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케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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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 시집

리뷰 총점 9.1 (75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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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시 > 시/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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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릴케 시집 - 잊었던 감성을 일깨워 준... 평점9점 | k*****u | 2014.05.14 리뷰제목
라이너 마리아 릴케. 중학교 시절 철없이 이 시인에게 빠졌던 적이 있었다. 어린 나이에, 장미 가시에 손가락이 찔려 패혈병으로 죽었다는 그 죽음도, 어찌나 낭만적이고 시인답게 느껴지던지. 나중에야 직접적인 사인은 그것이 아니라 백혈병이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시는 쓰는 것이 아니라 오는 것이라는 건 정말일 것 같다. 어느 날 우연히 내게 와서 나로 하여금 쓰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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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너 마리아 릴케. 중학교 시절 철없이 이 시인에게 빠졌던 적이 있었다. 어린 나이에, 장미 가시에 손가락이 찔려 패혈병으로 죽었다는 그 죽음도, 어찌나 낭만적이고 시인답게 느껴지던지. 나중에야 직접적인 사인은 그것이 아니라 백혈병이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시는 쓰는 것이 아니라 오는 것이라는 건 정말일 것 같다. 어느 날 우연히 내게 와서 나로 하여금 쓰게 하는 그런 영감. 시인의 그런 천부적인 감수성과 영감은 정말 타고나는 것일까? 다른 글과 달리 유독 시에서는 그런 것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시가 내게 다가오는 것도 때가 있는 것 같다. 어쩔 땐 유독 마음 아프게 공감이 되는데, 어떨 땐 또 아무리 정독을 해도 가슴에 와박히지가 않는다. 그래서 시가 참 어려운 거 같다.

 

  굉장히 여성적이고 섬세한 느낌의 라이너 마리아 릴케. 어린 시절 엄마가 딸처럼 키웠다던데. 그래서일까, 문체에서도 소녀적인 감성이 물씬 느껴진다. 자주 등장하는 시어 중 하나가 '소녀, 장미' 등이 아닐까. 아이러니하게 그렇게 좋아하던 장미 가시에 찔리게 되다니. 묘비에도 릴케는 '장미여, 오 순수한 모순이여, 기쁨이여, 그 많은 눈꺼풀 아래에서 그 누구의 잠도 아닌 잠이여.'라는 시구를 새겼다고 한다. 정말 장미의 시인이라 불릴만한.

 

  초기 그의 시를 읽으면 참 따뜻한 시선의 삶에 대한 직관이 느껴진다. 소녀같이 맑고, 순수하면서도 섬세한 동경. 그러다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고독과 종교적인 신심이 더욱 절절히 느껴지는 듯 하다. 무언가 더 삶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는 느낌이랄까. 외면에서 더 내면으로 깊숙이 파고드는 듯한.

 

  내가 좋아하는 시 중 하나는 첫 시집에 수록된 '사랑이 어떻게 너에게로 왔는가'의 1연이다. 굉장히 감성적인 설레임과 통찰력이 엿보인다.

 

사랑이 어떻게 너에게로 왔는가.

햇살처럼 꽃보라처럼

기도처럼 왔는가.

 

  그리고 감탄해 마지 않는 시는 형상시집에 실린, 너무도 유명한 '고독'과 '가을'이 되겠다.

 

고독

 

고독은 비와 같다.

저녁을 향해 바다에서 올라와

멀리 떨어진 평야에서

언제나 적적한 하늘로 올라간다.

그리하여 비로소 도시 위에 떨어진다.

 

밤도 낮도 아닌 시간에 비는 내린다.

모든 골목이 아침을 향할 때,

아무것도 찾지 못한 육체와 육체가

실망하고 슬프게 헤어져 갈 때,

그리고 시새우는 사람들이 함께

하나의 침대에서 잠자야 할 때,

 

그때 고독은 강물 되어 흐른다......

