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세, 사랑이 지나간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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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 사랑이 지나간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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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시 >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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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헤세와 즐거운 만남의 순간들 평점8점 | YES마니아 : 로얄 j*****3 | 2017.03.30 리뷰제목
아무리 좋은 책이라하더라도 내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고 그래서 가까워지지 않는 책이 있다. 헤르만 헤세의 책이 그랬다. 아주 어릴 때 읽었던 데미안은 큰 감동을 남기지 못했고, 헤세는 저 멀리 있었다. 그러던 중 정여울 작가의 헤세 사랑이 가득 담긴 글을 보고 데미안을 다시 읽었고, 헤세의 작품은 꼭 읽어야할 목록에 당당히 올라있다.   이 책은 에세이인듯 소설인듯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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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좋은 책이라하더라도 내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고 그래서 가까워지지 않는 책이 있다. 헤르만 헤세의 책이 그랬다. 아주 어릴 때 읽었던 데미안은 큰 감동을 남기지 못했고, 헤세는 저 멀리 있었다. 그러던 중 정여울 작가의 헤세 사랑이 가득 담긴 글을 보고 데미안을 다시 읽었고, 헤세의 작품은 꼭 읽어야할 목록에 당당히 올라있다. 

 

 이 책은 에세이인듯 소설인듯한 이야기 18편이 수록되어 있다. 에세이든 소설이든 그게 뭐 대수일까 싶긴 하지만. <정원 일의 즐거움>이란 책을 펴냈을 정도로 정원을 가꾸는 것을 좋아했던 헤세의 모습을 이 책에서도 고스란히 만날 수 있었다. <붓꽃 사랑>이나 <사이클론>에서 집을 나선  주인공이 정원에서 만나는 꽃과 나무들, 정원을 벗어나 만난 풀들에 대한 섬세하고 애정어린  묘사는 내 눈 앞에 멋진 풍경들이 펼쳐지는 듯한 느낌이 들정도로 사실적이었다. 이런 자연에 대한 아름다운 묘사는 각 이야기마다 등장하는 한 폭의 수채화가 그 아름다움을 더 극대화 시키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붓을 들고 그림을 그리고 싶게 만들었다.

 

 자연에 대한 아름다움은 어떻게 보면 이 책에서는 잔잔하게 깔려있는 BGM의 역할을 하는듯하다. 헤세는 무언가를 찾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끊임없이 받았다. 모든 이야기 속에서 두 가지 큰 흐름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그 중 하나는 소년이 청년기를 지나 어른이 되는 과정 속에서 자아찾기를 하는 거였다.

 

그런 기쁨은 나의 마음 속에서 이미 사라져 버린 것이었다. 언제, 왜 없어졌는지 나로서도 알 수 없었다. 그런 데다 어른들의 기쁨은 아직 제대로 누릴 수 없었기 때문에, 소년 시절의 기쁨이 차지해야 할 내 마음 속 자리에는 불만족스러움과 동경의 자리를 잡고 있었다.-p 60

 

삶과 나 사이의 균열을 나는 본능적으로 배움과 지식과 인식으로 메워보려고 애썼다.-p61

 

<내 나이 열여섯이었을 때> 에서 만날 수 있는 이 글은 사춘기 소년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한 문장이었다.  이런 혼란스러운 시기를 화자처럼 건전하게 헤쳐나가는 힘이 필요할 것이다.

 

당시 만 열 여덟살이었던 나는 마치 새가 하늘을 나는 것 같은 자유를 만끽했으나, 나의 청춘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가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중략) 나에게 직업이란 바깥 세계로 통하는 하나의 길일뿐 아무 의미도 없었다. 분명 만족할 수 있는 어떤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새로운 길이란 어떤 종류일까?- p 254

 

<사이클론>에서 열여덟살 화자는 직업에 대해서,어떤 삶의 방향을 선택해야할 지 또 고민을 하고 있다.

