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길리우스와 단테는 대지의 중심에서 빠져나와 다시 햇살을 받으며 연옥의 불을 저장한 산에 이른다 연옥도 몇개의 구역으로 나뉘어 있으며 속죄자들은 자신의 죄를 깊이 통찰함으로써 정화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그들의 죄는 용서받을 수 없는 것이 아니다 피라미드와 같은 형태이다
연옥은 정죄와 희망의 왕국으로 영적 구원을 받을 만한 여망이 있는 망령들이 천국에 가기 전에 수양을 하는 곳이다 천사들은 이곳에서 칼로 단테의 이마위에 P자를 새겨주는데 이는 연옥에서 자기가 참회해야 할 죄 곧 오만 질투 분노 태만 탐욕 폭식 애욕의 일곱가지로 이러한 죄들은 벼랑을 차례로 지나면서 하나씩 씻어진다 이 모든 죄를 씻고 나면 영혼들은 구원을 받게 되고 이어 지상낙원으로 오를 수 있다
서사시의 화자인 단테는 이 책 신곡을 1307년경 부터 쓰기 시작하여 몰년인 1321년에 완선하였다 지옥편 연옥편 천국편의 3부로 이루어졌다 제명을 중세의관용에 따라 희곡이라 붙인것은 비참한 인상을주는 것은 지옥편뿐으로 나머지 연옥편 천국편에는 쾌적하고 즐거운 내용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표면에 나타난 주제는 사후의 세계를 중심으로 한 단테의 여행담이다
단테가 35살 되던 해의 성 금요일 전날 밤 길을 잃고 어두운 숲속을 헤매며 번민의 하룻밤을 보낸 뒤 빚이 비치는 언덕위로 다가가려 했으나 3마리의 야수가 길을 가로막으름로 올라갈 수가 없었다 그때 베르길리우스가 나타나 그를 구해주고 길을 인도한다 그는 먼저 단테를 지옥으로 다음에는 연옥의 산으로 안내하고는 꼭대기에서 단테와 작별하고 베아트리체에게 그의 앞길을 맡긴다 베아트리체에게 인도된 단테는 지고천에까지 이르고 그곳에서 한순간 신의 모습을 우러러보게 된다는 것이 전체의 줄거리이다
신곡
이 책은
이 책 『신곡』은 원래 세 권 정도(민음사 번역본은 세 권이다)로 번역 출판되고 있는 단테의 『신곡』을 축약하여 한 권(300쪽)으로 편집 출판한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은
그전에 『신곡』을 읽긴 읽었는데, 그때, 어떻게 읽었는지 모르겠다.
단적으로 말해서, 겉만 수박 겉핥듯 읽었던 모양이다.
그저 지옥에는 이러이러한 것들이 있고, 연옥과 천국에는 누가 누가 있다더라, 그게 아니었을까
심지어 지옥을 여행하는 데 안내자 역할을 한 베르길리우스가 어떤 사람인지도 제대로 모른 채 읽었다는 것, 지금 생각하니 나 자신 부끄럽다.
이제 베르길리우스가 누군지, 그의 정체, 그의 명성이 어떤지를 알게 되었다.
해서 『신곡』은 이제 나에게 새로운 책이다.
베르길리우스가 누구인가
그전에 알고 있었던 지식으로는 그저 로마의 시인으로 단테가 존경했다는 인물 정도였다. 그런데 그리스 신화와 고전을 공부하다가, 『일리아스』, 『오디세이』를 읽게 되고, 그 중에 트로이 함락된 후 유민들을 이끌고 나온 인물 아이네아스가 로마에 이르기까지의 역정을 그린 대서사시 『아이네이스』를 알게 되었다. 바로 그 대서사시를 쓴 인물이 바로 베르길리우스다.
해서 그는 단테가 지옥을 여행하는데 인도자로 적격이고, 단테가 그를 인도자로 선정한 것이 아주 탁월한 선택이라는 것, 이제 깨닫게 된다. 그러니 책 내용이 다르게 읽혀질 수밖에!
