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 정도만 말해주지. 우리 종족이 공격을 받았어. 바로 오늘. 전에는 결코 이런 일이 없었어.”
“누가 공격했는데요?”
“지금까지 아주 오랫동안 까맣게 잊었던 존재.”
악기의 가장자리에서 더 많은 불꽃이 튀었다. 불타는 나무는 딱딱거리며 지글지글 소리를 냈다. 그때문에 우르날다의 말이 거의 들리지 않았다.
“발디어그가 깨어났어! 용이 불을 내뿜었어. 용의 분노와 함께 말이야. 진정으로 말하는데, 아, 그래! 핀카이라의 가장 어두운 날이 다가오고 있어.”
몸서리가 쳐졌다. 불꽃이 갑자기 사라졌다. 검게 탄 악기의 잔해가 허공에서 빙글 돌더니, 배배 꼬인 연기를 내뿜으며 풀밭과 낙엽 위로 떨어져 내렸다. 우리 모두 뒤로 물러나 쏟아지는 숯 덩어리를 피했다.
나는 카이르프레를 향해 돌아섰다. 카이르프레의 얼굴이 바위투성이의 절벽처럼 굳어 있었다. 어두운 두려움이 깃든 주름이 보였다. 카이르프레는 우르날다의 마지막 말을 되풀이하면서 거친 눈썹을 치켜떴다.
“핀카이라의 가장 어두운 날이 다가오고 있어.”
“아들, 저 여자의 요구를 들어줘서는 안 돼. 넌 우리와 함께 여기 남아 있어야 해. 이곳 드루마 숲은 안전해.”
엘런이 갈라지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카이르프레가 눈을 가늘게 떴다.
“발디어그가 정말로 깨어났다면, 결코 그 누구도 안전하지 않아요.”
카이르프레는 단호하게 덧붙였다.
--- p.52~53
“저기 북쪽 끝, 소인들의 영토 너머에 이 섬의 가장 외딴 땅이 있지. 바로 잃어버린 땅이란다. 지금 그곳은 검게 그을려 죽음의 냄새로 뒤덮여 있어. 하지만 한때는 이 숲처럼 꽃이 만발했었단다. 과일이 주렁주렁 매달린 덩굴, 푸릇푸릇한 초원, 오래된 나무들……. 용의 마지막 황제 발디어그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그랬어. 잃어버린 땅의 주민들이 용의 짝을 그리고 용의 유일한 자손을 무참하게 죽였기 때문에, 용은 폭풍 같은 분노로 그 사람들한테 대항했어. 사람들을 괴롭히고 약탈하고 닥치는 대로 파괴했어. 살아 있는 것의 흔적조차 전혀 남기지 않을 정도였지. 용은 영원히 ‘불의 날개’가 되었단다.”
카이르프레는 말을 잠시 멈추고는, 높이 솟구친 마가목 가지를 올려다보았다.
“마침내 발디어그는 자신의 분노를 남쪽으로 뻗쳤단다. 핀카이라의 나머지 지역으로 말이야. 바로 그때 네 할아버지 투아하가 용과 싸움을 벌였어. 투아하는 용을 황무지로 다시 몰아넣었어. 밝은 불꽃의 전투가 3년하고 하루 동안 하늘을 환하게 밝혔단다. 마침내 투아하가 승리를 거두고, 용을 마법의 잠에 빠져들게 했단다.”
나는 손에 들린 프살테리움 조각을 살펴보았다.
“그런데 이제 잠에서 깨어난 거로군요.”
“그래, 그래서 용의 눈에 대해 들려주는 거란다. 그 시는 너도 알겠지만, 투아하와 발디어그의 싸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단다. 그리고 투아하가 어떻게 위대한 마법의 무기로 결국 승리하게 되었는지를 알려주지.”
“그 무기가 뭐였는데요?”
리아가 물었다.
카이르프레가 망설였다.
“말해주세요.”
리아가 재촉했다.
