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다 읽고 기억에 남는 단어는 혁신이었습니다.
책을 읽은 뒤 저에게 혁신은 황사장님이 말한 뜻의 혁신이 더 마음에 남습니다.
이책은 답답하고 속이 꽉 막힌데 꾸역 꾸역 다른 회사를 다녀보는 기분이 드는 듯 한 책이었습니다.
처음에는 회사 이야기라 책장을 넘기는 것 자체가 야근하는 기분이 들어 어려웠지만 어느 페이지까지 읽고 나니 이틀만에 읽게되었습니다.
모든 캐릭터들의 성격이 다르고, 그렇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도 다르고,
갈등이 있을 수 밖에 없고, 그런 것들은 소설을 통해 한눈에 이해관계를 살펴보며 읽는 것이 재밌게 느껴졌습니다.
황사장님의 등장에 통쾌하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고 , 문대리도, 다른 사람들도, 내가 아는 회사 사람이야기, 내가 다녔던 회사 사람 이야기, 내친구 회사사람 이야기를 듣는 기분으로 책을 읽었습니다.
회사 그만 두고싶을 때 읽으니까 , 남들은 어떨지 몰라도
저는 누군가 책 안에서 회사를 그만둘 때마다 대리만족하며 읽었습니다.
그만두는 사람들을 보면서 어느 회사나 다 사람 뽑고 그만두고 사람 뽑고 그만두고.
회사생활 다 비슷비슷하구나 싶습니다.
나에게 중요한것이 회사인지 돈인지 시간인지 나인지
소통인지 힘인지. 한번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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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p
임원들이 가짜를 말해도 회장이 진짜라면 진짜가 되고 진짜를 말해도 회장이 가짜라면 가짜였다. 사고 원인을 결정한 사람도 회장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당연했다. 그런 것이었다. 그렇게 돌아가는 것이었다.
208p
주간 공정 회의에서는 독불장군처럼 보였지만 카스 회에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사람의 성격이란 손발을 맞추는 사람에게 달린 것이기도 했다.
244p
나는 기어이 임원들을 옹호하고야 마는 사람들이 불편했다. 하지만 비난하고 싶지는 않았다. 나이가 들면서 지켜야 할 가족과 체면이라는 것이 생긴 사람들이었다. 서른하나, 나 역시 곧 그 대열에 들어가게 될 터였다.
289p
권 부사장은 황사장처럼 사람들을 몰아붙이지 않았고 궁지로 내몰리지 않은 사람들은 문제 속의 문제, 문제의 뿌리까지 꺼내 보이지 않았다. 문제의 뿌리를 캐내지 못했으므로 대안과 대책은 합의에 그쳤고 합의였기 떄문에 책임은 한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책임이 모든 사람에게 있었으므로 어느 한 사람도 책임질 필요가 없었고 책임질 필요가 없었기 떄문에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것이 아니었다. 문제는 다른 문제로 모습을 바꾸며 다시 예전처럼 묻히고 덮였으며 그 위로 다른 문제들이 또 쌓였다.
324p
"지금이야 막막하고 답답하겠지만, 별별 생각 다 들겠지만 살아보면, 살고 보면 참 별거 아이라, 사는거." 나는 웃었다. 감추고 억누른 불안과 두려움이 꿰뚫린 것 같았다. "감사합니다. 명심할게요." 하고 고문이 덧붙였다. "연연할 것 없는 기라. 지나고 나면 다 좋은 것만, 좋았던 것만 남는데이."
엄청나게 재미있는 책이다. 한번 읽기 시작하면 끝까지 읽은 그런 책이다. 내용은 중국에 있는 한국 조선소에서 일어나는 3년간의 이야기를 젊은 사원의 시각으로 쓴 글이다. 조직은 전체적으로 부조리하지만, 또 내부의 힘으로 의해 생동감있게 움직인다. 작가가 경험자임이 분명하게 느끼질 정도로 세부 디테일이 매우 강하다. 기업 소설로 아주 좋은 책으로 보인다.
