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킬레우스는 자신의 명예와 친구의 복수를 위해, 헥토르는 트로이를 위한 사명감과 의무로 최후의 결투를 치렀다. 그리고 마침내 아킬레우스는 헥토르와 맞서 싸워 이김으로써 친구의 원수를 갚았다. 그러나 두 영웅은 최후까지 투쟁을 선택함으로써 당당하게 자신의 운명을 맞는다는 점에서는 매우 유사하다. “이제야 그대를 제대로 알 것 같군. 그대의 운명도, 또한 그대를 쓰러뜨릴 자는 역시 내가 아니었던 것도 말이야. 그대의 가슴 안에 있는 마음은 진정 강철, 그 자체군. 하지만 나를 기억하는 신들이 그대에게 분노를 돌릴 것이다.”
---「제1장. 〈01.서양 최초의 문학작가, 호메로스〉」중에서
이 세상이 끝나는 날, 신(神)이 너와 나를 위해 과연 무엇을 준비해 두었는지 물으려 하지 말아라. 우리는 그것을 알 수 없기에. 그리고 바빌로니아 점술가들은 그때가 언제인지를 계산하려 하지 말아라. 무엇이, 어떤 상황이 우리에게 닥치더라도 그것을 받아들여라. (중략) 짧기만 한 이 인생에서 먼 희망은 접어야 한다. 우리가 이렇게 말을 하고 있는 동안에도, 시간은 우리를 시샘하며 멀리 흘러가 버리니, 내일이면 늦으리니. 카르페 디엠!
---「제1장. 〈06. 로마를 대표하는 서정시인, 호라티우스〉」중에서
오, 고귀한 희망의 여인이여! 당신의 도움으로 인해 내 소망은 이제 굳건하게 이루어졌소. 내가 지옥과 연옥을 거쳐 이곳 천국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볼 수 있었던 것은 오직 나를 향한 당신의 사랑 때문이었소. 당신은 온 힘과 정성을 기울여 나를 속박에서 자유의 몸으로 이끌어 주었소. 베아트리체, 당신의 큰 사랑을 내 안에 심어 당신이 치료해 준 내 영혼이 육체의 옷을 벗게 되는 날, 당신에게 기쁨이 되게 해주시오.
---「제2장. 〈01. 근대 문학의 지평을 연 시인, 단테 알리기에리〉」중에서
요즈음의 교황은 가장 어려운 일들은 베드로와 바울에게 맡기고, 호화로운 의식과 즐거운 일만 찾는다. 교황은 바로 나 우신(愚神) 덕분에 누구보다도 우아한 생활을 하고 있다. 왜냐하면, 연극이나 다름없는 화려한 교회 의식을 통해 축복이나 저주의 말을 하고 감시의 눈만 번쩍이며, 그것으로 충분히 그리스도에게 충성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기적을 행한다는 것은 이미 시대에 뒤떨어진 낡아빠진 관습이다. 민중을 교화하는 것은 피곤한 일이다. 성서를 설명하는 것은 학교에서나 할 일이다.
---「제2장. 〈03. 르네상스 최고의 인문주의자, 에라스무스〉」중에서
나는 당신을 배신했어요. 당신의 환관들을 유혹했고, 당신의 질투심 같은 건 아랑곳하지 않았죠. 나는 당신의 지옥 같은 하렘을 유희와 쾌락의 장소로 만드는 방법을 알았던 겁니다. (중략) 어떻게 당신은 당신이 하고 싶은 건 다 하면서, 내 욕망을 억제할 수 있는 권리를 가졌다고 생각했죠? 아니에요! 예속된 삶 속에 살았지만, 나는 늘 자유로웠어요. 나 스스로 당신이 만든 법도를 자연의 법칙에 맞게 고쳤고, 내 영혼은 언제나 독립성을 잃지 않았죠.
---「제3장. 〈01. 최초의 사회과학자, 샤를 드 몽테스키외〉」중에서
청빈의 서원을 하는 것은 무위도식하는 도둑이 되겠다는 서약을 하는 것이며, 정결의 서원을 하는 것은 하나님께서 명하신 가장 중요하고 가장 현명한 법을 영원히 짓밟겠다는 것을 약속하는 바이며, 순종의 서약의 하는 것은 인간의 양도할 수 없는 특권인 자유를 포기하는 일입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모든 서원을 지키면 하나님께 죄인이 되며, 지키지 않으면 맹세를 어기는 사람이 됩니다. 즉 수도자는 광신자나 위선자가 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제3장. 〈03. 급진적 계몽주의 사상가, 드니 디드로〉」중에서
우리 인간이란 언제나 자신을 남과 비교하게끔 만들어졌지. 우리의 행복과 불행도 그렇게 상대적이야. 그렇게 보면 세상에 고독만큼 위험한 것도 없지. 혼자 있으면 남들은 다 나보다 낫고 완벽하다고 상상하게 되어있어. 우리에게는 많은 것이 결여되어 있고, 남들은 그걸 다 갖고 있다고 상상하기 쉽지. 그리고 우리가 지니고 있는 것까지 남에게 주어버리지. 그래서 완벽하게 행복한 사람의 모습을 그리지. 실은 우리 자신이 만들어낸 환상일 뿐인데…….
---「제4장. 〈01. 독일의 대문호, 요한 볼프강 폰 괴테〉」중에서
저의 얼굴에 있는 웃음을 만들어 준 사람은 어느 왕입니다. 이 웃음은 온 세상을 덮는 절망을 상징합니다. 이 웃음은 증오와 강제된 침묵, 강렬한 노기와 절망을 의미합니다. 이 웃음은 고문이 만들어 낸 산물입니다. 이 웃음은 세력의 웃음입니다. 사탄에게 이 웃음이 있다면 신(神)을 단죄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영원한 것은 소멸되는 것들과 다릅니다. 절대적이므로 정의롭습니다. 그래서 신은 왕들의 행위를 증오합니다!
---「제4장. 〈03. 낭만주의 문학의 거장, 빅토르 위고〉」중에서
10시를 알리는 마지막 종소리가 아직 울려 퍼지고 있을 때, 마침내 그는 손을 내밀어 레날 부인의 손을 잡았다. 부인은 즉시 손을 뺐다. 쥘리앵은 자기가 무엇을 하는지도 모른 채 다시 그 손을 잡았다. 그는 발작적인 힘을 기울여 그 손을 꼭 쥐었다. 부인은 손을 빼내려고 마지막 안간힘을 썼으나 마침내 그 손은 쥘리앵의 손에 머물러 있게 되었다. 그의 마음은 행복으로 넘쳐흘렀다. 레날 부인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끔찍한 고통이 끝났기 때문이었다.
---「제5장. 〈01. 프랑스 사실주의 문학의 선구자, 스탕달〉」중에서
제르베즈는 자신의 무덤으로 들어가듯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 시각에 황폐한 모습으로 입을 벌리고 있는 건물 입구가 마치 굶주린 짐승의 아가리처럼 보였다. 그런데 한때 그녀는 짐승의 사체처럼 흉물스럽기 짝이 없는 이곳 한 귀퉁이에서 사는 꿈을 꾼 적이 있었다. 그때는 귀가 멀어 저 벽들 뒤에서 나지막이 울리는 크나큰 절망의 음악 소리를 미처 듣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 발을 들여놓은 후로 추락이 시작되었다.
---「제5장. 〈01. 프랑스 자연주의 문학의 창시자, 에밀 졸라〉」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