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이나 부모님들을 상담하면서 훈육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를 많이 접합니다. 특히 ‘어린애가 뭘 안다고’ 하는 측은함으로 만 2~3세까지 오냐오냐 키우다가 훈육을 시작하는 경우 크게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흔히들 아이가 어릴 때 가급적 안 된다는 말을 하지 않고 원하는 대로 들어주면, 애착관계도 좋아지고 사회성이나 자존감도 높아진다고 이야기하지요. 하지만 그렇게 키우면 아이가 말귀를 알아듣기 시작해도, 유치원에 가고 학교에 들어가도, 협상과 타협이 가능하지 않아 말 못 할 고민을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중략) 꼭 기억하세요. 양육자로부터 어떤 행동은 가능하고 어떤 행동은 안 되는지 일관되게 메시지를 전달받은 아이가 사회성도 좋아지고 자존감도 높아집니다. 무엇보다. 그런 아이들이 성장했을 때 자신이 부모님에게 얼마나 사랑받고 자랐는지도 잘 알게 됩니다.
--- pp.21-23, [자존감 높은 아이로 키우고 싶어요] 중에서
아이가 할 수 있는 일까지 양육자가 대신 해주는 과잉보호는 세심한 보호와 지나친 배려를 동반합니다. 조금만 힘들어해도 끊임없이 힘든 아이의 마음을 공감해주려고 노력하지요. 아이가 말하기 전에 미리 심리를 읽고 공감해주어야 안정적인 애착이 형성된다고 믿기 때문에 힘든 상황에 놓이기 전에 세심하게 돌봐주려고 애씁니다. 그러나 아이가 조금만 힘들어해도 달려가서 공감해주고, 문제를 해결해주고, 강한 스킨십을 제공하거나 안아주면 부모의 기대와는 다른 결과가 발생해요. 생후 7~9개월만 되어도 양육자의 관심을 계속 받기 위해서 아기들에게 거짓 울음이 생길 수 있습니다. 거짓 울음은 아기가 크면서 자신이 위험에 처해 있으니 빨리 달려 와서 원하는 것을 해달라는 의미로 뒤로 자빠지거나, 데굴데굴 구르거나, 일부러 토하거나, 머리를 박는 행동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 pp.38-39, [훈육과 아동학대, 사랑과 과잉보호] 중에서
선천적으로 양육자의 의도를 잘 파악하고 이를 따르는 일이 어렵지 않은 순한 기질의 아이가 있습니다. 양육자가 한 번 안 된다고 하면 절대 하지 않는 이런 기질의 아이에게는 마음에 상처가 되는 훈육법이 필요하지 않기도 합니다. 반면 양육자의 의도를 잘 파악하기 어렵고 이래라저래라 하는 태도에 반항심을 갖는 기질의 아이도 있습니다. 이런 기질의 아이에게는 기다리게 하고 ‘거리두기’ 기술을 쓰거나 얼굴표정과 목소리로 단호하게 안 된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방법을 활용해서 양육자의 의도를 전달해야 합니다. 자신과 상대에게 해가 되는 행동을 충동적으로 하도록 허락하면, 아이의 자존감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낮아지기 때문입니다. --- p.73, [아이의 기질에 따라 훈육법은 다르다] 중에서
아이의 언어이해력 수준이 간단한 사물명을 인지할 수 있는 월령인지, 긴 문장을 이해할 수 있는 월령인지에 따라서도 훈육방식이 달라집니다. 조건부 긴 문장을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의 나이가 되면 아이에게 대화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어요. 그러나 같은 월령이라도 언어이해력이 빠른 아이는 설명조의 말로 훈육할 수 있지만, 늦되는 아이에게는 길게 설명하면 효과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또 언어이해력보다 시청각적 인지능력이 빠른 아이는 새로운 자극을 향해 뛰어갈 때 양육자가 하는 말 자극이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이때 간혹 아이가 못 알아듣는 척한다고 생각하고 양육자가 더 강한 훈육태도를 취하기도 해요. 이런 아이들에게는 말을 길게 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의 행동을 시각적으로 관찰하게 해서 기대하는 행동을 인지시키는 방법을 활용하는 게 좋습니다.
--- pp.78-79, [아이의 발달 특성에 따라 훈육법은 다르다] 중에서
생후 10개월이면 손으로 물건을 잡고 조작할 수 있는 나이입니다. 10개월까지 스킨십을 많이 해주고 애정을 갖고 대했어도, 아기가 타고난 기질 때문에 자기도 모르게 양육자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거나얼굴을 할퀄 수 있습니다. 아기가 의도적으로 공격한 것이 아니므로 크게 야단을 칠 필요는 없어요. 대신 ‘안 돼요’, ‘싫어요’, ‘용납하지 않겠어요’ 하는 메시지를 얼굴표정이나 목소리로 전달해주고 다른 곳으로 관심을 돌릴 수 있도록 해주면 됩니다. 만약 아기가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고 얼굴을 할퀴었는데 “아이고 이 녀석 봐라. 할아버지를 꼬집네. 허허허.” 하고 재미있다는 식으로 반응해주면 아기는 양육자가 즐거운 놀이로 받아들인다고 오해할 수 있습니다.
--- pp. 157-158, [7~16개월 아기 훈육 Q&A] 중에서
고집이 센 아이가 심하게 떼를 부리다 보면 복압이 증가하면서 위에 있던 음식물이 구토 형태로 나올 수도 있습니다. 이때 부모가 놀라서 아이를 부드럽게 대하며 돌보면, 기질적으로 상대방의 약점을 빨리 파악하는 아이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하기 위해 일부로 토하는 방법을 쓸 수도 있어요. 매우 일반적인 스트레스 행동입니다. 아이가 토하는 경우, 양육자가 매우 차분한 태도로 천천히 움직이면서 아이를 씻기고 옷을 갈아입혀야 행동수정에 도움이 됩니다. (중략) 아이가 토하면서 기대하는 것은 양육자가 놀라는 것입니다. 침묵은 아이가 원했던 결과가 아니므로 자기 마음대로 하기 위해서든 관심을 받기 위해서든 토하는 행동을 줄이는 데 효과가 있습니다.
--- pp.189-190, [17~32개월 아이 훈육 Q&A] 중에서
아이가 만 4~5세경이 되면 양육자가 뭘 묻기만 해도 싫다고 답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기질적으로 주도권을 쥐고 싶어하고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아이들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행동입니다. 이 시기 아이들이 싫다고 말하는 것은 정말 싫기 때문이 아니라 양육자가 계속 자기에게 관심을 갖고 다가와주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 더 큽니다. 만약 아이가 계속해서 싫다고 말하면 양육자도 지치고 결국 화를 내게 되지요. 아이가 두 번 세 번 계속해서 “싫어.” 하고 반응을 보인다면, 더 이상 아이에게 다가가지 않는 ‘무반응요법’과 ‘거리두기’를 시도하세요. 아이가 관심받기를 원한다면 상대방의 말에 협조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하는 훈육이 필요합니다. 이유 없이 “싫어.” 하고 말하는 부정적인 반응에 아무런 반응을 해주지 않으면, 아이는 양육자의 관심을 얻기 위해 다른 방법을 찾게 됩니다.
--- p.242, [42개월 이후 아이 훈육 Q&A]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