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문화 감수성이 풍부한 여기에다 이 AI를 이용해서 단숨에 우리가 우리만의 정원을 창조해 냈듯, 전혀 다른 새로운 문화와 전혀 다른 새로운 정원을 창조하겠다는 것이 우리의 구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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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시성(詩聖) 타고르가 이렇게 말했어요. “어리석은 사람은 서두르고 영리한 사람은 기다리지만 현명한 사람은 정원으로 간다”고 그랬거든요. 정원으로 왜 가느냐? 이것 때문에 하는 거예요. 생각하러. 그래서 요 정원에서 우리는 무언가를 앞으로 펼쳐줘야 돼요. 무엇을? 바로 인문적 지식과 철학적 눈높이를 높일 수 있는 뭔가를 앞으로 해야 된다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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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자연속의 구성원인데. 그래서 아픈 아들을 데리고 결국은 고향으로 돌아오면서 제가 고민했던 게 그거예요. 어디 가서 이 아들을 치유할 수 있는 기운을 얻게 할 것인가가 가장 큰 고민이었거든요. 그런 것들이 굉장히 자연을 보는, 공간을 보는 눈들을 길러지게 한 거죠. 저는 이걸 ‘생태’라고 얘기를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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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전봇대 282개를 뽑았어요. 그다음에 더 말할 것도 없이 놀라운 일이 벌어진 거예요. 지금은 현재까지 순천만에 흑두루미가 몇 마리가 와 있냐? 무려 7,500마리가 와 있어요. 전 세계적인 멸종위기종 흑두루미들의 50%가 순천만에 오는 거예요. 이게 그렇게 해서 지금의 순천만이 이렇게 보존될 수 있
었던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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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에 꽁꽁 언 데를 맨발로 걸으니까요. 그래서 우리 아들 발을 볼 때마다 너무 미안한 거예요. 이렇게 쓰러질 것 같으면 그때 그런 거 안 했어도 됐는데. 근데 이런 생각들이 하나둘씩 쌓여서 어떻게 되냐? 이런 시설을 하나 조성 하더라도 건강한 사람, 건강하지 않는 사람, 도움이 필요한 사람까지 다 고려해서 시설을 만들게 되는 거예요. 그냥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구체적으로 하게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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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28만명의 소도시 전남 순천이 전국을 뒤흔들고 있다. 이름도 생소한 국제정원박람회를 개최해 전국의 관광객을 빨아들이는가 하면, 경쟁도시 고흥·창원을 물리치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형 우주발사체 단(段) 조립장을 유치했다. 며칠 전엔 순천대학교가 교육부 지원 ‘글로컬대학 예비지정 대학’에 뽑혀 활력을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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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시장의 정원박람회 구상은 2009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멸종위기 야생동물인 흑두루미의 97%가 월동한다는 일본 이즈미(出水)시를 견학, 몸집이 큰 흑두루미가 의외로 전깃줄에 걸려 많이 죽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순천만 일대 283개의 전봇대를 뽑고 전선을 없앴다. 전세계 흑두루미 1만 8,000마리의 60%가 넘는 1만여 마리가 찾아오는 세계적 흑두루미 월동지로 자리 잡으며 순천만이 되살아났다.
--- p.78
도시는 지자체장이 공부한만큼 발전한다는 걸 깨달았다. 공부를 해야 생각의 눈높이가 높아져 과거로 회귀하지 않고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있다. 아무리 시장의 역량이 있어도 철학과 비전을 현실로 실현시켜주는 건 공무원이다. 공무원을 설득하고 그들이 긍지와 가치를 느끼게 하는 게 시장의 리더십이다. 또 시민들 눈높이가 그 수준이 돼야 한다. 시장-공무원-시민의 3합이 맞아야 하는 것이다.
--- p.82
‘도시가 이렇게 만들어져야 사람이 행복하구나’ 하고 느낄 수 있도록 미래 도시의 새로운 해답을 제시하는 장이다. 저류지가 어떻게 정원이 되어 멸종위기종인 노랑부리저어새를 도심까지 불러올 수 있는지, 몇 달 전까지 자동차가 달리던 아스팔트 도로가 어떻게 푸른 정원이 되어 차보다 사람이 우선하는 도시를 만들 수 있는지 보여드리는 거다. 무엇보다 이런 일을 가능케 한 순천 시민의 품격을 보여주고 싶다. 이런 혁신적인 시도는 시민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정원에 사는’ 시민의 모습이 얼마나 사람답고 행복한지 보여줌으로써, 이게 도시의 정석이구나 하는 걸 느끼게 하고 싶다.
