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그 자리에  :  첫사랑부터 마지막 이야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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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그 자리에 : 첫사랑부터 마지막 이야기까지

첫사랑부터 마지막 이야기까지

리뷰 총점 9.5 (46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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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학 > 과학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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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모든 것은 그 자리에/ 올리버 색스 평점10점 | t******e | 2020.03.12 리뷰제목
40년 이상 신경과 의사로 일했으며 그 경험을 십여 권의 책으로 남겨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 올리버 색스의 미발표 글들을 모아 묶은 책이다. 최근에 그의 책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가 텔레비전에서 소개되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된 것은 기쁜 일이다. 그 책을 읽은 사람들에게 작가의 자서전 『온 더 무브』를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요즘 같은 시기에 필요한
리뷰제목

40년 이상 신경과 의사로 일했으며 그 경험을 십여 권의 책으로 남겨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 올리버 색스의 미발표 글들을 모아 묶은 책이다. 최근에 그의 책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가 텔레비전에서 소개되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된 것은 기쁜 일이다. 그 책을 읽은 사람들에게 작가의 자서전 온 더 무브를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요즘 같은 시기에 필요한 것은 따듯함이다.

 

이 책은 세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첫 번째는 그의 일상, 두 번째는 치료 경험담, 세 번째는 노후의 사유들. 그의 글을 읽으면 솔직함과 유머, 따듯함이 함께 잘 어우러져 있음을 느낀다. 그는 멈추었지만 그가 남긴 책들을 통해 언제까지나 그 자리에 있는 올리버 색스를 만날 수 있으니 다행이다.

 

나는 이 성실한 작가의 작품을 충분히 활용한다.

 

이제 아버지는 세상을 떠나셨고, 지금 내 나이가 그때 아버지 나이의 거의 두 배이며, 그렇게 오래된 기억이 나의 심금을 울린다는 사실이 나를 울고 웃게 만든다.

 

이렇게 마음을 잡는 문장이 보이면 줄을 긋고 '나의 심금을 울린다'를 따로 노트에 적어놓는다. 지금은 알지 못할 어느 시간에 나는 올리버 색스처럼 내 심금을 울리는 나의 부모님에 대한 어떤 기억을 찾을 것이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은 이어지는 틈으로 독서란 얼마나 좋은 것인가를 생각하며 이국의 의사에게 감사할 것이다.

 

나는 평소 주기율표에 대해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올리버 색스는 열 살 때 사우스 켄싱턴 과학박물관의 주기율표 앞에서 느낀 경험을 평생동안 자신의 신념과 삶의 원형으로 삼았다고 한다. 좋아하는 작가에게 희열을 주는 주기율표를 어떻게 모른 척 할 수 있겠는가. 독자를 변화시키는 작가란 얼마나 멋진지!

 

올리버 색스는 유체이탈체험이나 임사체험이 초자연적 현상이 아니라 뇌가 일으킬 수 있는 '의식과 경험의 통상적 범위'에 속한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한다. 위 체험을 한 사람들의 사례를 비교하면서 신이 어떻게 창조되었는가를 설명하는 세 번째 밀레니엄에서 바라본 신은 종교를 완전히 밀어내지 않으면서 종교에만 빠지는 것을 경계하는 재미있고 유익한 내용이었다. 알면서도 안 되는 것은 많다. 다이어트와 공부가 그렇듯이 종교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에 젖어들게 한 내용이다.

 

1장과 2장에 비해 3장은 비교적 짧은 산문들이다. 길이가 짧은 만큼 내용엔 정수가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독서행위의 긍정성에 대한 내용을 소개해본다.

 

개인의 독서 행위는 기억과 경험만이 아니라 감각양식과도 제각기 독특하게 결합한다. 그러므로 어떤 사람들은 책을 읽는 동안 단어의 소리를 듣는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자신이 읽은 것을 시각화한다. 어떤 사람들은 문장의 청각적 리듬이나 강약을 민감하게 인식하고, 어떤 사람들은 문장의 시각적 모습이나 형태를 더 민감하게 의식한다.(316)

 

