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되는 일이 없어” 라고 생각했던 하루가 누군가의 치밀한 계획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면? 이 소설은 그 질문에서 출발한 이야기 같았다.
살아가면서 운명 같은 순간을 마주할 때가 있다. 시간이 지나 생각해보면 아주 사소한 한 가지라도 변수가 있었더라면 이루어지지 않았을 일들이었다. ‘내가 그날 친구와 함께 나가지 않았더라면?’ ‘내가 그 시간에 버스를 타지 않았더라면?’ ‘그 시간에 내 전화를 받았던 사람이 단 한명이라도 있었다면?’ 그런 사소하지만 중요했던 조건들의 합이 특정한 사건을 만들어냈다. 그러한 사건이 내 인생에서 매우 큰 줄기를 만들어 낸다면, 이건 이렇게 될 수밖에 없던 필연적인 일이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이 소설은 사소한 우연의 조각들로 필연을 엮어내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머리아플만치 복잡한 조건들을 치밀하게 계획하여 우연을 만들어낸다. 우연의 사건 속에서 일어나는 사람들의 복잡하고 다양한 생각들까지 모두 고려해야한다. 빠져나갈 수 없는 촘촘한 거미줄 안에서 계획은 실행된다. 그들의 일을 눈치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당사자들은 우연속에서 본인들의 순수한 선택에 의해 일어난 일이라고 믿을 뿐이다.
“가끔 어떤 일이 일어나면, 사람들은 누군가 자신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또 가끔 어떤 일이 일어나면, 사람들은 누가 자기를 부추겼다고는 생각하지 않고 그냥 행동하게 되지. 그리고 가끔 어떤 일이 일어나면, 사람들은 현실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게 된다. ‘인생’이라는 로르샤흐의 잉크 얼룩을 다른 각도에서, 조금 다른 방향에서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이런 세 유형의 사건을 일으키는 것이 우리 임무다.” (p. 93)
우연에는 사랑을 이어주는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의 세계관을 바꿀 수도 있고, 예술이나 과학적 영감을 줄 수도 있고, 가족을 화해시키기도 하는 등 다양하다.
소설을 읽어나가며 궁금했다. 이런 계획을 짜는 이유가 뭘까. 저 당사자들은 어떻게 선택된 것일까. ‘우연 제작자들’이 필요한 이유는 뭘까. 궁금한 질문들에 답을 빨리 확인하고 싶어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계속 읽어 나갔다.
이 책은 우연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판타지 속에 로맨스와 스릴러도 적절하게 버무려 놓은 소설이다. 우연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은 어떤 방식으로 사랑에 빠질까? 그 만남은 정말 우연일까? 아니면 그것조차 다른 제작자가 만들어낸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스스로 우연을 만들어낼까? (개인적으로 앞에서 뿌려놓은 떡밥들을 모두 회수해 결말을 맺는 스타일이 맘에 들었다.)
재미있는 상상으로 시작한 이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흥미로운 소재의 장편소설 한 권을 읽고 싶다면 <우연 제작자들>을 읽어봐도 좋을 것이다.
이 글은 ‘책과콩나무’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의 주인공인 가이, 에밀리, 에릭은 아주 독특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우연 제작자 수련 과정' 75기의 동기라는 것입니다. 거대한 태풍을 불러 일으키는 지구 반대편의 나비날개가 펄럭이도록 설득하여 작은 우연을 만들어내는것이 그들의 임무인데요, 성격도 외모도 너무나 다른 세사람이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우연을 제작하기위해 고군분투하며 삶에 대해 깊이 고뇌하는 모습을 보면 세상의 인과관계나 인생이 변화하기 시작하는 지점은 어디인지 저도 계속 생각하면서 읽게 되더라고요. 작가님의 기발한 상상력 덕분에 아주 재미있는 소설이었습니다.
우연 제작자들
이 책은
이 책 『우연 제작자들』은 소설이다. 장편 소설.
저자는 요아브 블룸 (Yoav Blum), <인구 900만 명의 이스라엘에서 데뷔작인 《우연 제작자들》을 5만 부 넘게 판매한 베스트셀러 작가. 출간한 3권의 책이 모두 이스라엘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특히 《우연 제작자들》은 13개 언어로 번역 출간되며 전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세상의 모든 사건은 두 가지로 나뉜다. 우연이거나 필연이거나.
그렇다면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운명적인 만남이나 결혼, 생명의 탄생, 범죄 등 여러 가지 일들은 과연 우연히 일어나는 것일까, 아니면 누군가의 손에 의하여 필연적으로 일어나게 되는 것일까
이 작품은 바로 그런 생각으로, 우리들 모르게 인생이라는 무대 위에서 우연을 계획하는 ‘우연 제작자’들의 손에서 만들어진다는 설정을 지닌 작품이다.
이 소설 속에서 우연은 치밀한 계산 끝에 만들어진 기획 작품이라는 설정 하에 이야기가 진행이 된다. 소위 우연제작자들이 도판에 다이아그램을 그려가면서 수십 가지의 경우를 생각해 가면서 치밀하게 그 우연을 만들어 나간다는 것이다.
