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소설 『잠중록』을 흥미롭게 읽고 있을 무렵, 『제왕업』도 엇비슷하게 재밌다는 리뷰들이 많이 보였다. 책 소개를 보니 중국에서 500만 부가 넘게 판매되었다고 하고, 온라인 조회수도 누적 10억 뷰를 돌파한 초대형 베스트셀러라고 한다. '강산고인 江山故人'이란 이름의 드라마로도 제작되어 올해 방영될 예정이라 하며, 장쯔이(章子怡)가 주인공을 맡았다고 한다. 이런 대스타가 주연을 맡을 정도면 탄탄한 스토리일 것이고, 대륙적 스케일과 호방함이 넘쳐날 것이다. 그런 기대감으로 상, 하 두 권을 주문했다.
제왕업(帝王業)은 '제왕(帝王)의 패업(覇業)'을 말하는 듯하다. 패업을 이루면 제왕이 될 것이고, 한 발 삐끗하면 역적으로 사라지는 권력 투쟁이 소설의 근간이다. 궁중의 권력 투쟁은 무인의 힘을 끌어들이게 되고, 이내 굴러온 돌(무인)이 박힌 돌(문인과 황실)을 빼버리게 된다. 그 와중에 황후를 고모로 둔 명문귀족 낭야왕씨의 딸 15살 상양군주 왕현(上陽郡主王?, 아명은 아무阿?)은 황족이 아님에도 번왕(예장왕)에 오르는 등 지략과 위엄을 갖춘 입지전적 인물인 소기蕭?와 정략결혼을 하게 된다.
그런데 이 남정네가 결혼식을 올린 후 결발(結髮:신부의 머리를 묶은 오색 빛깔 긴 끈으로 첫날밤에 남편이 직접 풀어주는 것)도 없이 바로 반란 진압을 위해 북방으로 떠나버린다. 3년을 분노로 혼자 지내던 어느 날, 소기에게 원한을 가진 하란잠에게 납치를 당한다…. 소기를 만나 위기를 넘기면서 풀려나기까지는 솔직히 별스럽지 않았다. 딱 지겨워지려는 시점부터 몰입도는 높아진다…. 하란잠이 왕현의 허리에 두른 폭약 끈을 당기면서 잔교 너머로 몸을 날리는 순간... 이 장면부터 감정 이입으로 치닫는다.
"오늘 이후로 당신은 나의 비이자 나와 생을 함께할 여인이오. 나약함은 용납할 수 없소(219쪽)." 이 말은 앞으로 전개의 암시이다. 예장왕비 왕현은 마치 와호장룡의 장쯔이와 비슷하게 사랑과 패업 쟁취의 한 축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피 냄새가 사방에서 진동하는 스케일의 전쟁, 황족의 권력 다툼에 끼어들어 패업의 기초를 닦는 소기, 무인과 문인의 권력 헤게모니 싸움, 비정한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가운데에서 예장왕비는 한 치 앞을 모르는 길을 헤쳐나간다. 그 모든 것의 전제는 소기와의 러브스토리이다.
이긴 자는 왕이 되고 진자는 역적이 되는 것이 진리다. 모든 권력을 손아귀에 넣은 소기는 황제마저 좌지우지하면서 패업의 완성을 향해 나아가지만, 상권은 임팩트가 그렇게 강하지 않았다. 이 글을 적는 순간에 하권을 거의 다 읽어가고 있는데, 하권은 상권과 다르게 여러 변수가 장대하고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전개된다. 상권보다는 하권이 훨씬 더 흥미진진하다는 거다. 남편이냐 가문이냐, 과거의 연인이냐 현재의 사랑이냐... 선택의 연속이다. 과연 소기와 왕현은 뜨거운 사랑의 결실을 볼 것인가? 하권으로 넘어간다….
아주 오랫만에 중국 소설을 만났습니다.
무엇 때문에 태자를 폐해야 하고, 무엇 때문에 전쟁을 해야 하죠?
달리 무엇 때문이겠소. 제왕의 패업을 이루기 위해서지. (263p)
막연하게 재미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집어 들었던 책이다. 워낙 많은 등장인물이 나오는 중국소설인 까닭에 시작하기 전 등장인물 소개를 꼼꼼하게 읽어본다. 더군다나 역사소설이라서 나오는 인물의 이름이나 관계를 숙지하지 않고서는 전개되는 이야기를 따라잡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마음을 다잡고 시작해본다.