직접 읽기읽어주는 책 듣기사이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우리가 책을 직접 읽을 때는 자유자재로 건너뛰거나 되돌아오고, 다시 읽고, 문장 한가운데서 심사숙고하거나 몽상에 빠질 수 있다. 그에 반해 읽어주는 책을 듣는 것과 오디오북을 듣는 것은 직접 읽기보다 수동적인 경험이고, 타인의 음성의 변덕에 놀아나기 쉬우며, 대체로 내레이터의 페이스에 맞춰 진행된다.(317)

 

나는 몇 년 전, “21세기의 정보와 통신이라는 제목의 패널 토의에 초청되었다. 패널 중 한 명은 인터넷의 선구자였는데, 자신의 어린 딸이 하루에 열두 시간 동안 인터넷 서핑을 하며 광범위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고 자랑스레 이야기했다. 내가 그에게 따님은 제인 오스틴의 소설이나 그 외 무엇이라도 고전문학을 읽었나요?“라고 물었더니, 그는 대뜸 아뇨, 내 아이는 그 따위 것들을 읽을 시간이 없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나는 내 놀라움을 소리 내어 표현하며, 그렇다면 그녀가 인간의 본성이나 사회를 제대로 이해했을지 의문이고, 광범위한 정보를 습득했는지는 몰라도 정보는 지식과 다르며, 그녀의 정신은 얄팍하고 알맹이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중의 절반은 박수갈채를 보냈고, 나머지 절반은 야유를 보냈다. (347~348)

 

평생 과학을 사랑하고, 사람들에게 따듯함을 잃지 않았던 노의사는 세상을 떠나기 몇 주 전까지도 글을 썼다. 이 책 마지막 문단을 옮기며 많은 사람들에게 그의 책을 소개하고 싶은 마음을 전해본다.

 

세상을 하직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나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점을 신뢰한다. 인류와 지구는 생존할 것이고, 삶은 지속될 것이며, 지금이 인류의 마지막 시간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의 힘으로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좀 더 행복한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것은 가능하다. (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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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삶은 계속된다, 올리버 색스 평점10점 | YES마니아 : 골드 n*****m | 2019.05.01 리뷰제목
『온더무브』에서, 『고맙습니다』, 『의식의 강』. 모두 이게 올리버 색스의 마지막 책이라 생각하면서 읽었었다. 그러고도 이 책이 다시 나왔다. 그런데 이건 속아서 사기 당하는 느낌이 아니라, 고마운 느낌이다. 이렇게 올리버 색스의 책은 더 이상 읽지 못하나, 싶다가, 하나씩 건져 올리는 느낌. 이건 당연히 고맙다. 이제는 올리버 색스의 마지막 책은 없을 거라 생각하며 읽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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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더무브』에서, 『고맙습니다』, 『의식의 강』. 모두 이게 올리버 색스의 마지막 책이라 생각하면서 읽었었다. 그러고도 이 책이 다시 나왔다. 그런데 이건 속아서 사기 당하는 느낌이 아니라, 고마운 느낌이다. 이렇게 올리버 색스의 책은 더 이상 읽지 못하나, 싶다가, 하나씩 건져 올리는 느낌. 이건 당연히 고맙다.

이제는 올리버 색스의 마지막 책은 없을 거라 생각하며 읽는다. 이 책을 공동 편집했다는, 그의 마지막을 함께한 작가 빌 헤이스가 몇 권은 더 엮을 만한 글이 있다고 했을 뿐더러 이미 나왔던 책들도 다시 출판되고, 또 읽힐 것이니 말이다. 올리버 색스가 삶은 계속된다고 하는데, 죽어서도 그의 글쓰기는 계속된다고 해도 별로 이상한 말이 아닌 셈이다.


글을 작가의 삶이나 시대의 상황과 떨어뜨리고 읽는 게 쉬운 일이 아니란 걸 새삼 생각하게 된다. 이 글들을 올리버 색스가 한창 활동할 때 썼다고 한다면 느낌이 아주 다를 것이다. 이 글들은 올리버 색스가 죽음을 앞두고 썼고, 우리는 그의 죽음을 뒤로 하고 읽는다. 그럼에도 죽음의 그늘은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그것에 감동받고, 더욱 그가 그리워진다.

