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어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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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총점 9.2 (75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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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영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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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셰어하우스』요즘 우리의 로맨스 소설 평점8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h*****9 | 2019.12.19 리뷰제목
몇 년전 한 케이블 방송사에서 <청춘시대>라는 드라마를 했었다. 여러 명의 여성이 함께 모여 사는 셰어하우스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았다. 청춘들의 사랑과 우정 혹은 삶에 대해 말하는 드라마여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다. 그로 인해 시즌2까지 진행되어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드라마 <청춘시대>가 여성들이 한 집에 모여사는 걸 말했다면 베스 올리리의 『셰어하우스』는
리뷰제목

몇 년전 한 케이블 방송사에서 <청춘시대>라는 드라마를 했었다. 여러 명의 여성이 함께 모여 사는 셰어하우스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았다. 청춘들의 사랑과 우정 혹은 삶에 대해 말하는 드라마여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다. 그로 인해 시즌2까지 진행되어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드라마 <청춘시대>가 여성들이 한 집에 모여사는 걸 말했다면 베스 올리리의 『셰어하우스』는 남녀가 함께 살아가는 내용이다. 물론 한 공간에서 살아가다보면 공식처럼 사랑에 빠지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우리의 주인공 티피는 실용서를 주로 출판하는 편집자다. 아주 작은 출판사이며 거의 최저임금에 가까운 급여를 받는다. 캐서린의 코바늘 뜨기 책을 만들고 있다. 문제는 몇 번의 이별과 재결합을 반복하던 남자친구 저스틴에게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거다. 저스틴의 집에서 나와야 하는데 그녀가 가진 돈으로는 런던에서 비싼 월세를 감당할 수 없다. 그래서 찾은 게 페이스북에서 발견한 셰어하우스 광고였다.

 

27세의 야간 근무 간호사, 평일 오전 9시에서 6시 사이에만 집에 있으며 나머지 시간은 모두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평일 오후 6시부터 아침 9시까지 단돈 350달러다. 그가 남자라는 것이 조금 걸렸지만 서로 마주칠 일이 없으니 괜찮겠다며 수상한 동거가 시작되었다. 음식을 많이 하면 남겨 놓고 그 옆에 포스트잇으로 쪽지를 남겨 서로 소통했다. 남겨진 쪽지 위에 답장이 계속 쌓이게 되니 냉장고며 식탁, 화장실 등 포스트잇으로 도배가 되었다.

 

 

 

 

사람은 얼굴을 마주 보고 이야기를 나눠야만 사랑에 빠지는 것이 아니다. 서로 글로 대화를 하다가도 사랑에 빠지는 경우가 아주 많다. 채팅으로 연애를 하다가 결혼하는 커플이 많듯 이들에게도 사랑이 찾아오는 건 당연하다. 리언 투메이에게는 케이라는 여자친구가 있지만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편해졌다. 말이 없고 단정한 침묵이 어울리는 야간 간호사 리언과 말이 많고 다정한 빨간머리 티피는 어쩌면 꼭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 침대를 함께 사용하지만 실제로 만나지는 않은 관계, 그렇지만 서로의 옷 취향을, 음식 맛을, 서로가 가진 냄새를 알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

 

티피와 리언의 시점이 번갈아 가며 진행되는 방식이다. 티피와 리언은 모르지만 독자들은 서로가 가진 마음을 알 수 있는 방식이기도 하다. 리언이 집을 세 놓을 수밖에 없었던 사연은 동생 리치의 변호사 비용 때문이었다. 자기가 하지 않은 일로 인해 감옥에 들어가 있는 리치는 항소심을 앞두고 있다. 리치를 꺼내려면 변호사 비용을 댈 수 있어야 했다. 리언이 티피에게 결정적으로 마음을 열게 된 이유도 리치를 대하는 티피의 태도와 말이었다. 케이는 리언이 쉬는 주말 리치에게 가는 게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리치의 말을 제대로 믿지도 않았다. 반면 티피는 리치에게 마음을 터놓고 그가 하는 말에 귀기울였다. 어떻게 하면 리치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생각했다. 사람에게는 이러한 다정함이 필요하다. 아무리 연인사이여도 가족에 대한 무관심은 견디기 힘들다.  

