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에 동사 뒤에 붙는 어미 두 가지에 마음이 가고 있었다.
하나는 ‘~가다’.
살아가다, 쉬어 가다, 이런 말이 참 좋다고 느꼈다.
나머지 하나는 ‘~내다’ 였다.
살아 내다. 해내다. 살아내자, 살아낼게. 이 말을 스스로와 누군가에게 자주 해주고 싶었다.
그러던 차에 책의 제목을 만났을 때 더욱 반가웠다.
<바람이 되어 살아낼게>.
작가는 ‘세월호 생존자 학생’이셨다. 책의 부제는 ‘세월호 생존 학생이 청년이 되어 쓰는 다짐.’
그런가. 벌써 시간이, 세월이 그렇게 흘렀다.
9년이 흘렀으니 세월호 생존 학생들은 스물 여섯이라는 나이가 되었다.
처음에는 반가웠고, 그 다음에는 호기심이 일었고,
책장을 펼쳐 읽으면서는 이 생각이 들었다.
부끄러움.
내가, 기성세대인 한 독자로서, 책을 이렇게 심상하게 여기면서 읽으려고 했구나.
세월호 참사 직후부터 1년여간, 세월호를 모욕하는 많은 망언들이 있었다.
생각해보면 하나같이 악마적이고, 탐욕스럽고, 폭력적인 언어였음을 지금 새삼 느끼고는 소름 끼쳤다.
책의 분량은 두껍지 않다. 요즘 읽어온 책에 비해선 가장 얇은 편이었다.
지면들에는 작가가 꾹꾹 눌러쓴, 오래 망설이기도 했을, 마음의 표현들이
다양하고 깊이있는 결로 쓰여져 있었다.
책의 부제에 있는 단어인 ‘청년이 쓰는 다짐.’
이 말이 참 적절하게 느껴지고 책을 대변하고 있었다.
작가는 세월호 생존의 아픔을 겪고 난 이후에
조용히, 묵묵히 자신의 삶을 걸어오셨다.
살아왔고, 살아 냈고, 그 기록을 이 작지만 무게감 있는 책에 담고자 했다.
자신의 트라우마와 치유를 담담히 풀어내면서
세상에 대한 생각, 사회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말들도 뚜렷하게 담았다.
난 그게 고마웠다.
개인적인 일상을 전해주는 것만으로도 고맙고 미안했는데,
고등학생으로부터 청년이 되는 시간 속에서 자신이 갖게 된 신념을 당당히 피력한 것이 더욱 감사했다.
세월호 참사는 분명 ‘사회적인 사건’이었다.
비극적이게도 우리는 작년의 10.29 이태원 참사를 겪으면서 기시감을 느꼈다.
참사 이후에 어느 ‘고위직 공무원’도 해임되지 않고 자리를 보존하고 있는 걸 보면서 아득하게 세월호를 오버랩 했었다.
산문집 <바람이 되어 살아낼게>는
청춘의 에세이, 힐링 에세이, 한 청년이 성장해온 기록. 이렇게 불릴 수 있을 거다.
내게는 지극히 개인적인 의미도 던져주어서 감동을 받았다.
나름대로 삶의 중대한 ‘길목’에서 선택을 하는 기로에 서 있었다.
가족이, 가까운 지인들이 나를 ‘판단’하지 않고 지지해주는 것을 알고 있고 그것에 힘을 얻고 있었다.
그렇지만 무언가 채워지지 않은, 도움을 받고 싶은 한 부분이 있었다. 터널 끝에 빛이 보이는 것처럼 이 책이 그랬다.
어제, 6개월만에 헤어펌을 하고 기분이 전환되어서 귀가했더니 이 책이 있더라.
책 속의 문장들, 글귀들은 나를 건드렸다.
강압적이지 않고 포근하게, 한편으로 어떤 부분에서는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하게 했다.
감성적이다, 라는 말이 하도 흔해서 이 책에도 쓰긴 한다만
이 말로는 부족하다.
한 청년이, 한 인간이, 9년 동안 아파하고, 다시 자신을 추스르고
끝내 일어섰던 일을 그저 감성적이다, 교훈을 얻었다 라고 평하지만은 못하겠다.
아니, 애초에 ‘평’할 생각은 없었지만 책장을 덮으면서 더더욱 그랬다.
리뷰어라는 존재로 이 글을 올리긴 하지만, 그저 책을 느꼈고, 깊이 생각을 했다.
책을 고이 집어 책장에 꽂으면서, 이제는 기도를 해야겠다 했다.
의미있는 책을 만나는 건 늘 감사한 일이다.
