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의 새로운 히어로, 블랙 쇼맨] 미스터리의 제왕 히가시노 게이고의 새로운 시리즈 〈블랙 쇼맨〉 최신간. 도쿄의 어느 골목에 위치한 ‘트립 핸드‘에는 바텐더 블랙 쇼맨이 있다. 그곳에 인생을 바꾸고 싶을 만큼 절박한 의문의 세 여인이 방문한다. 그들의 사건을 접수하고 마술같이 해결해 나가는, 속도감 있는 추리소설. - 소설/시 PD 김유리
“이 집은 내가 없으면 안 돌아가.” 그런 어머니의 독재는 말할 것도 없이 외동딸도 피 해갈 수 없었다. 일상생활의 하나부터 열까지 간섭을 당했다. 어머니가 좋아하는 옷만 입어야 했고, 머리 모 양도 마음대로 바꿀 수 없었다. 좋아하지도 않는 걸 배워야 했고, 반대로 배우고 싶은 건 시켜주지 않았다. 하루 일정을 책상 앞에 붙여놓고 그대로 따르지 않으면 혼을 내는 게 아니라 한탄을 했다. “널 위해 엄마가 힘들게 생각한 거야. 그런데 왜 엄마 말을 안 듣니? 엄마가 말하는 대로 하면 전부 잘될 거니까 쓸데없는 생각 말고 말하는 대로 해. 제발 부탁이다.” 어머니는 나나에의 인간관계에도 빈틈없이 신경을 썼다. 관리가 아니라 감시였다. --- p.111
“그 심정은 이해하지만 엄청난 호사네요.”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 생각했습니다. 이 나이까지 나름대로 열심히 일했거든요.” 기요카와는 자조하듯 웃었다. 마흔다섯 살, 결혼 이 력 없음. 그의 프로필에는 그렇게 적혀있었다. 마스터가 셰이커를 흔들기 시작했다. 셱셱, 기분 좋은 소리가 실내에 울려 퍼졌다. 기요카와가 겉옷 안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냈다. 손으로 몇 번 조작하더니 나미 쪽으로 화면을 내밀었다. “대충 찍은 거라 별로 잘 나온 사진은 아니지만 이런 느낌입니다.” 도로에 인접한 건물을 대각선 방향에서 찍은 사진이 화면에 떴다. 직사각형의 하얀 이층집이었는데 길에서 현관까지 계단으로 이어져 있었다. 건물을 둘러싼 화단이 푸르렀다. --- p.131
“주문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럼 그…… 싱가포르 슬링으로 주세요.” 유즈키의 말에 가미오의 오른쪽 눈썹이 꿈틀거렸다. “괜찮으시겠습니까?” 괴로운 추억을 떠올리게 할까 걱정한 것이리라. “네. 그 사람 생각에 젖고 싶어서요.” “무슨 소리야?” 야요이가 물었다. 도모야가 사고를 당한 밤에 마셨던 칵테일이라고 이 야기했다. “그랬구나…… 그럼 저도 같은 걸로 주세요.” 가미오는 “알겠습니다.” 하고 대답했다. “도모야 씨하고 여기 자주 왔어?” 야요이의 물음에 유즈키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 pp.182~183
“도모야 씨가 재혼한 건 아니지?” “재혼이라니?” “전에도 결혼한 적이 있었고, 그때 낳은 아이일지도 모르잖아.” 유즈키는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말도 안 돼. 그런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어.” 가시마가 파일을 가지고 돌아왔다. “사진이 있네요. 다카토 씨가 돌아가시기 얼마 전에 찍은 겁니다.” 그는 탁자 위에 파일을 펼쳐놓았다. 안에는 사진이 붙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