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우리 구찌 죽으면 나는 너무 힘들 것 같아."
어느 날 딸아이가 나에게 한 말이다.
구찌는 5살 우리 집 상전 고양이다.
괜스레 녀석과의 이별을 걱정하는 딸아이에게 "아메리칸 숏헤어는 20년도 넘게 산대~." 하며 바로 걱정할 일이 아니라고 말해주었다.
그래도 문득문득 심란해지는지 고양이 사진을 열심히도 찍어댄다.
매일 보는 얼굴 뭘 그렇게 열심히 찍냐고 물어보니
그렇게 차곡차곡 사진을 모아 추억으로 간직하려고 한다고 했다.
인간보다 짧은 생을 사는 반려동물들..
책의 주인공인 꼬부기와 쵸비는 유튜브 스타 고양이였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등을 잘 하지 않는 나로서는 잘 모르던 존재였는데
이들과의 추억을 담기 위해 책으로 엮었다고 한다.
그 마음이 너무 공감이 되는 책이다.
사진 속의 녀석들은 참으로 행복해 보였다.
서로 의지하기도 하고 투닥대기도 하는 모습이 역시 고양이는 두 마리는 키워야지 하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사랑스러운 고양이들의 모습에 덩달아 행복해진다.
그러다 책의 말미에 꼬부기가 아팠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부터 나는 마음이 속상해졌다.
복막염으로 일 년여간을 투병을 했다고 하니, 서로에게 무척이나 힘든 시간이었을 것 같다.
태어남이 있으면 죽음도 있는 법이지만 이별은 항상 슬프다.
아파서 이별하게 된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최선을 다해 꼬부기의 마지막까지 지켜냈던 저자를 위로하고 싶다.
TV에 어떤 반려동물들이 나오면 얼마 후, 그것과 같은 종의 유기 동물들이 늘어난다고 한다.
반려동물이 주는 행복이야 이루 말할 수 없지만
그 행복을 누리기 위해서는 책임감이 반드시 뒤따른다는 것을 명심했으면 좋겠다.
한 영상으로 꼬부기를 만나서 랜선 집사로 되어버렸다.
하루하루 꼬부기로 영상 보면서 행복해서. 꼬부기 인형들도 데려왔는데
이렇게 책까지 나와서 행복하다.
책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그동안 봤던 영상이 사진으로 나와서
옛 어린 시절 사진집 보는 느낌이 들었다. 한 장 한 장 왜 이렇게 뭉클한지.
또 QR코드 있어서 영상까지 볼 수 있어서 영상 보고 싶으면 볼 수 있어서 그것도 좋았다.
꼬부기 건강하게 오래 살았으면 마음으로 보냈는데.
추억으로 만들어줘서 고맙기도 하며. 온 세상에 아픈 동물들이 아프지 않았으면
가을을 타는지 어깨가 살짝 움츠러드는 날씨에 마음의 산란함을 느끼는 요즘 마음을 달래줄 책을 찾다 눈에 들어온 <꼬부기와 쵸비라서 행복해>는 두 마리 고양이의 아기 시절부터 현재까지의 묘생을 담은 책이다.
주인공은 푸르고 노란 오드아이를 가진 하얀 털의 소유자 형 '꼬부기'와 눈과 꼬리에 검은 털을 가진 동생 '쵸비'다. 고양이를 키우고 싶지만 아침에 나와 저녁까지 혼자 두어야 하니 욕심이 아닌가 싶어 늘 마음에만 두고 있는 냥이를 대신하는 쵸꼬비.
쵸꼬비를 키우며 좋아하던 어두운색 옷을 못 입고, 아무리 청소해도 바닥에 털이 굴러다니고, 고양이 관련 지출액이 본인에게 쓰는 돈보다 크고, 약속이 있어도 무조건 귀가하고, 어디론가 떠나도 마음 편히 여행하는 건 불가능하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꾹꾹이 한방이면 행복하다는 그들의 마음이 백번 이해 가는 것은 왜일까.
쵸꼬비 집사 두 분의 넘치는 고양이 사랑이 느껴지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순간포착의 사진 장장마다 사랑이 넘친다. 쵸꼬비만 보고 있는 듯~ 먹냥이 쵸비가 접시를 핥으며 행복의 눈물이 맺힌 사진이나 아빠 집사의 손을 베고 잠든 모습의 사진, 꼬부기가 엄마 집사를 바라보는 눈빛이나 2주 동안의 싸움 끝에 형제가 사이좋게 지내는 모습을 보면 웃음이 난다. 일광욕하는 꼬부기의 모습은 진짜 빛이 반짝인다.
쵸꼬비(꼬부기와 쵸비의 합성어)의 어여쁘고 귀여운 사진들을 보며 먹구름이 잔뜩 낀 마음에 따뜻하고 환한 빛이 비치어 평온해진다. 고양이들과 살아가며 느끼는 행복은 무엇일지 가늠하며 조금이나마 그 행복을 살며시 잡아본다. 아~ 진짜 이러다 내가 고양이 집사 되는 건 시간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