 

가을

 

나뭇잎이 진다. 멀리에선 듯 잎이 진다.

하늘의 먼 정원들이 시들어 버린 듯.

부정하는 몸짓으로 잎이 진다.

 

그리고 깊은 밤에는 무거운 지구가

다른 별들에서 떨어져 고독에 잠긴다.

 

우리들 모두가 떨어진다. 이 손이 떨어진다.

보라, 다른 것들을. 모두가 *떨어진다.

(* 책에는 '덜어진다'라고 오타가... ㅠㅠ 무한 아쉬움 ㅜㅜ)

 

그러나 어느 한 사람이 있어, 이 낙하를

한없이 너그러이 두 손에 받아들인다.

 

  고독에서는 정말 적막한 도시의 풍경과 어쩔 수 없는 심오한 근원의 삶을 담담히 형상화 하고 있다면, 가을에서는 보다 따뜻하고 포용적인 시각, 희망을 엿볼 수 있달까. '고독'의 경우 예전에 봤던 시와 번역이 조금 달랐다. 예전에는 아마 서로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이 하나의 침대에서 잠자야 할때 뭐 그랬던 것 같다. 시어의 번역 작업은 참 어렵지 않을까 새삼 또 혼자 속으로 쫑알쫑알. ㅎㅎ

 

  '가을날'도 유명한 시 중 하나이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가을'이 더 좋다. 가을은 정말 마지막 연을 읽으며 혼자 완전 탄복했었던. 그 한사람은 누구일까, 신일까, 아니면 삶 자체일까. 결국 모든 것을 포용하는 그 한 사람의 존재. 그래서 삶은 살아지는, 살만한 것일까.

 

  릴케의 시대별 시집 네 권을 하나로 묶어 출간된 <릴케 시집>, 오랫만에 읽으니 더욱 반갑기 그지 없다. 마치 그 중학교 시절, 시집 한 권을 손에 들고 문학소녀라도 된 듯 교정을 오가던 그 때의 나도 함께 만난 기분. ^^

 

 

 

 
6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6 댓글 8
종이책 구매 릴케 시집 평점10점 | l*****n | 2020.02.29 리뷰제목
R.M 릴케/송영택 옮김문예출판사  지인의 권유로 짧은 시쓰기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정말 오랜만에 시집을 읽고 싶어졌다. 작년말 윤동주 다이어리에서 윤동주 시인이 사랑한 시에서 릴케의 시를 만났다. 윤동주 시인이 좋아하는 시인이라면 그와 결이 비슷할 것 같았고 나도 좋아할 것 같았다. 그래서 주문하게 된 <릴케 시집>. 모네의 그림이 예쁘게 표지를 장식한 예쁜 양장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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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M 릴케/송영택 옮김

문예출판사

 

 

지인의 권유로 짧은 시쓰기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정말 오랜만에 시집을 읽고 싶어졌다. 작년말 윤동주 다이어리에서 윤동주 시인이 사랑한 시에서 릴케의 시를 만났다. 윤동주 시인이 좋아하는 시인이라면 그와 결이 비슷할 것 같았고 나도 좋아할 것 같았다. 그래서 주문하게 된 <릴케 시집>. 모네의 그림이 예쁘게 표지를 장식한 예쁜 양장책이 도착했다. 시집을 사 본지 거의 20년. 그  때 얇았던 시집 모습과 다르게 244페이지의 다소 도톰했다. 릴케에 대해 잘 몰랐던 나는 이 시집을 통해 그에 대해 그리고 그의 시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그의 본명은 르네 마리아 릴케였으나 그의 정신적 후원자 역할을 했던 후 안드레아스 살로메의 권유로 르네를 라이너로 고쳐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병약한 유년 시절을 보내고 아버지의 뜻에 따라 육군학교에 입학했으나 중퇴 후 시를 쓰기 시작해 19살에 첫 시집을 출판했다. 19살에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니, 지금과 다른 시대적 상황이 있겠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20대 혹은 그 이후가 아닌 유년시절에 찾았다니 그는 어떻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일찍 발견할 수 있었는지 궁금해진다. 육아를 하며 아이들의 진로에 대한 관심이 많은 나는 일찍 자신의 길을 찾은 이들을 보면 그 과정이 정말 궁금해진다.