 

모든 존재가 변화할 수 있는 재능을 갖지 못한다면 ,그것들은 유한함 속에서 슬픔과 근심을 느낄 것이며 결국 그들이 지닌 아름다움은 사라지게 된다.- p181

 

 우리는 어른이 되면서 두려워지는 것이 많다. 내가 힘들게 쌓아놓은 것들이 무너질까봐 도전은 어느새 먼 곳으로 사라지고 안정만을 꾀하는 것이 대부분이다.<픽토르의 변화>에서  픽토르는 항상 똑 같은 모습으로 남아 있고 변화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뒤로 행복은 사라져 버렸다고 이야기한다. 고여 있는 물은 썩기 마련일테다. 나이와 상관없이 내가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도록 작은 변화라도 만들어감이 좋지 않을까? 성장하면서 자신을 찾으려는 욕구는 자꾸 강해지고. 그 고민들을 하나 하나 해결하면서 삶이라는 것을 완성해나가겠지.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건 끊임없는 질문이었다. 나를 찾기 위한 질문을 얼만큼 많이 하느냐에 따라 내 삶에 대한 만족도도 높아질것 같다.

 

 또 하나는 사랑이었다. 여인에 대한 사랑, 통상적인 사랑에 대한 의미에 대해서도 무수한 질문들을 하고 나름의 정의를 내리고 있었다. 이웃 소년의 키스 소식을 듣고 자신도 용기를 내어보는 풋풋한 첫사랑의 기억을 소년의 시선으로 솔직 담백하게 그려내고 있기도 하고, 사랑하는 여인이 행복해하는 것을 보기 위해 전 재산을 탕진하고 감옥에 가는 남자의 모습도 있다. 사랑하는 여인을 잃은 후에 남겨진 남자의 안타까움도 만날 수 있고, 본인은 사랑하지 않는데 사랑을 갈구해 오는 여자에 대한 미안함등 여러 색의 사랑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내가 사랑하는 여인에게 어떻게 접근하고, 사랑을 쟁취할 것인가? 사랑하는 마음이 들지 않는데,다가오는 저 여인을 어떡할 것인가? 사랑, 왜 이리 어려운걸까?

 

 사랑은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고뇌와 인고 속에서 얼마나 강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존재한다고 나는 믿는다. 우리는 사랑을 겪는다. 그러나 우리가 헌신적으로 사랑을 나누면 나눌수록 사랑은 우리를 강하게 만든다. 가장 힘들게 얻은 것일수록 가장 좋아하게 마련이다. - p15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 중에 이 글이 가장 맘에 남는다. 사랑의 힘은 위대하다는 것을 알기에......

 

 장편소설에서와는 또 다른 느낌의 헤세를 만났다. 문장들은 아름다웠고, 절대 가볍지 않았다. 그렇다고 엄청난 무게로 누르지도 않았다. " 당신의 마음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 라고 말하는 듯한 글들은 오랫동안기억에 남아 있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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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헤세, 사랑이 지나간 순간들 - 헤르만 헤세 평점10점 | g*******7 | 2017.03.31 리뷰제목
한동안 읽지 않다가 작년에 우연히 읽게 된 <수레바퀴 아래서>를 시작으로 헤르만 헤세에 대한 관심이 다시금 시작되었다. 오래전 제대로 이해를 하지 못하여 난해하다고 생각한 <데미안> 역시 지금 다시 들여다보니 새롭게 느껴지며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되었고, 이것은 결국 헤르만 헤세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흘러가게 되었다. 청춘이 아닌 중년에 접어들면서 그의 생각을 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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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안 읽지 않다가 작년에 우연히 읽게 된 <수레바퀴 아래서>를 시작으로 헤르만 헤세에 대한 관심이 다시금 시작되었다. 오래전 제대로 이해를 하지 못하여 난해하다고 생각한 <데미안> 역시 지금 다시 들여다보니 새롭게 느껴지며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되었고, 이것은 결국 헤르만 헤세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흘러가게 되었다. 청춘이 아닌 중년에 접어들면서 그의 생각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었기에 늦게나마 감히 친구를 한명 얻은 듯한 느낌을 주는 헤르만 헤세. 그래서였는지 <헤세, 사랑이 지나간 순간들>에 대한 관심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의 작품들을 순서대로 읽고 있는 상황에서 이 책을 통하여 헤세의 또다른 면을 유감없이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일었으니 말이다.


