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어떻게 유럽을 지배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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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어떻게 유럽을 지배하는가

브렉시트와 EU 권력의 재편성

리뷰 총점 9.3 (1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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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정치 > 정치/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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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사회 경제 시스템에 구현되고 있는 독일의 과거사 인식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b*****3 | 2020.07.03 리뷰제목
들어가며2006년 겨울에 자식이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 공부 마치고 다행히 기회가 닿아 자리를 잡을 수 있었고, 가정도 이루었다. 자식이 생업을 이어가는 곳이고 또한 아이들이 자라고 공부하는 곳이니 독일이 어떤 나라인지 관심이 가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렇기는 해도 잠깐씩 다녀온 것으로, 자식에게 또 아이들에게 전해 듣는 것으로 짐작하는 게 전부였다. 그런 내게 이 책은 제목
리뷰제목

들어가며


2006년 겨울에 자식이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 공부 마치고 다행히 기회가 닿아 자리를 잡을 수 있었고, 가정도 이루었다. 자식이 생업을 이어가는 곳이고 또한 아이들이 자라고 공부하는 곳이니 독일이 어떤 나라인지 관심이 가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렇기는 해도 잠깐씩 다녀온 것으로, 자식에게 또 아이들에게 전해 듣는 것으로 짐작하는 게 전부였다. 그런 내게 이 책은 제목만으로도 눈길을 끌었다.


저자 폴 레버(Paul Lever)는 40여 년 독일을 상대로 일해 온 영국의 외교전문가이다. 1980년대에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서 일했고, 1990년대에는 영국 외무부 유럽국장으로 EU 업무를 담당했으며, 1997-2003년에는 독일 주재 영국 대사를 역임하였다. 평생 외교와 통상 전문가로 독일을 상대로 일해 오면서 체득한 풍부한 이해와 경험을 이 한 권에 녹여냈다.


책을 읽어가면서 겉으로 드러난 현상의 바닥에 ‘과거사 인식’이 깊게 자리 잡고 있는 걸 깨닫게 되었다. 그것은 전쟁범죄에 대한 책임에서가 아니라, 오히려 자신들이 다시 그런 전쟁범죄를 일으킬지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와 연관된 어떤 기억도, 어떤 실마리도 남기지 않으려 한다.


의도적으로 권력을 분산시켜 중앙정부에 권력이 집중되지 않도록 했고, 통일의 법적 효력이 발생한 날을 기억하는 것 말고는 국경일도 없다. 대신 1월 27일을 홀로코스트 추모일로 기억한다. 그저 기억하는 날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연방 하원에서 모든 정당 지도자들이 유대인에게 가한 박해를 상기하고, 그에 대한 자신들의 후회를 표현하며, 그와 같은 이념이 독일에 결코 다시 뿌리내리지 못하게 하겠다고 다짐하는 연설을 한다. 그리고 그런 정신을 사회와 경제 시스템 속에서 구현하고 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관심을 두었던 일본의 과거사 인식과 너무나 달라서 오히려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1. 사회 경제 시스템에 구현되고 있는 과거사 인식


책을 읽으면서 독일은 국가로서보다는 민족으로 이해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과거사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낮은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그들의 의식 속에 스며있는 타민족 타문화에 대한 거부감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독일은 자타가 공인하는 EU의 주축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축국으로서 가진 힘을 의식적으로 추구하지도 않고, 그런 힘을 행사하는 것을 독일 여론이 환영하지도 않는다. 영국의 한 독일전문가는 독일을 ‘마지못해 자리를 맡은 패권국(Reluctant Hegemon)’이라고 표현할 정도이다. 이는 “스스로 앞장 선 게 아니라 다른 나라들이 독일을 따르기로 결정했다”는 말로 표현되기도 한다. 스스로의 노력으로 경제적 정치적 재앙을 이겨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어떤 나라도 하지 못한 방식으로 자신들의 과거를 받아들이려고 애써왔다.


‘홀로코스트 추모’는 단지 모든 정당의 지도자들이 전쟁범죄를 인정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다짐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런 정신은 현대 독일의 모든 문화와 담론에 스며들어 있다. 어린이들은 학교에서 나치와 홀로코스트에 대해 배우고, 강제수용소를 방문한다. 역사가와 사회학자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으며 왜 일어났는지에 대한 글을 지속적으로 발표한다. ‘국가’로 인식할 국가규모의 공공 행사도 없고, 통일기념일조차도 지역 차원을 벗어나지 않는다. 이는 집단적으로 자신들의 감정을 내보이는 일을 지나치리만큼 두려워하며, 혹시라도 그것이 나치가 선동을 목적으로 개최했던 연례행사인 ‘뉘른베르크 랠리’를 떠오르게 하지나 않을까 불안해하기 때문이다.


독일군은 세계 최고의 전투부대였다. 만슈타인, 롬멜, 구데리안의 전술은 아직도 군사학자들의 연구 대상이다. 그러나 독일에서는 누구도 그들을 영웅으로 칭송하지 않고, 자랑스러워하지도 않는다. 영국과 미국 관리 대부분은 독일 연방군의 역량을 대단히 높게 평가한다. 그러나 그들은 그 규모나 능력을 내세우지도 않고 대중의 관심을 끌려는 어떤 일도 하지 않는다. 병영 밖에서는 거의 눈에 띄지 않게 행동한다. 곡예비행팀도 없고, 의장대도 없다. 복무 중 숨지는 경우 시신은 눈에 띄지 않게 돌아온다. 돌아온 군인의 시신에 경의를 표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은 독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이런 배경 때문에 유럽 어떤 나라도 독일을 군사적 위협요소로 보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독일 정부가 군사력 사용을 꺼린다는 점을 걱정할 정도이다.


