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 음악 위에 쓰다 중간 리뷰 2>
헤르만 헤세는 연주회를 즐겨 가는 것을 좋아했다. 극장 안에서 울려퍼진 음악 속에서 그는 모짜르트를 만나 대화도 하고 비르투오소의 연주회에 가서 바이올리스트의 뛰어난 연주에 감탄하기도 한다. 그 음악의 훌륭함과 뛰어남을 그는 시적언어로 묘사한다.
수천 명이 불타올랐고 녹아내렸으며 대결을 포기하고 달라진 얼굴로 미소 지었고 눈물을 흘렸으며 황홀해하며 신음했고 짤막한 오락곡들 하나가 끝날 때마다 도취의 박수갈채를 터뜨렸다. 그 대단한 남자는 승리했다. 이 삼천 명의 영혼 하나하나가 그의 것이었고, 모두가 기꺼이 자신을 바치고 손길을 기다리고 놀림당하고 행복해하며, 도취경과 홀림 상태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었다.
-p.69, 「비르투오소의 연주회」 중에서
헤르만 헤세는 청각적 지각을 시각적으로 묘사하고 있어 마치 그 음악적 인상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그가 들은 음악이 어떤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가 묘사하는 문장들을 보아 얼마나 그가 그 음악에 심취하고 열중하고 푹 빠져 있었는지를 알 수 있다. 그 시각적 묘사로 인해 마치 눈 앞에 그 광경을 보는 듯한 상상속에 빠져들게 된다.
헤르만 헤세에게도 음악 친구가 있었다. 그는 연주가 오트마 쇠크였다. 헤세는 그를 어느 공연에서 처음 만난 이후로 20년 이상 동안 그와 친구 관계를 유지했다. 그는 오르마 쇠크와 음악에 대해 논하며 그의 연주를 들으며 음악적 교감과 기쁨을 나누곤 했다. 또한 그는 헤세가 어렵고 힘들때도 곁에 있어주는 든든하고 고마운 친구이기도 했다.
헤르만 헤세의 음악에 대한 사랑과 열정은 전쟁 조차도 막을 수 없었다. 전쟁조차도 견딜 수 있는 것이었지만, 음악이 없는 것은 전쟁보다 견딜 수 없는 것이었다.
당시 내게 음악은, 세상이 더 이상 안중에 두지 않으려 하는 모든 고운 것, 우아한 것, 신성한 것을 가장 강하고도 직접적으로 떠오르게 했다. 전쟁은 부득이하다면 한동안 견딜 수 있었다. 전쟁 안에서 내가 인간성을 수행하고 상처 치유를 돕는다고 나 좋을 대로 생각할 수 있는 자리를 찾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음악은 견딜 수 없었다. 나를 가누는 그 궁색한 질서와 규율이 음악 몇 마디면 송두리째 붕괴되었고, 이 세계와 이 전쟁에서 도망가고 싶은 참을 수 없는 갈망이 깨어났다.
- p.92~93, 「오트마 쇠크와의 추억 중에서」 중에서
헤르만 헤세는 음악에 대한 자신의 생각, 연주회에서 들은 음악에 대한 감상, 자신이 만난 연주가의 이야기 등을 우리에게 말해준다. 이 책은 말하자면 음악에 대한 그의 에세이이자, 음악을 소재로 한 시들을 엮은 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또한 헤르만 헤세의 작품 [유리알 유희], [마술피리] 등에 등장한 주인공과 그 작품들 속에 담겨있는 음악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준다.
