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사들의 태도는 활기에 차 있었다. 군기도 좀 느슨해졌다. 파라오에 복속되어 조세를 바치고 있는 가나안 땅에 들어서면서, 이집트 군은 낯선 땅에서 모험을 한다거나 어떤 위험한 일을 겪을 것 같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장군들은, 파라오가 국지적인 분쟁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여 대군을 동원한 건 아닌가 하고 생각할 정도였다.
이집트 군의 군사력은 반도들이 서둘러 무기를 반납하고 왕에게 용서를 빌 정도로 대단한 것이 아니더냐. 다행스럽게도 이번 전투 역시 사상자 하나 내지 않고 끝나게 될 것이다. 해안을 따라가는 도중에 병사들은 작은 보루 한 채가 부서져 있는 것을 확인했다. 보통 때라면 가축의 이동을 감시하는 세 명의 감시인들이 그곳을 지키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 아무도 그것 때문에 불안해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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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가 하늘을 가르고 거센 바람이 인적이 끊긴 거리에 먼지구름을 일으키고 있을 때, 그는 지붕을 통해 그의 조직의 책임자가 사는 집으로 숨어들었다. 집안은 어둠 속에 잠겨 있었고 마치 버려진 것 같았다. 라이아는 어둠에 눈이 익을 때까지 기다렸다. 전혀 소리내지 않고 조심스런 걸음으로 거실까지 더듬어 갔다. 그때 신음소리가 그의 귀를 찔렀다. 불안해진 상인은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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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세, 그의 오랜 친구인 모세가 저버린 이 도시에서 어떻게 행복을 바랄 수 있을까? 이 도시의 모든 궁전과 별장과 집들은 바로 모세가 히브리인 벽돌공들을 지휘해 건설한 것이 아닌가. 어디 한 곳 그의 땀과 호흡과 열정이 배어 있지 않은 곳이 없었다. 모세는 살인죄로 기소되었다. 하지만 람세스는 믿을 수가 없었다. 뭔가가 있다. 모세가 어떤 함정에 걸려들었던 것은 아닐까? 람세스는 사라져버린 친구 생각에 골몰하거나, 외무대신 셰나르와 정보부장 아샤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다. 매일같이 세 사람은 시리아로부터 날아오는 메시지를 토대로 정확한 상황 판단을 내려보려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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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나오의 말은 더위로 뜨겁게 달구어진 길을 달려가고 있었다. 그는 파라오 세티에 의해 건설된 시리아 남부의 작은 촌락, '사자마을'을 향하는 중이었다. 이집트인 아버지와 사리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다니오는 긴급한 소식을 전달하는 파발꾸닝라는 자신의 직업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나라에서 말과 식량, 의복을 지급받을 뿐 아니라 이집트 북동쪽의 국경 마을 실레에 관사를 할당받았고, 역참에서는 거저 묵을 수도 있었다. 괜찮은 삶이었다. 끊임없이 여행할 수 있고, 이집트의 관리와 결혼할 꿈에 젖은 나긋나긋한 시리아 처녀들이 줄을 서 있었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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