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간의 치열한 경합과 외교를 통해 물자뿐 아니라 사람, 정보, 금융 등 유·무형의 자원이 이동하고 배분됩니다. 지정학은 이 복잡한 관계 및 과정을 구조적으로 파악하고 분석하는 학문입니다.
--- 「0장, 세계의 움직임을 꿰뚫어 보는 눈, 지정학」 중에서
정세가 불안한 중동 지역에서 대규모 전쟁이 일어나거나 예기치 못한 테러가 발생해 수에즈 운하가 마비된다면 세계 경제는 심각한 위기를 겪을 수도 있습니다. 해외 교역에 크게 의존하는 우리나라 경제도 그 영향을 즉각적으로 받게 될 수밖에 없고요. 그래서 지정학적으로 수에즈 운하는 세계 경제의 지름길이자 동시에 치명적인 급소입니다.
--- 「1장, 큰 강 유역에서 시작된 인류의 역사」 중에서
최근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정치, 경제, 외교, 무엇이든 건드리기만 하면 폭발할 듯 위태로운 상황입니다. 급성장한 중국이 세계 패권을 거머쥔 미국의 심기를 건드리는 형국이지요. 미국은 우리나라,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등 우방과 연합 전선을 구축했고, 이에 중국은 기존의 상하이 협력 기구를 기반으로 새로운 세력을 구축했습니다. 바로 대륙과 해양을 하나로 이은 경제 벨트 ‘일대대로一帶一路, One belt, One road’입니다.
--- 「2장, 유라시아 대륙의 중심, 중앙아시아·남아시아」 중에서
국경선을 맞대고 있는 나라들은 가까이에 있어도 서로 다른 지정학의 역사를 그려 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까울수록 서로 영향을 크게 미치고, 작자의 국경을 지키면서도 세력을 넓혀 나가기 위해서는 다툼이 많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나폴레옹의 활약으로 강대국이었던 오스트리아가 쇠퇴하면서 오스트리아와 인접한 프로이센이 상대적으로 강화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소공국으로 분열되어 있던 프로이센은 주변 강대국들의 위협 속에서 민족의식을 발현시켜 통합의 기틀을 마련했습니다.
--- 「3장, 통합과 분리의 지정학 교과서, 유럽」 중에서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으로 위협을 느낀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 의사를 밝히면서 러시아는 다급해졌습니다. 나토가 발트 삼국과 폴란드를 가입시키며 동진하는 것에 불만을 느끼고 있던 러시아는 결국 2022년 2월, 우크라이나의 비무장화를 명분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전쟁을 일으켰습니다. 전쟁의 피해는 날로 커지고 있지만 나토는 결집력을 회복했고, 이를 통해 미국은 러시아를 견제하며 유럽에 대한 영향력을 더욱 키웠습니다.
--- 「3장, 통합과 분리의 지정학 교과서, 유럽」 중에서
파나마는 매우 작은 나라이지만 이러한 지정학적 상황을 잘 활용해 1994년, 자국의 군대를 아예 해산시켜 버렸습니다. 누군가 파나마를 침략한다면 파나마 운하를 지켜야만 하는 미국이 알아서 파나마를 구하러 올 것이기에 굳이 비용을 들여 군대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합리적 판단을 내린 것입니다. 지정학적 실익을 따지는 일은 강대국에만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파나마 같은 작은 나라도 자국의 지정학적 실익을 따져 현명한 선택에 활용합니다.
--- 「4장, 미지의 땅에서 세계의 중심으로, 아메리카」 중에서
중국의 아프리카 대출액은 2020년 기준, 우리 돈으로 약 110조 원이 넘습니다. 이는 아프리카 대륙 전체 대출 금액의 12%나 차지하는 액수입니다. 그만큼 중국이 아프리카 국가들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요. 이 때문에 국제 사회는 중국의 이런 고리대금업자 같은 행보를 포스트 유럽이나 포스트 제국주의에 빗대어 비난하는 것입니다.
--- 「5장, 아픔과 희망이 공존하는 땅, 아프리카」 중에서
냉전 시대의 미국과 소련은 핵무기를 보유한 군사 대국으로, 두 나라 간의 직접적인 전쟁이 일어난다면 세계 대전의 형태로 번질 위험이 컸습니다. 그래서 지원 국가를 내세워 대신 전쟁을 치르게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1948년 이후 여러 차례 치러진 중동 전쟁도 독립 및 건국을 선언한 이스라엘과 이에 반발한 아랍 진영 간의 전쟁이지만, 그 배후에는 미국과 소련이 각각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를 지원하면서 치러진 대리전쟁의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 「6장, 신냉전의 최전방, 동아시아·동남아시아」 중에서
미국과 중국이 산업 및 무역 등 경제 분야를 바탕으로, 갈등을 넘어 본격적인 패권 전쟁에 돌입한 양상을 ‘신냉전’이라고 표현합니다. 신냉전 시대에서의 국제 관계는 공산주의나 자본주의 같은 이데올로기보다 자국의 정치·경제적 이익을 더 우선시하고 있습니다. 자국의 이익에 반한다면 동맹 체제는 언제든지 결속을 달리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제 전장의 한가운데 자리 잡은 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더 이상 과거와 같이 강대국의 요구에 수동적인 자세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 「6장, 신냉전의 최전방, 동아시아·동남아시아」 중에서
성장한 국력만큼 우리의 행보는 더 치밀해져야 합니다. 오늘의 발전과 평화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늘 내일을 고민해야 합니다. 지정학의 시선으로 한반도 주변 강대국들의 세력 균형을 눈여겨보고, 후손들에게 흔들리지 않을 평화를 물려줄 수 있는 지리적 상상력을 가꿔야 합니다. 한반도를 넘어 세계의 평화는 미래를 살아갈 우리에게 달려 있습니다.
--- 「7장, 지정학적 한계를 넘어, 한반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