단단히 먹었던 마음가짐과는 다르게 무섭도록 스피드를 내면서 읽혀지는 이야기. 장쯔이가 참여한 드라마로 만들어져 내년 방송을 앞두고 있는 이유를 알겠다. 기대작으로 꼽히는 이유를 알겠다. 이렇게 흥미로운 이야기를 드라마화 하지 않으면 어떤 이야기를 드라마로 만들겠냐고 생각될 정도로 재미있다. 그 어떤 말도 더 필요하지 않다. 단지 재미있다. 그것으로 끝이다.
왕궁을 배경으로 해서 왕과 왕비와 그 가족들을 비롯해서 권력가의 이야기들이야 어느 나라 이야기라 할지라도 다 재미나지만 역사와 로맨스와 액션들을 얼마나 적절한 비율로 딱맞게 섞어놓았는지 어,어, 하는 순간 저절로 페이지를 넘기고 있는 손을 발견하게 된다. 이것은 장르소설과는 또다른 즐거움이며 재미다.
사람이 사회속에서 살아가는데 있어서 어디나 권력다툼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하고 끼리끼리 모아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니편 내편 나누는 일은 이 세상 어디에서나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되어지는데 그것이 한 난라를 다스리는 패권다툼이라고 생각해보면 스케일은 더욱 커지고 즐거움은 배가되는 법이다.
아무. 왕현이라는 이름이 있지만 아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꼬마아가씨. 왕씨집안의 딸이자 황후의 조카이며 그 이유로 황자들과도 자유롭게 왕래하며 황제의 이쁨을 받았던 그녀였다. 어느날부터인가 한 황자를 마음속에 품기 시작하고 연정을 키워왔다. 그것이 그대로 연결되어 혼인까지 이루어질 줄로만 알았지만 세상일이라는 것이 더군다나 권력가의 일이라는 것이 어디 그렇던가. 그녀는 자신이 원하지도 않았던 혼인을 하게 된다. 그러나 혼인날 신랑의 얼굴을 보지도 못한채 그는 전쟁터로 달려가버리고 만다.
그렇게 얼굴도 못 본 남편과의 혼인 후 3년이 흐른다. 그녀는 남편의 대적하는 무리들에게 납치되기에 이른다. 그녀가 납치되었다는 것을 그가 알고 구출을 하러 갈까. 한번도 보지 못했던 아내에 대한 애정은 있는 것일까. 부모와도 떨어진 채 생활하고 있던 그녀였기에 그녀가 사라진 것을 누구 하나 알기라도 할까. 이 사건을 계기로 아무가 세상을 향한 눈을 뜨게 되는 전개가 일어난다. 그 이전까지는 그저 얌전하고 온실속의 꽃같던 아무였다면 그 일 이후로는 당차고 권력이라는 것의 중심부에 서는 아무가 된다.
제왕업. 다시 말해 제왕의 일이라는 뜻의 제목. 이 제목에서 말하는 제왕은 누구이며 결국 마지막으로 권력을 잡게될 자는 누구일가. 그 어느 나라나 궁궐안의 일은 비슷비슷한 법이려나 읽으면 읽을수록 조선시대의 패권다툼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지만 그보다는 조금 더 큰 규모의 이야기라도 생각하면 딱 들어맞을 것 같다.
작년 금수미앙이란 중극 드라마가 재미있었다. 패망한 나라의 공주가 저 밑바닥부터 다시 황후의 자리까지 오르는 이야기의 재미도 있지만 여성이 확실하게 우성이란 생각을 했다. 스토리는 다르지만 제왕업의 유사한 구조가 내 취향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사랑했던 사람을 떠나보내고, 가족이란 이름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또 다른 누군가에게 시집을 간다는 것은 슬픈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인생의 미래는 누구도 알 수가 없다. 슬픔과 가능성은 또 내게 달린 일이다. 이런 개떡같은 난이도를 설계한 신이 있다면 좀 따져봐야 할 일이지만 그것으로 인해 인생에서 인내와 즐거움, 고난과 행복이 같이 한다. 모르는 사람에게 시집 장가가는 일이 황당해 보이는 현재이지만 어차피 연애로 만난 사람도 처음보기는 마찬가지다. 단지 서로를 알아가는 전제조건에 latchet(후진 방지, 빽도 불가)이 있느냐의 차이지만..