 

그의 글들을 세 부분으로 나누었다. ‘첫사랑이라 이름 지은(이건 편집자들이 붙인 이름이다) 첫 번째 부분은 어린 시절의 기억들이다. 그의 어린 시절의 기억은 이미 『엉클 텅스텐』 (또는 『이상하거나 멍청하거나 천재이거나』. 이 둘은 같은 책이다)에서 한참을 썼지만, 그래도 그의 삶을 끝까지 차지했던 몇 가지의 기원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었나 보다. 수영, 박물관, 도서관, 갑오징어, 화학, 그리고 뇌. 평생을 좋아한 이것들은 그가 어린 시절부터 탐닉해오던 것들이었다.

 

두 번째 부분은 병실에서라고 이름을 붙였다. 그가 의사로서 만난 환자들과 병들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역시 이미 여러 책들에서 그런 얘기들은 했다. 그런데도 새로운 느낌이 드는 것은, 그 책들에서 한 얘기를 반복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 책들에서 한 얘기의 앞 얘기, 뒷 얘기들, 그리고 또 다른 얘기들. 그는 의사였기에 환자들을 만나고, 최선을 다해서 치료하려 했다. 그 치료는 그냥 증상만을 보고 겉을 치료하는 게 아니었다. 그들의 안을 들여다보고, 그들과 함께 숨쉬려 했음이 이런 글들을 통해 드러난다. 그리고 그것을 기록했다. 그 기록이 그의 여러 책들로 이어졌고, 또 이 감동적인 책으로도 이어졌다.

 

마지막 부분은 그 밖의 얘기들이다. 우주에 대한 얘기, 청어에 대한 얘기, 양치식물에 대한 얘기(『오악사카 저널』이 생각난다), 새로운 원소 찾기에 대한 얘기, 시력과 책의 활자에 대한 얘기, 코끼리의 걸음걸이에 대한 얘기, 은행나무에 대한 얘기, 음식에 대한 얘기, 그리고 이 부분의 제목이 된삶은 계속된다라는 글. 나는 이삶은 계속된다라는 글 옆에다 이렇게 적었다: “죽음을 앞두고 삶은 계속된다라고 적는 이 도저한 담담함. 그에겐 죽음도 삶의 한 과정이었다. 자신이 특별하지만, 또한 특별하지 않다는 인식에서 그런 통찰이 나온다.” 말하자면 그는 세계의 연속성 속에서 자신을 파악했다. 그러므로 자신이 보기에 현재가 불만족스럽지만, 세계를 개선하려는 과학자들의 분투가 보이고, 또한 세계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것을 안다. 자신이 죽으면 세상은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인식은 쉬워 보이지만,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정말 열심히 살았고, 또 열심히 생각해 온 사람. 세상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과 진보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쉽지 않을 것이다.

올리버 색스는 그런 사람이었다.

다시 한번 안녕! 올리버 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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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세상과 사람에 대한 믿음 [과학-모든 것은 그 자리에]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이달의 사락 j***6 | 2020.01.01 리뷰제목
생의 마지막 지점에 이르렀다고 여길 때,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기록으로 정리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어려서, 자라면서, 철이 들면서, 어른이 되면서, 어른에서 더 나이가 드는 사람이 되어 가면서 제 삶의 굽이굽이를 돌아볼 줄 아는 사람은. 남보란 듯이 잘했던 일만이 아니라 어설프고 모자라고 부끄러운 지난 날마저도 내보일 수 있을 만큼의 용기와 당당함을 갖고 있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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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마지막 지점에 이르렀다고 여길 때,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기록으로 정리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어려서, 자라면서, 철이 들면서, 어른이 되면서, 어른에서 더 나이가 드는 사람이 되어 가면서 제 삶의 굽이굽이를 돌아볼 줄 아는 사람은. 남보란 듯이 잘했던 일만이 아니라 어설프고 모자라고 부끄러운 지난 날마저도 내보일 수 있을 만큼의 용기와 당당함을 갖고 있는 사람이어야 가능할 텐데.