2부에서는 헤르만 헤세의 음악 체험, 작곡가와 연주자에 대한 편지, 소설, 일기, 서평, 시 등이 나온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 오르간이 다시 일어선다. 깊고 낮은 소리, 길고 고요한 화음 하나, 화음을 벗어나 바이올린 선율이 솟아오른다. 환상적으로 차근차근, 탄식도 질문도 없는 듯, 그렇지만 남모르는 은총과 비밀을 가득 품고 노래하고 떠다니면서, 고운 소녀의 발걸음처럼 아름답고 가뿐하게, 선율은 반복되고 변화하고 휘어진다. 닮은꼴들을 찾아내고, 유희하는 수백 절의 고운 아라베스크를 찾아내고, 좁디좁은 오솔길들 위로 굽이치더니, 고요하고 청명한 감정이 되어 다시 시원하고 정화된 모습으로 나타난다. 여기에 위대함은 없다. 절규도 깊은 고난도 없다. 드높은 외경심도 없다. 오로지 기쁘고 자족한 영혼의 아름다움이 있을 뿐. 이 영혼이 우리에게 하고자 하는 말은, 세상은 아름다우며 신의 질서와 조화로 차 있다는 것이니. 】 (p. 14)
음악을 들으며 음악이 들려주는 이미지에 푹 빠진 적은 여러 번 있었다. 마음이 설레거나 기쁨에 부풀기도 해보았고, 우울감과 슬픔에 한껏 가라앉아 보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그러한 느낌을 어렴풋한 느낌으로 받아들인 것에서 그쳤고, 헤세는 그것을 섬세한 언어로 다시 표현해냈다. 단순한 글자의 나열이 아닌 아름다운 표현으로 쓰인 그의 글은 소리가 없는 음악처럼 느껴진다.
이 책은 헤세의 글 중 음악과 관련된 산문, 소설, 시, 편지글 등을 모아둔 책이다. 그가 정말 음악을 사랑했다는 것이 그의 글에서 여실히 느껴졌다. 헤세의 글을 읽고 있으니 클래식 음악 분야에선 아직 어린이 정도인 내 수준이 답답하게 느껴져 클래식 음악을 좀 더 깊이 알아보고 싶어졌다. 좀 더 지식을 쌓고 다시 이 책을 읽는다면 그의 마음이 훨씬 더 잘 와닿게 될까.
클래식 음악과 헤세의 글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헤르만 헤세, 음악 위에 쓰다>를 추천하고 싶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헤르만 헤세, 음악 위에 쓰다 중간 리뷰 1>
우리 삶에 음악이 없다면!
누군가 나나 그럭저럭 음악적이라 할 사람에게서 바흐의 성가곡을,
<마술피리>나 <피가로의 결혼>의 아리아들을 빼앗고 금지하고 기억으로부터 떼어놓는다면,
우리 같은 사람에게 그것은 몸의 장기 하나를 잃는 것과도 같을 것이며
감각 하나를 반쯤 또는 전부 상실하는 것과도 같을 것이다.
-p. 34~35
이 책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독자를 보유한 작가이며 1946년 노벨상 수상 작가인 헤르만 헤세가 음악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그 단상을 모아놓은 책이다. 음악은 헤르만 헤세의 문학 작품의 중심을 차지할 만큼 헤르만 헤세의 음악에 대한 애정은 실로 대단하다.
다시 한동안 삶을 살아가며 그 운명에 기꺼이 농락당해도 괜찮으리라.
-p.16
성당 오르간 연주의 아름다운 음율과 천상의 화음을 들그래서 깜깜해진 밤, 집을 나와 어딘가로 향한다. 그 밤에 그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그는 성당으로 가서 오르간 연주의 아름다운 음율과 천상의 화음을 듣는다. 그 연주는 마치 천상의 목소리 같다. 그 황홀한 연주가 끝나면 그는 다시 일상으로, 집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이미 행복감으로 가득차 있다.
어쩌면 음악의 힘은 이런 것이리라. 지치고 힘든 일상에 지친 우리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헤르만 헤세의 말처럼 다시 한동안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된다. 음악이 있기에, 우리는 이 힘든 일상을 다시 살아갈 수 있는 것이리라.
그리고 헤르만 헤세는 오르간 연주를 들으면서, 연주회의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들으며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를 보며 거대한 파도, 바다 위 벼랑 위에 서 있는 고독한 한 사람, 고독한 이가 있는 낭떠러지 섬을 생각하고 그가 혼을 다한 지휘가 텅빈 광야에 울려 퍼진다. 이처럼 음악에 대한 그의 감상과 생각을 문학적으로 표현하였고, 섬세하고 세밀하게 잘 묘사해 놓았다. 그래서 이 묘사들을 읽으면 하나의 장면이 그려지는 듯하다.
