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컨대 나는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아 고집을 부리고 있었다. 내가 보기에도 정말 한심했다. 어렴풋하게나마 그런 자신의 한심함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을 때 그 소년이 나타났다. 엄청나게 천진난만하고 무방비하게, 하나하나의 말과 사건, 풍경에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감동하면서. 갑작스레 동아리 후배를 돌보라는 명령을 받은 듯한, 귀찮은 마음과 호기심, 약간의 뿌듯함. 나츠미 씨, 나츠미 씨! 지금도 바이크 뒤에 앉아 내 이름을 불러대는 목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그런 기묘한 따뜻함과 새로운 뭔가가 시작된 것만 같은 설렘을 느끼고 있었다. 바이크가 가르는 비 섞인 바람이 오랜만에 흔쾌했다. --- p.67
“봐, 이제부터 맑아질 거야.” “뭐?” 나도 모르게 하늘을 올려다봤다. 회색 비구름과 하염없이 내리는 비. 소녀를 보니 양손을 포개고 기도하듯 눈을 감고 있었다. “저기, 지금 뭐 하는 거……” 말을 걸려다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소녀가 살며시 빛나고 있었다. 아니, 그게 아니다. 옅은 빛이 소녀를 비추고 있었다.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이 소녀의 갈래머리를 훅 들어올렸다. 점차 빛이 강해졌다. 소녀의 피부와 머리카락이 빛을 받아 금색으로 빛났다. 설마. --- p.91
히나 씨는 정말 즐거운 듯 깔깔대고 웃었다. “너는 정말 진지하다니까.” 또 놀림당했다. “그래서 고맙다고, 호다카.” .쿵! 머리 위에서 소리가 나, 히나 씨는 다시 하늘을 올려다봤다. 아주 큰 빛의 꽃이 반짝이다가 흩어졌다. “……아름답다.”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옆얼굴에서 나는 시선을 뗄 수 없었다. 날씨는 참 신기하다, 나는 생각했다. 그저 하늘의 상태일 뿐인데 이렇게나 사람들의 감정이 움직이다니. 히나 씨에게 마음이 움직이고 말았다. --- p.145
이 작품을 생각하게 된 계기는 전작 〈너의 이름은.〉이 우리 제작진의 예상을 훌쩍 넘어 성공해버린 데 있다고 생각한다. ……아니, ‘예상을 훌쩍 넘어 성공해버렸다’라는 표현은 불쾌할 수 있을까. 하지만 우리에게는 정말 예상 밖의 일이었다. 〈너의 이름은.〉이 개봉되고 반년이 넘는 기간, 그토록 많은 시선과 다양한 의견에 노출되다니, 내게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집에서 밥을 먹고 있으면 TV에서 온갖 유명인이 작품에 대해 말하거나(이유는 모르겠으나 비판을 받았다), 하물며 길거리를 걷다가도 영화 제목이 들렸으며(역시 비판을 받고 있더라), SNS에도 방대한 글이 실렸다. 물론 좋아해주는 분도 있었지만 격렬하게 화를 내는 분들도 자주 목격했다. 개인적으로는 저 사람들을 화나게 한 정체가 무엇이었는지 끊임없이 생각했던 반년이었다. 그리고 그 반년이 〈날씨의 아이〉 기획서를 쓰고 있던 시기이기도 했다.
이 소설을 다 읽었을 때의 솔직한 심정은 이 소설의 문장, 등장인물의 움직임, 말, 감정의 흐름, 그리고 영화관에서 흐를 그 아름다운 그림, 그 모든 게 신카이 마코토 자체라는 것이다. 신카이 마코토를 통해 드러나는 이 세계의 모습이다. - 노다 요지로(RADWIMP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