아무란 주인공은 고귀한 집에서 태어나 정략결혼을 통해 새롭게 거듭난다. 고난이라고 할 수 있지만 책의 말처럼 어른이 된다는 것이다. 세상의 떼가 묻는 것이 어른이 된다는 말 우습지만 쉽게 넘어갈 수 없는 말이다. 내 표현대로라면 온실의 화초가 야생에서도 생존력을 갖는 말이기도 하다. 마음에 품었던 정인 자담을 배려하며 다시금 돌아온 난을 보는 느낌..주인공의 삶과 유사하다.
권력의 세계를 알아간다는 것, 모략과 음모로 비춰질 수 있다. 동시에 삶의 방향성과 흐름속에서 생존을 위한 투쟁이라고도 볼 수 있다. 순진하거나 철이 없거나 그것을 이분법적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지만 사람의 삶에서 그것이 가능한가? 사람이 사회적 동물이고 모든 관계속에도 작던 크던 권력의 구조가 존재한다. 그래서 세상에 그렇게 많은 협상에 관한 책(나는 뒤집기 기술에 관한 고찰이라고 생각한다)이 많은가보다. 그 많은 책보다 가끔 이런 소설은 훨씬 실감난다.
다시 왕비가 되고 권력쟁탈전에 본격적으로 가담하고, 내 위치와 역할을 찾아가는 모습이 2부에서 나올까? 금수미앙처럼 황후마마가 될런지 뭐가 될런지 호기심이 생긴다. 이런 모습이 역겹다고 볼 수도 있다. 아무도 스스로를 자꾸 돌아보는 이유다. 한편 공자가 어린아이의 모습을 그리워하는 마음속에 스스로 묻은 세상의 떼가 묻은 것을 인정하는 것은 아닐까? 굴원처럼 탓하기보다 그대로 인정하며 자신의 이상에 따라 흘러가는 것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엔 지루하지만 읽어가며 흥미가 돋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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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읽었던 중국 소설 [잠중록]과 자꾸 비교대조하면서 읽고 있었다.
배경이 궁이고 황제와 정치이야기가 나온다는 것 말고는 전혀 분야는 다르다.
[제왕업]쪽은 제목에서도 느껴지 듯이 철저히 정치적인 편이다.
물론 로맨스도 좀 있지만 주를 이루진 않고 소설의 분위기를 돋우는 정도이다.
2020년 짱즈이 주연으로 [강산고인]이란 이름으로 드라마로 제작된다고 한다.
웹소설 10억뷰라는데 솔직히 감은 안온다.
황제가 되기 위한 궁중 암투가 기본이기에 전쟁신 , 액션신이 꽤 나올듯하다.
여주가 '왕현'인데 궁궐에서 어려서 부터 자라는 편이고 황후가 고모고 황자들이 친척지간이니 형제들처럼 지냈다. 그렇게 철모르게 어여쁘게 크고 15살 쪽찌는 성인식 같은 계례가 있은 후 늘 흠모하던 세째 황자 '자담'과 혼례를 치를 줄 알았다.
그런데 궁중은 집안끼리의 결혼이고 혼인이 정치적인 술수이기 때문에 '왕현'은 현재 급상승 중인 군권장악세력인 "예장왕", 소기에게 시집가게 된다.
혼례 첫날 , 북쪽에 돌궐이 반란을 일으켰다고 해서 얼굴도 못보고 신랑은 북쪽으로 떠나버렸다.
늘 봄날 이었던 왕현은 결혼 이후 급 하강하면서 왕실과 좋은 문벌이 허울 좋은 개살구라는 것을 알게되면서 3년을 휘주에서 요양하게 된다.
그렇게 맘은 썩어가지만 몸은 띵가띵가 하던 중 어떤 모임에서 왕현이 납치되고 납치한 사람은 한족의 왕자로 소기에게 복수하기 위함이었다.
여차저차 소기를 맞닥드리고 소기는 그녀를 우여곡절 끝에 무사히 구하게 되면서 둘은 결혼한지 3년 만에 첫대면과 함께 사랑을 느끼게 된다.
550페이지 정도이기 때문에 이후로도 스토리가 대륙의 스케일이다.
읽으면서 중국이나 우리나라나 왕이 되어 권력을 맛보면 부모형제도 없는 것 같다.
죽이지 않으면 혹은 실패하면 물러나야 하는 힘이 있는 자가 권력을 차지 하는 피의 전쟁이었다.
왕현은 왕씨의 수장 아버지와 또다른 권력의 중심 소기, 즉 신랑이 대치하는 상황이어서 좀더 극적이다. 왕현의 심중은 더욱 전쟁터다.
1권의 끝에서 어린 황태자가 왕이 되는데, 2권에서는 도대체 누가 새로운 권력자의 자리를 차지 할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