과거사 인식과 관련해서 의아한 부분이 있다.


전쟁 복구 때 여성들이 핵심 역할을 했다. 남성 1백만 명 이상이 전쟁으로 목숨을 잃고, 3백만 명이 전쟁포로로 소련에 억류되어 있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들 중 상당수가 신체적 성적 폭력을 경험했다는 것이다. 베를린에서 10만 명 이상, 동독 다른 지역에서 150만 명 이상이 전쟁 직후 6개월 사이에 소련군에게 강간당했고, 다수에게 지속적으로 강간당한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놀라운 것은 그들이 그것을 말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문적인 상담 같은 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살아나갔을 뿐이라는데, 어떻게 그게 가능했는지 모르겠다. 과문한 탓이기는 하겠지만, 그런 이야기는 듣느니 처음이었다. 여기에 어떤 의미가 있고,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일일까?


독일과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동맹국이었던 전범 국가이다. 비록 짧은 지식에 불과하지만, 내가 아는 바로는 양국의 과거사 인식과 그것이 실제로 구현되는 모습이 판이하다. 무엇이 그들을 과거사에 다르게 반응하게 만들었을까? 전쟁범죄의 내용이 달랐던 것일까, 주변국의 대응이 달랐던 건 아닐까, 민족적 특성 때문인가, 질문이 꼬리를 잇는다. 앞으로 관심을 두어야 할 부분이다.


2. 독일 통일


독일 통일은 ‘흡수 합병’이 아니었고, ‘평등한 합병’도 아닌 ‘합의된 인수’였다. 그 결과 서독의 기관들은 변화 없이 계속 유지되었지만 동독의 기관들은 사라졌다. 동독이 이룬 어떤 업적도 기념되지 않았고, 어떤 특성도 존중되지 않았으며, 어떤 전통도 유지되지 않았다. 마치 동독이라는 나라가 존재하지 않은 듯 했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한 과거사 인식’과 같은 의식구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통일에는 경제적 사회적 대가가 따랐다. 서독과 동독의 마르크 환율을 1:1로 적용한 것은 동독 기업들에게는 대재앙이었다. 많은 동독 기업들은 그냥 파산하고 말았다. 1990년대 초반 동독 기술의 보배였던 엔옵틱에서 노동자 1만8천 명을 해고했는데, 이는 아마도 단일 해고로는 세계 역사에서 가장 큰 규모일 것이다. 1997년까지 동독은 1990년 이전에 보유하고 있던 산업 생산능력의 70%를 잃었다.


동독 국민들의 엄청난 고통 못지않게 서독 국민들도 엄청난 희생을 치렀다. 1990년 이후 20년 동안 서독 사람들은 동독의 재건과 사회적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자신들의 소득에서 특별연대세금을 내야했다. 통일은 모두가 고통을 감내해야 할 일이며, 아름다운 무지개만은 아니라는 말이다.


3. EU 주축국으로서 독일의 위상


더타임즈 외교 담당 편집장이 “유럽의 제1철칙은 암기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하다. 유럽이 제안하고 앙겔라 메르켈이 처리한다”고 밝힐 만큼 EU 안에서 독일의 위상은 확고하다. 독일은 2000년대 후반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0년대 초반 유로 지역 재정 위기를 통해 EU에서  위상이 강화되었다. 이 위기에서 독일은 건실한 경제를 바탕으로 주도적 역할을 감당했고, 기여금도 어떤 나라보다 많이 부담했다. 독일은 EU의 기본정신을 앞장서서 지켜나가기 때문에 발언권도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EU와 유로는 독일에 엄청난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주었다. EU는 독일이 과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주었고, 민족주의 국가처럼 보이지 않으면서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틀을 제공했다. 그러니 독일 정치계가 EU를 전적으로 지지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유럽이사회와 유럽의회에서 독일 대표들은 EU 전체에 노동자 권리, 노동 시간, 노동조합 역할, 오염 기준과 관해 자국의 규제를 반영하자는 주장을 끊임없이 펼치고 있다. 그러나 자국 산업분야에 불이익이 될 일에는 반대한다. 자국 내에서는 심한 규제를 통해 시장을 철저하게 보호한다. 모든 것에 면허가 필요한데, 독일 거주자가 아니면 이런 자격을 얻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런 모든 규제에 품질을 보장하고 소비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을 앞세운다.


독일이 유럽 경제에 갖고 있는 청사진은 단순하다. EU는 가능한 독일과 비슷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독일도 다른 서유럽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마셜에이드 수혜를 입었다. 그러나 이후 수십 년에 걸친 경제발전은 독일인 스스로의 노력으로 이룬 것이라고 믿는다. 독일인들은 이런 성공을 자랑하지는 않지만 그렇기 때문에 다른 유럽 국가들이 독일의 자원을 공유해야 한다는 주장에 회의적이며, 독일인의 ‘근면함’을 공유하지 않은 국가를 돕는 일에 인색하다. 이런 성향은 그리스 국가부채 위기 때 여지없이 드러났다.


2015년 그리스 총선에서 승리를 거둔 급진좌파가 독일에게 부채 탕감과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이 입힌 피해에 대한 보상을 요구했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부채를 갚을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메르켈 총리는 그리스가 약속했던 내부개혁을 충실히 지킬 것을 요구했다. 부채무효화 가능성은 원천 배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U 어느 회원국도 이를 비판하지 않았다. 부채무효화로 인한 부담을 오롯이 독일이 져야했기 때문이었다. 독일로서는 자신들의 ‘근면함’을 공유하지 않는 나라를 위해 부담을 감내할 의사도 없었고, 이것이 선례가 되어 후일에 다른 부담을 져야할 가능성도 고려했을 것이다.


