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을 지워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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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을 지워드립니다

특수청소 전문회사 데드모닝

리뷰 총점 9.3 (12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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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일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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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죽은 자의 흔적을 통해 삶을 되돌아본다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이달의 사락 s*******4 | 2022.11.06 리뷰제목
"죽은 자의 흔적을 통해 삶을 되돌아본다  "   마에카와 호마레의 <흔적을 지워드립니다>를 읽고      "안녕하세요. 특수청소 전문회사 데드모닝입니다." -특수청소 전문회사 데드모닝을 통한 삶과 죽음의 이야기 -     벽지 하나 없이 시멘트 벽으로 둘러싸인 텅빈 방, 마치 아직 공사중인 아파트 현장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방은 이미 지어져서 누군가가 조금 전까지
리뷰제목

 

"죽은 자의 흔적을 통해되돌아본다  "

 

마에카와 호마레의 흔적을 지워드립니다>를 읽고 

 


 

"안녕하세요. 특수청소 전문회사 데드모닝입니다."

-특수청소 전문회사 데드모닝을 통한 삶과 죽음의 이야기 -

 

 

벽지 하나 없이 시멘트 벽으로 둘러싸인 텅빈 방, 마치 아직 공사중인 아파트 현장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방은 이미 지어져서 누군가가 조금 전까지 살다가 간 방이다. 이것이 바로 죽은 자의 흔적이자, 그림자이다. 내가 특수청소에 대해 알게 된 것은 김완 작가의 <죽은 자의 집청소>를 통해서이다. 그 책을 읽기 전에는 특수청소에 대해서도, 특수청소를 하는 김완 작가님과 같은 사람들이 존재하는지도 몰랐었다. 그 책을 통해 죽은 사람들의 흔적을 청소하면서 작가가 느끼는 삶과 죽음의 의미에 공감하고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도 가졌었다. 죽음을 통해 아이러니하게도 나의 삶에 대해 다시 돌아보게 된 것이다. 

 

이 책 『흔적을 지워드립니다』 또한 특수청소 전문회사인 '데드모닝'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따뜻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죽은 자의 흔적을 청소하면서 느끼고 깨닫게 되는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다시 한번 우리에게 삶과 죽음에 대해 고찰해보는 시간을 준다.

특수청소 전문회사 데드모닝의 사장인 사사가와와 알바생으로 고용된 와타루가 특수청소를 통해 만나게 되는 삶과 죽음의 이야기들이 우리에게 감동과 따뜻함을 주고 있다. 5개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이를 통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가는 등장인물들의 이야기 또한 삶에 대한 깨달음과 깊은 감동을 준다. 

 

삶의 목표없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활을 근근히 이어가던 20대 젊은 청년 와타루는 할머니의 장례식에 다녀오게 된다. 할머니 장례를 치르고 돌아오던 날, 와타루는 술집에서 사사가와를 만나서 함께 술도 마시면서 할머니의 죽음으로부터 오는 착잡한 마음을 털어놓는다. 사사가와의 우연한 만남은 이후에 와타루가 특수청소 전문회사인 데드모닝에서 일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특수청소가 무엇인지 잘 모르고 가벼운 마음으로 사사가와와 함께 처음 특수청소를 하러 나간 날, 와타루는 충격을 받고 밀려오는 메스꺼움에 구토를 하며 밖으로 뛰쳐나가고 만다. 이것이 처음 그가 마주하게 된 죽은 자의 흔적이었다. 