 

앞서 드라마 <청춘시대>를 말했었다. 그 드라마에서 예은(손승원)에게 남자 친구가 데이트 폭력을 가했었다. 이 소설에서 저스틴이 티피에게 가스라이팅(타인의 마음에 자신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켜 현실감과 판단력을 잃게 만듦으로써 지배력을 행사하는 것)을 한다는 것이다. 다른 여자와 약혼까지 했다면서 티피가 일하는 장소에 나타나 그녀를 자기 마음대로 다루려고 했다. 티피 스스로 저스틴에게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두 사람의 로맨스가 주를 이루지만 주변 사람들의 따스한 마음을 엿볼 수 있는 소설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리언이 과묵하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졌다는 것이 중요하다. 병원에서 홀리를 대하는 감정, 그리고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프라이어 씨에게 전쟁중에 만난 연인 조니 화이트를 찾는 과정은 실제로는 보기 힘든 일일 수도 있다. 이러한 일들을 리언은 말없이 한다는 거다. 그런 그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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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너와 나의 사랑은 우리 사랑으로 갈무리되다. 평점10점 | n*****9 | 2020.01.03 리뷰제목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1인 생활 확산으로 사회 여러 면에서 변화를 가져오는데 여러 형태 중 하나가 주거 형태의 변화다. 셰어(share)와 하우스(house)의 합성어인 셰어하우스의 확산은 여럿이 집을 공유하며 개인적인 공간인 침실은 따로 사용하지만, 거실·화장실·욕실 등을 공유하는 생활 방식 확대를 의미한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야간에 일하는 간호사는 자신이 일하러 간 동안
리뷰제목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1인 생활 확산으로 사회 여러 면에서 변화를 가져오는데 여러 형태 중 하나가 주거 형태의 변화다. 셰어(share)와 하우스(house)의 합성어인 셰어하우스의 확산은 여럿이 집을 공유하며 개인적인 공간인 침실은 따로 사용하지만, 거실·화장실·욕실 등을 공유하는 생활 방식 확대를 의미한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야간에 일하는 간호사는 자신이 일하러 간 동안 아파트(방과 침대)를 셰어한다는 광고를 냈다. 이를 본 티피는 한 달에 350파운드를 내고 시간대를 달리하는 한 집에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아파트 주인인 리언은 계획된 범죄의 희생양으로 복역 중인 동생 리치의 변호인에게 줄 수임료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같은 장소에서 시간대를 달리한 티피와 리언의 한집살이는 이로써 시작되었다.

 

   실용 도서를 만드는 출판사 편집자로 일하는 티피는 저스틴과 이별 후 혼자가 되면 아주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말로 자기를 위로하며 고통스러운 시간을 상쇄하여 갔다. 저스틴은 첫 순간부터 티피의 마음을 사로잡아서인지 자기 본위대로 움직이며 티피와 사귀면서 둘은 숱한 다툼과 이별을 반복하였다. 딴 여자를 찾아 떠난 저스틴은 티피의 직장 동료에게 접근해서는 그녀의 행적을 찾아 나섰다. 저스틴은 용의주도한 계획으로 이뤄진 티피와의 만남은 그녀를 곤란하게 했고, 다시 그녀에게 돌아와서는 자신과 결혼해달라고 애걸한다. 출판 기념회가 열리던 유람선에서 저스틴을 마주쳤을 때부터 그녀의 집 앞에 거대한 꽃다발을 갖다 놓은 일, 다른 곳에서의 출판 기념회까지 찾아와 일을 벌였다. 그는 그녀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의도적으로 그녀를 따라다니면서 정신적ㆍ신체적 피해를 주는 스토커로 집착이 낳은 이지러진 사랑의 폐해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불가피한 고통의 시간을 좀 더 편안하게 해주는 호스피스 병동에서 일하는 리언은 변화를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티피와 다른 시간대에 같은 공간을 점유함으로써 그의 일상적인 패턴이 바뀌기 시작했다. 자신을 돌보지 않고 여러 남자와 사귀며 지내온 어머니를 보면서 허허로웠던 리언은 동생 리치와 마음을 터놓으며 형제애가 두터웠다. 그는 무장 강도 혐의를 받고 수감 중인 가공된 죄인 리치의 무죄를 입증하는 일에 관심이 쏠렸다. 속박의 시간을 보내는 리치는 전하고 싶은 내용을 편지에 담아 리언과 소통하였고 그 내용을 티피와 공유하였으며, 티피 역시 리언과 포스트잇 쪽지를 주고받는 가운데 두 사람의 일상을 담아갔다. 리언이 동생 리치를 사랑하는 것처럼 그를 사랑하지 않는 케이와는 결별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기품 없는 말들이 무성한 시대에 상대를 떠올리며 전하는 메시지에는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한 번 내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고 영양가 없는 말들은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히고 허공으로 흩어져버린다. 정해진 규칙을 따르며 절제하는 삶에 익숙한 리언은 포스트잇에 일상을 담으며 티피에게 자신의 심경을 전하였고 서로 다른 시간을 사는 인생을 공유해갔다. 일 마치고 들어오는 이를 배려하는 음식은 다채로운 것들로 채워졌고, 둘은 준비한 음식을 맛보며 함께하는 생활에 물들어갔다. 쪽지 하나에도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붓는 티피와 리언은 서로의 영역에 서서히 침범하며 그들만의 인생을 채워갔다.