주인공 - 우연 제작자 세 명 -
이 책에 등장하는 우연 제작자 중 주요인물은 모두 세 명이다.
가이, 에밀리, 에릭.
이들은 우연제작자 수련 과정 (87쪽)에서 수업을 받게 된다.
그들은 16개월 동안 우연 만드는 방법을 배운다. (91쪽)
수업 내용도 재미있다,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보자.
인연 맺기 개론 I (129쪽)
연상 작용 개론 I (133쪽)
이런 수업을 통해, 이 세상의 인과관계가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 알 수 있다. (91쪽)
인연 맺기에는 단 3개의 요소면 가능하다.
젊은 남자와 젊은 여자, 그리고 길모퉁이.
남자가 한쪽에서 걸어오게 하고 여자는 다른 쪽에서 걸어오게 한 다음, 모퉁이에서 정확하게 서로 부딪히게 만드는 거지. (129쪽)
실제로 우연 제작 작업은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우연과 인연 맺어주는 우연.(123쪽)
우연 제작자 - 그들은 어떻게 일을 하는가
에밀리, 그녀는 우연제작자다, 그녀가 일하는 모습을 살펴보자.
방금 완료한 임무에 관한 크고 자세한 다이어그램이 벽에 그려져 있었다.
가운데에 ‘셜리’라고 적힌 원이 하나 있고, 두 번째 원에는 ‘댄’이 적혀 있었으며, 그 둘에서 뻗어나가는 선이 수없이 많이 그려져 있었다. 그 옆의 기나긴 목록에는 성격 특징, 장래 희망, 욕망 등이 쓰여 있었다. 그리고 파란색 선(수행할 행동), 빨간색 선(위험 요소), 점선(발생할지도 모르는 사건), 검은 선(고려해야 하는 연관성)으로 연결된 원도 엄청나게 많았다. (41쪽)
어떤 경로를 통해서 우연이 제작되는지, 그 우연을 만들기 위해 우연제작자는 어떤 작업을 하는지 짐작이 될 것이다. 다이어그램, 제작 과정도 흥미롭다.
이 소설, 초반은 버텨라. - 중간부터 재미있어진다.
이 소설 초반은 조금 지루하다. 그래서 집중이 되지 않는다.
등장인물 상호간에 관계가 얼른 파악되지 않는다. 게다가 생전 처음 만나는 ‘우연 제작’이란 설정이 낯서니, 이야기 줄거리조차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203쪽에서 알베르토 브라운이란 인물이 소개되면서, 갑자기 달라진다.
이야기가 재미있어지는 것이다. 그 인물의 힘이다.
그러니 소설을 쓸 때에는 흥미를 자아내는 인물 창조가 필요한 것이다.
그가 이 소설에서 주인공이 아닌 주변인물이지만, 이야기에 활력을 불어넣는 인물인 것은 분명하다.
그가 나타남으로 해서, 그간 우연 제작자들이 한 일이 드러나게 되고, 그 다음 벌어질 사건에 ‘우연’이 작동되기 위해서는 가이가 무언가 해야 하는데.....
소설엔 언제나 반전이 있다.
이 소설, 의외로 재미도 있거니와 의미도 있다.
우연이란 요소를 매개로 하여 인생을 돌아보게 만드는, 그 무엇!
우연이 과연 우리 인생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심각하게 생각해 보게 된다.
그리고 스포일러가 될까봐 조심스러워서 이정도 말해둔다.
반전이 기막히다. 그 반전을 위하여 이 소설의 앞부분 지루한 것쯤, 참고 읽을 가치가 있다.
이런 대사 관심을 끈다. 연상되는 발언이 있다.
에릭은 택시에 올라 그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헤어짐이란 이토록 달콤한 슬픔이니.” (84쪽)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에 나오는 대사다.
“안녕, 안녕히! 이별은 너무나도 달콤한 슬픔이네요.”
‘parting is such sweet sorrow’
그러나 한편으로, 자네를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좀 슬프다네. (329쪽)
찰리 채플린이 한 말이 떠오른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Life is a tragedy when seen in close-up, but a comedy in long-shot."
다시, 이 책은
독자인 우리가 실제 우연제작자 수련 과정에 참여할 수도 있다.
중간 중간에 들어있는 별지 교재다.
《우연학 개론》 1부에서 발췌
《우연 제작의 기술―1권》에서 발췌
우연 제작에 관한 고전 이론과 인과관계 강화를 위한 연구 방법론
《우연 제작의 목표 결정법》 서문에서 발췌
‘자유로운 선택, 경계선, 그리고 경험에 의한 법칙’ 수업 실습 교재 3부(인간의 경계선)에서 발췌
《우연 제작업 발전사의 핵심 인물들》에서 발췌
우연 제작자 후보생에게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작성된 문서에서 발췌
《우연학 개론》 1부에서 발췌
이런 교재를 읽으면서, 실제 우연제작의 세계로 들어가 보는 상상을 해보면 어떨까
이 소설, 우리 인간의 상상력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그 한계를 보기 좋게 넘어선다.
읽고나면 그래서 상쾌해진다. 인생이란 무엇인가도 생각하게 되니 그야말로 일석이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