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소설가, 농부과학자를 만나다
해냄에서 출판한 김탁환 작가님의 <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는 곡성의 미실란 이동현 대표와 저자인 김탁환 작가님의 서로의 인생을 돌아보고, 모르는 부분에 새롭게 배우며 소멸해가는 농촌 마을에 생기를 불어넣는 농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경지에 이른 작가가 들려주는 둠벙과 논의 모습은 직접 눈 앞에 펼쳐지는 느낌이 들 수 있다.
농사에 도움이 된다면, 왕우렁이도 아름답고 곡성의 많은 것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이 대표는 폐교의 나무 바닥의 아름다움을 지키고, 농촌의 소멸에 저항하는 사람이다.
김탁환 작가님의 리심과 불명의 이순신을 읽고, 믿고 보는 역사소설가로 내게는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는 근 25년 동안 소설의 습작에 사로잡혀 바깥 공기를 마셔보겠다는 의지로 서울에서 부산, 창원으로 종방향으로 여행한다.
그러다 횡방향으로 여행은 더 다른 의미가 있을 거라는 생각에 목포, 여수, 진주, 부산 등 횡방향으로 여행한다.
어느 날 대학 동기들과 화엄사를 들러 곡성에서 식사하게 되는데, 가게 이름이 ‘밥cafe 飯(반)하다’라는 식당이다.
이 식당의 이름과 밥맛을 잊지 못해 가게 주인과 인사를 하게 되는데, 그가 바로 농업회사법인 미실란 이동현 대표이다.
곡성군은 약 550제곱킬로미터 면적에 2만 8천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약 605제곱킬로미터 면적에 970만 명이 사는 서울에 비한다면, 면적은 55제콥킬로미터가 작고 인구는 967만여 명이나 적다. 중앙 대도시의 과밀과 지방 농촌의 과소가 극명하게 대비되는 지점이다. - 35쪽
사실 세계적인 대도시 서울은 면적 대비해서 인구를 보면 과밀한 도시이다. 우리 대한민국의 수도이고, 모든 것의 중심이 서울이다 보니, 서울 외 지방은 모두 촌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나 역시 몇 차례 다녀 다 알지는 못하지만, 곡성은 영화 ‘곡성’으로 잘 알려져 있고, 곡성 기차마을과 강가의 절벽과 같은 절경이 많다. 곡성은 노령산맥과 소백산맥의 높고 거친 줄기가 많아 19세기 말에는 동학교도들이 험한 산골짜기를 넘나들었고, 1948년 이후에는 빨치산들이 활약한 곳이기도 하다.
이동현 대표는 고향이 전남 고흥군 동강면 오월리 벽계마을이다.
건너편 언덕에 이 대표의 집이 있었다. 멀리 보이는 집보다 가까이 흔들리는 물에 끌렸다. (…) 진해에서 태어난 나는 창원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 마을은 웅남이라고도 하고 연덕이라고도 불렀다. (…) 건설업체는 우리 마을을 통째로 묻어버리는 방식을 취했다. (…) 흙더미들이 마을을 포위했고, 차츰 포위망을 좁히다가 어느 순간 마을을 집어삼켰다. 설명을 들은 이 대표가 말했다.
“수몰과 매몰이군요.” - 61쪽
나의 고향도 지금은 아파트로 새로 대체되어 이제는 내가 어릴 때 살던 모습을 가지고 있지 않다. 초등학교 시절 넓게만 보이던 학교 운동장은 어른이 되어 다시 찾아가보니 아주 작은 운동장이었다. 내가 잃어버리고 살았던 것이 무엇인지 깨닫지 못하고 지내다 이번 책을 읽는 순간 내가 잃어버린 것은 나의 어린 추억이 있던 나의 고향이었다.
작가나 이 대표 역시 자신이 어릴 때 살았던 고향을 잃어버린 것이다.
지금 농촌은 산업화의 영향으로 고령의 인구와 농촌 인구가 감소해 차츰 잃어버린 마을이 생기고 있다.