그리스는 국민투표로 이에 저항했다. 그래도 독일 정부는 흔들리지 않았고, 협상 테이블을 떠날 준비가 되어있음을 내비쳤다. 그리스에게 탈퇴 압력을 가한 것이 아니다. 다만 그리스가 EU를 떠나겠다면 막지 않을 것이며, 계속 머물겠다면 독일이 제시한 조건을 지켜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을 뿐이다. 그 결과 그리스는 국민들이 부결시켰던 것보다도 훨씬 엄격한 긴축정책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저자는 “현재의 추세로 보아 앞으로 20년 동안 EU는 독일이 하는 일과 하지 않는 일로 나뉠 것이며, EU의 역할이 주로 독일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는데 맞춰질 것이고, 독일은 자국 경제를 보호하고 자국 경제가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힘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한다. 또한 “그 이상의 근원적인 비전이나 목적은 없다”고 본다. 이는 자신의 역량을 굳이 축소할 생각은 없지만, 그것이 어떤 경우에도 과거사로 연결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잠재의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한다.


4. 영국과 미국에 대한 관계 변화


영국이 독일의 점령국으로, 이후에 보호 세력으로 취한 행동은 많은 독일인들의 호감을 얻었다. 1945년 전쟁 직후 영국 정부는 자국이 책임진 독일 영토에서 정치적 재교육과 사회 공공 기반 시설에 자원을 투자했고, <디 벨트>와 <데어 슈피겔> 같은 신문 잡지를 만들고 편집의 독립성을 보장했다. 미국인들이 한동안 독일을 비산업화 소작농 사회로 전락시키려는 모건도 계획을 장난삼아 건드린 반면, 영국 정부는 처음부터 독일 산업을 재건하고 독일을 주류 유럽에 다시 통합시키려 했다. 미군들은 대부분 영내에 머물면서 자기들끼리만 어울리고 자기 시설을 중심으로 생활한 데 반해, 영국군은 지역민들에게 자신들의 스포츠 시설을 개방하고 자신들의 행사에 지역민을 초청했으며 지역의 지도자들과도 긴밀한 관계를 맺었다. 많은 영국 군인들이 독일인과 결혼했고, 군복무를 마친 뒤에도 독일에 남아 영국 기지나 더 넓은 독일 경제 영역에서 일하기도 했다. 독일인들에게 보호자이자 친구가 된 것이다.


이런 양국의 밀월 관계는 대처 수상이 독일 통일을 반대하면서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에 반해 미국은 독일의 안보를 책임지면서 대중의 지지를 얻었고, 나아가 1989-1990년 대통령 후보였던 조지 부시가 독일인들의 통일 염원을 지지하면서 이 분위기가 한층 고조되었다. 이는 미테랑의 의구심이나 대처의 노골적인 반감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었다. 이런 관계는 최근 미국이 양국 신뢰의 바탕이었던 안보협력을 흔들고 나서면서 변화를 맞고 있다. 그렇기는 해도 당장 어떤 변화가 일어나기보다는 적절한 수준에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예전만은 못해도 나름 호의적이었던 영국과의 관계는 영국이 브렉시트를 결정하면서 변하고 있는 건 분명해 보인다. 그동안 브렉시트가 EU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오래 전부터 영국의 행보가 EU와 거리가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브렉시트 투표 당시 이미 EU에서 반쯤은 떨어져 나온 셈이어서 영국 국민이 잔류를 선택한다고 해도 이런 상태가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는 말이다. 따라서 영국을 EU에 잔류시키기 위해 독일이 대가를 치를 유인이 크지 않았다는 것인데, 그동안 독일이 브렉시트에 대해 보였던 반응이 이제 이해되었다. 영국의 한 텔레비전 인터뷰에서 영국이 EU를 떠난다면 독일은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라는 질문에 독일 고위 당국자는 ‘눈물을 흘릴 것’이라고 답했다. 그렇게 눈물을 흘렸으면서도 독일 정부는 여전히 잘 지내고 있다.


물론 일각에서 영국 없이는 EU의 외교 정책이 치명적으로 약화되고 평판이 손상된다는 주장이 나오기는 한다. UN 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인 영국이 떠난 EU에 누가 관심을 기울이겠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UN 안전보장이사회에 EU가 들어가고, EU 대사관이 각국 대사관을 대체하며, 세계무대에서 EU가 단독으로 목소리를 내고, EU 연합군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U가 독자적으로 NATO에 가입할 수도 있다. 영국에게는 악몽과 다름없는 시나리오가 될 것이다. 문제는 독일이 그럴 의향이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이것도 과거사 인식에서 비롯된 것일까?


5. 독일 제조업


독일은 선진국 중에서 제조업 종사자들을 가장 대우하는 나라가 아닌가 한다. 대체로 독일의 대형 회사들은 제조기술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경영을 맡는다. 물론 그 회사들은 회계사나 마케팅 전문가들을 고위 간부로 두고 있다. 하지만 최고 경영자는 그런 전문가들보다는 생산이나 품질 관리 분야에 경험이 있는 이들이 포진하고 있다. 본사도 생산 중심지에 자리 잡고 있으며, 본사가 있는 지역에서 최고 경영진과 고위 관리자를 찾는다. 프랑스와 영국의 많은 제조업체들처럼 국가의 수도에 있는 경영자 집단에서 찾는 것이 아니다.