 

이 작가의 삶을 따라 가다 보면 마냥 찬탄하게 된다.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얼마만큼의 용기를 얻는 기분도 든다. 세상이 좋은 곳이고 더 좋은 곳이 될 것 같다는 희망이 생길 뿐만 아니라 내가 지금 이렇게 이 세상에 살아 있다는 것에 고마운 마음이 드는 것이다. 이 작가가 있었던 세상이라서, 이 작가가 믿어 준 세상이라서, 아직 이 세상에 살아 있는 나로서는 이 작가의 말과 당부를 믿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책은 3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1부는 첫사랑이다. 작가의 모든 첫사랑들. 취미와 책과 수업과 그에 대한 이야기들. 그래, 이런 것들이 이 작가의 생에서는 첫사랑이 되었더란 말이지. 이에 비해 내 첫사랑은 얼마나 얇고 남루한지, 떠올릴 게 별로 없어서 자칫 쓸쓸해지려고 했다. 위대한 사람은 철이 들기 전부터도 남다른 집중력으로 몰입하는 자질이 있다는 것을 몰랐던 것도 아니면서 괜한 질투심을 느낀 셈이다. 쓸쓸할 일이 아니다. 

 

2부는 병실에서 있었던 일들을 들려 준다. 의사로서의 작가가 의사여야만 경험하고 알 수 있는 일들을 말해 주고 있으니 독자로서는 색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작가의 다른 책에서 본 내용과 비슷해 보이는 것들도 있었는데, 이건 내 기억력의 문제와도 관련이 있어서 확신할 수는 없겠다. 읽었어도 모르는 건 여전히 모르는 거니까. 관심의 정도에 따라 2부는 지루하다고 느낄 수도 있고.       

 

3부는 정녕 우아한 산문들로 채워져 있다. 소제목마저 '삶은 계속된다'이다. 얼마나 아늑하고 듬직한 말인지. 요즘처럼 어수선한 시절에 그저 붙잡고만 싶은 구절이다. 한 편 한 편 아끼면서 읽었다. 이 중에서도 더욱 나를 머물게 했던 글은 '깨알 같은 글씨 읽기'와 '정원이 필요한 이유'다. 책과 정원에 대해 내가 갖고 있는 열망을 작가의 글에서 거듭 만난 듯하여 더없이 반가웠다.     

 

세상을 더 나은 쪽으로 바꾸려는 노력 중에는 두 가지 큰 방향이 있을 것 같다. 하나는 좋은 것을 자꾸자꾸 발견하고 알려서 더욱 넓혀 가는 것. 또 하나는 나쁜 것을 자꾸자꾸 발견하고 알려서 없애는 데 힘을 쏟는 것. 이 작가는 앞쪽에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가 남긴 글을 읽고 있으면 세상이 환해지는 느낌이 든다.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나도 앞쪽의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 작은 몫으로라도 실천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4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4 댓글 2
종이책 구매 올리버 색스 : 모든 것은 그 자리에 평점10점 | YES마니아 : 골드 t****j | 2019.08.08 리뷰제목
*책의 판형과 디자인, 질감까지 모두 마음에 든다.다들 이렇게 아름답게 만들었으면 좋겠다. 노랑과 초록이라니, 훌륭한 조합입니다.여름과도 잘 어울리지요.  *애인은 조금 시큰둥하게 읽은 모양입니다. 다만 제 경우에는 앞선 민음사의 여름 두 권을 쓰라리게 읽은 뒤에 접한 즐거운 글이어서좀 더 후한 평을 주게 되지 않았나 그런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봅니다. *지금 이 리뷰를 적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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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판형과 디자인, 질감까지 모두 마음에 든다.

다들 이렇게 아름답게 만들었으면 좋겠다. 노랑과 초록이라니, 훌륭한 조합입니다.

여름과도 잘 어울리지요.

 

*

애인은 조금 시큰둥하게 읽은 모양입니다.

다만 제 경우에는 앞선 민음사의 여름 두 권을 쓰라리게 읽은 뒤에 접한 즐거운 글이어서

좀 더 후한 평을 주게 되지 않았나 그런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봅니다.

 

*

지금 이 리뷰를 적는 와중에도 애인은

올리버 색스를 되게 좋아한다며 메세지를 보냈습니다.

