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 14세의 베르사유 궁전이 제후들의 세력을 약화하고 왕권을 강화하기 위한 일종의 왕권 강화 문화전략의 목적으로 지어졌다는 사실이나, 신고전주의 예술가들이 왕권과 종교에 의한 모순으로부터 인간 본연의 모습을 찾기 위하여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의 양식을 표방한 일, 인상파 화가들이 새로운 예술을 발견하기 위하여 답습과 형식에 얽매인 고전적 회화와 투쟁하고 자신이 인식한 세상을 표현하고자 한 노력 등 치열하게 각 시대를 살아온 인류의 흔적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안에 담긴 치열함, 헌신, 노력, 희생, 탐욕, 갈등 등을 모르더라도, 베르사유 궁전은 그리고 파리의 판테온은 웅장하고 아름답다. 이렇게 클래식은 그저 보는 것만으로 경이롭고, 아름다우며, 매력적이고, 묵직하다. 아마도 그 이유는 클래식이 가진 강력한 ‘형식’ 때문일 것이다. 정교하고, 치밀하며, 세밀하고, 웅장하며, 화려한 클래식의 양식은 그 의미를 몰라도 우리를 압도한다.
---「클래식에 대한」중에서
이와 같은 다양한 배경과 문화에 따라 아르누보는 부드럽고 낭만적인 모습만 있는 것이 아니라 기하학적이거나 혹은 파격적인 모습 등 다양한 양식들도 있다. 프랑스나 벨기에 출신의 빅토르 오르타(Victor Horta)나 엑토르 기마르(Hector Guimar)의 작품들은 넝쿨 식물의 유기적 곡선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며 그로테스크하면서도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또한 프랑스에서 활동했던 알폰스 무하의 그림이나 르네 랄리크(Rene Lalique)의 귀금속 작품은 너무나 섬세하고 부드러우며 낭만적이고 로맨틱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영국에서 태어나고 활동한 찰스 레니 매킨토시(Charles Rennie Mackintosh)나 독일 출신으로 영국이나 러시아 같은 다양한 국가에서 활동한 페터 베렌스(Peter Behrens)의 작품들은 아르누보라고 보기에 어려울 정도로 정리되고 단순함으로 모더니즘 디자인의 느낌이 강하다.
---「아르누보에 대한」중에서
아르데코 양식은 1920~1930년 사이에 화려하게 번창했고, 유럽뿐만 아니라 미국, 아시아, 남미, 인도 등 전 세계적으로 유행했다. 아르데코는 근대에서 산업화의 성장과 함께 현대로 진입하는 20세기 전환기에 등장했으며, 이 시기의 양식적 특징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바로 1925년 파리 국제박람회의 에밀-자크 룰만의 ‘부유한 수집가의 주택’과 르코르뷔지에의 ‘에스프리 누보관’이 보여준 대비이다. 아르데코의 대표적인 작가인 에밀-자크 룰만은 ‘부유한 수집가의 주택’을 통해 고급스럽고 희귀한 소재와 정교하고 섬세한 전통 수공예 기법을 토대로 새로운 현대 산업시대로 진입하는 모습을 제시했다. 한편, 르코르뷔지에는 ‘에스프리 누보관’에서 단순하고 기능적인 형태와 대량생산의 방식으로 현대 산업시대로 진입하는 모습을 제시했다. 당대를 대표하는 두 명의 선구자들은 각자의 해석으로 미래에 대한 비전을 보여주었으며, 결과는 매우 다른 모습으로 나타났다.
---「아르데코에 대한」중에서
초기 모던디자인의 탄생 이후, 사람들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의자, 조명, 꽃병을 만들어왔다. 그러나 마르셀 브로이어의 바실리 체어(1927), 르코르뷔지에의 LC2 소파(1928), 루트비히 미스 반 데어 로에의 바르셀로나 체어(1929), 폴 헤닝센의 PH 테이블 램프(1936), 알바르 알토의 사보이 꽃병(1937) 등은 거의 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의자, 조명, 꽃병의 상징으로 굳건히 그 위상을 지키고 있다. 이 작품들은 단순히 ‘최초와 혁신’이라는 역사적 가치를 넘어, 지금까지도 수려하고 격조 있는 디자인으로 평가받으며, 여전히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소유하고 싶어하는 선망의 대상이다. 최근에는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빨라서 어떤 것이 인기인지, 유행인지 알아채기도 전에 금세 지나가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기 모던디자인의 걸작들은 어떻게 그렇게 오랫동안 매력을 잃지 않고 하나의 상징이자 전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을까?