이 대표는 곡성의 한 폐교에 농업협동조합을 세우고, 자신이 가장 잘하는 농사를 바탕으로 새로운 마을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 대표를 꾸미는 수식어는 적지 않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이 ‘박사농부’와 ‘농부과학자’이다. 그는 순천대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 농생물학과 석사를 거쳐 문부성 장학생으로 도일하여 규슈 대학교 생물자원환경과학과에서 응용유전해충방제 전공으로 농학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그리고 귀국하여 농부가 되었다. - 102쪽
두 사람은 386세대로 87년, 88년 대학을 입학하여 당시 뜨거웠던 대학 입학 시절을 보냈다. 이 대표는 2학생이 되어 농생물학에 전념하였지만, 당시 시민운동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경험하였기에 2014년 곡성에서 열린 세월호 집회를 3년 동안 지속하는 힘이 되었다.
두 사람은 여러 면에서 서로에게 보완이 되는 관계이다.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같은 분야에 아니지만, 또래라서 그런지 더 잘 통하는 사람이다.
서울대 석사과정에 이어 박사과정을 하는 동안, 이 대표는 더 이상 자신이 공부하는 독소 연구가 싫었다. 수많은 쥐를 죽일 수밖에 없는 연구와 실험은 그가 원하지 않는 연구였다. 자신이 몇 년 동안 달려오는 길은 이 대표는 단호하게 정리한다. 그는 자신이 정한 기준과 맞지 않으면 멈추는 원칙주의자였다.
“채식하는 짐승의 똥과 육식하는 짐승의 똥이 어떻게 다른 줄 아십니까?”
“염소 똥 본 적 있죠? 초식 동물 똥은 동글동글 공처럼 뭉쳐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반해 육식 동물 똥은 질질 흐르죠. 잡식 동물은 중간 정도고요. 형태뿐 아니라 냄새도 확연히 다릅니다. 똥냄새가 왜 나는 줄 아십니까?”
“음식에 따라 달라지는 면도 있긴 하지만, 똥 냄새는 대부분 똥속 미생물들이 내는 향입니다. 장내 세균이 제각각이거든요. 육식 동물은 독성 세균이 많아 냄새가 독합니다. 초식 동물은 유용한 세균이 그득해서 구수하지요.” - 114쪽
그는 순천대학교 교수님의 소개로 후쿠오카 대학교로 박사과정을 가게 된다. 단지 자신이 원하는 배설물 속 미생물 연구를 한다는 점이 일본어가 미숙하지만, 일본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게 된다.
그의 지도교수는 자신이 제자가 세계적인 학자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이 대표는 우리 땅의 농작물과 가축과 야생생물을 연구하겠다는 마음이 더 크다. 이후 그는 곡성에 정착해서 기업의 대표이자 농부의 길을 가게 된다.
이 대표의 꿈은 땅을 살리고 농작물을 살리고 농부를 살리고 나아가 우리나라 국민을 살리는 미생물 연구를 하는 것이다. 그 연구를 바탕으로 병충해를 막을 안전하고 저렴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 120쪽
대학교의 전임 교수 자리를 지원하고 탈락하는 순간, 그는 자신이 왜 탈락했는지 궁금했다. 당시 박사 학위를 가지고 대학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은 많았다. 자신이 대학 교수가 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보다 그는 창업을 선택한다.
2009년 대학을 떠나 전업 작가로 나서면서부터는 소설의 판매량이 차기작을 쓸 조건들과 직결되었다. 고전적인 방식으로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독자들과 만나는 것 외에, 내 작품이 어떤 경로로 독자들에게 가닿는지를 알 필요가 있었다. - 123쪽
문학계에서 김탁환 작가만큼 많은 팬층을 형성하고 계신 분은 드물 것이다. 작품 중 상당수가 영화나 드라마나 나오고, 시리즈로 나오는 백탑파에 관한 소설은 그를 백탑파의 상징으로 만들고 있다.
그런 그에게도 아쉬운 작품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압록강>이다. 임경업 장군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압록강은 초반부에 너무 많은 지명을 할애해서, 임경업 장군이 정작 활약을 펼치는 인생의 후반에 이르지 않고 작품을 마무리했다고 한다. 다음에 다시 새롭게 보완해서 새롭게 이야기를 이어나가길 바란다.
이후 책에서 저자는 채식하게 된 이유와 자신이 요즘 관심이 있는 동물권, 그중에서도 동물이 구속당하지 않을 권리에 관해 이야기한다.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아름다움은지키는것이다 #김탁환 #이동현 #미실린 #해냄 #곡성 #책과콩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