카이르프레는 부드럽게 말했다. 하지만 그 말은 내 두 귀에 천둥처럼 들렸다.
“갈라토.”
본능적으로 나는 가슴 쪽으로 손을 움직였다. 기이한 초록색 광채만큼이나 신비로운 능력을 지닌 보석 박힌 펜던트가 내 가슴에 아주 오랫동안 머물러 있었었다. 나는 리아의 두 눈동자가 내 움직임을 포착했다는 걸 알아차렸다. 리아 또한 갈라토를 기억하고 있다는 것도 알았다. 그리고 늪지의 도둑, 노파 돔누한테 그것을 빼앗겼다는 사실도…….
“그 시는 예언으로 끝나.”
카이르프레가 말을 이었다. 카이르프레는 섬뜩한 표정으로 내 얼굴을 살폈다.
“의미가 명쾌하지 않은 예언이지.”
카이르프레는 튀어나온 뿌리 위에 걸터앉았다. 시선은 어딘가를 향하고 있었다. 한참 뒤에 카이르프레가 시를 암송하기 시작했다.
발디어그가 눈을 뜰 때,
너무도 많은 것이 닫힐 것이다.
가장 어두운 날이
가장 깊은 고통을 가져올 것이다.
공포와 함께,
고통으로 가득 차오를 것이다.
발디어그가 다시 깨어나면
재앙이 뒤따를 것이다.
끝없는 분노와
대적할 수 없는 능력으로,
용은 복수할 것이다.
발디어그의 꿈은 아직 알에서 부화하지 않았다.
그 잃어버린 꿈을 찾아서
깨어날 때,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발디어그는 복수를 탐할 것이다.
보라! 그 무엇도 용을 멈출 수 없다,
단 하나의 적만 제외하고.
아주 오래전에 전투를 벌였던
적의 후손.
끔찍한 전투에서
둘은 끝까지 싸웠다,
과거의 분노와
광란이 다시 소생한다.
하지만 그 상대도
진정으로 성공하지 못하리라.
적의 노력은
결국 모두 실패할 것이다.
아무리 정복하려 애를 써도,
결국 목숨을 잃을 것이다.
용의 눈이 감기고,
용의 적도 죽는다.
그러면 공기가 물이 되고
물이 불이 될 것이다.
적은 모두
최고의 능력에 굴복할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요소들이
합쳐질 때
용을 끝장낼 수 있을 것이다,
재앙을 끝낼 수 있을 것이다.
--- p.53~57
“그건 말이다, 멀린. 저건 우리 목숨을 빼앗으러 온 게 아니기 때문이란다. 비록 우리 생명을 쉽게 앗아갈 수 있기는 하지만 말이야. 저것은…… 네 능력을 빼앗으러 온 거야.”
카이르프레가 미처 말을 잇기도 전에, 귀청이 찢겨 나갈 것 같은 커다란 울음소리가 숲이 우거진 언덕을 가로질러 울려 퍼졌다. 그 소리가 나를 마구 찔러댔다. 내 가슴이 그 칼날 같은 소리에 베인 것 같았다. 싸늘한 돌풍이 불어와 마가목 가지를 부러뜨렸다. 신음 소리와 나뭇가지 부러지는 소리가 뒤섞였다. 나뭇잎과 나무열매가 둔덕 위로 우수수 쏟아져 내렸다. 그 순간, 날개 달린 괴물이 허공에서 갑작스레 휙 돌더니 우리를 향해 곧장 아래로 내려왔다.
리아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저 녀석이 우리를 봤어!”
“저게 도대체 뭐예요?”
내가 따지듯이 물었다.
카이르프레가 흔들리는 나뭇가지 사이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크리릭스야! 다른 사람들의 능력, 마법을 먹고 사는 녀석이야.”
카이르프레는 몸으로 막아서며, 엘런을 나무둥치 틈으로 밀어 넣으려 했다. 하지만 엘런은 카이르프레를 밀어내며 소리쳤다.
“난 신경 쓰지 마요! 멀린을 보호해줘요!”