약간 저를 놀리는 것 같은 것은 저의 기분 탓이겠지요 하하

 

 

 

 

 

3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3 댓글 0
종이책 ~끝. 평점9점 | 이달의 사락 s********d | 2021.11.09 리뷰제목
21  다른 파트에 비해 분량이 제법 되지만, 푸코에 관한 책을 읽을 터라 정신병원 역사를 살펴봄직했다. 정신병원은 중세부터 사회적 골칫거리, 특히 행려병자를 처박아 넣던 수용소에서 출발한다. 한번 들어가면 죽어서야 나와 자체 묘지를 두었다는.  제목대로 역시나 19세기 벨기에의 <치유 공동체>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조현병이나 조울증을 앓는 정신장애자를 손님이나 “하숙
리뷰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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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파트에 비해 분량이 제법 되지만, 푸코에 관한 책을 읽을 터라 정신병원 역사를 살펴봄직했다. 정신병원은 중세부터 사회적 골칫거리, 특히 행려병자를 처박아 넣던 수용소에서 출발한다. 한번 들어가면 죽어서야 나와 자체 묘지를 두었다는.

 제목대로 역시나 19세기 벨기에의 치유 공동체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조현병이나 조울증을 앓는 정신장애자를 손님이나 하숙인으로 받아들여 일정기간 숙박 제공 후 원래 자리로 복귀하도록 돕는 모델인 까닭이다. 다름과 차이를 앞세워 배척하고 감금하는 게 아니라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일거리를 제공하고 일상생활을 영위하도록 돕는다.

 조현병이나 조울증이 계속 악화되는 비가역적 정신질환이 아니라는 점이 동거인들이 힘을 내고, 보살핌을 공동체와 연대한다면 가장 이상적이겠다. 정신적인 위기로부터 완전무결하고 방부처리된 사람은 세상에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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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살고 있는 지구와 내가 속한 종, 인간에 대해 나는 왜 아무것도 묻지 않았던 걸까. 저자는 지구라는 행성에 원시생물체가 있고, 오랜 진화 끝에 복잡한 지적 고등생물에 이른 시간을 더듬는다. 나는 그냥 이 세상에 갑자기 내던져진 (에밀 졸라의) 자연주의 회의론적 존재가 아닌 것이다(뭉클!).

 저자가 좋아하는 에스에프 소설들(웰스, 보니것, 포스터 등)과 우화에 귀가 쫑긋 세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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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 것을 즐겨먹지 않는 내게 해산물은 가까이하기에 너무 먼 존재다. 마치 청어 축제를 와인 품평회에 다녀오는 것처럼 즐기는 저자를 보면서 그저 감탄할 뿐이다. 식도락과 다양한 요리로의 변주마저 지극히 열성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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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는 미국 콜로라도스프링스를 사십 년 만에 재방문한다. 젊었을 때 Revisited로 시작하는 에세이를 보면 가슴이 몹시 뛰었었다. 영국인인 그가 미국에 대한 환상을 품고 캘리포니아 전역을 모터사이클로 누볐던 시절이 영화처럼 되감긴다. 반려견과 같이 모터사이클은 길 위에서 격 없는 대화를 가능하게 했던 소통 매개였다. , 바깥으로 열린 귀와 가슴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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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리버 색스는 모든 생명체에 진심이다. 양치식물 애호가로 활동했던 실험과 탐사를 회고한다. 아는 만큼 보이는 속성상 그의 발걸음과 눈길과 심장은 양치류(fern)처럼 늘 어딘가로 옮겨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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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기율표의 115, 즉 새로운 원소의 등극에까지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저자는 이것이 에베레스트를 등반하는 것과 같다고 고백한다. 그렇다면 그의 말대로 과학은 냉철함이나 계산보다는 열정, 낭만, 갈망으로 가득 차(311)” 있음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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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 명명의 대가, 올리버 색스. 그는 자기 취향과 선호를 확실히 알고 삶에 충실히 반영한다. 뭐든 자신에게 맞고 어울리는 최적합 형태를 발굴하면서. 과학도답게.

 이번에는 종이책 애호가이자 활자로 책 읽기를 고수하는 집념을 밝힌다. 어떤 사람은 그때의 감정을 기억하고, 어떤 사람은 오고간 말을 저장한다. 이처럼 다르기에 다양한 포맷의 책들이 공존해야 한다. 다양한 종처럼 큰글자책도, 전자책도 같이 살아남을 때 상호보완적일 수 있겠다.