그런데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헤르만 헤세는 악보를 제대로 읽지 못한다고 한다. 그렇게 음악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어도 그는 음악을 즐기고 온 마음과 정신을 다해 음악을 감상한다.
음악이 그저 우리의 영혼만을 요구한다는 것, 하지만 오롯이 요구한다는 것 말이다.
음악은 지성과 교양을 요구하지 않는다. 음악은 모든 학문과 언어를 넘어 다의적 형상으로, 하지만 궁극적인 의미에서 항상 자명한 형상으로 인간의 영혼만을 끝없이 표현한다.
-p.32
음악은 항상 그 음악에 대한 지식과 정보가 있어야 제대로 들을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헤르만 헤세는 음악은 그런 지성과 교양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이 말 덕분에 나도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아직도 음악은 나에게 어렵지만, 그냥 음악을 듣고 내 마음 속에 떠오르는 생각과 느낌이 중요함을 다시금 인식하게 되었다.
<헤르만 헤세, 음악 위에 쓰다 중간 리뷰 3>
2부에서는 헤르만 헤세가 어렸을 때 배운 바이올린을 배운 음악 체험과 작곡가와 연주자에 대한 생각을 쓴 편지, 음악과 관련된 소설, 일기, 서평, 시 등이 수록되어 있다.
2부에 실린 글은 1부에 실린 글보다 자전적이며 직접적인 고백을 담고 있다. 특히 가족이나 친구, 동료들에게 쓴 편지를 통해 헤르만 헤세의 음악에 대한 열정이나 모차르트, 쇼팽, 바흐에 대한 솔직한 생각들을 알 수 있다. 특히 모차르트를 대단한 음악가라고 생각해서 그에 대해 극찬하고 모차르트의 음악과 그의 인생에 대해 더 알고 싶어하는 헤르만 헤세의 열망이 잘 드러나 있다. 주로 헤르만 헤세는 독일 고전음악가와 그들의 음악을 좋아했다.
우리는 그 편지들을 통해 평생에 걸쳐 이루어진 헤세의 음악적 탐색과 그의 음악에 대한 애정을 잘 알 수 있다.
니체에게 바그너가 있엇다면 저에게는 소팽이 있어요. 제 정신적 영적 삶의 본질적인 것 모두가 쇼팽의 따뜻하고 생동하는 선뮬, 자극적이고 관능적이고 예민한 화성, 엄청하네 내밀한 음악과 관계 맺고 있어요.그리고 쇼팽을 보며 저는 그의 고상함, 신중한 태도, 존재의 완벽한 탁월함에 거듭 경탄해요. 그의 모든 것이 기품 있어요. 변질된 부분도 있긴 하지만요.
-p.190
저에게 음악만큼 창작의 자극을 주는 것이 없다는 사실을 당신은 이해하시지요. 제기 쓴 시 중 가장 좋아하는 것들은 거의 모두 쇼팽과 베토벤의 음악에서 비롯되었습니다.
-p.200
저는 항상 음악이 필요합니다. 음악은 제가 무조건 경탄하는, 절대적으로 꼭 존재해야 한다고 믿는 유일한 예술이고요. 다른 그 어떤 예술에 대해서도 그렇게 말하고 싶지 않아요.
-p.220
헤르만 헤세는 평생을 거쳐 음악적 탐색을 해왓고 그 속에서 음악의 본질과 음악에 대한 통찰을 해왔다.
다시 말해 이 시는 음악의 본질이란 시간, 즉 순수한 현재라는 통찰로 마무리되어요. 저는 유년 시절부터 음악을 벗삼아왔는데도 이 통찰에 도달하는 데 육십 년 가까이 필요했어요.