성공적인 대기업이 이토록 많은 독일에는 세계적으로 알려진 경영대학원도 없고, 독일의 고위 관리자들 가운데 경영대학원을 다닌 이들도 거의 없다. 독일에서는 전통적으로 일반적인 경영 능력이 특정 산업분야에 대한 지식보다 높이 평가받아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독일에는 영국과 같이 은퇴한 장관이나 관료가 기업의 이사회를 차지하는 일도 없다.


독일에서는 공동결정이 일반적이다. 심지어 고용주들도 이를 지지한다. 고용주들은 공동결정을 통해 모든 직원은 자신들이 일하는 회사에 소속감을 가지게 되고, 그 결과 회사의 번창을 원하게 되며, 따라서 노동자들의 창의력을 잘 활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노동조합이 의사결정에 개입하고 임금협상에 대한 재정적 배경을 알고 있기 때문에 파업이나 다른 노동쟁의 행위가 줄어든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독일인에게 한한다. 오스트리아나 스위스 사람을 제외하고 독일인이 아닌 사람이 독일 제조업체를 경영하거나 고위 경영진을 맡는 경우는 없다. (독일을 국가보다는 민족으로 이해하게 된 이유 중 하나이다.) 독일 기업의 해외 자회사들 역시 보통은 독일인이 이끈다. 대부분의 독일 대기업은 세계각지에 생산시설을 두고 있다. 하지만 직원 대표들은 오직 독일인뿐이다. 이는 그 생산시설에서 새로운 자동차 모델을 만들거나 새로운 시설이 필요할 경우 객관적인 결정을 내리기 어렵게 만든다. 그리고 이것이 같은 기업에서 일하는 독일인과 비독일인 종업원 사이의 차별을 만들어 낸다.


6. 이민과 난민


1960년대 말에 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받아들였던 터키 이민자들은 처음에는 환영을 받았다. 독일인들은 그들이 고국에 가족을 남겨두고 와서 몇 년간 머물다가 고향으로 돌아가거나, 자리를 잡은 사람들은 곧 독일인과 결혼하고 독일에 동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터기 이민자들은 독일에 남아 가족들을 불러들이고, 그 자녀들도 고국에서 배우자를 찾았다. 현재 독일에는 4백만 명의 터키 출신 사람들이 살고 있으며, 대부분 도심 지역에 산다.


이들 중 일부는 사회에 통합되기도 하지만 대다수는 터키인으로 남아 있다. 그들은 모여 살고 자신들끼리만 어울린다. 독일 국적을 취득한 사람은 절반이 못된다. 독일 국적을 얻기 위해서는 터키 국적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인데, 그들은 독일 국적을 얻기 위해 터키 국적을 포기하는 것을 지나친 대가로 여긴다.


대부분의 경우 독일 국적을 신청하는 사람에게 이전 국적을 포기하라고 요구하는 것만 아니라 기존 독일 사회에 완전히 동화되기를 요구한다. 독일에는 다문화주의라는 개념에 대한 열의가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독일어에서 ‘다문화’라는 말에는 경멸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헌법재판소는 교실에서 히잡 착용을 금지할 권리가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라이프치히 지방법원은 이슬람 교리 때문에 남녀가 함께하는 수영 수업을 면제받을 수 없다고 판결했다. ‘독일사회의 기준은 학생의 종교적 신념보다 우위’에 서기 때문이다.


시리아 난민도 다르지 않다. 의식적으로 통합을 위해 노력하는 난민들, 즉 언어를 배우고, 자격증을 따고, 열심히 일하고, 독일인처럼 옷을 입는 난민들은 환영하고 이웃들은 그들을 맞이한 걸 자랑스럽게 여긴다. 하지만 빈민가에 모여서 아내와 딸들에게 히잡을 쓰라고 우기고 자신들의 공동체 외부와 섞이지 않으려 하는 사람들에게까지 너그럽지는 않다. 독일인이 되고 싶다면 독일인과 다른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할 것이 아니라 기존 독일 사회의 문화에 스며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가며


자식이 공부하던 베를린에 갔을 때 터키인이 상당히 많아 놀랐다. 터키인이 많은 것 자체가 놀랍다기보다는 그들이 집단으로 자기 문화를 향유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그랬던 모양이다. 하지만 그들이 주류가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이유를 어렴풋이 이해하게 되었다. 정체성을 유지할 것이냐 독일 사회에 동화될 것이냐 하는 갈림길에서 그들은 정체성을 선택한 것이니 주류가 되기를 오히려 거부하는 것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자식이 살고 있으니 무엇보다 인종차별에 대해 예민할 수밖에 없다. 외형적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지금까지 보고 들은 바로는 외지인에 대한 배타적인 시선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다행히 외지인에 대한 배타적인 시선이 자식 가족에게는 덜한 것으로 보이는데, 아마 그들 문화에 쉽게 동화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자식 내외가 모두 기독교 가정에서 자라나 음악을 공부했으니 그들 문화에 거부감이 없었을 것이고, 상식과 합리를 중요하게 여기는 우리 가족의 사고방식 또한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자식이 오페라 가수로서 그들의 문화 한복판에서 일한다는 것도 거부감을 줄일 수 있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보다는 민족으로 이해해야할 독일 사회’에 동양인으로서 주류에 편입되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독일은 국가로서보다는 민족으로 이해하는 게 정확해 보인다. 과거사 인식 때문에 최대한 몸을 낮추고 있기는 하지만, 파괴된 경제를 스스로 일으켰다는 자부심, 자신들의 문화와 근면함을 존중하지 않는 이들에 대한 배척, 기업 경영을 게르만 이외에 개방하지 않는 폐쇄성을 이 책에서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민족성은 자국 산업과 소비자를 보호하는 정도를 지나 EU에 자국의 규제를 반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자국 산업에 불이익을 미치는 EU의 정책을 드러내고 반대하기에 이른다. 이들의 과거사 인식이 그만하기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그들의 독단이 적지 않는 파장을 일으켰을 것으로 보인다. 지나친 생각일까?