 독서는 단순한 언어적 행위가 아니라 감각이 교환되는 적극적인 활동인지라, 내 페이스대로 고유한 물성과 냄새 같이 감각적으로 기억하는 뇌의 적극적인 가담을 요구한다. 안과를 자주 드나든 한해인 만큼 깨알 같은 글씨 읽기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모두는 독특한 개인으로. 매우 개별화된 수요와 선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선호는 우리 뇌의 모든 수준에 내장되어 있으며, 우리의 개별적 신경 패턴과 신경망은 저자와 독자 사이에서 매우 사적인 교제의 가치를 열어준다. (318)

28

 코끼리는 달리는가와 관련된 논문을 읽으며 저자는 인간과 동물의 움직임을 포착한 19세기 두 사진작가(자칭 솔닛 키즈는 막 심장이 나댔더랬다)를 호출한다. 영화 기법이 대중화되기 전의 사진 연속 촬영으로 잡아낸 결과를 토대로 동물과 인간의 뛰기의 정의와 적용을 도출한다.

29

 저자는 생명체에게 한시도 눈길을 거두지 않고 경이로워하고 신나한다. 독자도 물든 나머지, 땅바닥에 우수수 떨어져 심지어 짓밟힌 낙엽의 다채로운 색깔과 형상의 아름다움에 어제 하루 꼼짝 못하고 말았다. 오늘은 구슬픈 눈물 같기도 하고, 갑자기 추운 날씨에 오금 저려하는 계절 같은 비가 내렸다.

 이번 파트에서는 영장류와의 눈맞춤과 친밀하고 즉각적인 동류의식을 짧게 전한다.

30

 뇌 과학자인 저자는 정원과 음악의 치유력을 높이 산다. 영국 태생이지만 인턴부터 대부분을 미국 시설에 귀속되었던 의사는 미국 식물원의 진가를 피력한다. 자연은 뇌를 진정하는 효과와 정돈하는 메커니즘을 제공한다. 창이 있고 녹색 기운이 감도는 공간에 나를 자주 방목해야겠다.

자연은 우리의 마음 깊은 곳에 있는 뭔가에게 말을 거는 게 틀림없다. ‘자연살아 있는 모든 것에 대한 사랑을 의미하는 생명애biophilia는 인간됨의 필수적인 부분이다. (335)

31

 십일월이면 황금빛 부채들로 길바닥을 채우는 은행나무의 생존력에 대해 말한다. 매연으로 가득 찬 뉴욕 거리를 지키는 자연의 수호신으로 숭배함이 억지스럽지 않다.

32

 수많은 오필리아 증상을 보이는 저자는 정통 유대 가정 문화에서 자랐다(필립 로스가 부각된 이유였다). 안식일 생선 요리를 어머니와 가정부와 개량 판매 제품을 거치며 이어간다. “인생의 알파요 오메가라고 찬미한 피시를 누릴 날이, 저물 날이.. 가슴을 울린다.

33

 아래 인용문은 지나친 우려의 말일까. 나 역시 조심스럽게 오래 품었던 생각이라 따갑게 읽었다. 인간 역사의 새로운 판도와 적응력을 인정하면서도 소셜미디어와 게임에 중독되어 쏟아(게워)내고 죄다 공개해버리는 찰나적 감각에 치우침을 몹시 걱정한다. 인간 본성과 사회에 대한 이해는 고요한 사유뿐 아니라 자연이나 사회적 친밀한 접촉”, 즉 다양한 만남과 경험을 통해 인류애나 지구애로 뻗어나가 굳건해짐을 믿기 때문이다.

 그는 과학이 윤리를 바탕으로 자유 평등 사상에 기여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신경학적 재앙으로 직결될 것이라고 매섭게 경고한다. 뇌와 시신경과 심장을 극도로 자극하고 내모는 상태에서 벗어나 차분하고 심오한 접촉에 물드는 노력이 시기적으로 시급하다.

이런 가상세계의 덫에 걸린 사람들은 결코 홀로 있을 수 없으므로, 조용히 자신만의 방법으로 인식하거나 집중할 수 없다. 그들은 문명의 편익과 성과를 대부분 포기했으므로(내맡겼으므로?) 예술 작품, 과학 이론, 일몰 또는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바라보며 호젓함과 여가, 자유재량, 건전한 몰입감을 느낄 수 없다. (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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