 

<릴케 시집>은 시인으로도 활돌한 송영택 옮긴이가 릴케의 시를 편의상 전기와 후기로 나눈 후  전기 작품에 속하는 네 개의 시집에서 166편을 수록한 책이다. 그 네 개의 시집은 <첫시집>, <초기시집>, <시도서>, <형상시집>이다. 이 시집의 구성 역시 릴케의 전기 시집으로 분류된 네 권의 시집의 제목과 동일한 소제목을 단 네 개의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릴케는 열세살, 열네살 무렵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는데 그 당시는 여자친구를 위해 쓴 연애시가 주를 이룬다. <첫시집>은 1896년, 1897년, 1898년애 나온 시집 3권에 다섯 편을 추가한 것으로 꿈과 순수한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그 다름 <초기시집>은 릴케가 나의 최초의 책이라고 부를 만큼 시인의로서의 릴케의 뛰어난 자질을 보여주는 시들이 많다고 한다. <초기시집>은 1898년  이탈리아 여행과 1899년과 1900년 두 번이 걸친 러시아 여행을 거치면서 그의 시는 <시도서>로 크게 발전하게 되었다. 시도서는 성직자가 아닌 평신도용 기도서이다. <시도서>는 원시적인 자연인식과 신의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범신론적 사상이 흐르고 있는 시집이다. 릴케의 시집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이다. 삶은 나의 노력뿐만 아니라 순리라는 것이 있다고 생각하기에 마음에 와 닿는 작품이 많았다. 그는 어떻게 범신론적 사상을 지니게 되었을까...

 

<형상시집>은 1899년 베를린에서 쓴 작품들을 주로 하여 1902년에 초판이 인쇄되었고 이후 시가 추가되고 재판이 인쇄되었다. 그는 이 시기에 조각과 로댕과 친교를 맺고 프랑스 상징파 시인들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이 시집 마지막에 소개되는 <연작>은 그런 영향을 드러낸 대표적인 작품이다. 릴케의 작품은 산문체로 읽는 동안 그 뜻을 은미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문장 자체의 아름다움도 있었지만 그가 말하고자 하는 문장 이면이 뭘까를 생각하게 했다. 릴케를 잘 몰랐던 나는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그의 작품과 그의 생애에 대해 알고 갈 수 있어 좋았다. 후기작품은 별도의 책으로 나와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 시집도 읽어 보고 싶다.

 

독자마다 그 독자의 삶의 시기마다 마음에 와 닿는 작품이 다를 것이다. 현재 내게 가장 나누고 싶은 릴케의 작품을 소개해 본다.

 

신神이 와서 '나는 존재한다'고 말할 때까지

 

신이 와서 '나는 존재한다'고 말할 때까지

기다려서는 안 된다.

그의 힘을 스스로 밝히는

그런 신은 의미가 없다.

처음부터 너의 내부에서

신이 바람처럼 불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너의 마음이 달아오르고, 그것을 입 밖에 내지 않을 때

신은 너의 마음속에서 창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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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사랑의 세레나데 평점10점 | s******6 | 2014.06.03 리뷰제목
[ 출판사를 통해 제공 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간서치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佩), 경(鏡), 옥(玉) 이런 이국(異國)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리뷰제목

 

 

[ 출판사를 통해 제공 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간서치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 (), () 이런 이국(異國)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윤동주의 별 헤는 밤

 

윤동주의 별 헤는 밤중에서 시인 프랑시스 잠과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등장한다. 나는 그때부터 언젠가 그 시인들의 시를 읽고야 말겠다고 결심했다. ‘윤동주 시인이 이렇게 고운 시에 그들을 등장시킬 만큼 팬이었다고 하니 그들의 시는 윤동주 시만큼이나 아름답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릴케의 시집을 손에 들었을 때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이 뇌리에 스치며 그 라이너 마리아 릴케 시집이라니! 하는 감격이 들었다.

