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소설 전문 잡지라고 하니 생소하면서도 넘 궁금했던 책입니다.
우리나라의 SF 소설 작가의 이야기가 들어있는데, 작가론, 인터뷰, 서평, 칼럼과
기행문 그리고 에세이까지 아주 다양하게 들어있어서 창간호답게 호화롭다고 생각했습니다.
책의 옆 면을 보면 가운데가 검은색으로 구분이 지어져서 단순히 디자인인 줄 알았는데요
내용을 보니 중단편 7편이 블랙 페이지 안에 들어있더라구요.ㅎㅎ
정보라의 '작가로 산다는 것'을 보면서 작가의 상상력은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생각지 못했던 성희롱, 성폭력 예방 교육의 수업에서도 강의 제목에 더해 3시간을
수십 편의 SF를 떠올렸다고 해요. 한두 편도 아니고...ㄷㄷ;;
이어지는 작가론에서는 '구병모 론 -숨을 증언하는 자'가 나왔는데요
<버드 스트라이크>를 마침 읽은 터라 작가에 대한 이야기에 완전히 몰입되었어요.
작가의 작품 목록에 숨어있는 숨을 하나하나 찾아낸 느낌이라 정말 좋았습니다.ㅎ
7편의 중단편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친절한 존>-김이환이었습니다.
처음부터 인공지능의 이야기가 나오긴 하는데, 스토리가 진행될수록
인공지능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헐.... 하고 놀라게 만들더라구요 ㅋㅋ
아니, 대체 사람은 어디에? 뭘 하고 사는 거지? 막 이러면서 봤어요.
미래가 이렇다면 정말 외롭기도 하고 또 어쩌면 혼자(?)만의 세계에서 위로를
받으며 행복할까요.
뒤에 나오는 신작 리뷰도 흥미로웠고 여러모로 SF 팬이라면 국내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이후에 나올 2호는 또 어떤 기묘한 소설과 새로운 작가의 이야기가 있을지 기대돼요.
조금 아쉬웠던 부분이라면 글씨 크기가 균일했다면 더 좋았을 텐데 싶었어요.
마지막으로
중단편 소설의 작가가 궁금한 분이 계실지도 모르니 이름과 제목을 알려드릴게요.
김현재 - 평원으로
김이환 - 친절한 존
듀나 - 대본 밖에서
김초엽 - 인지 공간
해도연 - 밤의 끝
박해올 - 희망을 사랑해
김창규 - 복원
창간호라 아직은 완성도 면에서 미흡한 부분도 보였지만
전체적으로는 신선한 잡지였고 즐거웠던 시간이었습니다.
SF소설이 어떤 것을 이르는지 막연하게 알고 있던 바를 확실하게 하기 위해 구한 책이다. 이 책이 나올 만큼의 배경이 되었다는 것도 우리 독서 세계로서는 반가운 일이라고 할 것 같은데 문학에서는 어떻게 말할지 잘 모르겠다. SF를 문학 안에 넣어 주느냐 마느냐로 문학 전문인들이 망설이고 있다는 말을 들은 것 같아서다. 이런 분류나 포함 방식에 대한 결정은 내 몫이 아니니, 나는 독자로서만 즐기려고 한다. 내게는 이미 기꺼이 내 문학 독서 안에 들어와 있노라고.
편집에 참여한 사람들이나 글을 실은 작가들이 탄탄해 보인다. 알고 있던 이름도 있고 이 책으로 알아가는 이름도 생겼다. 문학 잡지의 장점이다. SF소설을 쓴다는 작가들이 SF소설의 영역이나 영향력을 키우고 싶어 하는 바람을 충분히 알겠다. 더 크고 넓게 본다면 소설이라는 것이 사람들에게 더 많이 읽히기를 바라는 마음과도 같은 것이니까. 소설이 현실을 넘어 더 나은 세계를 꿈꾸는 것과 마찬가지로 SF소설 역시 지금 없는 것처럼 보이는 세상을 그려 보이면서도 지금의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자 하는 바람에서 나오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다고 생각한다.
실려 있는 글들이 모두 재미있다거나 유익했다고는 못하겠다. 잡지라는 게 어느 정도 독자의 취향에 따른 선택을 받게 마련이니 어쩔 수 없겠다. 소설보다 소설이 아닌 기사들에서 좋은 말들을 많이 들었고 정작 소설 작품들에서는 좀 질리는 기분을 느꼈다. 상상을 할 수 있는 혹은 하고 싶은 범위를 넘어 서는 장면에 자꾸 부딪히면서 멀미가 나는 듯했다. 작가들마다 작품에 힘을 많이 넣었다고나 할까. 한 편도 빠짐없이 다 그러하니 편하게 숨쉴 틈이 없었던 탓이다. 아직은 내가 SF소설을 읽는 역량이 확연하게 낮아서 그러하겠지만.