 자신의 삶에 대한 자전적이거나 관조적인 느낌으로 쓰여진 그의 작품들은 어떤 면에서는 꽤 무거운 느낌을 받게 된다. 단순한 이야기가 아닌 나름의 성찰의 요소를 곳곳에서 표현을 하고 있기에 그의 작품을 읽을 때에는 꽤 진지하게 읽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헤세, 사랑이 지나간 순간들>은 꽤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짧은 이야기 또는 에세이로 가득한 이 글들은 헤세의 색다른 글쓰기를 통하여 그의 다양한 생각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처음으로 등장하는 <빙판 위에서>는 독자를 편안하게 이끌어내는 느낌이다. 마치 본격적인 식사를 하기 전에 먹는 디저트처럼 말이다. 왠지 헤세의 유년시절의 첫사랑에 대한 풋풋함이 묻어나는 이 작품은 완숙기에 접어든 작가의 유년기의 순수한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게끔 해주고 있어서 나 역시 유년기의 추억을 떠올리게 만든다.


 이 작품을 시작으로 이 책에 실린 다수의 작품을 읽으면서 '사랑이 지나간 순간들'이라는 제목의 문구에 대하여 이해하게 된다. 과거의 경험 또는 생각에 대한 생생한 묘사를 통하여 마치 헤세라는 카메라로 하여금 이들 작품을 사진으로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점점 성장하고 있지만, 그러한 성장에 대한 설명보다는 과거 잊고 있었던 추억에 대한 끄집어내기가 그러한 느낌을 자아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짧은 분량이지만, 안제름의 성장과 더불어 그가 잊고 있었던 과거의 추억을 친구의 여동생을 통하여 회상시키는 <붓꽃 사랑>은 아마도 이 책의 제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일리스'는 푸른 붓꽃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일리스에 대한 안제름의 구애와 죽을 때까지 안제름의 구애에 대하여 답을 주지 않는 일리스는 어쩌면 우리가 잊고 있었던 과거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어제 피어 있는 이 꽃을 보면서 나 역시 이제서라도 안제름이 일리스의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는 시점에서 떠올린 과거의 사랑스러운 시절을 떠올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헤세는 <붓꽃 사랑>에서 그랬던 것처럼 사랑에 대한 생각과 연관지어 글을 쓰고 있다. 일리스에 대한 사랑을 통하여 과거 정겨웠던 자신의 삶을 떠올릴 수 있었던 것처럼 사랑은 단순히 그의 작품의 소재가 아닌 그의 삶에 있어서 중요한 수단이자 즐거운 기억을 떠올릴 수 있는 매개체가 아니었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또한 다양한 시각에 따른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통하여 헤세에게 있어서 사랑은 어쩌면 그가 삶의 진리를 찾는 하나의 과정으로도 그려진다.

 "사랑이란 건 우릴 행복하게 해주려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단지 우리가 괴로워하며 참고 견디는 것에 비해 얼마나 강렬한 것인지를 우리에게 보여주기 위해 있다고 생각하죠."

 - p. 90 : 아틀리에의 여인 中 -

 사랑이라면 당연히 행복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는 우리에게 사랑의 또 다른 면을 보여주는 이 말은 이 작품에서 보여주고 있는 헤세의 사랑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보여준다. 


 이러한 시각은 그의 삶과도 연계되어 있음을 어렴풋이 느끼게 해준다. 그의 작품은 물론이거니와 그의 실제 삶에서 사랑은 어쩌면 끊임없는 내면과 외부의 대립의 상황 속에서 그를 나아갈 수 있게 해준 동력이 아니었나 싶다. <수레바퀴 아래서>의 한스 기벤라트가 그랬던 것처럼 헤세 역시 신학을 공부하기를 바랬던 아버지의 뜻과는 달리 신학교에서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이후 여러 직업을 전전하였으며 작가가 된 이후에도 전쟁과 비극적인 가족사로 인하여 그의 창작 욕구에 대해서도 혼란을 겪었다가 나중에 다시금 완숙기를 이룰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사랑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싯다르타>의 주인공이 자신만의 진리를 터득하는 과정에 등장한 카말라가 사랑을 상징하고 있음을 떠올려본다면 헤세 역시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랑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통하여 나름의 안정을 이룬 것이라 보여진다.