 

 

 

 

하얀 국화가 피어 있는 날이었다.

 

하얀 국화가 피어 있는 날이었다.

그 짙은 화사함이 어쩐지 불안했다.

그날 밤 늦게 조용히

네가 내 마음에 다가왔다.

 

나는 불안했다. 아주 상냥히 네가 왔다.

마침 꿈속에서 너를 생각하고 있었다.

네가 오고, 그리고 동화에서처럼

은은히 밤이 울려 퍼졌다.

 

(34)

 

날짜를 정확하게 기억하는 것보다 어쩌면 오감으로 기억하는 날이 더 정확하고 몸에 새긴 것 마냥 다시금 기억을 떠올리는 건지도 모른다. 그것은 마치 어머니의 맛을 영영히 잊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어느 하얀 국화가 피어나는 날, 어쩐 지 불안감이 드는 날, 늦은 밤 조용히 다가온 너,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그 순간, 불안함을 느꼈는데 너는 상냥하게 다가왔다. 네가 오면 모든 순간은 동화처럼 빛나고 밤조차도 은은한 소리를 내는 것 같다. 라이너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육군학교에 입학했었다는 작가소개를 볼 때 그는 남성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여성적인 목소리로 다가오는 연인을 표현하고 있어 놀라웠다. 무엇보다 시각으로 기억되는 하얀 국화가 피어 있는 날이라는 표현과 꿈속에서 너를 생각하고 있었다는 말은 하얀 국화를 봐도 너가 연상되는 만큼 기억하고 싶고 항상 너를 생각하고 있었다는 고백과도 같아 읽으며 내 얼굴이 다 발그레 지는 표현이었다.

 

 

한 번만이라도 아주 조용해졌으면

 

한 번만이라도 아주 조용해졌으면.

뜻밖의 것이, 우연한 것이

그리고 이웃의 웃음이 갑자기 침묵한다면.

나의 감각이 내는 소음이

내가 망보는 것을 크게 방해하지 않는다면-

 

그러면 오만 가지 상념으로 당신을

머리에서 발끝까지 생각하고

(미소 한 번 지을 동안만) 당신을 소유하겠습니다.

모든 생명에게 감사의 표시인 양

당신을 선사하기 위하여.

 

(120)

 

사랑하는 이를 보는 순간을 누군가에게 들키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상대를 지켜주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아직은 말할 때가 아닐 때도 있고, 홀로 사랑할 때도 그렇다. 그 때에 잠시 잠깐 만이라도 집중해서 사랑하는 이를 볼 수 있다면, 그 미소를 잠깐만이라도 소유할 수 있다면, 마지막에 당신을 선사하기 위하여를 볼 때 왠지 누군가에게 사랑하는 이를 보내야 하는 순간 같기도 하다. 어쩌면 사랑하는 이는 꼭 연인이 아닐 수도 있다. 친구나 친척이 결혼해서 떠나야 하기에 보내는 마음으로 선사라고 하는 것 같기도 하다. 무엇보다 소유하고 싶은 미소를 가진 이를 나도 만나보고 싶어진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는 독특하게도 시의 첫마디가 제목이었다. 마치, 일기를 짧게 쓴 것 같은 것이 그의 시였다. 두 시의 표현 중 마침 꿈속에서 너를 생각하고 있었다, (미소 한 번 지을 동안만) 당신을 소유하겠습니다.” 라는 표현은 직접적이고 공감할만한 사랑의 표현이기에 사랑의 표현에 있어 릴케를 따라갈 만한 시인이 있을까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윤동주 시인이 왜 그의 이름을 불러 보았는지 알 것 같았다. 시와 걸맞은 아름다운 그림과 함께 시를 감상할 수 있는 릴케의 시집이 전기 시집에 이어 후기 시집도 나온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시는 전체적으로 사랑하는 이의 마음을 표현한 것 같아, 사랑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의 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그의 시를 읽고 있으니 사랑이 하고 싶어진다.

