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하는 말에 주목하라
보디랭귀지에 관한 연구는 지금까지 수없이 발표되었지만, 결국에는 다음 두 가지로 귀결된다고 할 수 있다. 하나는 다른 사람에게 자신과 관련된 어떤 신호를 보내고 있는가 하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다른 사람이 보낸 신호에 어떤 감정적인 반응을 나타내는가 하는 것이다. 사람들의 반응을 보이거나 관계를 맺기에 적절한 타이밍은 그들의 자세와 표정, 동작과 같은 보디랭귀지를 보면 절반 이상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디랭귀지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제부터라도 보디랭귀지를 의식한다면, 이미 게임의 반은 이기고 들어가는 것이 된다.
보디랭귀지로 이루어지는 커뮤니케이션은 크게 두 가지, 열린 보디랭귀지와 닫힌 보디랭귀지로 나눌 수 있다. 열린 보디랭귀지는 심장을 드러내고 환영하는 의사를 표현하는 반면, 닫힌 보디랭귀지는 심장을 가리는 자세를 취하고 있어 사람들에게 무뚝뚝하게, 때로는 냉담하게 보인다. 달리 말하자면 열린 보디랭귀지는 “환영합니다. 저는 무슨 일에든 활짝 열려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고, 닫힌 보디랭귀지는 “저리 가세요. 저는 이 일에 관여하고 싶지 않아요”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남들이 보기에 당신은 ‘기회’가 될 수도 ‘위협’이 될 수도 있고, 친구가 될 수도 적이 될 수도 있다. 또한 ‘자신감’에 차 있는 사람으로 보일 수도 ‘불안’해하는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으며, ‘진실’을 말하는 사람으로 혹은 ‘거짓말’을 내뱉는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다.
3V를 일치시켜라
나는 최근에 한 언론사의 간부급 사원들을 대상으로 일대일 집중 트레이닝을 한 적이 있다. 그중 제작 부문 부서장인 테리는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사람들과 신뢰 관계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 이론적으로는 빠삭하게 알고 있는데, 실천이 잘 안 되네요.” 테리는 큰 야망을 가지고 있지만 몇 번이나 승진 기회를 놓쳤다는 이야기도 털어놓았다. “사람들이 내 말을 잘 듣기는 하는데,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쉽지 않아요.” 불과 몇 초 만에 나는 테리의 문제, 적어도 그가 가지고 있는 문제 중에서 가장 큰 부분이 무엇인지 알아챌 수 있었다. 그는 마치 기도를 하듯이 회의실 테이블에 팔을 올려 손을 맞붙이고는 말을 할 때마다 손가락 끝으로 입술을 톡톡 건드렸다. 또‘다다다다’ 정신없이 빠르게 말을 내뱉었고, 시선은 할 말을 찾는 듯 온 회의실을 헤매고 다녔다. 테리의 몸은 불안함과 조급함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그의 몸이 느끼는 감정이 내 몸에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이처럼 그가 언제나 ‘불안하고 초조하다’는 신호를 내보내고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그에게 말을 걸거나 의견을 구할 때는 항상 이렇게 시작할 수밖에 없다. “아주 잠깐이면 되는데요……”, “오래 붙잡고 있지는 않을 거예요…….”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사람들은 테리의 이러한 성향을 무례할 정도로 조급하고 성급하다고 생각하는 반면에, 정작 테리 자신은 열정과 에너지를 발산하는 것이라고 여긴다는 점이다. 테리는 말과 목소리와 행동을 일치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니 그가 내보내는 메시지도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의도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능력에 빨간불이 켜지자 자연히 승진의 기회도 잡기 어려워진 것이다.
