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소설가 전건우의 에세이다. 이 작가의 작품을 많이 읽지 않았지만 읽은 작품들은 재미있었다. 장편 소설 두 편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밤의 이야기꾼들>과 <고시원 기담>이다. 이 에세이의 마지막 부분에 한국에서 호러 작가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이 분야를 고수하기 위해 그가 어떤 작품들을 썼는지 조금씩 알려준다. 덕분에 그의 작품 목록을 검색하고 이전에 읽었던 단편의 평을 찾아봤다. 자세한 감상은 보이지 않지만 ‘재밌다’는 글은 보인다. 이 감상들이 조금씩 쌓여 언제부터인가 믿을 수 있는 공포소설가가 된 것 같다. 그런 그가 쓴 얇은 에세이니 그냥 지나갈 수 없었다.
호러에 대한 그의 기억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가 끝내주는 영화라고 말한 <13일의 금요일>이나 <나이트메어> 같은 영화를 어릴 때 보고 심장이 엄청 떨린 기억이 있는 나에게 그의 그 반응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물론 어느 순간 공포 영화를 보면서 웃음 코드를 발견한 순간이 있지만 여전히 공포 영화는 나와 잘 맞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수없이 본 공포 영화들은 무엇인지... 아마 이 이율배반적 감정을 잘 표현한 것이 그가 들려준 초등학교 시절 경험들이 아닌가 생각한다. 영화 등을 보는 순간 감정 이입되지만 끝나는 순간 나의 안전을 확인할 수 있고, 다시 순간적으로 경험하고 싶은 마음 말이다. 이런 경험 자체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공포 영화 근처도 가지 않는다.
그가 공포라는 장르에 빠졌을 때 경험한 일들이 나오는데 보통 어린 시절 한두 번 정도 시도하는 일이다. 하지만 이렇게 꾸준히 공포를 탐닉한다면 어떨까? 그의 글을 보면 타고난 말빨과 이야기 재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후천적인 노력도 상당히 있었다. 이야기꾼이었던 그를 보면서 잠시 이야기를 잘했던 학창 시절 친구가 떠올랐다. 지금 뭐하고 있을까? 지금은 폐지되었지만 나도 <전설의 고향>을 좋아했었다. 나이가 들어 새롭게 나온 <전설의 고향>은 거의 보지 않았지만 그 이전에 나온 것들은 한때 즐거움을 준 프로그램이다.
이제는 아련한 비디오 가게 이야기와 19금을 빌리는 방법 등은 나에게 해당사항이 없다. 그가 보고 싶어한 공포 영화는 내가 보고 싶었던 것들이 아니었다. 영화 잡지에 나온 공포 영화라면 또 달랐지만. 그가 에세이 속에서 말한 수많은 공포 영화 중 시리즈 중 유명한 것들은 한두 편씩 본 것 같다. 영화에 대해 알고, 영화에서 공포를 조성하는 것은 장면이 아니라 음악이란 것을 알게 되면서 조금 시들해졌다. 실제 소리를 끈 공포 영화는 무서움이 훨씬 줄어든다. 이것은 공포 소설을 읽을 때도 해당된다. 그 상황을 설명하는 장면에서 의성어가 빠지고, 너무 자세한 상황 설명이 들어가면 집중력이 떨어지는 나 같은 사람은 그 속에서 미아가 되어 공포를 누리지 못한다.
그가 사랑한 공포 소설가 중 킹은 한때 아주 빠졌던 작가(지금도 마찬가지다)고, <검은 집>은 왠지 모르게 밋밋했다. 오히려 유일한의 소설들이 더 무섭게 다가왔다고 해야 하나. 지금도 공포 영화는 잘 보지 않지만 공포 소설은 자주 본다. 나의 상상력이 작가의 연출과 맞아 떨어지는 순간 잠시 호흡을 멈추고 심호흡을 한다. 너무 빠지면 공포에 서늘함을 느껴 잠 못 들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서 이 싱크율이 점점 떨어지면서 공포감을 잘 느끼지 못하는 순간들이 늘어난다. 단순히 자극적인 것보다 천천히 쌓아올린 공포에 더 놀라고, 현실이 너무 잔혹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공포 소설이 무서우면 잠시 현실을 잊는다. 작가는 이 책을 호러에 바치는 연애편지라고 읽고 난 지금 동의한다. 다음에 더 많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으면 좋겠다. 당연히 공포 소설은 더 많이 출간해주고 말이다.
어릴적엔 나도 전설의 고향하면 죽고 못 살 정도로 빠져 살던 때가 있었다. 가정 형편이 좋은편도 아니었는데 내 방엔 TV가 따로 있었고 내 또래 아이들이 다 좋아하는 만화는 좋아하지도 않았으면서 전설의 고향은 매주마다 챙겨보는 조금은 별난 아이였던 것도 같다. 더군다나 형제도 없었으니 불꺼진 방에서 혼자 전설의 고향을 보는 쫄깃함과 두근거림은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저학년과 고학년의 경계선에 있던 그 시절 보긴 봐야겠으나 무섭긴하고 그럼에도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TV를 틀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귀신! 보통 아이라면 눈을 감았겠지만 나는 특이하게 귀신 얼굴이 몇초간 흘러나올동안 눈도 깜빡이지 않고 화면을 노려보곤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너무 웃기기만한 기억이다.