 

그러나 그 역한 냄새와 무수한 파리와 구더기의 모습, 부패한 체액으로 변색된  이부자리 이면에 존재했던 죽은 자의 삶의 흔적을 발견하게 된다. 초밥이 먹고 싶다던 좁은 방에서 외롭고 쓸쓸하게 고독사한 한 노인, 등산화 속에 유서를 숨겨두고 목을 매고 자살한 한 회사원, 환상통에 걸린 형의 아픔을 덜어주고자 매일 아침 전신 거울을 닦았던 동생, 크리스마스이브에 사랑하는 여자에게 청혼하고 싶었으나 교통사고로 안카깝게 죽은 한 남자, 생활고에 지쳐 어린 딸과 함께 욕조에서 동반자살한 한 엄마의 사연까지 어느 죽음 하나 안타깝지 않은 죽음이 없다. 그 죽음의 현장들은 너무나 처참하고 끔찍하지만 와타루는 그 속에서 죽은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삶의 흔적들을 통해 그들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난 이 사람이 어떤 인생들을 살아왔는지 몰라. 하지만 이 사람이 마지막으로 남긴 삶의 흔적과 죽음만은 기억할 수 있지."

-p. 66

 

" 남은 흔적은 지울 수 있죠. 하지만 누군가 살았던 나날은 지울 수 없어요,"

-p. 332

 

세상에는 다양한 죽음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들의 죽음을 선택한 사연들이 너무 다르다. 그리고 죽은 자는 자신의 흔적을 남긴다. 그리고 특수청소업자와 데드모닝과 같은 특수청소회사들은 그 흔적들을 지우는 일을 한다. 하지만 사사가와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특수청소를 통해 죽은 자의 마지막 삶의 흔적과 그들의 죽음은 기억된다. 사사가와나 김완 작가 같은 특수청소업자들의 따뜻한 마음을 통해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 그들의 안타까운 죽음이 기억되고 있어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죽은 자의 흔적을 마주하면서 죽음을 인정하는 것 또한 남은 가족들에게는 힘든 일이다. 죽은 아들의 등산화를 끝내 받지 못한 어머니의 마음도 1년 동안 죽은 연인의 유품을 정리하지 못한 한 여인의 마음에도 공감이 간다. 아무리 죽은 자의 유품을 정리하고 그들의 방과 집을 정리해도 그 흔적과 그 기억은 남는 것이기 때문이다.

 

"버리라고 했잖아! 대체 왜 그러는 거야! 그 신발을 집에 가져가면 정말인 거잖아. 그 애가 죽은 게 현실이 되잖아..."

-p.116

 

죽은 자의 흔적과 그림자, 그 흔적을 지우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삶에 대한 의미에 대해 깨닫고 열심히 살아가고자 하는 희망을 주는 것 같다. 이 죽은 자들의 흔적들에 대한 정리는 죽은 할머니의 모습조차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할머니의 죽음에 대해 무심하던 와타루의 마음과, 죽은 딸에 대한 죄책감과 미련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사사가와의 마음에 따뜻함과 삶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을 준다.

특히 마지막 에피소드인 <딸기 생크림 케이크> 이야기는 사사가와의 죽은 딸 요코에 대한 기억을 불러 일으키고 아직도 딸아이의 죽음의 슬픔과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사사가와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딸의 죽음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사사가와는 아직도 그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해 항상 상복을 입고 회사의 창문에 암막 커튼을 쳐서 어두움 속에서 살아왔던 것이다. 그 자신이 죽은 자의 흔적을 지우고, 그들의 삶을 기억하려 애썼지만, 정작 자신의 슬픔과 그 미련은 버리지 못한 것이다. 

이 책이 죽음을 다룬 다른 책들보다 인상적이고 감동적인 이유는 죽음을 통해 등장인물들도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자신의 아픔과 슬픔을 치유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나는 계속 그 전자사전에 의지하고 있었다. 목구멍까지 올라오기만 했던 말들, 누군가와 진심으로 마주하는 것을 두려워했던 과거의 나는 이제 버릴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내 시시한 삶이 소중한 나날로 변해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p. 330

 

" 결국 죽음은 '점'인 거야. 반대로 이 세상에 탄생한 순간도 그냥 '점'인 거지. 중요한 건 그 '점'과 '점'을 묶은 '선'이야. 즉 살아 있는 순간을 하나하나 거듭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야. 하지만 나는 요코의 죽음에 뭔가 의미를 찾고 싶어서 그 작은 '점'을 계속 혼자 바라보고 있었어."

"...오늘 그게 변한 거에요?"