제목 그대로 <독일이 어떻게 유럽을 지배하는가> 궁금해서 고른 책이었다. 과연 자식이 앞으로 계속 생업을 이어가고 아이를 키울 수 있는 곳인지, 그럴 만큼 경제적 사회적 여건이 받쳐줄 수 있을지, 혹시 동양인이라는 차별은 받지 않을지 궁금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다행히 많은 의문을 해소할 수 있었다. 독일에 대한 책 중 이만한 지침서는 찾기 어려워 보인다. 독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시간을 투자하는 게 조금도 아깝지 않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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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독일과 유럽 연합의 모든 것 평점10점 | m****y | 2019.04.11 리뷰제목
이 책은 현재 유럽 연합 안에서 독일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와 발휘하고 있는 영향력의 실체와 과거 역사적 배경, 그리고 현재 상황 속에서 영국 입장에서 브렉시트의 이행과 브렉시트 이후의 대응에 관해 서술하고 있다. 책의 내용과 구성은 2017년 기준으로 현재 처해있는 유럽 연합의 상황과 유럽 연합 안에서 발휘하는 독일의 실질적인 위치와 영향력, 독일이 지내온 정치, 문화, 경제
리뷰제목

이 책은 현재 유럽 연합 안에서 독일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와 발휘하고 있는 영향력의 실체와 과거 역사적 배경, 그리고 현재 상황 속에서 영국 입장에서 브렉시트의 이행과 브렉시트 이후의 대응에 관해 서술하고 있다.

책의 내용과 구성은 2017년 기준으로 현재 처해있는 유럽 연합의 상황과 유럽 연합 안에서 발휘하는 독일의 실질적인 위치와 영향력, 독일이 지내온 정치, 문화, 경제적 역사, 독일과 주요 강대국인 프랑스와 영국, 미국 사이의 관계, 향후 전개될 유럽 연합의 미래 모습 등을 8개 단원에 걸쳐 다루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가 주로 다루는 내용을 압축하자면 크게 3가지이다: 독일의 힘의 원천과 배경; 현재 유로 연합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2가지 이슈(부실 경제 국가 부채문제와 난민문제); 향후 유로 연합의 미래와 영국의 대처 방안.

아무래도, 저자가 영국 외교관 출신이라 영국의 입장을 많이 반영하고 주로 영국과 독일을 비교하여 예시를 많이 드는 것을 볼 수 있는 것도 흥미로운 점이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책에 정치, 외교, 경제, 문화, 역사적으로 현대 독일에 관한 모든 것이 담겨 있다는 점이다. 저자의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분석한 독일의 특징에 관한 묘사만으로도 충분히 빛을 발한다: 독일 경제 구조와 원천이 되는 기술 중시의 사회문화와 교육 풍조, 독일인 특유의 근면성과 합리성에 기반한 엄격함, 지역 기반의 정치와 사회 구조, 과거 전쟁국가에 대한 혹독한 자기 반성, 고통과 희생을 알면서도 완수해낸 통일 과업 등이 대표적이다. (책장을 넘기면서 감탄하며 부러워하기도 하고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한편, 저자가 분석한 독일의 정치 경제적 특성에 기반하여 향후 전개될 유럽 연합의 미래는 영국의 미래에 상반되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는 점도 특이한 부분이다. 그리스, 이탈리아 같은 부실 경제 회원국에 대한 경제 지원 문제와 난민 처리 방안, 그리고, 러시아와 미국 같은 주변 강대국과의 관계에도 현재와 동일하게 내놓는 미래 전망도 설득력이 있다.

독일과 유럽 연합의 현재 모습과 과거 배경, 그리고 미래 전망에 대해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서술한 책이며, 한마디로 충격적인 책이다. 다양한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책이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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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독일은 어떻게 유럽을 지배하는가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s***h | 2019.04.11 리뷰제목
독일은 어떻게 유럽을 지배하는가   이 책은    이 책의 제목은 『독일은 어떻게 유럽을 지배하는가』,부제는 <브렉시트와 EU 권력의 재편성>인데, 현재 유럽의 권력지형을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원제는 『Berlin Rules』, ‘베를린이 지배한다’고 번역할 수 있겠는데, 독일이 유럽을 지배한다, 즉 좌지우지 한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저자는 폴 레버, 영국에서 최고의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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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어떻게 유럽을 지배하는가

 

이 책은 

 

이 책의 제목은 독일은 어떻게 유럽을 지배하는가,부제는 브렉시트와 EU 권력의 재편성인데, 현재 유럽의 권력지형을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원제는 Berlin Rules, ‘베를린이 지배한다고 번역할 수 있겠는데, 독일이 유럽을 지배한다, 즉 좌지우지 한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저자는 폴 레버, 영국에서 최고의 유럽 전문가로 통하는 전직 외교관으로 주 독일 대사를 지낸 바 있다.