  

   살다 보면 뜻하지 않은 일들로 일상의 균열이 일어나고, 되돌릴 수 없는 일은 금기의 벽을 허물어 관계가 좋아지는 기폭제가 되기도 한다. 케이와 헤어진 뒤 시간이 남아돈 리언은 욕조 안에서 속옷 차림의 티피와 마주친 뒤 셰어하우스 첫 번째 조건을 파기한 둘만의 비밀은 서로를 향한 그리움으로 작용했다.

   

   ‘뇌는 고통에서 스스로를 구해내려고 신기한 일을 참 많이 해. 너도 모르는 사이에 비밀을 지키려고 있는 힘을 다 쓰기도 하고…….’(212)

   청춘 시절을 함께 보낸 삼총사 티피·거티·는 서로의 인생에 깊이 관여하며 더 나은 삶을 지향하는 일에 관심을 두고 있다. 일방적인 이별 통보로 힘들어하던 티피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은 두 친구는 우정의 진가를 가늠케 한다. 리치의 무죄를 변론하는 일에 적극적인 거티는 항소심에서 결정적인 단서로 그가 무죄임을 끌어내려 온 힘을 다했다. 이전의 변호인 살과는 대조적인 거티의 모습은 일이 잘 풀려 리치가 무혐의로 풀려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에 설레게 하였다.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프라이어 씨는 전쟁 중 같은 연대에서 복무했던 조니 화이트를 만나고 싶은 바람이 컸다. 그를 찾아 빅토리아역에서 브라이턴역으로 가는 길에 리언과 티피는 동행하였다. 생을 마감하는 날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나 그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영면에 들고 싶은 프라이어 씨의 소망을 현실화하는데 둘은 다리 역할을 자청하였다. 마음 씀이 넉넉한 리언은 호스피스 병동에 머무르는 환자들을 정성으로 돌보는 간호사로 다친 마음을 치유하는 길에 기꺼이 나섰다. 하지만 그는 티피에게 빠져 있지만 서두르고 싶지 않은 마음이 앞서 수동적으로 다가설 뿐이다.  

   

   휴정 중, 출간 행사에 참석한 티피가 저스틴의 청혼을 승낙하는 장면이 찍힌 영상을 보고 리언의 기쁨과 설렘은 반감되었다. 티피의 전 남친 저스틴은 대중 앞에서 기습적으로 그녀와의 결혼을 조작하였지만 리언은 그 사실을 몰랐다. 영상에 비친 장면을 믿을 수 없는 리언은 진실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으나 리치의 항소심이 열리는 법정에서 이탈할 수가 없었다. 재판정에서 무죄 선고에 대한 희망으로 빛나는 리치의 눈은 밝게 빛났으나 리언은 백일몽을 꾸는 기분으로 그에게 기계적인 미소를 보낼 뿐이었다. 티피의 마음을 믿고 싶었지만 동영상 자료는 저스틴의 청혼을 수락하는 티피로 보일 뿐이다.

