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은 공산주의자들이 장악한 쿠바에서 도망쳐 미국으로 망명했다. 당시 나는 여덟 살이었고 영어는 한 마디도 할 줄 몰랐다. 재빨리 적응하는 것만이 살 길이었다. 다시 말해 나를 둘러싼 새로운 환경을 관찰하고 이해해야 했다.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에게는 당연한 것들이 내게는 아니었다. 내가 맞닥뜨린 새로운 환경에서 유일하게 이치에 맞는 것을 해독하는 데 집중했다. 바로 보디랭귀지였다. 표정이나 눈길, 부드러운 눈빛, 긴장한 얼굴을 통해 다른 사람들이 넌지시 드러내는 메시지를 해석하는 법을 익혔다. 나는 낯선 나라에서 관찰을 통해 살아남을 수 있었다. 다른 길은 존재하지 않았다. --- ‘머리말'에서
나는 이른 나이에 속임수에 관해 배웠다. 사람들은 입으로 거짓말을 하지만 이들의 비언어는 대개 이들이 실제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드러낸다. 물론 아이들은 거짓말에 서툴다. 이들은 말로는 부정하면서도 행동으로는 잘못을 인정하며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서 거짓말에 능숙해지지만, 훈련받은 관찰자라면 무언가 잘못되었거나, 문제가 있거나, 솔직하지 않거나, 말에 자신이 없음을 드러내는 신호를 잡아낼 수 있다. --- ‘머리말'에서
모든 행동은 머리에서 시작된다. 우리의 뇌는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쉬지 않고 일한다. 뇌에서 나오는 신호는 심장과 호흡, 소화, 그리고 다른 많은 기능을 통제한다. 그러나 머리의 바깥 부분도 굉장히 중요하기는 마찬가지다. 머리카락과 이마, 눈썹, 눈, 코, 입, 귀, 턱은 일반적인 건강상태뿐만 아니라 정신적 고통까지 독특한 방식으로 전달한다. 우리는 전 생애에 걸쳐 부모로서, 친구나 직장 동료 혹은 연인으로서 속마음을 드러내는데, 이에 관한 유용한 정보를 얻으려면 머리부터 시작하는 편이 좋다. --- ‘머리’ 에서
눈썹을 올려 아치 모양을 만들거나 눈썹을 찡긋하며 눈을 크게 뜨는 동작은 기쁘거나 기분 좋은 무언가를 알아보았을 때 나타나는 반응이다. 우리는 눈썹을 1초의 5분의 1 이하 속도로 아치 모양으로 만든다. 이 동작은 위쪽으로 행해지기 때문에 중력을 거스르는 행동이며, 중력을 거스르는 행동이 대부분 그렇듯이 긍정적인 신호다. 태어난 지 몇달 안 된 아기도 엄마가 눈썹을 올리고 눈을 크게 뜨면 얼굴이 환해진다. --- ‘눈썹’에서
어떤 문화권에서 검지를 눈 바로 밑에 있는 갖다 대는 행위는 의심이나 의혹을 드러내는 표시다. 한편 여러 문화권에 걸쳐 많은 사람이 무언가를 듣고 깊이 생각하거나 의문을 품을 때 무의식적으로 가볍게 긁는 동작의 형태로 이 행동을 한다. 해외여행을 할 때 그곳 사람들에게 이런 행동이 어떤 특별한 의미가 있는지 물어보자. 나는 루마니아에서는 눈 밑의 손가락이 ‘주의하시오. 우리는 듣고 있는 누구도 믿지 않습니다.’라는 의미를 전달하는 신호로 흔히 사용된다고 들었다. --- ‘눈’에서
목 아래의 파인 부분을 만지거나 가리는 행위는 우려나 문제, 근심, 불안, 두려움을 나타낸다. 섬세하게 하든 강하게 하든 상관없이 신체에서 가장 취약한 지점을 가리는 행위는 무언가 문제가 있음을 의미한다. 위협을 느낄 때 목을 가리는 행동은 일반적으로 목을 공격하는 거대한 고양잇과 동물들의 포식 활동을 수없이 경험하며 진화했을 것이다. --- ‘목’에서
몸통은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여러 기관을 담고 있다. 또 신체에서 질량이 가장 큰 부위이며, 우리가 위협을 느낄 때 제일 먼저 가리는 곳이다. 몸통은 우리가 누구인지, 어떤 집단에 소속되었는지, 직업이 무엇인지, 심지어 얼마나 건강한지에 대한 (옷의 도움을 받아) 단서를 제공하는 신체의 게시판이다. 많은 신체 기관(심장과 폐 등)이 몸통에 있다. 몸통은 비언어 의사소통 연구에서 좀처럼 주목받지 못하지만 실제로 삶의 선택부터 감정에 이르는 정보를 수집하기에 무척 좋은 부분이다.
--- ’가슴과 몸통, 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