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순간의 클래식>은 감정 별로 클래식 곡들을 정리해 들을 만한 특정한 연주까지 유튜브 큐알코드와 검색어도 첨부해 추천하는 책이라고 일단 간단히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부제에 사실 그대로의 정보가 있네요. ‘감정별로 골라 듣는, 102가지 선율의 처방’ 이라고요. 감정이 무엇인가 심리학적이거나 어려운 묘사도 전혀 아니고요. 크레마클럽에서 새로 올라온 음악 분야의 책이라 반갑고 감사하게 읽어봤습니다.
들어볼 만한 클래식을 찾고 있는데 가끔 이 곡은 지금의 무드에는 맞지 않는다, 싶을 때가 있잖아요? 이 책의 경우 추천 연주까지 있으니까 큐알코드를 찍어 틀어봤다가 지금 들을 곡은 아니라고 느껴진다면 다른 곡을 들어도 되겠죠. 추천받을 클래식 음악을 원하는 누구에게나 마음 편히 권할 수 있는, 어떤 논쟁적이거나 특이한 선택이라는 반응은 전혀 안 들, 어찌 보면 정석 같은 책이네요. 클래식에 대해 검색하면 사진이든 음악사든 잘 정리된 데이터를 보여주고 읽을 만한 칼럼과 요즘의 클래식에 대한 기사들 등, 양질의 정보가 모인 BBC 뮤직 매거진의 편집자였던 작가가 곡의 백스토리나 음악가의 개인적인, 혹은 음악사에 기여한 상식의 이야기도 꽤 덧붙여 두었다는 인상이었습니다. 저는 이 책에서 모르던 연주, 녹음을 알게 되어 더 좋았고요. 한국어 번역판에서는 가나다 순으로 감정을 정리했는데 드물게 곡 추천 없이 작가의 음악에 대한 생각을 적은 짧은 글도 있더라고요. 예를 들어 ‘소외감’에 대한 이런 구절도 좋았습니다.
우리는 역사상 유례없는 분열과 단절 속에 살아가고 있다. 소셜미디어로 전 세계인이 친구가 된 것 같지만 실상 요즘처럼 개개인이 외로운 시대는 일찍이 없었다. 스마트폰을 통해 누구나 손쉽게 타인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다 보니, 남들이 모두 누리는 것을 나 혼자만 놓칠세라 전전긍긍하게 되는 ‘포모 증후군FOMO, Fear Of Missing Out’이 팽배할 수밖에. 포모에 사로잡히면 ‘지금 여기’에 집중할 수 없고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릴 뿐이다.
음악은 다른 어떤 예술 형태보다도 강력한 화합의 도구다. 합창단이나 악단의 일원으로서 노래하거나 연주하면 소속감과 성취감 등 대단히 유익한 장점들을 취할 수 있다. 음악은 나라의 기를 북돋고 여러 집단을 하나로 모으며, 언어 장벽이 없기에 전 세계를 아우를 수 있다. 스포츠 행사와 정치 시위 현장에 음악이 빠지지 않는 이유가 있다. 7만 명이 한자리에서 한목소리로 응원가를 불러 젖힐 때의 벅찬 기분이란! 잉글랜드 리버풀 축구단의 주제가 ‘그대는 결코 혼자 걷지 않으리라You’ll Never Walk Alone’는 팬들의 목소리만이 아니라 영혼까지 하나로 묶는다.
하지만 함께 노래하거나 연주하지 않을 때는 어떤 음악이 소속감을 가져다줄까? 어떤 작품이 소외감과 불안을 씻어내고 안전하고 안정된 느낌을 안겨줄까? 냄새와 마찬가지로 음악도 기억과 연결돼 있다. 어떤 곡이나 선율을 듣자마자 과거로 돌아간 듯 그때의 감정이 오롯이 느껴졌던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런 현상을 심리학자들은 ‘회고 절정reminiscence bump’이라 부른다. 다시 말해 음악은 두뇌를 위한 타임머신이다. 그래서 종종 우리가 과거에 경험했던 감정을 재현하기 위해 특정한 음악 작품을 찾아 듣는 것이다. 놀랍게도 그런 음악은 치매 환자에게 효과가 있다. 단기기억을 잃은 이들에게 음악은 마치 기적처럼 과거의 삶을 일깨워 줄 수 있다.
모든 순간의 클래식 : 감정별로 골라 듣는, 102가지 선율의 처방 | 올리버 콘디 저/이신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