-p.220
그 편지들의 내용은 다양했다. 출판사와 주고 받은 편지, 교정 작업에 대한 그의 생각들, 어떤 책에 대한 서평 등 형식과 내용은 다양했다. 사실 편지글들로 모아져 있고 편지들을 부분적으로만 인용해서 앞뒤 문맥을 파악하는 데 힘이 들었다. 헤르만 헤세가 편지에서 무슨말을 하고 싶은지, 음악에 대한 그의 생각은 무엇인지 파악하는 데 좀 힘들었다. 단편적인 조각들을 가지고 퍼즐을 맞추듯 그렇게 전체 내용을 미루어 짐작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 편지들에는 당시 시대 상황과 당시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있어서 어느 정도 그 시대 상황에 대한 배경지식도 필요한 것 같았다. 본래 편지라는 것이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글이기 때문에 각각의 편지에서 헤르만 헤세가 밝힌 의견들도 하나로 일치되지 않는 점도 있었다.
하지만 헤르만 헤세가 보낸 편지들이라도 없었으면 그의 음악에 대한 열정과 평생에 걸친 음악적 탐색 등은 몰랐을지도 모른다.
"헤르만 헤세의 음악에 대한 사랑과 고찰 "
헤르만 헤세의 <헤르만 헤세, 음악 위에 쓰다>를 읽고
우리 삶에 음악이 없다면!
누군가 나나 그럭저럭 음악적이라 할 사람에게서 바흐의 성가곡을,
<마술피리>나 <피가로의 결혼>의 아리아들을 빼앗고 금지하고 기억으로부터 떼어놓는다면,
우리 같은 사람에게 그것은 몸의 장기 하나를 잃는 것과도 같을 것이며
감각 하나를 반쯤 또는 전부 상실하는 것과도 같을 것이다.
-p. 34~35
우리에게 『수레바퀴 아래서』, 『데미안』, 『황야의 이리』, 『유리알 유희』로 잘 알려진 헤르만 헤세가 음악 애호가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가. 사실 그의 작품들 속에서는 항상 음악이 존재했다. 『수레바퀴 아래서』에서 주인공 한스는 삶의 마지막 순간에 직면했을 때 혼자 노래를 부른다. 너무나 유명한 작품인 『데미안』에서 주인공 에밀은 바흐의 <마태수난곡>을 들르며 음울하면서도 신비로운 전율에 사로잡히는 모습이 나온다. 또한 『황야의 이리』에서는 재즈음악 연주가가 중요한 인물로 등장하기도 한다. 그리고 헤르만 헤세 최후의 대작인 『유리알 유희』에서는 모든 현상을 음악으로 형상화하는 미래 세계가 배경이다.
이처럼 음악은 헤르만 헤세의 문학 작품의 중심을 차지할 만큼 헤르만 헤세의 음악에 대한 애정은 실로 대단하다. 이 책 『헤르만 헤세, 음악 위에 쓰다』 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독자를 보유한 작가이며 1946년 노벨상 수상 작가인 헤르만 헤세가 음악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그 단상을 모아놓은 책이다. 그의 음악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우리는 그의 삶 속에서, 그가 지인들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그의 음악에 시 속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책은 헤르만 헤세가 쓴 음악에 대한 글을 아우렀고, 헤세의 시로 만든 음악 작품 목록들을 다수 수록되어 있다. 음악, 음악가, 음악 작품, 연주회, 청자에 대해 헤세는 솔직하고 진솔하게 생각을 전한다. 그의 음악에 대한 단편 조각들을 이어붙이면 아마도 그의 음악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나올 것이다. 어쩌면 헤르만 헤세가 시인이나 작가가 되지 않았다면, 음악가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헤르만 헤세는 자신은 음악에 문외한이라 전문적인 내용은 모르지만, 오히려 아무 것도 모르기 때문에 진정으로 음악을 감상하고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헤르만 헤세는 연주회를 가는 것을 좋아했다. 그래서 성당 오르간 연주를 들으러 가거나, 유명 음악가의 연주회 등을 즐겨 들었다.