 

 

 



2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2 댓글 0
종이책 릴케 시집 평점10점 | t******6 | 2020.03.10 리뷰제목
릴케 시집을 읽으며 마음을 가라앉히는? 요즘입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사태로 다들 걱정도 많으시죠? 여유가 생기기도 하는 좋은 점이 있는 반면 약간은 느슨해지는 단점도 또 있더라고요. 적어도 저에게는 그러네요. '망중한' 즐기기를 좋아하는 저에게는 말입니다. 그래서 꺼내든 책, 릴케 시집을 펼쳐보았습니다. 릴케는 참으로 오묘한 멋을 가진 사람 같아요. 아니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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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 시집을 읽으며 마음을 가라앉히는? 요즘입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사태로 다들 걱정도 많으시죠? 여유가 생기기도 하는 좋은 점이 있는 반면 약간은 느슨해지는 단점도 또 있더라고요.

적어도 저에게는 그러네요. '망중한' 즐기기를 좋아하는 저에게는 말입니다.

그래서 꺼내든 책, 릴케 시집을 펼쳐보았습니다.

릴케는 참으로 오묘한 멋을 가진 사람 같아요. 아니 어쩌면 알면 알수록 알 수 없는!! 그런 사람이라고 해야 할까요? 문학은 사회적 상황과 작가 본인의 심적 상황이 참으로 많이 녹아들어 있는 것이라는 생각도 릴케의 시집을 통해 또한번 느낍니다. 어릴적부터 병약했던 릴케..그런 그에게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고통이 되었을 것 같은 군사학교 시절, 그리고 중퇴, 다시 문학부 입학, 예술사, 미학 등 심취.. 이후 돌파구를 찾지 못한 그의 시 세계는 다시 로댕을 만나면서 또하나의 문을 열게 돼요. 로댕의 문하생으로 시작을 하지만 결국엔 가장 가까운 로댕의 비서가 되면서 예술적 영감을 주고받게 되지요. 릴케의 시에 담긴 예술적 감각은 아마도 로댕과 함께 일하면서 얻게 된 그런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겠지요?

문학적인 감흥이든, 예술적인 감흥이든, 인생을 살아가며 필요한 경험이든..나와 교감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고 소통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 '지음'이 있다는 것, 그러니까 가장 큰 심적 후원자가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인생을 가치 있게 가꾸어 나가는 힘이 될 거예요.

 

릴케의 삶에 있어서 빠질 수 없는 또 한사람 아시죠? 바로 '살로메'예요. 흔히 릴케의 옆에 항상 있는 별, '항성'이라는 표현으로 살로메를 묘사하기도 하는데요, 그녀를 만나 여행 등을 통해, 때로는 정신적인 영역을 넓힘으로써 릴케의 문학은 한층 성숙한 날개를 달았다고도 하지요. 릴케 관련 책을 찾다보니 릴케 평생의 정신적 연인 살로메가 쓴 <하얀 길 위의 릴케>라는 회고록이 있더라고요. 살로메가 겪은 릴케에 대한 내용이 어떻게 그려졌는지 무척 궁금해졌어요. 뭇 연인처럼 달달한 그런 이야기가 아닌 냉정하고 담담한 내용이 솔직하게 표현되어 있다고 하니 다음 책으로 요거 읽어 보고 싶었답니다.

이 시집에는 릴케 시집 전기 작품에 속하는 네 개의 시집에서 뽑은 166편이 수록되어 있는데요, 대체적으로 서정적인 작품이 많았어요. '서정'적인 느낌이 샬랄라(?)스러운 뭉클한 느낌이라기보다 조금은 묵직한, 그리고 깊은 감명을 주는 그런 류의 내용으로 느껴지긴 하지만 말입니다. 그중 한 작품을 필타해 보았습니다.