"응. 이제야 계속 쳐다보던 그 점에서 해방된 것 같아."

사사가와는 담배에 천천히 불을 붙였다.

"게다가 아사이가 암막 커튼을 떼어준 덕분에 상쾌한 아침이었고."

-p. 337-338

 

죽음은 이처럼 삶을 바꾸기도 한다. 아무런 목적 없이 그저 해파리 같은 삶을 살겠다는 와타루의 삶도, 죽은 딸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어두운 그늘 속의 삶을 계속해온 사사가와의 삶도 바꾼 것처럼 말이다.

이번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삶을 보고 그들의 억울한 희생과 미처 피어보지 못한 마래에 펼쳐졌을 그들의 삶을 생각해보게 된다. 비록 그들은 죽었지만, 여전히 그들이 남긴 삶의 흔적과 마음은 남아있는 우리들에게 묵직한 책임감과 의무를 주는 듯하다. 

죽음이란 무엇일까. 주변 사람들의 다양한 죽음을 통해 다시 삶과 죽음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된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사람은 죽고 그 흔적을 지울 수는 있지만, 여전히 그 사람의 삶의 흔적은 남아 있는 것 같다. 우리의 마음과 기억 속에서 말이다.

 

이 책 『흔적을 지워드립니다』을 통해 죽음과 그로 인한 진정한 삶의 의미를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하루하루 지친 일상을 살고 내일도 장담할 수 없는 불안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삶에 대한 희망을 주는 감동적인 책이었다. 

우리 사회 속에서 안타깝게 허망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앞으로 더 열심히 살아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들이 살고 싶었던 하루를 살아가고 있기에, 그들의 몫까지 열심히 살아가야하기에 말이다.

이 자리를 빌어  이태원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를 전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남들 눈에 지워야 하는 흔적이더라도, 우리는 기억한다.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사람이 존재했었다는 것을"

 


 



 

5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5 댓글 0
종이책 흔적을 지워드립니다 평점8점 | YES마니아 : 로얄 k*****3 | 2024.02.15 리뷰제목
내 나이 오십이 넘어가니 삶도 중요하지만 죽음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삶도 내 마음대로 못하는데 죽음 역시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것. 솔직히 할 수만 있다면 죽음만큼은 내 마음대로 하고 싶다. 자존심 강한 내가, 내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의지가 있을 때, 내 주변을 잘 정리하고 이 세상을 떠나고 싶다. 하지만 이건 내 바람일 뿐. 내가 어떻게 살다 죽을지는 아
리뷰제목

내 나이 오십이 넘어가니 삶도 중요하지만 죽음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삶도 내 마음대로 못하는데 죽음 역시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것. 솔직히 할 수만 있다면 죽음만큼은 내 마음대로 하고 싶다. 자존심 강한 내가, 내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의지가 있을 때, 내 주변을 잘 정리하고 이 세상을 떠나고 싶다. 하지만 이건 내 바람일 뿐. 내가 어떻게 살다 죽을지는 아무도 모르겠지? 잘 사는 것만큼, 잘 죽고 싶다는 내 생각. 이것도 욕심일까?

 

스물한 살 와타루. 그는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청년이다. 고향에서 할머니의 장례를 치르고 자신이 사는 곳으로 돌아온 날 와타루는 평소 자신을 사랑해줬던 할머니가 홀로 돌아가셨다는 생각에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꽃병이라는 술집에서 술을 마시기로 한다. 이곳에서 자신과 비슷한 검은 양복을 입은 사사가와를 만나 죽은 사람들의 집을 청소하는 특수 청소 아르바이트를 제안받는다. 고독사한 할아버지, 자살한 아들의 집 청소를 의뢰한 엄마, 위아래 같은 집에 살지만, 동생이 죽은 지 2주가 되어 신고한 형. 남편이 죽고 1년이 지나도록 남편의 물건을 치우지 못한 아내. 그리고 사사가와가 특수 청소를 하게 된 사연까지.