이런 나의 대담하기도하고 귀엽기도 했던 유년 시절 기억은 공포소설가 전건우 작가의 에세이 <난 공포소설가>를 읽으면서 겹쳐져 왜이리도 반갑고 재밌던지! 아무래도 연배가 비슷하고 시골에서 자랐던 경험이 있어 에세이 속에 등장하는 폐가의 장면에선 눈감아도 떠올려지는 어릴 적 주변 풍경으로 인해 굉장한 몰입감을 느꼈던 것 같다.
처음 <난 공포소설가>를 받았을 땐 그간 읽었던 전건우 작가의 작품과 다른 에세이라 신선하게 다가오긴하였으나 두께감이 얇아 약간의 실망감도 있었는데 에세이를 읽기 전엔 다른 작가와 큰 차별을 두지 않았다면 에세이를 읽으면서는 인간적으로 무한 공감대가 느껴져 생각지도 않았던 친근감에 괜히 나혼자 민망한 기분이 드는 묘한 상황을 마주하게도 되었다.
사실 전설의 고향을 좋아했던 어린 시절 이후 공포물에서 장르가 옮겨가며 시들해졌다가 최근에서야 공포 소설을 읽기 시작하면서 꽤 다양한 이야기와 접근 방식에 새삼 놀라곤하는데 독자층이 다양하진 않지만...심지어 사양길로 접어들어 출판계에서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지만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한결같은 지고지순함으로 이야기를 탄생시키는 공포 작가의 처절하지만 강단있는 이야기가 적잖이 감동스럽긴했다.
공포소설보다 더 재밌어서 후루룩 읽어내려갔던 전건우 작가의 에세이 <난 공포소설가>, 이 책을 읽고는 서점에서 만나게 되는 공포 소설에 매몰차게 등을 보일 수 없을 것 같다.
오늘 읽은 책의 제목은 <난 공포소설가> 입니다.
와우, 완전 제 취저(취향저격)!! 책이었어요.
이 책 한권으로 전건우 작가님 팬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제목만 보고.. 오잉 뭐지???? 공포소설인가??..아닌가??했는데
세상에~ 정말 사랑스러운 ^^ 공포/호러에 보내는 연.애.편.지 였습니다.
연애편지라고 말했듯,
이 책에는 지금껏 살아오면서 내가 특히 사랑했던 호러 장르 작품에 대한
애정어린 찬사와 추억담이 들어있다.
연애편지란 아무리 길게써도 발송하고 나면 꼭 못한 말이 남기 마련인데
호러에 대한 내 사랑도 그랬다.
소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내 마음을 이 책 가득 담았다.
..세상에 둘도 없는 '호러'에 대한 기나긴 연애편지를 재미있게 읽어주시길 바란다.
p6-8 프롤로그 중에서..(저는 완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작가님의 진심이 오롯이 전해지셨나요?^^
전건우 작가님은 <전설의 고향>을 보며 카타르시스를 느꼈고
<프랑켄슈타인>을 읽으며 자신의 이야기꾼으로서의 자질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13일의 금요일>에서 위로를 받았으며,
<링>을 읽으면서 미래를 설계하셨다니..
이쯤이면 호러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시겠지요?^^
저 또한 <전설의 고향> 애청자로서,
그 중의 원탑을 고르라면 단연 "내 다리 내놔!!!!!" 였는데..
(아 정말 그 한쪽 다리가 잘린 시체가 겅중겅중 뛰면서 쫓아오는 장면은 완전 대박이었죠!!!!!)
그 시절 <공포특급>도 표지가 너덜거리도록 보았고..
<세계의 불가사의>도 정말이지 너무 좋아했는데..
하하 이쯤되면 저도 호러광인가요.
새록새록 추억 샘 솟는 그때 그 시절 호러 작품들,
그리고 홍콩 할매 귀신, 빨간 마스크 귀신 이야기..
작가님의 추억담과 함께 저의 추억 또한 떠올리며 읽으며
혼자 낄낄- 거리기도 했고, 뭔가 아련해지기도 했네요.
알바의 끝판왕, 바로 전설의 <시.체. 닦.이.> 아르바이트 관련해서는
정말이지..함께 영안실에 들어갔다나온 기분이 들만큼 생생하게 그 무서움이 전해졌습니다.
역시.. 영화와 현실은 다른거군요;;;;;
그리고 <캐리>, <검은 집>, <링> 도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어른이 된 지금 다시 읽어도 여전히 그때 불을 켜고 자야했을 만큼
머리칼이 쭈뼛쭈뼛+ 오싹오싹하게 무섭겠지요?^^
작가님의 다음 호.러 작품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호러를 사랑하고 호러의 부활을 꿈꾸는 모든 분들께 추천하고 싶어요.
호러로 대.동.단.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