성당 오르간 연주의 아름다운 음율과 천상의 화음을 들으러 깜깜해진 밤, 집을 나와 어딘가로 향한다. 그 밤에 그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그는 성당으로 가서 오르간 연주의 아름다운 음율과 천상의 화음을 듣는다. 그 연주는 마치 천상의 목소리 같다. 그 황홀한 연주가 끝나면 그는 다시 일상으로, 집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이미 행복감으로 가득차 있다.
어쩌면 음악의 힘은 이런 것이리라. 지치고 힘든 일상에 지친 우리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헤르만 헤세의 말처럼 다시 한동안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된다. 음악이 있기에, 우리는 이 힘든 일상을 다시 살아갈 수 있는 것이리라.
그리고 헤르만 헤세는 오르간 연주를 들으면서, 연주회의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들으며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를 보며 거대한 파도, 바다 위 벼랑 위에 서 있는 고독한 한 사람, 고독한 이가 있는 낭떠러지 섬을 생각하고 그가 혼을 다한 지휘가 텅빈 광야에 울려 퍼진다. 이처럼 음악에 대한 그의 감상과 생각을 문학적으로 표현하였고, 섬세하고 세밀하게 잘 묘사해 놓았다. 그래서 이 묘사들을 읽으면 하나의 장면이 그려지는 듯하다.
그런데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헤르만 헤세는 악보를 제대로 읽지 못한다고 한다. 그렇게 음악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어도 그는 음악을 즐기고 온 마음과 정신을 다해 음악을 감상한다.
음악이 그저 우리의 영혼만을 요구한다는 것, 하지만 오롯이 요구한다는 것 말이다.
음악은 지성과 교양을 요구하지 않는다. 음악은 모든 학문과 언어를 넘어 다의적 형상으로, 하지만 궁극적인 의미에서 항상 자명한 형상으로 인간의 영혼만을 끝없이 표현한다.
-p.32
헤르만 헤세는 청각적 지각을 시각적으로 묘사하고 있어 마치 그 음악적 인상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그가 들은 음악이 어떤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가 묘사하는 문장들을 보아 얼마나 그가 그 음악에 심취하고 열중하고 푹 빠져 있었는지를 알 수 있다. 그 시각적 묘사로 인해 마치 눈 앞에 그 광경을 보는 듯한 상상속에 빠져들게 된다.
음악은 항상 그 음악에 대한 지식과 정보가 있어야 제대로 들을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헤르만 헤세는 음악은 그런 지성과 교양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이 말 덕분에 나도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아직도 음악은 나에게 어렵지만, 그냥 음악을 듣고 내 마음 속에 떠오르는 생각과 느낌이 중요함을 다시금 인식하게 되었다.
수천 명이 불타올랐고 녹아내렸으며 대결을 포기하고 달라진 얼굴로 미소 지었고 눈물을 흘렸으며 황홀해하며 신음했고 짤막한 오락곡들 하나가 끝날 때마다 도취의 박수갈채를 터뜨렸다. 그 대단한 남자는 승리했다. 이 삼천 명의 영혼 하나하나가 그의 것이었고, 모두가 기꺼이 자신을 바치고 손길을 기다리고 놀림당하고 행복해하며, 도취경과 홀림 상태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었다.