 

책을 읽으며 나의 죽음도 함께 생각하게 된다. 결혼해 아이가 있고 남편이 있지만, 한집에서 살지 않는 이상, 혼자 남은 한 사람은 결국 고독사할 가능성이 크다. 24시간 자식들과 함께할 수도 없고, 함께 하고 싶지도 않고.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지. 이런 책을 읽다 보면 생각이 많아진다. 지금 현재를 자~알 사는 것만큼, 죽음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하지만 늙음은 젊었던 나의 모습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모른다. 그래서 죽음이 무서운 건지도. 주변에 치매 어르신이 꽤 있다. 가정 돌봄을 10년 이상 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래서 부모님을 찾아 정신없이 헤맬 수도 있는. 하지만 요양병원에 들어가셔서는 더욱 건강해지는 아이러니.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했지만 그러고도 10년 넘게 사시는 경우도 많으니.

 

책을 읽으면서 생각한 것 중 하나. 가능하다면 살이 찌지 말야아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 사람이 죽고 바로 발견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뚱뚱한 사람과 젊은 사람에게서 나는 시취가 엄청나다고. 노인과 마른 사람은 그에 비해 냄새가 덜하다는. 죽음에는 죽음의 냄새가 나나 보다. 내가 상상할 수 없는 냄새가. 지워야 하는 누군가의 삶의 흔적. 거기엔 냄새도 포함될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가 이곳에 살았었다는 것을 기억해 주는, 또 다른 사람이 있다는 걸 안다면 죽는 순간에 조금이라도 위안이 될까 

 

나는 죽기전에 내가 살았던 흔적을 깨끗하게 지우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하지만 내가 남긴 많은 글이 존재한다. 책을 읽고 리뷰를 쓰거나 나의 일상을 주절거린 흔적. 이 모든 것을 깨끗이 지우고 떠날 수 있을까? 죽음을 생각하면 오늘 하루 내 삶에 더욱 감사함을 느낀다. 내가 사랑하는 가족과 내가 사랑하는 나의 지인들. 모두가 아프지 말고 행복하기를. 그들이 있어 내가 오늘 충분히 행복할 수 있었음에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4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4 댓글 1
종이책 죽음은 지워도 평점8점 | n***8 | 2024.01.07 리뷰제목
언젠가 본 일본 드라마에서 유품정리사를 알았습니다. 유품정리사였는지 특수청소도 했는지 잘 생각나지는 않지만, 둘 다 했을 것 같네요. 그 뒤로 한국에도 그런 사람이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식구가 없는 사람이 죽었을 때는 특수청소 하는 사람이 정리 하겠군요. 아니 식구가 있다 해도 일을 의뢰하겠네요. 이 책 《흔적을 지워드립니다》에는 사람이 죽은 곳을 치
리뷰제목

       
 

 

 

 언젠가 본 일본 드라마에서 유품정리사를 알았습니다. 유품정리사였는지 특수청소도 했는지 잘 생각나지는 않지만, 둘 다 했을 것 같네요. 그 뒤로 한국에도 그런 사람이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식구가 없는 사람이 죽었을 때는 특수청소 하는 사람이 정리 하겠군요. 아니 식구가 있다 해도 일을 의뢰하겠네요. 이 책 《흔적을 지워드립니다》에는 사람이 죽은 곳을 치우는 특수청소가 나옵니다. 할머니 장례식에 참석하러 고향에 다녀 온 스물한살 아사이 와타루는 우연히 꽃병이라는 음식점에서 상복을 입고 다니고 특수청소를 하는 사사가와 케이스케를 만나고, 아르바이트를 하게 됩니다. 아사이는 자신을 여기저기 둥둥 떠다니는 해파리라고 하더군요. 해파리는 자유로울까요. 해파리를 보고 예쁜 드레스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던데. 해파리가 펄럭이잖아요. 그걸 잘 보면 레이스 같기도 하죠.