또한 등장인물들이 하나같이 새롭게 다가온다.
여기 『신곡』에는 유난히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는데, 그전에는, 이름조차 들어본 적이 없던 인물들이 더 많았던지라 그때는 나오는 사람인지 아닌지도 몰랐던 사람들이, 이제는 마치 ‘나도 있소’ 하면서 앞으로 나서는 게 보이기 시작한다.
사람으로선 알 수 없는 사후 세계
그렇게 해서 새로 읽게 된 『신곡』, 재미와 의미를 느끼면서 읽을 수 있었다.
그러니 다음과 같은 것들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한다.
<(연옥에 있는) 이들도 주기도문 후반에는 자신들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을 위해 기도하였는데 그것은 연옥의 영혼들이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는 기도하지 못한다는 단테의 지식과는 어긋난 것이었다.> (166쪽)
단테는 왜 이런 말을 집어넣었을까
이 작품은 완전히 단테의 상상으로 쓴 것인데, 이런 말을 집어넣은 것은?
사람의 지식과 지혜로 사후 영계(지옥, 연옥, 천국)의 일은 알 수 없다는 것을 말하려 했던 것이 아닐까
그러니 이런 글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트리야누스나 리페우스가 천국에 오게 된 것을 단테는 의아하게 생각한다.>(276쪽)
단테의 판단으로는 그들이 천국에 오면 안되는데, 천국이 그들이 있다는 것이 의아하다는 것이다. 이 말은 천국행인가 지옥행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순전히 신의 손에 달려있음을 알 수 있다. 인간의 지식을 초월하는 것이 바로 사후 세계다.
지옥, 연옥에 있다는 인물들은?
여기 등장하는 인물을 살펴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적 인물들이 많이 등장한다.
브루투스라던가, 유다 등 실존인물이 그들이다.
어디 그뿐인가, 심지어 연옥에는 교황도 등장한다.
아드리아노 5세 (192쪽) :
<아드리아노 5세 교황은 1276년 7월 11일 교황으로 선출됐고, 1276년 8월 16일에 선종했다.>
그런 사람 이외에도, 단테의 고향이라든지, 같은 지역에서 활동하던 사람들 이름이 많이 등장하는데, 누구는 지옥에 누구는 연옥에 또 누구는 천국에 있다.
어떻게 보면 단테의 판단 여하에 따라 지옥행과 천국행이 갈라지는데, 그들이 어떤 일을 한 사람인지가 궁금하다.
그래서 이런 생각이 든다.
당시 이 책이 발간될 당시 실존 인물들의 후손들이 분명 살아있었을 것인데 그들로부터 단테가 명예훼손 소송 같은 것은 당하지 않았는지도 궁금해진다.
그런 것에 대한 연구조사는 있었는지도 궁금하다.
한권으로 읽어보니 이런 편리함도 있다.
원래 세 권으로 출판되고 있는 『신곡』을 한 권으로 읽는 것은 몇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신곡』의 전체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또, 원래 『신곡』에서는 인물의 이름을 밝히는 것에 대하여 직접적으로 이름을 밝히지 않고, 암시하는 말로 대신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아리스토텔레스(26쪽)가 이 책에는 실명으로 등장하는데, 원래의 책에서는 이렇게 소개되고 있다.
<눈썹을 더 높이 들어 올리자
철학자 가족 가운에 앉을 만한
사람들의 스승이 보였다.> (『신곡』, 지옥편, 민음사, 46쪽)
그러니 이 책으로는 인물을 쉽게 파악할 수 있고, 그 앞 뒤 상황도 훨씬 빨리 파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다시 이 책은
『신곡』은 당시 문학과 신학을 집대성해 놓은 것이다 볼 수 있다.
이 신곡에는 수많은 인물들 - 신화적, 역사적 인물들 모두 - 이 등장하고, 당시 기독교의 모습을 알 수 있는 신학이론들 - 토마스 아퀴나스(261쪽)를 위시하여 - 도 많이 등장한다.
