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의 모든 것
나는 기억력, 암기력이 나쁘다. 특히 단어에 대한 기억력이 나쁘다.
한 번 듣고는 용어, 이름 등이 잘 외워지지 않는다. 마치 나의 뇌에서 그 일을 담당하는 영역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치매에 관심이 많다.
내가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은 사람일까? 치매에 걸리면 어떻게 할까
가까운 가족에서는 치매로 힘들어 하신 분은 없는 것 같아 다행이지만...
그래서 치매에 관심을 갖고 있다. 그러던차에 좋은 기회에가 주어져서 읽게 되었다.
이 책은 네델란드 최고의 임상 심리학자의 30년 연구를 축적한 종합적인 치매 안내서라고 한다. 약 400쪽이 조금 넘는다. 그 만큼 치매에 대해 종합하였고 일반인이 받아들이기 적당한 수준의 정보들로 구성되어 있다. 정보와 함께 위로, 위안을 얻을 수 있는 책이다.
치매는 무엇일까
뇌(기억)가 텅 비는 것이다. 거기에 새로운 저장이 안되는 것이다.
슬픈 사실이지만, 단기 기억 정보가 장기 기억으로 옮겨지지 않아서 학습도 안된다.
어찌 뇌 속에 저장된 기억이 그렇게 빠르게 모두 지워질 수 있을까
마치 컴퓨터에서 저장된 파일을 열어서 최근 것부터 delete 키를 지워나가는 것 같은 것이다.
마지막에는 가장 어린 시절의 기억도 사라지고, 방금 한 나의 행동도 저장되지 않아서 모르고 했던 행동을 반복하는 것이다.
저자는 치매는 예방할 수 없다고 이 책의 이전 판에서는 대답했었는데, 이제는 몇 가지 낙관론 갖는다고 한다. 실제 연구 결과에서도 위험 인자가 조절되면 40 %가 예방 혹은 지연될 수 있다고 한다고 한다. 그 위험 인자는 청년기(45세 미만)에는 낮은 교육 수준, 중년기(45∼65세)에는 청력 저하, 외상성 뇌손상, 고혈압, 음주, 비만, 노년기(65세 이상)에서는 흡연, 우울증, 사회적 고립, 신체적 비활동, 대기오염, 당뇨라고 한다.
저자는 치매 예방을 위해서 매일 최소 30분씩 (살짝 숨이 찰 정도의) 운동, 스트레스 조절, 고혈압 예방, 콜레스테롤과 체중 조절, 흡연과 과음 안하기, 충분한 수면,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생선 먹기, 항산화제, 비타민 C와 E 복용, 살충제 피하기 등의 방법을 제안한다.
정리하다보니 운동이 나에게는 절실히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춥다고 운동을 안했는데, 다시 홈트레이닝 운동을 시작해야겠다는 다짐이 생긴다.
저자는 이번 판에서 ‘잃지 않는 것’이라는 4장의 내용을 추가했다고 한다.
치매에 걸려도 인간의 몇 가지 능력은 끝까지 살아남거나 아주 늦게까지 유지가 된다고 한다.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능력, 우리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 바로 우리의 감정, 바람, 욕망은 잃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치매에 걸려도 직관은 거의 마지막까지 남아 있기 때문에 상대의 마음을 비언적 표현을 근거로 판단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사람은 남이 시키는 일을 하기 싫어 하는 데 그 이유는 자기 인생은 자기가 주도하고 싶기 때문이며 이런 인간의 특성은 죽는 순간까지도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다고 한다.
바흐, 비발디, 모차르트 시대의 클래식 음악은 치매 환자 치료에 효과적이라고 한다. 불안이 감소하고 활동성이 높아진다고 한다.
치매 환자를 대하는 때의 팁 중에 사랑이 답이라고 했다. 사랑은 다섯 가지 언어로 말한다고 한다. 첫 번째는 진심을 담은 칭찬과 사랑을 담은 말, 두 번째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신체 접촉, 세 번재는 선물, 네 번째는 도움의 손길, 다섯 번째는 관심이라고 한다.
사랑이 답이라는 것은 모든 순간에 다 적용될 것 같다. 사랑이 답이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이 중요한데, 이는 치매 환자에게도 중요하다고 한다. 즐기는 능력은 죽는 순간까지 사라지지 않는다고 한다. 경험하는 자아는 여전히 작동하고 즐길 수 있게 하는 오감도 그렇다고 한다.
그 외에도 예스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대화하면 좋다는 정보도 맘에 와 닿았다.
우리가 지금 여기를 살아갈 때, 즉 나의 의식이 온전히 지금을 살 때 비로소 온 세상은 완벽하게 깨어난단다. 그 이유는 지금이 실제로 존재하는 유일한 현실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내가 좋아하는 말이다.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라. 정성을 쏟아라. 현재를 살아라. 그것이 치매 환자를 대하는 가족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라고 한다.
저자는 독일 출신의 미국 신학자의 짧은 기도문을 소개했는데, 정말 와 닿았다.
주여, 제게 평온한 마음을 허락하소서.
바꿀 수 없는 일은 받아들이게 하시고
바꿀 수 있는 일은 바꿀 용기를 주소서.
그리고 이 둘을 분별할 지혜를 주소서.(p.389)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고, 바꿀 수 있는 것에 집중할 수 있는 삶의 지혜가 나에게도 필요하다.
이 책은 저자가 임상 심리학자답게 많은 사례들이 자주 소개되어 진다. 환자의 가족이 쓴 글, 소설 책 속에서 발췌한 글 등이 사례로 소개되어 저자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더 쉽게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며, 한 챕터 마다 정리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서 좋았다. 더불어 치매 환자에게 해서는 안 되는 말, 할 수 있는 말, 편안한 환경 만들어 주는 방법, 치매 환자 대할 때 중요한 소통 규칙이 적힌 카드를 첨부해 주어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치매 환자를 대할 때 뿐 아니라 일상을 살아가는 데에도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가 많았다. 그래서 좋았다. 지나치게 학술적이지 않고, 객관적인 과학적 사실을 쉽게 풀어낸 것도 좋았다. 호기심에서 읽게 된 치매 관련 책을 통해 삶을 배울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나와 나의 가족들이 치매라는 질병에는 걸리지 않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길 소망한다. 아니 치매에 관한 치료약이 개발되었으면 너무 좋겠다. 그래서 소중한 사람과의 소중한 기억이 사라지지 않고 소중한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