카이르프레의 두 눈은 박쥐 같은 괴물에 고정되었다.
“저 엄니는…….”
간담이 써늘해졌다. 시커먼 괴물이 우리를 향해 다가왔다. 점점 더 가까이 다가왔다. 빛나는 엄니 세 개가 보였다. 날개의 앞쪽 가장자리에는 휘어진 발톱이 툭 튀어나와 있었다. 그 발톱이 내 살과 갈빗대와 두근대는 심장을 찢어버릴 것만 같았다.
적어도 나는 저 괴물을 다른 사람들한테서 멀리 유인할 수 있어! 나는 검을 흘끗 바라보았다. 검은 나무 밑동, 나뭇잎 옆에 반쯤 파묻혀 있었다. 문득 더 강력한 무기가 갑작스레 떠올랐다. 지팡이! 나는 지팡이를 허리춤에서 재빨리 꺼냈다.
카이르프레가 내 팔을 붙잡고 말렸다.
“안 돼, 멀린!”
나는 카이르프레의 손에서 팔을 힘겹게 빼냈다. 그러고는 지팡이를 꽉 움켜잡고 나무뿌리 옹이 근처에서 뛰쳐나갔다.
크리릭스의 새된 비명이 허공을 갈랐다. 그 소리에 카이르프레의 외침이 묻혀버렸다. 바로 그 순간, 거대한 갈고리 모양의 날개 그림자가 마가목을 가로지르며 내려왔다. 괴물은 나무 꼭대기를 스치듯이 지나쳤다. 작은 나뭇가지들이 뚝뚝 꺾이고, 그 파편이 내 머리 위로 비처럼 우수수 쏟아져 내렸다.
나는 무기를 휘둘렀다. 지팡이에 새겨진 능력을 모두 소환했다.
지금이야. 난 지금 네 도움이 필요해!
크리릭스가 한쪽으로 몸을 기울이더니 두 날개로 허공을 갈랐다. 이윽고 나를 향해 쏜살같이 달려들었다. 머리와 몸을 뒤덮은 덥수룩한 갈색 털이 바람의 힘 때문에 납작하게 달라붙었다. 이 짐승은 입을 더 크게 활짝 벌리고, 엄니를 쭉 내밀었다. 나는 그 짐승에게 눈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 괴물이 보는 능력은 어딘가 다른 곳에서 나오는 것 같았다. 바로 나처럼 말이다.
--- p.67~68
“빨리 말해줘!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나한테 그리고 저기 있는 저 날아다니는 구더기한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나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카이르프레가 고개를 흔들었다.
“너한테 경고하려고 했지. 그런데 모든 일이 너무 순식간에 일어났어. 너도 알겠지만, 크리릭스는 마법의 능력을 먹고 살아. 벌이 꽃에서 꿀을 빨아먹는 것처럼, 먹잇감에게서 마법을 곧장 빨아들이지. 다른 사람들처럼 나도 크리릭스가 아주 오래전에 멸종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크리릭스에 대해서 굳이 말해주지 않았던 거란다. 멍청한 실수, 가장 커다란 공포. 훌륭한 스승이라면 크리릭스와 싸워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몰래 에둘러서 접근하는 거라는 걸 너한테 가르쳤을 거야. 예전의 마법사들이 힘겹게 배웠던 것처럼 말이다. 최악의 행동은 네 마법을 모두 드러낸 채 직접 맞서 싸우는 거란다.”
“제가 한 것처럼 말이죠? 뭐가 날 공격했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아요. 진홍색 불꽃만 기억날 뿐이에요. ……그러고 나서 제 모든 힘이, 제 모든 생명력이 빠져나간 것 같았어요. 심지어 투시력조차 망가진 느낌이 들었어요.”
나는 검을 허리춤에 차며 머리를 흔들었다.
카이르프레의 텁수룩한 눈썹 밑에서 두 눈이 나를 진지하게 응시했다.