  

   ‘자신을 구할 사람은 자신뿐임을 상기한다. 남이 해줄 수 있는 최선은 당사자가 준비되었을 때 옆에서 도와주는 것뿐이다.’(419)

   깨어 있는 시간 티피는 대부분 리언을 생각하며 보냈고, 리언 역시 티피를 그리워하면서도 저스틴이 놓은 덫에 걸려 감정의 파고를 넘나들며 허우적거렸다. 동영상에 대한 오해로 냉각된 둘은 마침내 그 자료가 저스틴의 계략에서 나온 것임을 알아차리고 관계 회복에 나섰다. 서로에 대한 열망과 갈증을 덮고 인고하던 시간을 끝내고 사랑을 키워가는 연인으로 자리했다. 범죄를 조장하는 시스템의 희생양이 된 리치는 수감 생활을 버티기 위해 감옥에 있는 것을 받아들이면서도 언젠가는 질곡의 시간을 벗어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놓지 않았다. 항소심이 열린 후 변호사 거티의 거침없는 변론으로 리치는 마침내 무죄 판결을 받고 자유인이 되었다.

 

    감성이 풍부하면서도 절제력이 뛰어난 리언은 닫힌 창으로 세상을 볼 때가 있었다. 프라이어 씨는 많은 세월이 흐르는 동안 가슴이 시키는 일을 뒤로 한 채 살아온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지금 만나고 싶은 사람을 놓치지 않는 적극성을 띨 필요가 있다고 리언에게 충고했다. 상대에게 사랑하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며 한 발짝 다가서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함께 성장하는 길을 모색할 때, 너와 나의 사랑은 우리 사랑으로 발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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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행동한다 평점8점 | r*********s | 2019.12.19 리뷰제목
나는 로맨스 소설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없다. 오래전에 사랑의 설렘에 들뜨는 나이를 지나왔고 뻔한 결말로 가는 식상한 과정에 싫증이 났기 때문이다. 현실적이면서도 신선한 이야기를 원했다. 사랑은 환상이 아니고 현실이니까. 은근한 밀당과 자존심을 내세우는 로맨스 소설은 너무도 흔하다. 색다른 느낌을 건네면서도 사랑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뜨거운 감동을 바란다면 나의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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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로맨스 소설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없다. 오래전에 사랑의 설렘에 들뜨는 나이를 지나왔고 뻔한 결말로 가는 식상한 과정에 싫증이 났기 때문이다. 현실적이면서도 신선한 이야기를 원했다. 사랑은 환상이 아니고 현실이니까. 은근한 밀당과 자존심을 내세우는 로맨스 소설은 너무도 흔하다. 색다른 느낌을 건네면서도 사랑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뜨거운 감동을 바란다면 나의 욕심이 과한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베스 올리리의 『셰어하우스』는 내가 원하는 그런 소설이었다.

 

소설은 제목 그대로 집을 나누어 사용하는 이야기다. 은밀하고 정확하게 말하자면 침대를 공유하는 일이다. 여주인공 티피는 실용 서적을 만드는 출판사의 편집자다. 함께 지냈던 남자친구 저스틴과 헤어지고 새로운 거주지를 찾아야 한다. 세상 어디나 나만의 공간을 구하는 일은 어려운 법. 그런 티피가 발견한 광고는 정말 기발하고도 놀라웠다. 평일 낮을 제외하고 나머지 시간은 티피의 공간이 될 수 있다는 호스피스 병동에서 야간 근무를 하는 간호사의 광고였다. 그가 스물일곱 살의 남자라는 조건을 따질 필요도 없다. 티피와의 면접도 그의 여자친구 케이가 했으니 마주칠 필요도 없다고 여겼다. 광고를 낸 리언도 마찬가지였다.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간 동생 리치의 항소심 준비로 돈이 필요했다. 생활 패턴이 다르니 조심할 일도 없고 리언의 사정을 아는 여자친구도 동의했다.

 

티피와 리언의 시선이 교차로 서로에 대한 생각과 일상을 보여준다. 나와는 완벽하게 취향이 다른 이가 남긴 흔적을 발견하는 일은 당황스러운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동거 아닌 동거를 하는 티피와 리언은 서로의 일상에 조금씩 눈길이 간다. 리언이 읽은 책, 티피가 만든 음식이 그러했다. 활동 시간이 다른 티피와 리언은 통화가 아닌 포스트잇에 메모를 남기면서 의견을 교환한다. 통화 버튼만 누르며 영상 통화를 할 수 있는 시대에 이처럼 아날로그적 소통이라니. 고백하자면 나는 작가의 이런 설정이 좋았다. 정해진 공간이 아닌 집 안 곳곳에 필요할 때마다 메모를 남긴다. 밤 근무를 하고 힘들었을 리언에게 티피가 남긴 메모와 음식은 훌륭했다. 필요한 질문이나 조율할 일도 모두 포스트잇 하나면 충분했다. 아주 사소한 것들에 대한 알림을 시작으로 한 메모는 서로의 안부를 묻고 응원하는 마음으로 이어졌다. 포스트잇을 쓰면서 답장을 기다리고 또 그에 대한 답을 쓰는 짧은 순간에 서로를 생각하며 미소를 짓는 일. 가장 로맨틱하고 아름다운 장면이 아닐까.