<1972년 영국이 EEC(유럽경제공동체) 조약에 가입할 당시 외교관으로 활약했으며, 이후 40여 년간 독일 리더들과 친분을 쌓아왔다. 1997년부터 6년간 독일 대사를 지냈으며 그밖에도 외무부 유럽국장, EU 집행위원회와 영국 합동군사정보위원회 위원장 등 주요 요직을 거쳤다. 2004년부터 2010년까지는 런던에 위치한 싱크탱크 왕립군사문제연구소 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이 책의 내용은 

 

그렇지 않아도 영국이 브렉시트 문제를 가지고 혼돈을 겪고 있는 이유가 궁금했었다. 더하여 유럽은 지금 어떤 상황인가, 도 궁금했었다.

매스컴을 통하여 간간히 유럽 여러 나라들의 소식을 듣고는 있지만,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갈무리는 안 되고 있으니, 그저 궁금해 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던 차에 이 책을 손에 잡게 되었다.

 

이 안에 담고 있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장 독일의 뜻대로 움직이는 유럽연합 국가들

2장 탄탄한 경제가 힘의 기반

3연방만큼 중요한 지역

4장 과거가 없는 나라

5장 프랑스와 독일의 돈독한 관계

6장 그 어느 때보다 긴밀한 유럽연합

7EU군의 행군을 보게 될 것인가

8장 앞으로의 모습

 

목차만 보아도 독일이 유럽에서 어느 위치에 있는지 알 수 있다.

이 책의 원래 제목인 ' Berlin Rules (베를린이 지배한다)' 는 말이 빈 말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해서 우선 독일의 통일 과정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독일이 통일된 후 집약된 힘을 가지고 유럽에 강자로 등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독일의 통일 약사(略史)

 

그래서 이 책을 읽는 김에 독일의 통일 과정을 간략하게나마 살펴보았다.

 

1989119일 베를린 장벽 붕괴

 

그런데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다음 바로 독일이 통일된 것으로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그 후로도 많은 절차가 남아있었다. 그런 절차를 거쳐 통일이 된 것은 1990103일이다.

 

1990822일 전독총선을 위한 선거협약이 체결.

1990823일 동독인민의회는 기본법 제23조에 의거 1990103일을 기해 동독이 독일연방공화국(서독)에 편입하기로 결의.

1990103일 독일의 통일이 선포되었고,

1990104일 베를린 제국의사당에서 최초의 전독의회가 개최되었다.

 

독일, 알아두어야 할 것들

 

그저 라인강의 기적이라는 말로만 알고 있던 독일, 이 책으로 2차 대전 후의 참혹한 실상, 그리고 폐허에서 벗어나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했음을 알게 된다.

 

독일의 경제 규모

유럽에서 가장 크다. 25천억 유로에 이르는 독일의 국내총생산(GDP)은 프랑스나 영국보다 약 25퍼센트 정도 높다. 8천만 명 정도인 독일의 인구 역시 마찬가지다. EU의 총 GDP 123천억 유로 가운데 독일이 차지하는 비중은 20퍼센트를 약간 넘는다.

 

유의할 사항은 독일이 단일 경제로는 최대지만, 다른 나라의 경제를 모두 왜소하게 만들 정도는 아니라는 점이다.

1인당 GDP 면에서도 독일의 성과는 특출하지 않다. 덴마크,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심지어 한때는 아일랜드까지 포함한 다른 여러 EU 회원국들이 최근 1인당 GDP 면에서 더 나은 성적을 냈다. (71)

 

해서 독일 경제의 특이한 점은 그 규모가 아닌 성격에 있다.

저자는 그 것을 네 가지로 압축하여 표현하고 있는데, 72쪽을 참조하시라.

 

또 다른 독일의 방식

 

여기 기록해 두어야 할 사항이 있다. 독일이 과거사에 대처하는 방법이다.

독일이 과거를 받아들이는 방식은 현대 독일 민주주의의 여러 훌륭한 특성 가운데 하나다. 이는 일본, 러시아, 중국, 스페인 등 20세기 자신들의 역사를 되돌아보기 꺼리는 다른 나라들과는 극명하게 대조된다.> (176)

 

이 부분을 특별히 읽어보면, 그 반대의 행태를 보이고 있는 일본의 모습을 더 확실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 배울 게 많다.

독일의 과거사로부터, 2차대전 후 패전국으로서의 고통 (그렇다고 해서 그 고통만 일방적으로 안타깝다고 할 수는 없지만) 분단되고, 그 고난을 겪고 이겨내기까지, 그런 다음에 유럽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나라로 변하기까지, 이 책은 배울 게 참 많다. 아니 독일이란 나라가 그렇다. 

 

더하여 유럽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진단해 놓은 저자의 통찰력 덕분에 유럽의 모습도 파악할 수 있다.

특히 제 6장과 7장의 항목들 - <그 어느 때보다 긴밀한 유럽연합>, <EU 군의 행군을 보게 될 것인가은 EU 를 이해하는데 아주 좋은 자료가 될 것이다.

