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상한 것은 아이들이 ‘엄마는 영어를 못하는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아이들은 학교나 학원에서 내준 숙제를 하다가 모르는 것이 나와도 엄마에게는 물어보지 않고 퇴근 후 아빠가 오면 물어보았다. 자존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고백을 들은 뒤 간단한 테스트를 실시했다. 내가 확인한 바, 그 엄마는 일단 영어 단어를 읽지 못했다. 예를 들어 school, lion, pencil 같은 익숙한 단어들은 읽었지만 잘 모르거나 처음 보는 단어 앞에서는 입도 뻥긋하지 못했다. 영어 단어의 조합 원리나 각각의 알파벳 철자가 가지고 있는 소리에 대한 이해가 절대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이다.
---「Part 1 ‘말할 수 없는 비밀, 영어」 중에서
내게 상담 신청을 해오는 엄마들은 성격도 나이도 매우 다양하다. 30대 후반 에서 40대 초중반의,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가장 많고, 종종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 엄마들도 있다. 하지만 상담 내용은 나이를 불문하고 거의 비슷하다. 이제 나이가 들어 다시 영어 공부를 하기엔 늦은 것 같다, 출산 후 육아에만 전념하다 보니 경력이 단절되어 앞으로 무얼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토로다. 혹시 서른이라는 나이, 마흔이라는 나이가 부담되는가? 다시 영어 공부를 하기엔 늦었다는 생각이 드는가? 뻔한 말이지만 오늘이 당신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이다. 지금 시작하면 5년 뒤, 10년 뒤에는 오늘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향상된 당신이 되어 있을 것이다. 무얼 망설이는가?
---「Part 2 '해방 영어, 일단 시작」 중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f]를 정확하게 발음하는 것은 자신 없어 하지만 어떻게 발음하는지는 대략 알고 있다. 워낙 많이 들어왔고 연습도 많이 해보았기 때문이다. [f]는 윗니로 아랫입술의 윗부분을 살짝 깨물었다가 풀어주면서 내는 소리다. 하지만 윗니로 아랫입술을 물기만 해서는 제대로 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공기를 내뿜는 데 있다. 윗니로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고, 아랫입술을 문 상태로 입 안의 공기를 밖으로 쥐어짜듯 내뿜어야 정확한 발음이 난다. 나는 엄마들과 [f] 연습을 할 때 티슈를 한 장 들어 입술 앞에 놓거나 손바닥을 입술 앞에 갖다 대게 한다. 윗니로 아랫입술을 물고 공기를 내뿜는 연습을 집중적으로 하는 것이다. 이때 입술 앞에 있는 티슈는 같은 진동으로 계속 흔들려야 하며, 손바닥으로 내뿜는 공기도 일정해야 한다.
---「PART 3 ‘영어에서 공기 반, 소리 반이 뭐죠?」 중에서
오랫동안 수업을 하며 관찰해본 결과 ‘th’가 들어간 단어를 발음할 때 대충하거나 아예 잘못 소리 내는 경우가 많았다. ‘th’의 발음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하나는 번데기 발음이고 하나는 돼지 꼬랑지 발음이다. 피자를 주문할 때 두툼한 도우가 싫은 경우 우리는 ‘thin pizza’를 주문한다. 그런데 이때 ‘thin’을 제대로 발음하지 않고 ‘sin pizza’라고 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놀라운 상황이다. 원하는 것은 ‘얇은(thin)’ 피자인데 주문하는 것은 ‘죄(sin)’ 피자이기 때문이다. ‘얇은’을 의미하는 ‘thin’은 첫 음절이 ‘th’로 시작하므로 반드시 번데기 발음으로 소리 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라. 그래야 도우가 얇은 피자를 먹을 수 있다.