 

냉장고 문에 이마를 잠시 얹었다가 종이 쪼가리와 포스트잇 쪽지들을 손가락으로 훑어본다. 엄청난 양이었다. 농담, 비밀, 이야기, 두 사람의 인생이 천천히 펼쳐지고 있는 광경. 두 사람의 인생이 바뀌어가는 광경. 아니면 뭐랄까. 동시에 똑같이 바뀌는 장면이랄까. 다른 시간대, 같은 장소에서. (251쪽)

 

티피와 리언이 얼굴을 마주하는 사이였다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일면식도 없는 사이, 말 그대로 낯선 타인이었던 티피와 리언이 서로를 걱정하는 사이로 변화할 수 있었던 건 무엇 때문일까. 솔직하게 모든 걸 말할 수 있어서 가능했다. 우연처럼 리치의 일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케이와 이별해서? 아니다. 그건 용기 그 이상의 것이었다. 둘 사이에 오간 포스트잇의 개수만큼 서로에 대해 많은 걸 알게 된 것이다. 리언은 리치에게 벌어진 일들을 들려주고 티피는 전 남자친구 저스틴과의 관계에 대해 말했다. 상대에게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랐다. 마음이 움직이는 건 아주 작은 것에서 시작한다. 교도소에서 걸려온 리치의 전화를 받고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일, 티피가 편집하는 책에 대해 관심을 갖고 말을 건네는 일. 대단한 무언가가 아니었다. 사랑하는 일도 그러했다. 상대의 주변을 살피고 새롭게 확장된 관계를 맞이하는 일이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사랑의 힘이 그것들을 가능하게 만든다.

 

사랑한다는 건 행동하는 것이다. 마음에 담아두었던 감정을 꺼내는 것이고, 상대를 위해 움직이는 일이다. 오해했던 마음을 사과하기 위해 전화를 거는 사소한 행동부터 티피의 친구들이 리치를 도우려는 행동, 저스틴의 폭력과 집착에 단호하게 대처하는 일, 호스피스 병동의 환자를 위해 그의 친구를 찾아 나서는 리언의 행동, 이 모두가 사랑이 있기에 가능하다.

 

티피와 리언의 사랑만이 특별한 게 아니다.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행동한다는 걸 우리는 안다. 두려움이나 걱정 따위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사랑은 때로 놀라운 능력을 발휘한다. 베스 올리리의 『셰어하우스』가 전해주는 사랑의 의미도 마찬가지다. 모든 세대가 공감할 이야기로 사랑에 대해 말한다. 잠들었던 사랑의 감각을 자극해 깨우는 것이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이들에겐 자신의 사랑을 점검할 수 있는 시간이며 사랑을 꿈꾸는 이들에겐 좋은 사랑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일회적이고 소모적인 사랑이 아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사랑에 대해서 말이다. 서로를 움직이는 원동력, 그 아름다운 힘으로 만드는 눈부신 사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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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셰어하우스 평점10점 | w*****n | 2020.01.06 리뷰제목
급하게 방을 구해야 하는 티피는 페이스북에 올라온 광고를 본다. 350달러로 집주인의 간섭 없는 생활을 할 수 있다. 남자친구의 집에서 당당하게 나올 수 있다. 작은 출판사의 편집자로 받는 급여로 딱이다. 밤 근무를 하는 집주인과 침대까지 나눠 사용하는 조건이지만 뭐 상관없다. 페이스북에 올라온 사진으로 봐서는 친구들이 걱정할 문제를 발견할 수 없다. 바리바리 짐을 챙겨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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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하게 방을 구해야 하는 티피는 페이스북에 올라온 광고를 본다. 350달러로 집주인의 간섭 없는 생활을 할 수 있다. 남자친구의 집에서 당당하게 나올 수 있다. 작은 출판사의 편집자로 받는 급여로 딱이다. 밤 근무를 하는 집주인과 침대까지 나눠 사용하는 조건이지만 뭐 상관없다. 페이스북에 올라온 사진으로 봐서는 친구들이 걱정할 문제를 발견할 수 없다. 바리바리 짐을 챙겨 도착한 아파트에서 티피의 새로운 생활이 시작된다.