“더 나쁜 일이 일어날 수도 있었어. 훨씬 더 고약할 수도 있었단 말이다.”
나는 침을 삼키려 해봤지만, 목구멍이 마가목 껍질보다 훨씬 더 꺼칠꺼칠한 느낌이었다.
“죽을 수도 있었다는 뜻이군요. 그렇다면 왜 곧장 죽지 않았지요?”
카이르프레가 손을 뻗어 내 손목을 톡톡 토닥였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문득 내 옷소매 속에 둥근 구멍이 보였다. 숯에 타버린 자그마한 구멍. 뭔가 옷을 뚫고 곧장 녹아버린 것처럼 보였다.
“엄니가 이곳을 찔렀지. 엄니가 손가락 한 개 만큼만 살짝 비켜갔어도 넌 죽었을 거야. 그것만은 정말 확실해. 크리릭스의 엄니가 조금이라도 닿았다가는, 그 어떤 마법의 생명체도 능력과 생명을 모두 잃게 되니까. 제 아무리 강하고 크든 상관없이 말이야.”
카이르프레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카이르프레는 수심에 잠긴 채, 숱 많은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내렸다.
“고대의 마법사들이 크리릭스와 직접 전투 치르는 걸 그렇게나 열심히 피하려 했던 것도 그 때문이란다. 더더군다나 마법의 무기를 들고서는 절대로 싸우려 들지 않았지. 마법의 무기는 크리릭스에게 더 많은 먹잇감을 안겨줄 테니까.”
“여기 제 검처럼 말이군요.”
“그래, 또는 네가 오래전에 구해낸 위대한 검 디퍼컷처럼. 이 섬의 가장 오래된 전설은 디퍼컷이 백 년 이상 숨겨져 있던 이유를 말해준단다. 그건 바로 크리릭스가 발견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였어.”
카이르프레는 입술을 깨물었다.
“얘야, 왜 네가 지팡이를 휘두르지 않기를 내가 바랐는지, 이제 알겠니? 네 지팡이는 디퍼컷보다 수십 배나 큰 마법이 있기 때문이야.”
--- p.74-75
드디어 리아가 나를 향해 돌아섰다.
“나무들이 이렇게 야단법석 떠는 건 처음이야.”
“나무들이 뭐라고 하는데?”
“발길을 돌리라고 계속 떠드는데. 마법사의 지팡이를 든 소년이…….”
리아는 잠시 말을 멈추고는 혓바닥을 적셨다.
“죽을 것이다. 불꽃에 휩싸인 어린 묘목처럼 확실하게.”
나는 몸을 움츠리며 여전히 아물지 않은 얼굴의 상처를 만졌다.
“하지만 되돌아갈 수 없어. 만약 내가 발디어그에 맞서 싸우지 않는다면, 이 숲의 모든 나무들을 포함해서 너와 다른 사람들 모두가 발디어그와 마주하게 될 거야. 드루마 숲이 무덤이 될 거라고.”
백향목의 톡 쏘는 향이 콧구멍을 간지럽혔다.
“하지만 만약 내가 죽어야 한다면, 바라는 건 단지…….”
나는 잠시 말을 멈추고, 나무가 삐걱거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 용을 죽일 수 있으면 좋겠어.”
리아가 진회색 눈동자를 가늘게 떴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p.93
멀린, 지금까지 나는 의심을 밀쳐둘 수 있었어. 왜냐하면 널 도와주는 게 옳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자신이 없어. 저기를 봐! 땅이 불타고 있어. 발디어그의 성난 심장처럼. 저건 너무…… 음, 이렇게 용의 입안으로 곧장 들어가는 것은 무모해 보여.”
“믿음을 가져.”
나는 용감하게 대꾸했다. 하지만 침울한 목소리는 나 자신이 얼마나 확신이 없는지를 그대로 드러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무모하다는 거, 나도 인정해. 하지만 이것 말고 뭘 어떻게 하겠어? 발디어그와 마주하는 걸 늦출수록, 용은 분명 더 많은 걸 파괴할 거야. 내 유일한 희망은 빨리 우르날다에게 가는 거야. 어쩌면 우르날다가 뭔가 유용한 방법을 알고 있을지도 모르잖아. 우르날다는 그 예언 속의 최고의 능력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을지도 몰라.”