이야기는 크게 1부와 2부로 구성되어 있고, 1부의 주인공은 송 팀장이란 분이고, 2부의 주인공은 황 사장이란 분이다. 1부에서는 송 팀장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그려지고 이후 정치적으로 좌절하는 과정, 즉 조직에서 내치는 과정이 보여준다. 2부에서도 황 사장이 위기에 빠지 조선소를 구해 가는 과정이 나오는데, 과연 결말이 조직에 의해 내쳐질지 매우 궁금했다.
1부의 주인공이 송 팀장이란 분은 일을 잘하는 합리적인 분이다. 미생의 오과장 느낌으로 보면 될 것이다. 이 책에서는 배가 사고를 당한 후 보험 처리에 대한 부분이 나오는데, 성심을 다하고 능숙하게 일을 처리한다. 조직의 핵심 인력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의 의해 내부 조직과 구성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구체적이고 전형적인 인물에 대한 묘사이다. 구체적이라고 하는 것은 역할과 책임에 대해서 많이 묘사하고 있다는 것이고, 전형적이라 함은 과감한 삭제를 통해 인물의 평면적인 모습만 부각시킨다는 것이다.
하지만 악의 축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조직에서는 라인(줄) 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특히 오너 이 책에서는 회장의 직계 라인에 들어가는 것이 핵심이고, 이 부분이 이너써클을 형성하는 것이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좋은 회사는 이너써클에서 역량이 뛰어나고 책임을 질 줄 알면 좋게 가는 것 같다. 반대로 책임없고 무능하면 회사도 추락하게 된다.
어쨌든 송팀장은 이너써클에 맞서는 행동을 하게 되고, 결국 회사를 떠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송팀장이 회사를 옮길 때 자기 조직을 옮길 수 있을 만큼 유능한 사람이고, 조직 관리와 정치에 능한 사람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2부의 주인공은 황 사장이란 분이다. 조선업계에서 여러 부침이 있었고, 대단한 추진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채권자인 금융계에서 추천한 인물이라 외부자의 출연이었다. 황 사장은 조선소에 대한 업무를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는 인물이어서, 조선소의 개혁 활동을 진행한다. 황 사장의 활동에 힘입어 비약적인 생산량이 증대되게 된다.
하지만 개선의 정도는 1년 이후 지나게 되면, 속도는 늦어지고, 내부 불만은 증대된다. 그리고 회장을 비롯한 회장 라인의 반발이 있게 된다. 회장 라인이 이길지, 외부 개혁 세력이 이길지는 뻔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소설이니까 기대심도 있을 것이다.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소설이다. 작가가 젊은 직위에 위치하고 있어, 실제로 위에서 돌아가는 큰 정치적인 담판을 보지 못했을 수는 있으나, 그 결과를 볼 수는 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돌아가는 공기, 즉 기업문화에 대한 이야기는 구체적이고 생생하다.
개인적인 생각을 잠시 이야기한다. 내 기준에 좋은 회사는 돈을 버는 회사 즉 이윤을 내는 흑자 기업이다. 그리고 좋은 회사의 기준은 어느 산업계에 포함되어 있냐에 달려있다. 솔직히 조선업 돈 벌기 힘든 사양산업이다. 경영자가 좋고 기업이 혁신을 내는 가는 그 다음 조건이다. 그리고 망하는 회사는 첫번째 조건인 어떤 산업인지도 중요하지만, 소위 오너 최고 책임자의 자질이다. 최소 자기가 못하더라도 좋은 사람을 선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아부하지 않는 좋은 사람을 용납하지 못하는 성격이 조직을 병들게 만든다. 무능한 아부쟁이들이 고위직과 임원을 차지하고 있다면, 성과는 나지 않고, 부패는 감추어지며, 아주 오랜 시간동안 묻혀 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시점에 한꺼번에 드러난다. 하지만 이것은 대부분 오너인 회장 탓이다.
다시 책 이야기로 돌아와 매우 흥미로운 책이다. 이 책은 직장에 좀 다녀 본 직장인들이 읽으면, 내 회사는 이렇고, 다른 회사는 또 저렇구나 하는 것을 비교할 수 있을 것이다. 회사 모두 비슷하다. 다만 하나의 개인에 지나지 않는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될 것이다. 적당하게 살아갈지 아니면 튀어서 찍힐지. 이 책의 나오는 문구를 마음에 새긴다. 나의 시간을 주고 돈을 받는 것이다. 재미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