 삶은 단지 사랑을 통해서만 그 의미를 획득할 수 있다. 즉 우리가 더 많이 사랑하고 우리 자신을 희생할 능력이 있다면 우리의 삶은 점점 더 의미가 충만해지는 것이다.

 - p. 102 :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中 -

 

 헤세의 작품이 사랑과 연관되어서 그런 것일까? <헤세, 사랑이 지나간 순간들>에 실린 작품을 읽어보면 문득 그동안 읽었던 헤세의 작품을 떠올릴 수 있다. <한스 디어람의 수업 시대>가 그 대표적인 작품이다. <수레바퀴 아래서>의 주인공 한스 기벤라트와 동일한 이름이 등장해서일까? <한스 디어람의 수업 시대>는 마치 <수레바퀴 아래서>의 주인공이 신학교를 그만두고 기술을 배우는 뒷이야기의 새로운 이야기로 읽혀진다. 죽음이라는 비극이 아니라 사랑을 둘러싼 그의 이야기는 <수레바퀴 아래서>의 또다른 결말로 읽혀질 수 있지 않을까? 아니면 <크눌프>가 친구의 충고를 받아서 정착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로 생각하면서 읽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랑을 소재로 한 시, 단편, 에세이, 회고와 같이 다양한 작품이 실려있어서 마치 헤세의 사랑에 대한 소품곡처럼 보이는 <헤세, 사랑이 지나간 순간들>. 그동안 그의 작품을 다소 깊이 생각하면서 읽어왔던 터라 이 책은 그러한 부담을 떨치고 사랑에 대한 헤세의 따뜻함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게 해준다. 그의 자전적인 이야기 또는 제3자로서 바라보는 상황을 사랑과 연관지어 이렇게 다수의 글로 쓸 수 있다는 점은 그의 삶에 있어서 사랑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 것인지 여실히보여주고 있다. 또한 책의 곳곳에 등장한 그의 그림은 헤세의 또다른 재능과 더불어 사랑이 글쓰기는 물론이거니와 그림에 있어서 그의 뮤즈였음을 보여주고 있는 듯 하다. 


< 이 리뷰는 문예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쓴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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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헤세가 그녀를 만났을 때 평점10점 | 이달의 사락 b********5 | 2017.03.19 리뷰제목
우리는 사랑을 겪는다. 그러나 우리가 헌신적으로 사랑을 나누면 나눌수록 사랑은 우리를 강하게 만든다. (15쪽)     독일이 낳은 대문호 헤르만 헤세의 중단편 작품집이다. 소설과 에세이들로 열 여덟편을 수록했다. 헤세가 남긴 어록이나 작가에 대한 책은 왕왕 읽었어도 헤세가 직접 쓴 글은 오랜만이다. 그래서일까 오히려 신선했다. 고전이어도 생생하고 새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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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랑을 겪는다. 그러나 우리가 헌신적으로 사랑을 나누면 나눌수록 사랑은 우리를 강하게 만든다. (15)

 

 

독일이 낳은 대문호 헤르만 헤세의 중단편 작품집이다. 소설과 에세이들로 열 여덟편을 수록했다.

헤세가 남긴 어록이나 작가에 대한 책은 왕왕 읽었어도 헤세가 직접 쓴 글은 오랜만이다.

그래서일까 오히려 신선했다. 고전이어도 생생하고 새로웠다.

 

빙판 위에서가 제일 처음 실려있는데 무척 좋았다. 헤세의 유년 시절의 이야기가 담백하게 전달되었다.

 

저녁에 시인은 무엇을 보았는가에서 화자인 젊은 남자는 앳띤 여인과 유럽 남쪽에서 사랑을 나누고 있었다. 그러나 소설의 말미에서는 과거완료형의 문장으로 사랑이 끝났음을 담담히 토로한다. 연인이 화사한 햇살 속에서 밀어를 나누고 있을 때 어여쁜 꼬마들이 그들을 순수하게 응시한 일화가 나온다.