---「초기 모던에 대한」중에서
미드 센추리 모던디자인의 인기가 지속되며 더욱 깊어지고 있다. 얼마 전 SNS에서 한 신혼부부가 카시나사의 제품인 르코르뷔지에 LC1 의자를 구매한 게시물을 보게 되었다. 다소 부담스러운 가격이지만 오래 사용할 목적과 함께 자녀가 성인이 된 후에 물려주려는 마음으로 구매하게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우리나라의 미드 센추리 모던 가구의 초기 유행은 연예인이나 유명 인플루언서, 디자인에 대한 이해가 깊은 일부 소비자층을 중심으로 주도되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일반 소비자들도 미드 센추리 모던디자인을 생활 속의 필수품으로 구매하는 경향이 나타나며, 이것은 명품 소비나 사치품 구매보다는 취향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리의 삶 속에 깊이 스며들고 넓게 확장되고 있는 미드 센추리 모던디자인은 반짝하는 유행일까? 아니면 미니멀 디자인처럼 명확한 영역을 확보하며, 지속적으로 우리의 삶에 정착해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게 될까? 그리고 미드 센추리 모던디자인의 매력은 도대체 무엇일까?
---「미드 센추리 모던에 대한」중에서
우주여행과 팝 아트를 배경으로 1960년대 이탈리아에서는 새로운 재료와 곡선의 기능적인 형태를 사용하여 다양한 조형의 디자인 스타일이 등장한다. 디자이너들은 대량 생산을 위한 가구를 만들고 유리섬유, 폴리에틸렌 등 최첨단 플라스틱 실험을 한다. 이 시기에 루이지 콜라니의 유기적이고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피아노가 등장한다. 콜라니의 쉼멜 페가수스 피아노는 신화 속 페가수스와 같이 피아노가 곡선의 역동적인 형태를 지닌다. 이탈리아의 산업 디자이너 조 콜롬보는 사용자의 희망에 따라 배열되는 모듈식 튜브 가구 조립의 아이디어를 탐험했다. 플라스틱의 재료 사용과, 다양한 형태 실험이 그의 디자인의 조형에서 제조 방법에서 실험적으로 등장한다. 구형 라디오와 테이블 램프, 에어로 아리노(Eero Aarnio)의 볼 의자 디자인 스타일이 등장했다.
---「퓨처리즘에 대한」중에서
포스트 모던(Post-Modern) 스타일 하면 무엇이 떠오를까? 우리는 알록달록 형형색색의 형태들의 가구나 대담하고 위트가 있는 디자인을 떠올린다. 작은 와인오프너와 같은 사물에서부터 건축에 이르기까지 디자인된 대상은 무궁무진하다. 예술과 디자인의 역사에서 많은 논란이 된 이 스타일은 1970년부터 1980년까지 기존의 예술과 디자인에 대한 전형과 생각을 뒤집는다. 모더니즘에 거부하며 진정한 스타일이란 무엇인가? 라는 새로운 인식을 가져왔다. 포스트 모던 스타일은 텍스타일, 인테리어, 가구, 조명, 패키지와 잡지 속 대담한 조형과 시대를 불문한 아이콘 적 형태를 탄생시킨다. 포스트 모던 시기의 디자이너들은 우리 주변의 사물을 기능의 물건이나 대상을 넘어서서 표현의 사물로 바라보았다.
---「포스트 모던에 대한」중에서
미니멀 스타일은 현대 디자인의 평준화를 가져왔다. 미니멀 스타일 디자인은 개성은 없지만 어느 정도의 수준의 디자인 스타일은 유지할 수 있다. 어떤 면에선 개성이 없고 모두 비슷한 외형의 스타일을 만든다. 어떤 면에선 창의적 조형을 창조의 시도가 어려운 경우에는 스타일을 만들 때 도피처의 방식이 되어준다. 무색무취 미니멀 스타일의 숨겨진 스타일의 근원은 무엇일까? 미니멀 조형 언어는 어떤 부분에선 새로운 변형과 창조가 어렵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애플의 모니터나 핸드폰 마우스와 심지어 플러그 멀티 콘센트에도 미니멀 스타일을 접한다. 미니멀 스타일은 복잡해지고 다양해진 전자 제품의 조형의 스타일을 미니멀리즘 스타일로 잠식했다. 미니멀 스타일 속엔 어떤 이야기가 숨겨 있을까?
---「미니멀에 대한」중에서
컨템포러리 디자인(Contemporary Design)은 아르누보, 아르데코, 모더니즘, 포스트모더니즘과 같은 다른 디자인 사조들과 같이 뚜렷한 시대나 특정 미학에 국한되지 않는 현 순간에 뿌리를 두고 있는 지속적이고 변화하는 스타일이며, 지난 30~40년간 산업 및 환경의 발전에 따른 기술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변화에 반응하며 역동적으로 진화해왔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같은 전쟁들은 디자인이 개인적 또는 미학적 표현의 한 형태가 아닌 사회를 위한 디자인으로 개념을 형성하는 데에 중추적인 사건이 되며,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생활의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것이라는 개념이 강조되게 하였다면, 20세기 후반에는 대부분의 국가들이 채택한 신자유주의(Neoliberalism), 자유시장 경제 정책의 영향으로 디자인이 각 국가와 기업들에게 경제를 이끌어갈 수 있는 새로운 매개체이자 중요한 자본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컨템포러리에 대한」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