‘때문에’의 힘
어떤 일을 할 때, 사람들에게 그 이유를 말해주면 반응하는 태도가 확 달라진다. 대개의 경우 사람들은 그 일을 왜 해야 하는지 이유를 알게 되면 그 요청에 기꺼이 따르려고 하기 때문이다. 하버드 대학의 사회 심리학자인 엘렌 랭어(Ellen Langer)는 연구를 통해 이 사실을 증명했다. 그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적당한 자극을 주면 별생각 없이 자동적으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여기서 자극이란 인과 관계에 대한 설명을 말한다.
실험은 다음과 같이 진행되었다. 복잡한 도서관에서 복사기 앞에 줄을 서 있는 사람에게 다가가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죄송하지만, 다섯 쪽짜리인데요. 너무 급해서 그러는데, 제가 먼저 사용하면 안 될까요?” 이렇게 부탁했을 때 성공률은 94%나 됐다. 잠시 후 같은 복사기 앞에 줄 서 있는 다른 사람에게 가서 이야기했다. “죄송하지만, 다섯 쪽짜리인데요. 제가 먼저 사용하면 안 될까요?” 성공률은 60%로 뚝 떨어졌다. 여기까지는 크게 놀랄 것도 없다. 정말 놀라운 것은 이제부터다. 얼마 후 다시 줄 서 있는 사람에게 다가가 이렇게 말했다. “죄송하지만, 다섯 쪽짜리인데요. 복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그러는데, 제가 먼저 사용하면 안 될까요?” 성공률은 다시 93%로 쭉 올라갔다. 이렇게 긍정적인 반응이 자동적으로 나온 까닭은 이유, 혹은 최소한 이유처뎷 보이는 것을 말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사람들은 어떤 결정을 내리거나 그들의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이유가 필요했던 것이다. 랭어의 실험은, 정말 이유 같지 않은 이유라 하더라도 이유인 것처럼 보이기만 하면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때문에’라는 말은 대개 어떤 정보가 제시된 후 거기에 뒤따르는 말로, 사람들에게 방아쇠처럼 작용한다. 이 실험에서처럼 심지어 구체적인 정보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세요”라는 일정한 반응을 불러일으킬 만큼 큰 힘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와 빨리 관계를 맺고 싶다면 ‘때문에’를 활용해 말을 이어가라. 성공 확률이 월등히 높아질 것이다.
공통점을 찾아내는 질문의 기술
단숨에 신뢰 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핵심은 공통점을 찾아내는 일이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좋아한다. 영화 보기, 쇼핑하기, 여행하기, 축구 경기 관람하기 등 같은 취미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면, 상대의 경험이나 표현에서 친숙함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 사람을 이해하고 신뢰하는 마음이 점점 커져서 어느 틈에 상호 유대감이 생겨난다. 상대방과의 공통점을 일찍 찾으면 찾을수록 라포르는 빨리 형성된다. 이렇게 상대방과의 공통점을 일찍 찾을수록 라포르는 빨리 형성된다. “비가 올 것 같은데요”, “레드삭스 팀은 어때요?” 등으로 시작해서, 자잘한 신변잡기나 사업상의 소소한 얘기로 넘어가 보자. 이를테면 이렇게 말이다. “엔진 공장에서 설비를 교체하고 있어서 지금 스케줄 조정 때문에 난리거든요. 거기는 별문제 없으세요?”
엔진 공장 등과 같은 공통된 주제가 없더라도 염려할 것 없다. 상대방과 대화하기 가장 쉬운 방법은 따로 있으니까. 만약 컨벤션에서 만났다면 교통편이나 호텔, 그 지역에 대한 첫인상 같은 것을 물어본다. “여기에 처음 오신 건가요? 첫인상이 어때요?”, “전망대에서 본 풍경이 어땠어요?” 등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좋다.