있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그리는 일이나 없는 현실을 현실처럼 그리는 일이나 작가들의 사명은 한편으로 참 고달픈 면이 있겠구나 싶다. 물론 그게 또 그들의 보람이고 기쁨이겠지만 독자인 나로서는 왔다갔하는 기분이 들 때도 생긴다. 아름다운 글을 수월하게 써 주시기를 부탁드려야겠다.
오늘의 SF #1 (2019년 초판)
저자 - 김초엽 외
출판사 - arte
정가 - 15000원
페이지 - 319p
지금 한국의 SF
SF. 오로지 SF 장르만을 위한 무크지를 보는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그것도 arte라는 메이저 출판사에서 나오는 SF전문 잡지는 처음이 아닌가 싶은데...뭔가 SF덕후로서 감회가 새롭달까...과거 SF&판타지 도서관에서 [미래경]이라는 SF 무크지를 출간하기도 했었지만 넘버링을 늘리지 못하고 중단되었고 더 과거에는 한국 전문 장르 잡지라는 가열찬 포부를 갖고 [판타스틱]이라는 장르 잡지가 출간되기도 했지만 역시 빛을 보지 못하고 폐간된 전래가 있으니 역사적인 [오늘의 SF] 첫번째 볼륨도 일단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_- 정기 간행지가 아닌 비정기적으로 나오는 무크지로 출간된 이유도 역시 들쑥 날쑥한 SF팬덤을 우려해서 인것 같기도 하다만 어찌됐던 이렇게 첫번째 잡지가 나온것 자체가 고무적인 일임엔 분명한듯 하다.
혜성같이 등장한 '김초엽'작가의 데뷔작이 순문학 상을 받는 쾌거를 이루면서 SF에 쏠리는 관심이 높아지는 지금 딱 적절한 타이밍에 나와준 무크지라고 생각된다. 더불어 현재 한국 SF계에서 가장 '핫'하다고 생각하는 '김이환', '김초엽', '해도연', '박해울', '김창규' 작가들의 따끈한 작품들을 한번에 만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으리라. 뿐만 아니라 장르 덕후로 알려진 '연상호'감독의 인터뷰와 신작 SF 리뷰들은 SF장르에 관심있는 사람들이라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내용들로 가득하다고 생각된다.
바야흐로 지금은 항상 외면 받던 골치 아픈 SF가 대중들에게 다가가는 과도기적 단계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김초엽'작가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이유는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대중적이고 공감가는 이야기를 그려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솔직히 무크지에 실린 몇몇 단편들은 기대이하였다. 또한 장르 무크지라면 누구나 기대하는 '재미'를 충족시키고 신규독자와 덕후독자들을 아우르는 지점이 있어야 할진데 본인이 느끼기엔 전체적으로 무겁고 딱딱했다. -_-
처음이라는 긴장감에 너무 어깨에 힘을 준건 아닌지 모르겠다. 과거 [판타스틱]같은 적당히 재미도 추구하는 유연한 SF 잡지를 바라는 마음이다. 덧붙여 소설 부분을 흑색용지에 백색 글자로 인쇄 했는데, 분위기는 있지만 눈이 금새 피로해지고 집중이 안돼서 힘들었다. 이건 좀 수정되었으면 좋겠다. 머...이제 처음이니 회를 거듭할수록 모두가 만족할 수 있고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하리라 생각한다. 앞으로 한국의 SF를 이끌어 나갈 전문잡지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
그전까지 내 머릿속에 있던 sf의 이미지를 떠올려보면 이랬던 것 같다. 장르소설 쪽이라는 생각 때문에 좋아하는 독자층은 좋아한다는 그런 생각. 잘 모르지만 그냥 그럴 것 같다는 '느낌' 때문에 지금까지 쭉 그리 생각해왔었고 내가 즐겨 찾을 분야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런데 김초엽 작가님의 지면이 실린 책이라니 너무 반가운 마음에 이건 꼭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표지를보면 검은 색 배경위에 책의 목차가 조목조목 쓰여진걸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잡지특성상 여러 사람의 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