짧은 이야기 속에서 청춘의 덧없음을 표현하는 헤세의 표현력이 정말 아름다웠다.

 

붓꽃 사랑에서는 헤세가 식물과 꽃을 사랑하고 있음을 잘 느낄 수 있다. 꽃에 대한 애정은 자연스럽게 여인에 대한 사랑과 연결된다. 주인공 안제름은 일리스라는 여자에게 흠모의 감정을 느낀다. 일리스는 푸른 붓꽃을 의미하는 명칭이기도 했다. 상대에게 하는 첫 고백이 청혼인 것은 예스러우나 젊은 남자의 애틋함 자체는 절실하게 느껴졌다.

지금 시각으로 보면 둘 사이에 무슨 싸움이나 장애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두 남녀는 영혼의 간극을 느끼고 처절히 헤어진다. 상징적이고 절제된 표현이지만 추상적이기도 하다.

오랜 세월이 흘러서야 안젤름의 진심은 표출된다.

일리스가 죽음을 앞두고 있어서 찾아가서 임종을 지키는 장면이 등장하면서 절정에 이른다마지막은 판타지 처럼 마무리하고 있다.

 

그 여름날 저녁에는 주인공 나의 시점으로 어느 여름날들을 회고한다. 나는 스물 세 살이었고 사무실에서 회사원으로 일했고 어느날 많이 아파 앓아 누웠다. 그리고 한 여인에게 연모를 느꼈다.

지인인 한 명사의 초청으로 파티에 갔다가 아름다운 여인과 잠시 대화를 나눈 주인공. 남자는 자신의 신분과 외모가 초라함을 느끼며 열등감 같은 것에 시달린다.

일주일 정도 끙끙 앓아서 구빈원에서 치료받고 나오는 날 남자는 뜬금없이 파티의 여자가 생각났다. 불안한 자신의 미래를 떠올리면서 그 상류층의 여인의 이름도 모른다는 사실에 쓸쓸해하며 소설은 막을 내린다.

지금의 청춘 누군가도 겪고 있을 이야기처럼 사실감 있게 다가오는 단편이었다.

 

회상은 남자의 독백으로 이루어진 네 페이지 분량이다.

짧은 글 속에서도 설레이는 문장을 건질 수 있었다.

 

지나버린 일이다! 그러나 가장 멋졌던 일은 키스가 아니고, 저녁때 함께 산책했던 일도 아니고, 비밀스런 행동도 아니었다. 그것은 사랑에 의해 나에게 흐르던 힘이었다. 아주 기쁨에 찬 힘, 그녀를 위해 살고 그녀를 위해 투쟁하며 불 속이나 물 속이라도 함께 갈 수 있을 듯 싶던 힘이었다.

 

한 여인의 미소를 위해 몇 년을 희생할 수 있는 것, 그것이 행복이다. 그리고 그것은 내게 있어서 잃은 것이 아니다.             (110 page에서)

 

 

헤르만 헤세의 열여덟가지 작품은 사랑의 속성을 고찰하고 있다.

읽는 이들에게 옛 추억과 상념을 떠올리게 하는 미문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이런 글들에 어찌 마음이 촉촉해지지 않을 수 있으랴.

 

어떻게보면 헤세의 이야기와 사랑에 대한 발언들은 사랑에 대한 건강검진과도 같았다.

노희경 작가가 사랑하지 않는 자 유죄라고 말해서 여러 사람 범죄자로 만들었다면^^

헤세는 사랑하지 않는 건 건강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었다.

마음과 영혼의 건강 말이다.

 

평소에 갖고 있던 무질서한 사랑에 대한 생각들이 헤세의 글로 체계적인 질서를 이루었다.

사랑은 기습과 점령이라고 평소 생각했는데 헤세의 생각 아니 신념이 정확히 그랬다.

하지만 사랑도 노력하고 애쓰지 않으면 변모되며 극단에는 잔인하고 끔찍한 것으로 변질되는 것이다.

헤르만 헤세는 그런 속성까지 빠짐없이 이야기 했다.

