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열심히 사는 세상에서 열심히 살지 않겠다니 황당한 소리라는 걸 안다.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모욕하고 싶은 마음은 더더욱 아니다. 단지, 내게 기회를 주고 싶을 뿐이다. 다르게 살아볼 기회를……. 스스로에게 주는 마흔 살 기념 선물이랄까? 솔직히 이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나조차 알 수 없다. ‘노력하지 않는 삶’은 나도 처음이다. 그러니까, 이건 내 인생을 건 실험이다. 이 실험,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마흔 직전에 쓴 사표」 중에서
나는 부모님 몰래 자퇴를 했다. 학교에 간다고 거짓말을 하고 다시 입시 준비를 했다. 4수였다.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 나에겐 그곳에 가는 것만이 유일한 희망이었고, 다른 길은 없었다. 아, 홍대병에 걸려 7수를 했다던 그 입시생. 거짓이 아니었구나. 바로 나 같은 인간이 그런 입시생이 되는 것이었구나. 고작 대학교의 간판을 위해 7년이라는 시간을 보낼 가치가 있을까 싶지만, 그때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분명 눈에 뭔가가 씐 게 분명했다. 시간이 흘러 다시 겨울이 오고 홍대 입시를 치렀다. 그리고 그 해, 나는 네 번의 도전만에 홍대에 합격했다. 이 이야기를 포기하지 않고 도전해서 꿈을 이룬 성공 스토리쯤으로 읽었다면 한참 잘못 읽은 거다. 이건 잘못된 목표가, 오직 한 가지 길밖에 없다는 믿음이 얼마나 사람을 피폐하게 만드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다.
---「길은 하나가 아니다」 중에서
현명한 포기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실패를 인정하는 용기. 노력과 시간이 아무런 결실을 맺지 못했더라도 과감히 버릴 줄 아는 용기. 실패했음에도 새로운 것에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용기. 현명한 포기는 끝까지 버티다 어쩔 수 없이 하는 체념이나 힘들면 그냥 포기해버리는 의지박약과는 다르다. 적절한 시기에 아직 더 가볼 수 있음에도 용기를 내어 그만두는 것이다. 왜? 그렇게 하는 것이 이익이니까. 인생에도 손절매가 필요하다. 타이밍을 놓치면 작은 손해에서 그칠 일이 큰 손해로 이어진다. 무작정 버티고 노력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지금 우리에겐 노력보다 용기가 더 필요한 것 같다. 무모하지만 도전하는 용기, 그리고 적절한 시기에 포기할 줄 아는 용기 말이다.
---「포기의 기술」 중에서
잘하고 싶어서, 틀리고 싶지 않아서. 이런 마음 때문에 힘이 들어간다. 힘이 들어간다는 건 경직된다는 것, 유연하지 않다는 것, 자연스럽지 않다는 것, 욕심을 내고 있다는 것, 겁을 먹고 있다는 것이다. 뭐든지 힘이 들어가서 잘 되는 걸 못 봤다. 그림도, 노래도, 운동도 어쩌면 인생도 그럴지 모르겠다. 너무 힘이 들어간 탓에 내 인생도 이렇게 삐뚤빼뚤해진 게 아닐까? 힘이 들어가니 힘이 드는 게 아닐까?
---「힘 빼고 그리기」 중에서
나는 항상 타인의 시선이 신경 쓰였고, 그들 보기에 괜찮은 삶을 살려고 애써왔다. 잘 안됐지만 말이다. 사실 가능하면 ‘인생 매뉴얼’에 맞춰 살고 싶었다. 그런데 그게 참 쉽지가 않다. 내가 이 나이에 정말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내 나이에 걸맞은 것들을 소유하지 못한 게 아니라, 나만의 가치나 방향을 가지지 못하고 살아왔다는 사실이다. 내가 욕망하며 좇은 것들은 모두 남들이 가리켰던 것이다. 남들에게 좋아 보이는 것들이었다. 그게 부끄럽다. 나는 열심히 쫓아가다 도저히 따라가지 못하고 엎어진 사람이다. 엎어진 김에 쉬어 간다고, 이참에 나만의 길을 찾으면 좋지 않을까 싶다. 이제부터는 마이 웨이다.
---「마이 웨이」 중에서
남들과 꼭 속도를 맞춰 살아야 하는 걸까? 사람들은 남들과 똑같이 살기 싫다고 말하면서도 왜 똑같이 맞추려고 애를 쓰고, 뒤처지면 불안해하는 걸까? 그리고 설령 뒤처지고, 느리다고 한들 그게 큰일일까? 사람은 각자의 속도가 있다. 자신의 속도를 잃어버리고 남들과 맞추려다 보면 괴로워진다. 남들과 다르게 천천히 걷는 것 만으로도 남들과 전혀 다른 삶이 된다. 개성이다. 오우, 유니크!
---「나만의 속도로 살아갈 결심」 중에서
이제 열심히 사는 인생은 끝이다. 견디는 삶은 충분히 살았다. 지금부터의 삶은 결과를 위해 견디는 삶이어서는 안 된다. 과정 자체가 즐거움이다. 그래서 인생이 재미있다. 앞으로는 그렇게 생각 하기로 했다. 뿅 하고 건너뛰고 싶은 시간이 아닌 즐거운 시간을 보내야지. 어느덧 잊고 있던 재미가 살아난다. 이게 이렇게 재미있는 거였나? 빨리 완성하고 싶은 조급함은 사라지고, 귀찮기만 했던 바느질이 좀 더 길게 계속되길 바라는 지금의 나. 아직 아무것도 완성한 것은 없지만, 이것만은 분명하다. 나는 지금 제대로 즐기고 있다. 휴,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과정도 인생이니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