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순정만화처럼 보이는 표지가 인상적이다. 여느때라면 그냥 넘겼을 지도 모를 이야기. 하지만 도서관이라는 공간이 배경으로 쓰이면 유난히 마음이 끌리는 것을 동하는 것을 어쩔 수가 없다. 서점이나 도서관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들은 틀림없이 감동과 재미와 흥미를 보장해주니 말이다. 적어도 이때까지 내가 읽어온 책들은 모두 그랬다.
이야기는 모두 사에즈리 도서관을 배경으로 해서 각자 중심인물만 달라진다. 전혀 책을 보지 않았던 카미오 씨는 주차장에서의 접촉사건을 계기로 도서관에 발을 들이게 되고 와루츠 씨의 추천으로 책을 한 권 보게 된다. 물론 처음부터 그녀가 책에 확 빠져서 열심히 읽었다거나 그러면 너무 재미가 없지 않은가. 그녀가 책을 읽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고 진도도 나가지 않았지만 오히려 어떤 계기가 있어서 더 열심히 읽고 재미를 붙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그렇게 또 도서관 애용자가 생겨나는 것이다.
특이하게도 이 사에즈리 도서관은 공공기관이 아닌 사적인 도서관이다. 이 모든 책을 관리하는 것은 바로 와루츠 씨. 와루츠 씨는 보면서 오버랩 되는 인물이 하나 있다. 바로 비블리아 고서점의 주인공이었다. 정말 좋아했던 책이었는데 2부가 시작된 후 한 권을 끝으로 나오지 않아서 궁금증만 더해가는 이야기였다. 거기에서도 책 전문가가 나온다. 물론 와루츠 씨와는 조금 다르게 고서적에 조금 더 진심인 듯이 보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책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아지는 것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럴 지도 모르겠다.
여기 시대적 배경이 참 색다른데 일반적인 이야기라고 보기에는 책이 비싸다거나 모두가 다 책을 보지 않는다거나 하는 설정이 특이하다고 여겨진다. 이 시대는 3차 대전이 일어난 이후이다. 그러니 자원이 없는 그런 시대가 된 것이다. 물론 종이책을 읽는 사람들도 거의 없고 종이책 자체가 존재하기 힘든 그런 시대인 것이다. 그러니 책이라는 자체가 더 희귀하기 보일지도 모르겠다. 이야기 속에서는 체험학습으로 도서관에서 하룻밤을 자는 이야기도 나온다. 공공 도서관에서 여름에 행사로 가끔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나는 어린 시절에 이런 프로그램에 참여해본 적이 없어서 지금이라도 이런 프로그램이 성인을 대상으로 한다면 언제든지 참여하고 싶은 열의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종이책은 사라질까 안 사라질까를 생각해본 적이 있다. 와루츠 씨 같은 사람들이 존재한다면 종이책은 여전히 지구 상에서 존재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