아니.

세상 이런 사랑꾼 소설가가 계셨다니.

 

헤르만 헤세님 그동안 몰라 뵀습니다.

 

잔잔하고 담백하다가도 격정적이고 냉철한 이야기들.

가슴을 두근두근 설레게 하고 흑역사에 치욕을 느끼게 하는 사랑들.

죽음 후에도 사라지지 않는 불멸의 사랑.

 

청춘의 사랑은 미숙하고 위험하며 불완전하지만 그럼에도 찬란하다는 믿음까지.

이러한 전부를 헤세의 이야기들은 일깨우고 있다.

 

어떤 것이 에세이이고 어떤 것이 소설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작품들도 많았다.

능수능란한 작가의 문장력 덕분에 더욱 그랬던 것 같다.

뭣이 중한가. 그런 기법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전체 작품에서 헤세의 독창적인 표현과 일관되게 흐르는 사상을 느낄 수 있었다.

 

헤세의 작품을 읽고 싶어하는 이들 문학 애호자들 모두에게 강력히 추천하는 작품집

헤세, 사랑이 지나간 순간들이다.

 

마술에 걸린 듯한 긴 시간을 체험하고, 수많은 흥분과 떨리는 몸짓으로 오늘날까지 기억 속에 존재하는 이 모든 일이 실제로는 단지 몇 분 동안 일어났다.    (269 page) 

 

 무언중에 정열을 쏟은 애정보다 고귀하고 행복한 것은 이 세상에 없다.      (243 쪽)

 

내가 사랑했던 여인에 대해서 여러분은 아무것도 아실 필요가 없겠지요. 어쩌면 그녀는 놀라울 정도로 아름답거나 귀여웠겠지요. 또는 천재거나 천재가 아니었을 수도 있죠.

그게 뭐가 중요합니까? 그녀는 나에게 있어 깊이 떨어지는 나락이자, 나의 의미 없는 삶을 잡아주던 신의 손길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나의 삶은 위대하고 품위가 있었습니다.   (202 page)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있던 당신의 존재 덕분에 깊고 달콤한 충만을 맛보았다오.

     (173 쪽)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94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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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구매 헤세, 사랑이 지나간 순간들 평점10점 | YES마니아 : 골드 f*******5 | 2024.05.16 리뷰제목
헤르만 헤세 작가님의 헤세, 사랑이 지나간 순간들 작품 리뷰입니다. 헤르만 헤세의 소설들만 읽어봤는데 에세이는 처음이어서 바로 대여해봤습니다 다양한 형태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읽을 수 있어서 좋았고 작가가 생각하는 사랑에 관한 생각? 같은 걸 알 수 있어서 흥미롭게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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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 작가님의 헤세, 사랑이 지나간 순간들 작품 리뷰입니다. 헤르만 헤세의 소설들만 읽어봤는데 에세이는 처음이어서 바로 대여해봤습니다 다양한 형태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읽을 수 있어서 좋았고 작가가 생각하는 사랑에 관한 생각? 같은 걸 알 수 있어서 흥미롭게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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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구매 헤세, 사랑이 지나간 순간들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c*****4 | 2024.05.04 리뷰제목
헤르만 헤세 <헤세, 사랑이 지나간 순간들>을 읽고 쓰는 리뷰입니다. 개인적인 감상이 포함되어 있으니 주의 바랍니다. 정말 예쁜 말이 가득한 책이네요. 저는 아직 사랑이 뭔지 잘 모르지만 이런게 사랑이라면 정말 예쁘고 거룩한 감정이구나 싶어요. 풋풋한 사랑부터 농익은 사랑까지 하나하나 너무 예쁘네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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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 <헤세, 사랑이 지나간 순간들>을 읽고 쓰는 리뷰입니다. 개인적인 감상이 포함되어 있으니 주의 바랍니다. 정말 예쁜 말이 가득한 책이네요. 저는 아직 사랑이 뭔지 잘 모르지만 이런게 사랑이라면 정말 예쁘고 거룩한 감정이구나 싶어요. 풋풋한 사랑부터 농익은 사랑까지 하나하나 너무 예쁘네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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