리아는 꼭 움켜쥔 주먹을 자기 허리에 대고 말했다.
“내가 그 예언에 대해 기억하는 건, 네가 이 용을 용케 죽인다 하더라도, 너도 용과 함께 죽게 된다는 거야! 그러니 용이 널 죽이고 살아남거나, 널 죽이고 용도 죽는 것밖에 없어. 어떤 경우든, 난 오빠를 잃게 된다고!”
나는 지팡이로 풀이 자란 둔덕을 툭 찔렀다.
“내가 그걸 모른다고 생각하는 거야? 봐봐. 우리는 여기에 있어. 소인의 영토와 아주 가까운 곳에. 그리고 내가 정말로 기댈 수 있는 무기는 뭐지? 지팡이하고 검 그리고 그게 뭐든, 내가 지니고 있지만 아직 완성되지도 않았고, 제대로 익히지도 못한 마법의 능력. 이 모든 걸 다 합쳐도, 발디어그의 꼬리 비늘 하나만큼도 되지 않아.”
나는 연기 자욱한 지평선을 훑어보았다.
“그리고 저게 최악은 아니야.”
리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뜻이야?”
“난 발디어그 말고도 또 다른 걸 걱정해야 한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어.”
리아는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불의 날개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다는 거야?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크리릭스? 아니면 은밀하게 크리릭스를 키운 자?”
“아니야. 그것도 한 가지일 수는 있겠지.”
“그럼, 누굴 말하는 건데?”
내 목소리가 기어들어갔다.
“핀카이라를 자기 수중에 넣으려고 갈망하는 자. 핀카이라를 돌멩이처럼 와지끈 찌부러뜨리려는 자. 핀카이라를 자기 것으로 만들려는 자.”
내 말이 끝나자마자 리아의 표정이 자작나무 껍질처럼 하얗게 질렸다.
“설마…… 리타 고르를 말하는 건 아니겠지? 무엇 때문에 리타 고르가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건데?”
--- p.116
수로 안의 둥근 돌멩이에 발을 디디며 나는 리아가 말한 훨씬 두려운 다른 예측이 사실로 드러날지 궁금했다. 그리고 내가 리아를 다시 볼 수 있을지도 궁금했다. 우리가 초롱초롱 빛나는 별 아래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던 내 어린 시절의 이름 모를 말처럼, 리아는 단순한 동료 그 이상이었다. 친구 그 이상이었다. 리아는 내 일부였다.
나는 북쪽 강둑에 발을 디디며, 소인들의 땅을 살펴보았다. 저기 어딘가에, 저 넘실거리는 바위투성이 평원에, 소인들의 지하 영토로 들어가는 입구가 숨어 있을 것이다. 우르날다는 내 도움을 분명 고맙게 여길 것이다. 하지만 내가 자신의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을까? 왜 우르날다는 오직 나만이 자기 종족을 도울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나는 여전히 궁금했다. 어쩌면 우르날다도 용의 눈에 대한 예언을 알고 있을지 모른다.
보라! 그 무엇도 용을 멈출 수 없다,
단 하나의 적만 제외하고.
아주 오래전에 전투를 벌였던
적의 후손.
몸서리가 쳐졌다. 내 혈관 속에 투아하의 피가 흐르는 건 사실이지만, 내게는 투아하의 지혜나 무기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발디어그와 대적할 수 있는 능력이 내게 없다는 걸 떠올리자 다시 몸서리가 쳐졌다. 발디어그가 다시 깨어나면 재앙이 뒤따를 것이다. 용을 죽이는 것은 그 자체로 충분히 힘겨울 것이다. 예언을 벗어나는 것도, 어쨌든 이 싸움에서 살아남는 것도 불가능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 p.123~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