 

다시, 이 책은 

 

서론에서 저자는 이 책의 용도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특이하게도 독일의 힘은 군사력에 바탕을 두지 않는다. 독일의 지도자들은 그들이 가진 힘에 자부심을 갖지 않으며 그것을 높이 평가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의 힘은 오늘날 유럽의 근본적인 실체다. 나는 이 책이 그것을 이해하는 데 작은 보탬이 되기를 희망한다.>(23)

 

그러니 이 책을 통하여 무엇보다도, 유럽에서 실체로 존재하는 독일의 여러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독일의 힘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독일을 아는 것은 유럽을 아는 것이기도 하다. 해서 이 책은 접하기 어려운 유럽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귀한 자료라고 평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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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독일 정치에 대한 맥락화 평점8점 | YES마니아 : 로얄 c**********2 | 2020.07.21 리뷰제목
독일정치에 관한 책을 읽은 것은 처음이다. 클라우스 오페 교수가 쓴 '덫에 걸린 유럽'을 읽었지만, 이는 유럽연합에서 독일의 역할에 대한 의구심에 대해 쓰인 책이라 독일에 관한 것이라기 보다는 유럽연합에 대한 책으로 보는 것이 좀 더 맞을 듯 싶다. 즉, 이를 제외하지 않더라도 순수 독일에 관한 책을 읽은 것은 부끄럽게도 이번이 처음이다.저자는 영국인으로 유럽연합에서 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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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정치에 관한 책을 읽은 것은 처음이다. 클라우스 오페 교수가 쓴 '덫에 걸린 유럽'을 읽었지만, 이는 유럽연합에서 독일의 역할에 대한 의구심에 대해 쓰인 책이라 독일에 관한 것이라기 보다는 유럽연합에 대한 책으로 보는 것이 좀 더 맞을 듯 싶다. 즉, 이를 제외하지 않더라도 순수 독일에 관한 책을 읽은 것은 부끄럽게도 이번이 처음이다.


저자는 영국인으로 유럽연합에서 일을 한 경험이 있다. 꼭 영국인이라는 것을 강조하려는 것이 아니라 독일인이 아닌 입장에서 독일의 정치력에 대해 제시하고 있어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제 3자의 시선이 완벽하게 녹아들어 있다. 물론 완벽한 내부인이 아닌 만큼, 구체적인 독일 정가의 맥락을 읽기 어려울 수 있겠지만, 다수의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읽는 내내, 독일에 대해 자세하게 파악하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었다.


독일은 세계대전을 일으킨 전범국에서 경제선진국으로 확실하게 탈바꿈했다. 유럽통합을 통해 전쟁을 일으키지 않을 것을 증명해야 했다. 공교롭게도 독일이 시도했던 거대했던 경제통합의 길은 독일 통일이라는 예측되지 않은 내부적인 불안요소를 확실하게 해결하는 밑거름이 됐다. 통일된 독일의 경제력은 형펀이 없었다. 엄청난 공적자금이 구 동독 지역으로 이어져야 했으며, 기존 서독 지역의 불만은 커져만 갔다. 체제 차이에서 야기됐다고 하기에 양 쪽의 경제력 차이는 현격했으며, 이는 통일된 독일이 자칫 내려앉을 여지를 가진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러나 독일은 확대된 유럽시장을 적극 공략해 나갔다. 제조업의 초강국인 독일은, 자국을 대표하는 숱한 기업들이 유럽 대륙으로 수출에 나섰다. 우리가 알만한 자동차 회사부터 화학업체까지, 경제가 통합된 유럽을 만나면서 이들의 성장은 도드라졌고, 자연스레 독일의 성장은 꾸준히 지속됐다. 그 결과, 중국의 부상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세계 3개 경제 강국으로 단단히 자리했으며, 현재도 1인당 국내총생산에서 미국, 일본에 이어 당당하게 위치하고 있다. 당연히 유럽 최대 경제대국의 자리는 여전히 독일이 꿰차고 있다.


독일이 전후 처리와 통일이라는 위기를 극복한 이면에는 확실한 대내적인 정책과 대외적인 통합이 들어맞은 결과이기도 하다. 독일은 핼무트 콜 총리가 유럽통합의 기치를 내걸었으며,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이를 집대성했다. 더 나아가 안젤라 메르켈 총리가 이를 완성시켰다. 유럽은 정치통일이라는 거국적인 합의에 다다르지 못했지만, 회원국들 중 가장 큰 경제력을 자랑하는 독일의 지도 아래 유럽연합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자리까지 치고 올라갔다. 독일의 리더십이 없었다면, 유럽연합이 지금과 같은 역할을 도맡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책에는 독일 정치에 대해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메르켈 총리 이전의 정치 현황부터 연방공화국인 독일의 특성과 이에 따른 정치 권력 구조에 대해 상세하게 언급하고 있다. 핵심은 5장부터다. 5장에서 프랑스와의 관계, 6장에서 유럽연합, 7장에서 유럽연합군대에 대해 거론하고 있다. 프랑스와의 관계는 유럽연합의 첫 삽을 뜬 관계인데다 이제 영국의 이탈로 독일과 프랑스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이전에도 EU를 이끄는 위치에 자리했던 이들은 브렉시트를 맞아 협력과 공생에 대해 보다 긴밀하게 의견을 나눠야 한다. 물론, 그 와중에 리더십을 두고 경합하고는 있지만 크게 협력하는 기조는 변치 않을 전망이다.


6장에서 말하는 부분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영국이라는 대국이 탈퇴할 때만 하더라도 유럽연합이 붕괴될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다. 그러나 유럽 내 분리주의가 판을 치는 가운데서도 유럽연합은 오히려 결속하고 있다. 회원국들은 탈퇴 후 맞게 될 불확실성과 내부 분란 문제를 영국을 통해 확실하게 봤다. 그런 만큼, 불확실한 탈퇴보다는 불완전한 잔류를 택하고 있다. 당연히 제목도 '그 어느 때보다 긴밀'하다고 말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책에서는 독일 내부 상황과 정당의 상황을 통해 독일이 유럽연합에 얼마나 적극적인지, 사안별로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을 독파한다고 해서 독일정치의 내막을 속속들이 이해하긴 어렵지만, 유럽연합에 대한 독일의 의도를 일정 부분 간파할 수 있다.