 

티피에게 침대를 내준 리어는 간호사로 야간근무를 한다. 주말에는 여자친구의 집에서 지내니까 낮에만 아파트에서 보낸다. 티피를 이상한 인형과 담요를 가지고 온 세입자라고 생각한다. 딱히 연락할 일은 없다. 필요한 말만 메모지에 남긴다. 이때부터 소설은 정말 흥미롭게 흘러간다. 한 집에 산다는 걸 실감한다. 서로가 남긴 메모를 보면서 미소를 짓고 상대가 어떤 사람일까 생각하는 거다. 티피는 침대 밑에서 손뜨개 목도리를 발견하고 리언에게 자신이 편집하는 저자의 책에 실릴 샘플을 부탁한다. 리언에게 목도리를 떠주는 사람은 호스피스 병동의 할아버지였다. 리언은 병원에 물어보고 좋다고 한다. 뜨개질로 연결된 만남이라니. 그러나 안타깝게도 둘은 병원에서 만나지 못한다. 티피는 리언의 동료들만 만날 뿐. 닿을 듯 말 듯 서로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티피와 리언.

 

몸을 돌리니 밝은 갈색 피부에 검은 머리, 이만큼 떨어져서 봐도 너덜너덜한 남색 유니폼을 입은 남자 간호사가 보였다. 빨래 건조대에 걸려 있던 리언의 유니폼과 많이 비슷했다. 찰나의 순간에 우리의 눈이 마주쳤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돌리더니 엉덩이에 달린 호출기를 확인하고는 반대편으로 뛰어갔다. 키가 컸다. 리언일까? 확실히 알아볼 만큼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다. 그를 따라가려고 더 빨리 걸었다. 약간 숨이 차올랐고, 어쩐지 스토커가 된 기분이 들어서 속도를 줄였다.(p.145)

 

본격적인 연애는 언제 시작되나? 리언은 너무도 조심스럽고 동생인 리치 일로도 정신이 없다. 여자친구 케이는 이런 리언 때문에 속상해한다. 주말에도 리치 면회를 가니까. 케이 입장에서는 서운할 것도 같고. 그렇지만 케이와 자연스럽게 멀어져야 티피와 리언이 연인이 되는 거 아니겠는가. ㅎ

 

티피와 리언에게는 모두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티피는 자신을 스토킹하는 저스틴이, 리언은 리치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아야 한다. 모든 난관을 이겨내고 티피와 리언은 집주인과 세입자에서 진짜 연인이 된다. 뭐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너무 행복한 결말이라 나도 좋다. 결혼한 친구들은 내 맘을 모르겠지만 이렇게 예쁜 소설을 읽으니 나도 연애를 해보고 싶어진다.


이 소설 진짜 괜찮다.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고 아슬아슬한 떨림도 있다. 오래전에 진짜 재미있게 본 드라마 <소울 메이트>가 생각났다. 이 소설도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면 흥행 대박 날 것 같은데, 제발 그래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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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당신의 마음속으로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s*****m | 2019.12.15 리뷰제목
처음에는 단순한 이야기인 줄 알았다. 애인과 함께 살다가 그의 집을 떠나야 하는 여자 주인공과 동생의 변호사 수임료를 내기 위해 자신의 집을 셰어하는 남자 주인공의 알콩달콩한 러브 스토리. 피치 못할 사정으로 두 남녀가 한 공간을 공유하고 그들이 정한 시간 외에는 만나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 소통은 포스트잇으로 한다. 간단히 전할 말을 쪽지에 남긴다. 베스 올리리는 기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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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단순한 이야기인 줄 알았다. 애인과 함께 살다가 그의 집을 떠나야 하는 여자 주인공과 동생의 변호사 수임료를 내기 위해 자신의 집을 셰어하는 남자 주인공의 알콩달콩한 러브 스토리. 피치 못할 사정으로 두 남녀가 한 공간을 공유하고 그들이 정한 시간 외에는 만나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 소통은 포스트잇으로 한다. 간단히 전할 말을 쪽지에 남긴다. 베스 올리리는 기차를 타고 출퇴근하는 동안 이 책 『셰어 하우스』를 썼다.