그런데 독자에게 알맞은 타이밍에 만나는 건, 정말 축복 아닌가 싶다.
귀하고 값진 에세이 <바람이 되어 살아낼게> 였다.
저는 생존학생이었습니다.
'바람이 되어 살아낼게' 중~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2014년 4월 16일,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던 학생들이 탄 배가 차갑고 어두운 바다 속으로 가라앉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날입니다. '전원 구조'라는 앵커의 말에 안도한 것은 잠시 뿐, 그 뉴스는 오보였음이 밝혀졌습니다. 믿기지 않는 참사,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일까요? 그로부터 9년이 지났지만, 사람들의 마음엔 여전히 너무나 참혹하고 가슴 아픈 참사로 남아 있습니다. <바람이 되어 살아낼게>는 "세월호 참사 당일 생존한 단원고 2학년 학생 중 한 명"이 쓴 에세이로 그때부터 지금까지 생존자로서 겪어야만 했던 일들을 담아낸 책입니다. 참사 트라우마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이었을까 하는 마음이 앞서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용기 내어 자신의 삶을 보여준 저자에게 감사와 응원의 말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알라딘에서 북펀드를 시작했을 때 바로 달려가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세월호 생존학생 친구들과 비영리 단체 운디드 힐러(상처 입은 치유자)를 만들어 "트라우마에 취약한 아동과 갑작스러운 재난재해로 큰 고통을 겪는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 함께할 수 있을 일을 찾아 행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남겨진 사람 중 한 명으로서, 이 나라에 사는 사람으로서, 부디 관심을 거두지 않기를, 생각을 멈추지 말기를 바랍니다. 자신과 소중한 사람들의 삶을 지키기 위해서. p.9
그때의 일을 떠올리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당사자의 마음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을까요? 그럼에도 저자가 이 책을 쓸 수 있었던 것은 불과 얼마 전 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기를, 그때의 자신과 같은 고통을 겪는 누군가가 있다면 조금이라도 힘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 들떠 있었을 수학여행, 학창시절 마지막 수학여행에 대한 기쁨은 채 하루도 지나지도 않아 차갑고 어두운 바다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아침 식사 도중 식판이 기울어졌음을 알았을 때도 그런 참사가 일어나리라고는 상상조차 못했을 것입니다.
가만히 있으세요. 움직이면 위험합니다.
가만히 계세요. p.22
이때까지만 해도 학생들은 문 너머로 보이는 해경이 자신들을 구해줄 것이라 믿었을 것입니다. 뉴스를 보던 모든 사람들 또한 제발 모든 승객들이 구조되기를 간절하게 바라고 또 바랐을 것입니다.
하지만 간신히 배를 빠져나온 사람들, 뉴스를 지켜보던 모든 사람들의 간절한 바람에도 "수학여행을 떠난 단원고 학생 325명 중 75명만 생존"했을 뿐, 사망자의 대부분은 단원고 학생들이었습니다.
서거차도에서 진도 실내체육관으로 이동해서도 제발 구조되었기를 바라며 기다리고 또 기다렸지만, 끝내 친구들은 오지 않았습니다. "같이 배에 올랐던 다른 친구들은 앞으로 영영 인사를 나누지 못하게 된" 것이지요. 3박 4일의 수학여행은 두 달 하고도 열흘이 넘게 걸렸고, 2014년 6월 25일 드디어 학교로 가게 되었지만, 누가 수업에 집중할 수 있었을까요
시간이 흐르면서 각자 일상을 되찾아 가는 여정 속에 저자와 친구들은 '이제는 없는' 친구들을 추억할 무언가를 만들기 시작했고, 상담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을 향한 악플과 비난 여론은 생존학생들에게 또다시 상처를 주었습니다.
그 순간 저는 제가 단단히 세웠던 벽을 허물고 세상을 바라봐야 할 때가 왔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난 더 이상 그때의 어린아이가 아니고 세상도 그만큼 변했다고. 이제는 움직여야 한다고 말이죠. p.121
운디더 힐러 활동을 하고, 워킹 홀리데이를 다녀오고, 독립생활을 시작하고, NGO단체에서 기후재난보드게임 강사를 하며 "그럼에도 희망을 품고 앞을 향해 살아가는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합니다. "누군가의 상처에 공감하고 작은 마음이라도 나눌 수 있을 때 무엇보다 큰 기쁨을 느낀다."는 저자는 지금도 그 활동을 계속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꿈오리 한줄평는 전 단원고 스쿨닥터였던 정신과 의사 김은지님의 "오늘을 살아내는 가영이들"을 위한 글로 대신합니다.