해서 단테는 『신곡』을 통하여, 당시 기독교의 모습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연옥의 존재와 또 사람에 대한 평가 기준이 어떠했는가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단테의 <신곡>으로 지옥 - 연옥 - 천국의 3편의 내용을 한 권에 담아놓은 책이다. 인간이 태어나면 누구나 죽는 것은 자연의 섭리이자 이치이다. 하지만 기독교 적인 상황에서는 죽음 이후에 천국에 가서 하느님과의 삶을 살아가는 것을 더 큰 기쁨으로 여긴다.
숲속 같은 어둠 속을 인생의 무상함을 체험하면서 헤매게 된 35살의 단테는 부활절의 기쁨을 사흘 앞둔 금요일 저녁 무렵 어두운 숲 속에서 길을 헤맨다. 그리고 그 앞에 표범, 사자, 늑대가 나타나 진퇴양난의 위기에 처하며 정신을 잃고 만다. 하지만 이때 스승 베르길리우스가 나타나 그를 영원의 세계에 데려가겠다고 약속한다.처음에 간 곳은 지옥으로 하느님을 배반하여 노여움 속에 죽음을 맞이한 이들이 있는 곳이다. 9개의 구역으로 나뉜 이 곳은 죄가 무거울수록 깊은 곳으로 떨어진다. 신앙이 없거나 다른 종교를 믿는자, 쾌락을 추구하는 자, 사기를 친 자, 폭력을 행사한 자, 쉽게 분노하는 자, 반역과 폭정의 죄를 지은자, 재산을 탐욕스럽게 모은 재산을 약탈하고 파괴한자, 살인자, 노름으로 재산을 탕진한 자, 위선자, 이기주의자, 반역자들이 벌을 받고 있었다.
단테가 숲 속을 방황하며 베르길리우스를 만나 그의 인도를 받고 지옥세계를 본 후 구사일생으로 벗어나 정죄산이 보이는 연옥으로 도착한 것은 부활절이었다. 죽은지 3일만에 부활한 예수처럼 사흘동안 온갖 악마들에게 쫒겨 다니듯 겪던 고초를 벗어난 단테는 연옥에 도착한다. 이 곳은 구원을 받을 자격이 있는 영혼들이 천국에 가기 전 몸과 마음을 닦는 곳이었다. 단테는 이 곳을 지나면서 교만, 질투, 분노 , 나태, 인색, 탐욕, 애욕에 대한 일곱지 죄악의 뿌리를 씻게 된다.
연옥을 벗어나 베르길리우스와 헤어지게 된 단테는 그가 소년시절 때부터 사랑한 베아트리체인 성녀를 만나고 그녀와 함께 천국에 가게 된다.
천국으로 올라가 천국의 순례를 시작한다. 축복 받은 영혼이 갈 수 있는 천국은 수많은 영혼들이 노래부르고 춤추며, 완전한 행복이 있는 곳이다.
단테는 상상 속에서 신을 만나 신의 사랑을 알게되는 과정을 <신곡>을 통해 묘사해 두었다. 또한 그의 서사시를 보며 종교인으로서의 그의 하느님에 대한 믿음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스승이지만 예수보다 일찍 태어났기에 구원을 받지 못해 지옥의 림보에 있는 베길리우스를 보며 아이러니 했다. 기독교적 믿음을 바탕으로 쓰였기에 믿음을 갖지 않는 것이 최고의 죄악이기에 무거운 형벌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이 이해가 되지는 않았다. 또한 마호메트의 형벌 부분에서는 약간의 잔인함도 느껴졌다. 이책은 기독교적 시각 속에서 씌여진 책으로 같은 믿을 가지고 있지 못한 사람이 읽으면 조금은 불편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단테는 자신의 여인 베아트리체를 천국의 길잡이로의 성녀로 이 책에 묘사하는 것을 보고 그녀에 대한 남다른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고전으로서의 신곡 한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