---「PART 3 ‘혀가 보여야 제대로 발음하고 있는 겁니다」 중에서
많은 분들이 영어를 재미없고 어려운 것으로 생각한다. 해방 영어반 수업에 참여하는 엄마들도 예외는 아니다. 그중에서도 무엇이 가장 어려웠냐고 물어보면 문법과 독해였다고 대답한다. 긴 영어 지문만으로도 숨이 막히는데 문법을 적용하는 것을 넘어 해석 후에 답까지 찾아내야 했으니 당연하다. 그래서인지 다시 영어를 시작하면서 가장 많이 하는 질문도 “문법도 공부해야 하나요?”이다. 그럼 나는 망설이지 않고 “네”라고 대답한다. 영어를 하면서 문법을 공부하지 않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문법’은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끼리 그 언어를 사용하는 데 필요한 규칙과 정보를 모아 놓은 것이다. 그래서 문법을 무시하고는 그 언어를 제대로 사용하기가 어렵다.
---「PART 4 ‘요즘도 옛날처럼 지루하게 문법을 배우나요?」 중에서
be 동사는 무엇인가? 일단 동사는 크게 일반 동사와 be 동사로 나눠진다. 일반 동사는 ‘달리다’, ‘공부하다’, ‘춤추다’처럼 어떤 동작이나 행동을 나타내는 말이다. 즉 주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려준다. 반면 be 동사는 ‘~이다, 있다’처럼 직접 동작은 하지 않지만 어떤 상태를 나타낼 때 쓰인다. 한마디로 존재를 설명해주는 말이다. be 동사에는 ‘am’, ‘are’, ‘is’ 세 가지가 있으며, 앞에 어떤 주어가 오느냐에 따라 am을 쓰기도 하고, are를 쓰기도 하며, is를 쓰기도 한다. 3개 모두 현재를 나타내는 be 동사이고, 과거형 be 동사로 ‘was’와 ‘were’가 있다. 문장에서 be 동사가 필요할 때 주어가 I라면 무조건 am을 사용해야 한다. 주어가 I인 문장에서 are나 is는 절대 쓰일 수 없다.
---「PART 4 ‘기본 중의 기본, be 동사 파헤치기」 중에서
정확한 발음과 파닉스 규칙을 끝내고 기본 문장까지 만들 수 있게 되면 나는 엄마들에게 숙제 하나를 내준다. 먼저 영어 그림책 한 권을 정한다. 가능하면 많이 알려진 것으로 정하는 편이다. 책이 준비되면 수업 시간에 다 같이 그 책을 읽는다. 포함되어 있는 CD를 듣기도 하고, 유튜브에서 해당 책을 읽어주는 원어민의 영상을 함께 보기도 한다. 그러고 나서 나와 함께 그림책을 읽는다.
이 과정을 마치고 나면 다음날부터 개인별 숙제를 해야 한다. 매일 그 책을 10번 또는 10번 이상 읽고 내가 나눠준 낭독표에 읽은 횟수를 체크하는 것이다. 읽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연습 후에 핸드폰으로 목소리를 녹음하여 나에게 보내야 한다. 그럼 나는 녹음본을 받아 학생의 목소리를 듣고 피드백을 한다. 잘한 부분에 대해서는 진심어린 박수와 칭찬을 보내고,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설명한다. 그리고 다음날, 어젯밤 받은 피드백에 유념하여 10번 이상 연습한다. 그런 다음 다시 나에게 녹음본을 보내야 한다. 이 과정을 5번, 그러니까 5일을 해야 한다.
---「PART 5 ‘낭독은 힘이 세다」 중에서
나는 종종 언어를 살아 있는 생물에 비유한다. 생생하게 살아 파닥거리는 생선의 모습이 언어와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끊임없이 파닥거리는 언어를 잡아 내 맘대로 요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는 한편 우리는 어쩌면 지금까지 영어라는 신선한 생선을 내 입에 맞는 음식으로 만들어 먹기 위해 애써온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제안하건대, 지금부터 대답만 하는 앵무새는 거부하라. 그러기 위한 최고의 방법은 의문문 연습에 집중하는 것이다. 실제로 의문문 만들기에 집중하고 나면 엄마들 얼굴이 발갛게 상기되어 있는 걸 볼 수 있다. 마음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연습 후 엄마들의 표정엔 그 어느 때보다 자신감이 넘치고 질문도 많다. 연습한 것 외에 다른 질문도 얼마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PART 5 ‘대답만 하는 앵무새는 거부합니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