편집자로 일하는 티피는 당장 살 곳을 구해야 한다. 애인은 변심했고 티피에게 나가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가진 돈으로 구할 수 있는 집이란 곰팡이가 가득한 그야말로 사람이 살 곳이 못 되는 곳이었다. 런던이라는 가혹할 정도로 집세가 높은 도시에서 티피에게 선택이란 없다. 페이스북에 올라온 셰어 하우스 공고만이 있을 뿐이다. 밤에 간호사로 일하는 리언이라는 남자가 올린 글이었다. 침대를 나눠 써야 하는 조건이지만 시간대가 다르므로 두 사람이 마주칠 일은 없다.

『셰어 하우스』는 누구라도 예측 가능한 이야기로 나아간다. 티피와 리언은 포스트잇으로 소통하다가 점점 서로에게 녹아든다. 그들은 각자의 사정으로 지쳐 있고 외로운 상태다. 티피는 다른 남자와의 만남을 통해 전 남자친구 저스틴이 자신을 감정적으로 학대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리언은 강도 용의자로 실형을 선고받은 동생을 감옥에서 나오게 하려고 고군분투 중이다. 티피는 과거와 이별을 해야 하고 리언은 현재의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 만나면 안 된다는 규칙이 깨지면서 그들은 불행을 가진 채 만난다.

서로의 결핍을 알아본 티피와 리언은 각자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현재 자신이 처한 사정을 숨김없이 들려준다. 사랑의 시작은 이렇다. 서로를 알아보고 이야기를 듣고 들려주기. 망설이지 않고 내면의 슬픔을 보여줄 수 있게 된다면 마음의 문이 열린다. 열린 문으로 서로를 받아들인다. 『셰어 하우스』는 티피와 리언이 번갈아가며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해라는 과정으로 나아가기 위한 오해의 서사도 준비되어 있어 긴장을 놓을 수가 없다. 두 남녀의 즐거운 사랑 이야기만 있지 않다.

연인 간에 지켜져야 할 관계의 평등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티피는 저스틴과 사귀는 내내 그의 지배 아래 놓여 있었다. 일종의 가스라이팅 상태에 있었던 것이다. 그의 기분에 맞추고 일시적으로 헤어져도 다시 돌아가곤 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저스틴은 티피와 헤어져 놓고 그녀가 살고 있는 집까지 찾아온다. 티피는 그에게 리언과 셰어하고 있는 집의 주소를 알려준 적이 없었다. 어떤 일이 발생하면 티피는 자신이 잘못 했다고 생각했다. 리언을 만나면서 티피는 자신의 상태를 자각한다.

소설은 환경에 의해 스스로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티피는 모험을 한다. 출판사 동료가 제시하는 조건의 집으로 가지 않는다. 페이스북에 올라온 정보만 가지고 낯선 집의 문을 두드린다. (물론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집세 때문이기는 하지만) 당장 눈앞에 보이는 건 암흑뿐이라서 어둠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크게 절망할 것도 좌절할 것도 없다. 주변을 둘러보아야 한다. 손을 내밀면 잡아주는 누군가가 당신 곁에는 존재한다. 당신만 모르고 있다.

티피는 선택을 한다. 낯선 곳으로 자신의 삶을 던진다. 당신의 인생을 책임질 수 있는 건 당신이 하는 선택이다. 집도 없는 다시 쓰자면 집만 없만 티피였다. 타인의 어려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공감할 줄 안다, 티피는. 그리고 그녀 곁에는 친구들이 있다. 나의 인생이 막막하여 뚫고 나갈 수 없다고 느낄 때 인간에 대한 예의만은 잃지 말라고 소설 『셰어 하우스』는 말한다. 단순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소설은 행복, 내 생활의 책임, 미래에 대한 기대 잃지 않기라는 따뜻한 주제를 담고 있었다.

기차에 앉아 지나치는 풍경을 뒤로하고 소설을 썼을 베스 올리리의 시절을 상상해본다. 행복을 꿈꾸지 않고는 쓰지 못했을 이야기. 나에게 주는 달콤한 위로라고 되뇌었을 소설 속 문장들. 누구도 불행해지지 않을 소설을 쓰리라 다짐하는 결의에 찬 마음. 당신의 마음속 빈 공간을 향해 어느 날 낯선 이가 문을 두드린다. 『셰어 하우스』는 기꺼이 그 문을 열게 해주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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