 물건을 다른 것들과 나눠서 수납하는 것은 쓸데없는 짓이다. 결국 물건은 ‘남기느냐 버리느냐’ 양자택일뿐이다.
--- p.55-56
방은 아직 정리 축제 중이고, 레슨을 계속 이어나가야 하는데 그럴 수 없는 상황이 생긴다.
그런 경우 나는 하는 수 없이 “다음 레슨까지 직접 할 수 있는 범위만큼 해보세요”라며 과제를 내준다. 이때 고객에게 제시하는 과제와 당부하는 말 중에 하나가 ‘수납의 4원칙’이다. 즉 수납할 때에는 ‘갠다, 세운다, 집중시킨다, 사각으로 나눈다’ 이 네 가지를 기억해야 한다. 수납의 4원칙은 의류뿐 아니라 다른 모든 물건의 수납에도 활용할 수 있다.
--- p.86-87
수납 장소를 결정할 때에는 집의 구조에 따라 세세하게 그 장소를 바꿔야 하는데 이때도 지켜야 할 몇 가지 철칙이 있다. 즉 ‘집 안에 딸린 수납 공간부터 채우기’와 ‘큰 물건부터 자리 확보하기’다.
--- p.135
주방 소품의 3대 카테고리를 꼽자면 크게 ‘먹는 도구’, ‘만드는 도구’, ‘먹을거리’로 구분할 수 있다.
혼자 생활하는 사람이라면 ‘먹는 도구(식기, 나이프, 포크, 스푼 등)’, ‘만드는 도구(조리 도구)’, ‘먹을거리(식재료나 조미료 등)’ 각각을 전부 가려낸 다음에, 모아서 한 번에 수납하도록 하자.
--- p.1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