이 책을 읽는 분들의 마음에 슬픔만이 아니라 희망도 가닿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가영이의 삶에 대한 존중과 경외가 아직 쓰이지 않은 스물여섯 이후의 삶에도 깃들기를, 이 세상을 살아내는 우리 모두의 삶에도 깃들기를 바랍니다. p.159
<바람이 되어 살아낼게> 표지에 써있는 것처럼 이 책은 세월호에 탔던 단원고등학교 학생이
생존하여 그날의 일부터 지금까지의 일을 써내려간 책입니다.
4월16일 수학여행을 시작으로 세월호가 침몰하고, 생존하고, 다시 학교에 등교하고,
졸업하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뉴질랜드를 가고, '운디드힐러' 라는 단체를
만들어 활동하기까지 9년의 시간을 담고 있습니다.
책을 읽을까 말까 처음으로 많이 망설였습니다. 그날의 당사자가 아닌 저에게도 4.16 세월호
참사는 정말 마음이 버거운 기억이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저 역시도 그 기억을 몰랐던 것처럼
묻어두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잊어버리면 안되고 반복해서 되풀이되어서도
안되는 그날의 일이기에 다른 사람들을 통해서가 아닌 생존자를 통한 진실된 이야기를
알고 싶었습니다.
이야기는 생각보다 담담하고 빠르게 진행됩니다.
배가 침몰해가고 있을때 한 친구와 함께 빠져나와서 다른 친구들을 기다리는데 그날
뉴스에서 봤듯이 전원생존에서 순식간에 사망자가 늘어나고, 생존자는 달려드는 기자들과
사람들때문에 친구의 장례식도 가기 힘듭니다. 그렇게 계속 이슈의 소용돌이 안에 갇혀있고
의도치않게 비방과 욕을 듣게 됩니다. 모든것을 극복해나갈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상처와 트라우마는 쉽게 지워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생존자는 치열하게 고민하고, 스스로에게서 답을 찾기위해 애쓰고, 자신만의 속도로
한걸음씩 내딛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상처입은 치유자가 되어 자신과 같은 상처를 가진
사람들을 치유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상처를 받아 주저앉더라도 힘을 모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극복할 수 있는 존재로 말입니다.
불안한 마음으로 읽기 시작해서 중간중간 책을 몇번이나 덮었다가 펼쳤다가 했는데
이렇게 뒷부분으로 갈수록 생존자의 이야기에서 힘과 희망이 차있는 느낌을 받아서 저또한
치유를 받는 듯 합니다.
저는 아직도 그날의 노란리본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때 진실규명이나 사고방지를 위해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했던 나자신에 대해 항상 부끄럽고 죄책감이 들었습니다.
지금이라도 치유자가 만들어가려는 변화에 도움이 되고싶고, 어떤것부터 행동해야할지
저의 속도로 한걸음씩 내딛어보려고 합니다.
'세월호 생존학생, 청년이 되어 쓰는 다짐'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바람이 되어 살아낼게 / 유가영
(세월호 생존학생, 청년이 되어 쓰는 다짐)
한 때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 주지 않는 세상을 원망한 적이 있어요. 그 시절의 우리는 참사의 당사자였지만 어른은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는 세상이 더 이상 그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았어요. 세상은 시련을 겪은 누군가가 그걸 훌륭하게 극복해내야, 그제야 그 사람을 바라봐 준다고 생각했습니다.(005쪽)
세월호 참사를 겪은 세대가 이만큼 자랐는데도 아직 세상은 변하지 않은 것 같아요. 왜 사람들은 모르는 걸까요. 이런 일들을 계속 무시하고 지나친다면 그다음 차례는 자신과 가족이 될 수 있다는 걸. 그걸 막기 위해 왜 남겨진 사람들만 몸부림쳐야 하는 걸까요. 저는 세상이 변했으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 다음 세대인 아이들도, 더 성장해 나갈 저의 세대 사람들도 우리 앞에 벌어진 참사에 두 눈 뜨고 관심을 가져야만 한다고 생각해요.(009쪽)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보다 책을 좋아해 도서관 사서가 꿈이었던 소녀가, 고등학교 2학년 들뜬 마음으로 수학여행을 떠나며 모든 것이 달라진다.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2014년 4월 16일 그날…. 단원고등학교 학생 250명과 함께 세월호에 탑승한 이들의 꿈이 바다 속에 묻혀버렸다.