7장도 중요하다. 그러나 현실은 불가능하다. 정치적인 통합체로 나아가지 못한 유럽연합이 방위군을 갖는다는 것은 더욱 어렵다. 더군다나 EU 회원국 중 21개국이 미국이 주도한 북대서양조약기구에서 이미 안보 부담을 하고 있다. 물론 EU의 군대 보유가 가능하다면 미국과 NATO의 부담도 줄어들 수 있으나 반대로 각 회원국들의 부담이 늘어날 것이 확실한 만큼, 군대 창설은 당연히 어렵고도 가능하지 않은 사안으로 남아 있다. 저자는 이에 대해 여러 말을 가져와 설명하고 있지만, 한 줄로 설명하면 여전히 군대 보유 문제는 쉽지 않으며, 현실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독일은 메르켈 총리 사임 이후에도 리더십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재선이 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그가 재선될 확률 또한 높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결국에는 독일로 리더쉽이 귀결 및 유지될 것으로 짐작된다. 뿐만 아니라 현재 유럽집행위원회의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위원장은 독일 국방부장관 출신이다. 물론 유럽이사회의 샤를 미셀 상임의장이 프랑스 출신인 점도 간과할 수 없지만, 그간 유럽지도부(집행위 위원장 & 이사회 상임의장)에 독일 출신이 거의 없었던 점을 고려하면, 독일이 이전보다 더 주도적인 입장을 단단하게 구축해 나갈 여지는 충분해 보인다.


비록 독일은 군대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경제력만을 가진 반 쪽자리 힘을 갖고 있지만, 폭 넓은 정치의식과 성숙된 사회의식을 통해 경제, 사회 모든 면에서 선진국으로 굳건히 군림하고 있다. 한국이 정치적으로 민주적이지만, 나머지 지표에서 민주적인 것과 거리가 멀고, 일본은 사회적으로 수준이 높지만, 정치적으로 민주적인 것과 상당히 이격되어 있는 것만 보더라도 독일이 다녀놓은 체제와 의식이 얼마나 대단하고 높은 수준인지 짐작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역내에서 독일의 역할은 더 증대될 것으로 예상되며, 적어도 현상은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EU에서 독일을 대체할 만한 국가는 없으며, 당연히 독일도 이를 모르지 않고 있어서다.


blog.naver.com/seung4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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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독일은 어떻게 유럽을 지배하는가 평점10점 | p*******5 | 2019.04.08 리뷰제목
‘독일’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히틀러’, ‘홀로코스트’, ‘베를린장벽’, ‘통일’ 이었다가 최근에 많은 이슬람 난민들을 받아들이는 메르켈 총리의 정책이 독일에 대해 새롭게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다.‘과거사를 반성할 줄 아는 지적이고 이성적인 나라’라는 겉으로 보이는 좋은 이미지 외에는 더 아는 바가 없었던 독일이었는데, 이 책은 독일의내부정치상황에 대해 꽤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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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히틀러’, ‘홀로코스트’, ‘베를린장벽’, ‘통일’ 이었다가 최근에 많은 이슬람 난민들을 받아들이는 메르켈 총리의 정책이 독일에 대해 새롭게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다.

‘과거사를 반성할 줄 아는 지적이고 이성적인 나라’라는 겉으로 보이는 좋은 이미지 외에는 더 아는 바가 없었던 독일이었는데, 이 책은 독일의내부정치상황에 대해 꽤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독일이란 나라를 더 잘 알고 싶은 분께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이 책에서는 유럽연합안에서의 독일의 영향력과 지위에 관해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이야기 하고 있다.



먼저 독일이라는 한 나라만 봤을 때, 독일인들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어디에 두는지, 지방정부와 중앙정부는 어떤 식으로 협력하는지, 과거사에 대한 반성은 어떻게 시작됐는지, 독일인에게 독일이란 나라와 독일사가 어떻게 인식되는지 등에 대한 이야기는 독일과 독일인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독일과 유럽연합의 관계에서는, 독일의 국가관과 역사관, 그리고 정치체계가 실질적으로 유럽연합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주는지 책을 통해 자세히 알 수 있다.

유럽 대륙에 자리한 많은 나라가 정치사회경제적공통체가 될 의지를 보여주는 유럽연합은 다른 어떤 대륙에도 존재하지 않는 유럽대륙만의 독특한 현상이다.그래서 유럽연합의 내부 소식이 참 새로웠고 독일을 비롯해 유럽을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되었다.

유럽연합에서 독일의 영향력, 영국과 프랑스를 비롯한 다른 나라들과의 관계, 특히 요즘 가장 이슈인 난민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려고 노력하는지, 영국의 브렉시트는 어떻게 진행중이며, 독일과 유럽연합이 고민하고 있는 앞으로의 비젼은 무엇인지 등의 유럽연합의 최신 소식을 알 수 있다.



최근 영국의 브렉시트는 우리나라의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여러 전망이 있다. 이렇듯 세계가 지구촌화되면서 유럽대륙에서 일어나는 일은 우리에게도 영향이 있으므로 유럽과 유럽연합, 그리고 유럽연합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나라인 독일이 현재 어떤 정치경제적 현상을 겪고 있는지 이해하는 것은 우리에게도 유익할 것이다. 유럽대륙과 특히 독일이란 나라가 궁금하신 분께 이 책을 권한다. 우리와는 다른 정치 시스템, 다른 가치관을 가진 국민들의 이야기가 세상 보는 시야를 더 넓혀 줄 것이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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