라포르를 형성할 만한 또 다른 질문에는, “어떻게 영업을 하게 되셨죠?”나 “어떤 계기로 금융에 발을 들여놓게 되셨나요?” 등과 같이 어떤 계기를 물어보는 말이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누구나 할 말이 많은 편이어서, 대화는 십중팔구 자연스럽게 풀려 나간다. 이 과정에서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면 방향성이 생기면서 탄력이 붙고 분위기가 훨씬 편안해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약간 여유를 갖고 대화를 할 수 있다.(본문 167~168페이지 중에서)
가슴으로 이끄는 질문 VS 머리로 이끄는 질문
누군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 시점부터 대화가 탄력을 받기 시작한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일부러 그런 순간을 찾으려 애쓸 필요는 없다. 느낌으로 자연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때가 되면 예의를 차리는 단계에서 좀 더 인간적인 대화로 옮겨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태도와 의도 또한 바꾸어야 한다. 여기서 내가 ‘사실 대화’라고 부르는 것과 ‘감성 대화’사이에는 질적인 차이가 있다. ‘사실 대화’는 개인의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측면에 호소하는 반면, ‘감성 대화’는 감각과 상상에 호소하는 것이다.
감성 대화에 능한 사람과의 대화는 편하고 친밀하며, 때로는 가십 따위를 포함하기도 한다. 감성 대화에는‘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어떻게’, ‘왜’라는 말로 정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 마법이 있는 반면, 사실 대화에서는 오로지 정보만을 얻을 수 있을 뿐이다. 감성 대화는 주로 감각에 의존해 이런 식의 질문을 한다. “~에 대해서 어떻게 느끼시나요?”, “~을 어떻게 보시나요?”, “~을 어떻게 들으셨나요?” 이는 부드러운 말투와 듣기 좋은 말들로 상대방을 대화에 끌어들인다. 예컨대 이런 말이다. “이것이 제대로 돌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좀 알려주세요.” “첫인상이 어떠셨어요?” “왜 거기에 세워야 한다는 건지 다시 한 번 말씀해주세요.”
감성 대화에 익숙한 사람은 상대를 첫마디에 바로 상상에 빠지게 한다. 이따금씩 고개를 끄덕이거나 살짝
몸을 흔들며 나지막하게 맞장구치면서 상대방이 고무되도록 부추긴다. 이런 과정 속에서 그들의 관계는 더욱 돈독해지는 것이다. 그에 비해 정보에 주안점을 두는 사실 대화는 혼자서 테니스를 치는 것처럼 대화가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게 한다
이야기는 마음으로 간다
이야기는 우리 삶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으며, 지도자나 선동가의 중요한 무기가 되어왔다. 윈스턴 처칠과 존 레넌의 공통점이 뭐라고 생각하는가? 에이브러햄 링컨과 마틴 루서 킹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예수, 부처, 마호메트의 공통점은 또 무엇일까? 이들은 모두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의 주목을 끌고, 관심을 집중시키고, 욕망을 타오르게 해서, 마침내 행동으로 옮기도록 만들었다. 그런데 이들은 결코 뭔가를 팔려는, 혹은 거래하려는 의도로 이야기를 이용쿇지는 않았다. 의도가 아니라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먼저였다. 중요한 것은 청중들의 생각과 마음에 당신의 메시지를 잘 증명하고 전달하는 것이다. 그러면 거래는 자연스럽게 성사된다. 당신이 지금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하려 한다고 치자. 전망이 있고 잠재력이 커 보이는 서비스지만 영업부의 반발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어떻게 그들을 설득할까? 당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갈릴레이의 이야기를 빌려보자.“갈릴레이가 지구가 둥글다고 말했을 때 사람들은 그를 미치광이로 취급했지요. 하지만…….”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현실의 벽을 넘어서 새로운 비전을 갖자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이렇게 갈릴레이의 이야기를 인용할 수도 있다.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라이트 형제 또는 우주 비행사들의 이야기도 괜찮다. 그들이 꿈을 좇지 않았더라면 인류가 오늘날처럼 발전할 수 있었겠는가? 그들의 이야기는 리더십, 팀워크, 그리고 용기에 관한 당신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해줄 수 있다.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