--- p.122
대한민국 수도는 서울이지만, 생태수도는 순천이다. 대한민국의 미래, 도시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위치에서 진짜 시민의 행복을 구상하는 도시가 될 거다. 그래서 전국에서 그 전략과 모습을 배우러, 또 살러 ‘올라오는’ 도시가 될 거라고 자부한다.
--- p.127
“순천시는 천만 명을 끌어들인 매력적인 아날로그 무대가 있다. 그 위에 탄탄한 애니메이션 앵커기업을 유치하여 픽사같은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줄 생각이다. 그 기업이 핵심 기지가 되고, 이러한 에너지를 도심 전체로 확대해 나가 순천이 하나의 디즈니랜드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
--- p.195
우리가 보존하고자 하는 순천만은 늘어나는 관광객과 차량때문에 오히려 망가지는 모순적인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우리 순천은 절대보존구간, 완충구간, 전이구간, 도심구간으로 전체를 분할해서 전이공간에 에코벨트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바로 이 에코벨트에, 우리나라에서는 개념도 생소한 정원박람회를 실시하게 되었지요.
--- p.201
진짜로 박수받아야 할 사람은 순천 시민들입니다. 왜냐? 이분들이 순천만을 보존하기 위해서 전봇대를 뽑아내고 자신들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도로를 정원으로 만드는 걸 허락해 준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세 가지 조건이 맞아떨어지면 비로소 그때 지역은 변화되고 발전한다고 생각합니다.
--- p.206
순천의 이런 사례는 기후변화나 기후위기 시대에 지방 소멸을 방지하고 지역 발전을 위해서 무슨 공장을 세우거나 어떤 SOC 사업을 중심으로 하려고 하는데, 그에 비해 기후 위기 상황에서 이 생태도시라고 하는 부분들이 상당히 시대적인 추세와 맞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p.232
제가 키워드 3개를 말씀드렸어요. 하나는 순천이 국가를 바꿨다, 더 일하는 DNA로 바뀌었다, 순천이 다른 지방도 바꿨다. 이렇게 되면 이것이 순천의 역사로 잘 정리돼야 됩니다. 그게 이제 백서가 됐든 청서가 됐든, 과거를 말하든 미래를 말하든, 이런 것들이 정리가 돼서 우리 지방자치 수준이 한 단계 성장하는 그런 계기가 순천의 성공 사례로부터 잘 나오길 바랍니다.
--- p.239
취업공고판 앞에 서면 전국의 모든 겨울바람이 여기 모여 있다. 취업공고판 앞에서 웅숭거리고 서 있는 우리 모두는 형제들인가?
--- p.274
나는 원호를 안고서 원호가 올려다보던 빈 하늘을 같이 바라보았습니다. “그래 그래, 이 아빠는 원호의 꿈이 이루어지도록 무엇이든, 아빠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슨 일이든 하마. 네 꿈은, 아픈 사람들 슬픈 눈물을 닦아주겠다는 네 꿈은 곧 우리의 모두의 꿈일 수도 있으니까.”
--- p.284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었는지도 자신할 수 없습니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어두운 구석이 많아요. 정치인을 비롯한 공동체 전체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더욱 더 노력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장애인 문제만 하더라도 아직 정책들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한 사람의 정치인으로서, 시정을 책임진 시장으로서, 아픈 아이가 있는 아버지로서 저는 책임을 통감합니다.
--- p.297
민들레는 거름기 없고 척박한 땅의 돌 틈에서도 잘 자랍니다. 땅이 척박할수록 잘 자라나 기어코 꽃을 피우고 홀씨를 퍼뜨립니다. 나는 마치 내 삶과 같은 그런 민들레의 강인한 생명력이 좋습니다. 내 아이들도 그런 민들레처럼 언젠가 활짝 꽃을 피우기를 바랍니다.
--- p.2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