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로서 나는 전시를 보는 나만의 방법이 있다. 물론 나 또한 다른 관람객들과 다를 바 없이 작품을 즐기기 위해 간다. 그러나 나는 사냥꾼이기도 하다. 공감할 만한 작품, 무언가 내게 개인적으로 말을 걸어오는 작품, 한층 더 탐구하고 싶은 무언가를 나 자신의 작업에 제시해 주는 작품을 찾는다. 그 탐구의 대상은 때로는 색일 수도 있고, 특별한 색감 들일 수도 있다. 질감, 처치, 구성, 형태, 재료 등 무엇이든지 탐구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하다. 작품의 어떤 특성이 나의 관심을 이끌어냈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되면, 내 작품에 지금 무엇이 중요한지, 무엇을 시도해야 할지를 알 수 있는 단서가 된다.
--- p.12
미술관을 둘러보다 특정한 화가의 익히 알던 작품과 어딘가 달라 보이고 심지어 전혀 비슷하지도 않은 작품을 보게 된다면, 이것을 기억하라. 화가가 자신의 안전지대로부터 벗어났다는 찬탄을 아낌없이 건네고, 이 일탈이 화가에 대해 이미 알고 있는 점과 어떻게 다른지 파악해 보라.
--- p.23
모네는 자신이 탐구하는 작품의 대상이 건초 더미가 아니라 건초 더미를 보이게 만드는 빛임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는 빛과 대기의 화가가 되었고, 연못의 수련들은 그가 캔버스에 담아낸 빛과 색의 결합으로 표현되었다. 모네는 빛을 그리고자 지나치게 집착하였고, 그 깨달음 속에서 추상화가가 되었다.
--- p.33
세잔이 과일에 입체감을 부여한 방식은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색으로 표현한 명암의 각 부분들에 따라 사과와 배를 쪼개고, 그 방향과 형태에 따라 3차원의 형체를 창조했다. 여기에서도 우리는 붉은 안락의자에 앉아 있는 자신의 아내를 그린 아름다운 그림 속에서 이 전문적인 양감의 표현을 본다. 다른 색들로 채색된 물감뿐만 아니라 함께 작동하는 물감의 조각들이 형체 자체의 둥글기와 무게를 창조하는 것을 주목해 보라. 이 아름다운 작품에서 미묘하면서도 강력한 물감의 입체감이 지닌 복잡함을 연구해 보라.
--- p.61
고전주의와 낭만주의라는 이들 두 용어는 미술사의 특정 시기를 표현하는 것으로 규정되지만 사실상 모든 시기에 존재하는 표현상의 양극단이다. 정신과 육체, 사고와 감정, 부드러움과 거침 등등. 그들은 미술의 남쪽 끝과 북쪽 끝이며, 모든 화가들은 그중 하나에 한층 가까운 경향으로 존재한다. (……) 기억하라. 모든 화가는 이들 자질을 뒤섞은 존재들이다. 그들은 20퍼센트의 낭만적인 요소를 가진 80퍼센트의 고전적인 존재일 수 있으며, 그 역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그들의 작품은 두 가지 접근법을 50퍼센트, 50퍼센트 각기 가질 수도 있다. 모든 시기의 그림을 볼 때 고전적인가 낭만적인가는 당신이 제기할 수 있는 질문의 하나다.
--- p.130~131
화가들이 밟아왔던 역사적 길을 알게 되면 그 길이 의식의 성장에 관한 이야기이며, 인간 영혼의 해방에 관한 이야기임을 알 수 있다. 화가들이 이전에는 결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상상력을 표현하기 위해 미술의 본질을 확장해 감에 따라 오래지 않은 과거와 오늘날의 화가들이 지닌 다양성, 힘, 그리고 표현의 잠재성에 지속적으로 경탄을 보내게 될 것이다.
--- p.302
나는 미술작품을 볼 때 당신의 느낌을 설명하는 도구를 가질 수 있도록, 당신이 보고 작업하는 수많은 일들에 관해 결론에 이를 수 있도록, 당신의 어휘를 확장해 나갈 수 있도록 이들 용어를 건네고자 한다. 어휘를 넓혀나가는 것은 관점을 넓혀나가는 것이며, 당신의 견해를 한층 더 숙고하고 한층 더 잘 표현할 수 있게 만들 것이다.
--- p.340
나는 이 책이 당신이 미술에 대해 조금이나마 더 이해할 수 있고, 흥미를 가질 수 있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되었기를 바란다. 그리고 당신이 새로운 관점과 평가의 기법을 가지고 미술관 여기저기를 걸을 수 있기를 바란다. 그 관점과 기법을 미술 센터와 전시장과 미술관에 데리고 가 돌아다니게 하라. 당신의 상상력을 뒤흔드는 특정한 화가의 도록들을 챙겨라. 당신에게 성큼 다가오는 매체에 손을 뻗어보라. 예술이 당신 삶의 일부가 되게 하라.
--- p.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