가을

나뭇잎이 진다, 멀리에선 듯 잎이 진다.

하늘의 먼 정원들이 시들어 버린 듯이.

부정하는 몸짓으로 잎이 진다.

그리고 깊은 밤에는 무거운 지구가

다른 별들에서 떨어져 고독에 잠긴다.

우리들 모두가 떨어진다. 이 손이 떨어진다.

보라, 다른 것들을. 모두가 떨어진다.

그러나 어느 한 사람이 있어, 이 낙하를

한없이 너그러이 두 손에 받아들인다.

<릴케 시집> 중에서

시를 읽다 보니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라는 시가 절로 떠오르는 건 저뿐일까요?

'성숙', '가을', '고독'의 느낌이 약간은 비슷한 느낌을 주는 것 같아요. 가을 낙엽처럼 지구뿐 아니라 모두가 떨어지는 삶의 이치를 짧은 시로 표현한 것 같기도 하고요. 이 시를 읽고 있으면 뭔가 하염없이 떨어지는 나뭇잎에 감정을 이입하게 되네요.

릴케가 자신이 죽기 1년 전 직접 작성한 묘비명을 끝으로 시집 서평을 마무리해야겠어요.

장미여, 오 순수한 모순이여,

그 많은 눈꺼풀 아래에서

누구의 잠도 아닌 기쁨이여

(Rose, oh reiner Widersprluch, Lust

niemandes Schlaf zu sein unter soviel Lidern.)

릴케 묘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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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책'릴케 시집', 릴케의 시들! 평점10점 | d******a | 2014.05.13 리뷰제목
[릴케 시집] 릴케의 <첫 시집> <초기 시집> <시도서> <형상 시집>이 한데 모였다Written by. DdAm*순수함을 지향하는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초기 시집이 한데 묶였다.문예출판사에서 펴낸 <릴케 시집>에는 릴케의 초기 시집 속의 詩들이 모여있다.동경과 환상, 불안, 꿈, 순수한 사랑을 그려낸 <첫 시집>소녀를 주제로 한 <초기 시집>신을 향한 시적 화자의 겸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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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 시집] 릴케의 <첫 시집> <초기 시집> <시도서> <형상 시집>이 한데 모였다


Written by. DdAm*



순수함을 지향하는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초기 시집이 한데 묶였다.

문예출판사에서 펴낸 <릴케 시집>에는 릴케의 초기 시집 속의 詩들이 모여있다.





동경과 환상, 불안, 꿈, 순수한 사랑을 그려낸 <첫 시집>

소녀를 주제로 한 <초기 시집>

신을 향한 시적 화자의 겸손한과 자기희생을 다룬 <시도서>

로댕의 영향을 받아 덧없이 변화하는 존재의 형태를 영원한 것으로 형상시킨 <형상 시집>이 한데 묶인 <릴케 시집>이 그것이다.





이번 시집에서는

서정적인 인상파 화가들과 인간심리를 그려낸 화가들의 그림이 시들과 어우러져 시의 이해를 드높인다.


모네, 르누아르, 마네, 고흐 등의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과

뭉크, 클레 등의 내면심리를 채색한 화가들에 이르기까지ㅡ






릴케의 서정적인 시 감상과 함께, 우리에게 익숙한 그림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하이데거가 그랬듯 '모든 시인 중의 시인'인 릴케.


릴케의 시에서는 유독 5월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등장하는데,

그 5월에 읽는 5월의 시들은 보다 내면 깊숙이 들어찬다.





릴케의 시를 좋아하는 이라면, 시 자체를 좋아하는 이라면, 따스한 계절에 시를 접하고 싶다면

<릴케 시집>을 접해보는 건 어떨까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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