이 책≪바람이 되어 살아낼게≫의 저자인 가영 학생과 친구들은 4월 16일 아침에 식사를 하면서 문득 식판이 기울어져 있음을 깨닫게 되지만, 단지 배가 커브를 돌고 있어서 그런 거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배가 기울어 가고, 마침내 완전히 멈춘 것 같이 느껴져 친구의 도움으로 간신히 구명조끼를 착용한 채 상황이 나아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한참 뒤 안내 방송은 움직이면 위험하니까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
그러고도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 헬기를 타고 갈 사람은 나오라는 소리가 들렸다. 가영은 망설이고 있다가 친한 친구의 권고로 헬기에 올라, 마침내 생존자가 되어 서거차도라는 작은 섬에 도착할 수 있었다.
1분1초의 시간이 무척 길고 더디게 갔습니다. 하지만 전원구조라는 뉴스 속보와 달리 한참을 기다려도 섬에 새로 도착하는 아이들은 없었어요. 멀리 하늘을 계속 쳐다보았지만 더 이상 헬기는 오지 않았어요. 조금씩 불안한 마음이 섬에 있는 아이들에게 번졌습니다.(033쪽)
불안한 마음은 곧 현실이 되어, 단원고등학교 학생들은 75명 외에는 끝내 살아서 돌아오지 못했다.
우리는 친구와 선생님들의 장례식장에 가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어요. 우리가 하나둘 장례식에 가는 게 알려지면 기자들이 몰릴 수 있고 그럼 유가족이 조용히 장례식을 치르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었어요. 상황은 이해하지만 친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없다는 현실은 가슴 아프고 견디기 힘들었습니다.(043쪽)
생존자인 저자는 세상과 단절되어 병원에 갇힌 채 친구들은 물론이고, 선생님들과도 마지막 인사조차 나눌 수 없었다. 그렇게 지내다가 두 달 열흘 만에 돌아간 학교는, 모든 게 달라져 일상이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 그날의 기억과 친구들에 대한 죄책감과 아쉬움은 불안과 공포가 되어 자해와 정신 질환으로 이어졌고, 주위의 시선과 인터넷 기사에 달린 악플들은 생존자들의 삶을 갉아 먹어갔다. 물론 모두 공격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저자는 택시 기사의 작은 배려가 현재까지도 가슴에 남아 큰 위로가 되고 있음을 고백하기도 한다.
요즘도 때때로 찾아드는 악몽이 저를 그날의 바다로 데려갑니다. 해일이 밀려오는 꿈, 내게 닥칠 위기를 느끼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꿈, 주위 사람이 나를 떠나가는 꿈…. (145쪽)
세월호에 관련된 책은 시중에 무수히 많이 나와 있다. 안산에 살고 있다고 모두 관심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가능하면 떠도는 기사보다는 그들의 육성을 듣고 싶어 그동안 나름대로 책을 많이 찾아서 읽었다.
세월호 피해자 집중지역에 살면서 마을활동가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보니, 유가족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기도 했고, 책에 나오는 ‘쉼표’라는 공간과도 작은 인연이 있어, 단원고등학교 근처인 그 곳에서 성인이 되어 아이들에게 봉사하는 생존학생들을 직접 만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가영학생의 이름도 왠지 낯설지 않고 ‘운디드 힐러’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도 책을 받아보니 진솔하게 쓰여 있어서 받자마자 끝까지 읽고서야 덮을 수 있었다.낙인이 되어버린 세월호 생존자라는 타이틀로 인해 힘겹게 살면서, 어떻게든 날아올라 친구들 몫까지 살아내고 싶은 그 마음을, 모두 알 수는 없겠지만 가능하다면 응원해 주고 싶다.
절대 겪지 말아야 할 일들을 겪고, 쉽지 않은 여정에서 자신의 길을 한걸음 또 한걸음 개척하며 스스로를 치유하고 이웃도 치유하는 삶의 길을 찾아, ‘운디드 힐러’(상처받은 치유자라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함)가 되어 고백하는 진솔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그 마음이 짐작되어 절로 애틋함이 생긴다.
4.16세월호 참사 희생자나 10.29이태원 참사 희생자들도 아마 자신들이 그 피해자가 되리라고는 전혀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피해학생이 청년이 되어 9년 만에 기록한 일들을 접하며, 그동안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던 일들이, 나와 가족의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가슴 깊이 새기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도 지난 3월에 친언니를 심장마비로 잃었다. 자다가 영영 못 일어나는 것은 정말 남의 일이고, 뉴스에나 나올 일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그만큼 사고와 재난은 우리 멀리 있지 않다. 우리가 안전한 사회 만들기에 다 같이 동참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단원고등학교에 4.16세월호 참사의 흔적이 이제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 YES24 리뷰어 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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