-p.69, 「비르투오소의 연주회」 중에서
헤르만 헤세는 음악에 대한 자신의 생각, 연주회에서 들은 음악에 대한 감상, 자신이 만난 연주가의 이야기 등을 우리에게 말해준다. 이 책은 말하자면 음악에 대한 그의 에세이이자, 음악을 소재로 한 시들을 엮은 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또한 헤르만 헤세의 작품 [유리알 유희], [마술피리] 등에 등장한 주인공과 그 작품들 속에 담겨있는 음악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준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1부에서는 음악에 대한 독자적인 시작품들을 모아 놓았다. 주로 산문, 소설, 시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2부에서는 신문과 잡지에 기고한 글, 편지, 일기 메모 등 집필 순서에 따라 배치되었다. 헤르만 헤세의 음악 체험, 작곡가와 연주자에 대한 편지, 소설, 일기, 서평, 시 등으로 구성되었다. 그래서 1부에 실린 글들보다 헤르만 헤세의 진실하고 솔직한 생각과 감정 등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2부에서는 그 글들을 통해 평생에 걸친 헤르만 헤세의 음악에 대한 사랑과 열정과 아울러 음악에 대한 탐색과 견해를 알 수 있었다. 가족이나 친구, 동료들에게 쓴 편지를 통해 헤르만 헤세의 음악에 대한 열정이나 모차르트, 쇼팽, 바흐, 베토벤, 슈베르트에 대한 솔직한 생각들을 알 수 있다. 특히 모차르트를 대단한 음악가라고 생각해서 그에 대해 극찬하고 모차르트의 음악과 그의 인생에 대해 더 알고 싶어하는 헤르만 헤세의 열망이 잘 드러나 있다. 주로 헤르만 헤세는 독일 고전음악가와 그들의 음악을 좋아했다.
저에게 음악만큼 창작의 자극을 주는 것이 없다는 사실을 당신은 이해하시지요. 제기 쓴 시 중 가장 좋아하는 것들은 거의 모두 쇼팽과 베토벤의 음악에서 비롯되었습니다.
-p.200
저는 항상 음악이 필요합니다. 음악은 제가 무조건 경탄하는, 절대적으로 꼭 존재해야 한다고 믿는 유일한 예술이고요. 다른 그 어떤 예술에 대해서도 그렇게 말하고 싶지 않아요.
-p.220
그 편지들의 내용은 다양했다. 출판사와 주고 받은 편지, 교정 작업에 대한 그의 생각들, 어떤 책에 대한 서평 등 형식과 내용은 다양했다. 사실 편지글들로 모아져 있고 편지들을 부분적으로만 인용해서 앞뒤 문맥을 파악하는 데 힘이 들었다. 헤르만 헤세가 편지에서 무슨말을 하고 싶은지, 음악에 대한 그의 생각은 무엇인지 파악하는 데 좀 힘들었다. 단편적인 조각들을 가지고 퍼즐을 맞추듯 그렇게 전체 내용을 미루어 짐작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 편지들에는 당시 시대 상황과 당시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있어서 어느 정도 그 시대 상황에 대한 배경지식도 필요한 것 같았다. 본래 편지라는 것이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글이기 때문에 각각의 편지에서 헤르만 헤세가 밝힌 의견들도 하나로 일치되지 않는 점도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헤르만 헤세가 보낸 편지들이라도 없었으면 그의 음악에 대한 열정과 평생에 걸친 음악적 탐색 등은 몰랐을지도 모른다.
다시 말해 이 시는 음악의 본질이란 시간, 즉 순수한 현재라는 통찰로 마무리되어요. 저는 유년 시절부터 음악을 벗삼아왔는데도 이 통찰에 도달하는 데 육십 년 가까이 필요했어요.
-p.220
1부와 2부의 글을 통해 음악에 대한 감정 위주의 묘사가 주를 이루었던 젊은 시절의 글에서 나이가 들어감에 따하 사회적, 정치적 현실을 의식하고 고려하여 감정보다는 주로 모럴을 고려한 모럴리스트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도 알 수 있었다.
헤르만 헤세 서거 60주년을 맞이하여 출간된 이 책 『헤르만 헤세, 음악 위에 쓰다』은 헤르만 헤세의 문학 작품의 아름다움과 훌륭함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헤세게 전하는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음악 소리와 음악에 대한 그의 사랑과 열정을 전해줄 수 있을 것이다.
나 또한 헤르만 헤세의 음악 세계를 여행하면서, 음악에 대한 그의 열정과 사랑을 다시금 깨닫고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의 작품 속에 숨겨진 음악적 힘을 느끼고 발견하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음악은 내가 무조건적으로 경탄을 바치는,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고 믿는 유일한 예술이다.” ─헤르만 헤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