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스마트 도서관에서 고른 책인데 참 좋았다. 복잡하지도 않았고 에세이로서 술술 읽히는 책이었다. 하지만 많은 곳에 밑줄 치고 싶을 정도로 내게는 많은 곳이 와닿았다. 아마도 내가 50을 준비해야 하는 나이라서 더 그랬던 것 같다. 나에게는 오지 않을 것 같은 숫자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두렵지는 않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물론 외모는 20대보다 훨씬 못하겠지만, 그래도 중우 한 맛, 우아한 맛도 있을 것 같아 한편으로는 기대도 된다.
멋있게 늙고 싶다. 나이 들어서 더 괜찮다는 말을 듣고 싶다. 이 책의 제목처럼 우아하게 살고 싶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에서는 50대일수록 자기 자신을 더욱 신경 쓰고 더 잘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주변을 정리하고 죽을 준비도 하라는 말도 한다. 50대에 벌써?라는 생각도 들지만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니 그의 말도 맞는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나는 바로 실행에 옮긴 것이 있다. 사전 연명의료 의향서 작성을 하고 왔다. 죽을 때쯤 어떻게 처리되면 좋을지 미리 정해서 통보해 놓는 것이다. 더 이상 생명 연장을 위해 쓸데없는 짓을 하고 싶지 않다. 뇌사 판정이 되면 나의 장기 중 괜찮을 것들을 빨리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것이 훨씬 더 멋진 죽음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그 모든 것을 다 해놓고 왔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죽을 준비를 해 놓고 나니 더 열심히 잘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불성설인지 모르겠지만 삶에 욕심이 생겼다. 잘 살고 싶어서 아마도 더 열심히 살 것 같다. 50대가 되면 지금과 많이 달라지고 싶다. 후회하고 싶지 않고 뒤돌아 보고 싶지 않다. 그래서 지금 우아한 50대를 맞이하기 위해서 준비 중이다. 30대와 40대랑은 분명히 다를 50대. 나는 그래서 나이 50대가 정말로 기대가 된다.
<다시 읽고 싶은 글귀>
추억 어린 물건이 현재 나의 밑거름이 되고 있는가? 정말로 가치 있는 소중한 물건은 무엇인가? 추억이라는 틀에 얽매여 있지 않은가? 내가 죽은 후에 남겨질 추억의 물건들이 갈 곳을 생각해야, 비로소 인생 후반이 시작된다.
시간과 노력, 그리고 돈은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 사용한다는 중심을 세우고 지킨다. 우리의 시간에는 한계가 있으니 지금까지 가족을 위해, 회사를 위해, 주위 사람들을 위해 바쳤던 마음을 스스로에게 쏟아도 좋을 것이다.
인생은 변화의 연속이에요. 색채를 더해서 충분히 느끼세요. 강렬한 색과 디자인을 선택해요.
젊은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어요. 언젠가 당신도 나이가 들 거예요. 걱정하거나 초조해하지 않아도 돼요. 나이 드는 것을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각자의 세대에서 개성을 만들어 내니까요.
실제로 필요 없어진 물건을 처분하면, 물리적으로뿐만 아니라 마음도 가벼워진다. 마찬가지로 오랜 세월 무의식중 몸에 밴 억측,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버릇을 떨쳐버리면 새로운 문이 열린다. 억측이나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버릇, 예를 들면, '이젠 나이가 들어서 못해' 등의 억측은 우리의 마음을 구속한다.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데 보내 주지 않으려는 마음, 의식이 깊은 곳에 존재해 제지하는 또 다른 자신이다. 억압받고 승화되지 못해 남아 버린 감정들이다.
움츠러들어 가만히 있으면 상황이 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일단 해 보자고 작정해 시작하면 모든 일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인생도 절반이 지나 앞으로 더욱더 자유롭고 행복해지고 싶다면 지난 삶의 괴로움과 위화감을 의식해 언어로 바꿔 보자. 자기도 모르게 입을 뚫고 나오는 말버릇이 없지는 않은지, 가족이나 친구에게 물어봐도 좋을 것이다.
인생 후반의 새로운 역할은 살아 있는 기쁨과 함께한다. 나의 즐거움을 위해서 살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든 역할이라는 틀에 들어가는 게 아니라 역할이라는 틀 밖에서 지내야 한다. '억지로 하는 느낌' '남에게 해 주는 느낌'에서 벗어나면 우리는 자유를 얻고 나를 행복하게 하는 새로운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오노 요코는 '내 몸을 엉망으로 만든 건 내 안에 있는 공포와 분노'라는 것을 깨달았다. 다른 사람을 위해 기도했지만 오히려 자신의 공포와 분노를 떨쳐낼 수 있었던 것이다.
과거의 괴로운 경험 속에 있는 분노와 슬픔을 통해 얻은 것, 배운 것을 깨달았을 때 우리는 과거의 감정을 떨쳐낼 수 있다. 오노 요코가 자신을 비웃고 헐뜯은 사람들에게 보낸 축복과 똑같다.
오십대부터 어떻게 살아야 할까? 나에게 계속 묻는다. 답은 내 안에 있다. 저마다 사정이 있어 생각대로 살아갈 수 없을 때도 있을 것이다. 나의 본심에 계속 귀 기울여야 한다. 다른 누구의 인생도 아닌 나의 인생을 정리해 나간다.
친애하는 아이들에게
나이 든 내가, 지금까지의 나와 다르다고 해도 부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이해해 주렴.
내가 옷에 음식을 흘려도 신발 끈 묶는 법을 잊어버려도 네게 여러 가지를 알려 줬듯 지켜봐 주길 바란다.
너와 말할 때 똑같은 얘기를 여러 번 되풀이해도 부디 막지 말고 고개를 끄덕여 줬으면 해.
네가 졸라서 거듭 읽어 줬던 그림책의 따뜻한 결말은 늘 똑같아도 내 마음을 평화롭게 해 줬어.
슬픈 일은 아니야, 사라져 가는 것처럼 보이는 내 마음에 격려의 눈빛을 보내 줬으면 해.
즐거운 한때에 내가 무심코 속옷을 적시거나 목욕하기 싫어할 때는 떠올려 줬으면 해.
너를 쫓아다니며 몇 번이고 옷을 갈아입히거나 온갖 이유를 대며 싫어하던 너와 함께 목욕했던 그리운 날을
슬픈 일은 아니야. 먼 길을 떠나기 전 준비를 하는 내게 축복의 기도를 해줘.
머지않아 치아도 약해지고 삼키지도 못하게 될지 몰라.
다리도 쇠약해져서 일어나지도 못하게 되면 네가 연약한 다리로 일어서려고 내게 도움을 청했던 것처럼
비틀거리는 나를 부디 네 손으로 잡아 줬으면 해.
내 모습을 보고 슬퍼하거나 스스로가 무력하다고 생각하지 않길 바란다.
너를 꼭 안아 줄 힘이 없다는 건 괴롭지만 나를 이해하고 지지해 주는 마음만은 갖고 있길 바라.
그것만으로도 분명, 나는 용기가 솟아날 거야.
네 인생의 시작에 내가 곁에 있어 준 것처럼 내 인생의 마지막에 조금만 곁에 있어줘.
네가 태어나 내가 받았던 수많은 기쁨과 너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을 갖고 웃는 얼굴로 대답하고 싶어.
내 아이들에게, 사랑하는 아이들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