 

 사람은 죽으면 뒷정리를 하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여기에서는 혼자 살다 죽은 걸 고립사라고 하더군요. 아사이는 누군가 죽은 곳을 청소한다고 해서 거기에 시체가 있는 거 아닐까 합니다. 어쩌면 저도 그런 생각했을지도. 거기는 사람이 죽은 곳일 뿐이고 죽은 사람은 없고 그림자만 있어요. 사람은 죽고 시간이 지나면 녹는답니다. 그렇게 되기 전에 누군가한테 발견되어야 할 텐데. 이런 거 보면 걱정됩니다. 죽기 전에, 살면서 정리를 해야 할 텐데 싶어서. 해야지 하면서 자꾸 미루고, 어디부터 손대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아사이가 사사가와와 함께 처음 간 곳은 사람이 죽고 삼주가 지난 뒤였어요. 한달이나 두달은 안 됐지만 냄새가 심하고 파리 벌레가 있고 몸이 녹아내린 흔적이 있었습니다. 그런 거 청소하기 쉽지 않겠지요.

 

 혼자 살아선지 물건이 별로 없었어요. 그것보다 자신이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걸 알고 이것저것 갖지 않은 듯했어요. 아사이는 처음으로 사람이 죽은 흔적을 보고 다시는 이런 일 안 한다고 했는데, 특수청소 아르바이트 죽 하기로 해요. 두번째는 거기 살던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어요. 사람이 목을 맬 때 꼭 높은 곳이어야 하지는 않아요. 거기 살던 사람은 이십대였는데, 사는 게 힘들었나 봐요. 그 사람은 자신이 죽은 흔적을 치울 사람을 생각했는지 자신이 죽은 자리에 돗자리를 깔고 기저귀도 찼다고 합니다. 어머니도 함께 물건을 치웠는데, 어머니가 감정을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무척 슬프고 마음 아팠겠습니다. 왜 마음을 알아주지 못했을까 했을지도.

 

 한 집에 살아도 오랫동안 사람이 죽었는지 모르기도 하는군요. 서로가 어떻게 사는지 관심 가지지 않으면. 네, 그런 곳도 나왔어요. 다음은 결혼을 앞두고 애인이 차 사고로 죽어서 남자 친구 유품을 정리하는 거였어요. 애인이라 했는데, 아직 결혼은 안 했지만 함께 살았어요. 누군가 죽으면 물건을 정리해야겠지요. 그런 것도 쉽게 못할 것 같네요. 그러고 보니 그 일을 의뢰한 사람은 애인이 죽고 한해 정도가 지나고서야 마음 먹었군요. 마지막은 엄마와 어린 딸이 죽은 곳이었어요. 엄마가 딸과 함께 죽은 거였어요. 아무리 살기 힘들어도 엄마가 아이와 함께 죽다니. 부모가 살기 어렵다고 아이까지 끌어들였네요. 그런 건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생각해도 죽었으니 안됐다고 해야 할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한테는 죽을 권리가 있을까요. 그렇다 아니다 둘에서 하나만 고르기는 어렵겠네요. 그래도 아이는 내버려두기를 바랍니다. 아이 목숨은 아이 거잖아요.

 

 이런저런 죽음이 나오고 그런 곳을 정리하는군요. 사람이 죽은, 아니 살았던 흔적을 지워도 그 사람이 살았다는 건 지우지 못하겠지요. 누군가 죽은 사람을 기억해야 그 사람이 살았던 거 아주 사라지지 않을 텐데. 가까운 사람이 기억하지 못해도 특수청소 하는 사사가와와 아사이가 기억하겠습니다. 청소회사 이름이 데드모닝이었는데 끝날 때는 굿모닝이 됩니다. 다행이군요.



희선




☆―

 “누군가 아끼는 걸 나도 똑같이 소중하게 다루는 건, 뜻밖에 어려운 일이야.”  (1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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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흔적에 대하여 평점10점 | c*****4 | 2022.11.09 리뷰제목
요즘 내가 읽은 두 권의 책은 '아버지의 해방일지', '흔적을 지워드립니다'인데 공교롭게 두 권 다 죽음에 관한 이야기다. 억지로 그러려고 한 건 아니지만 한 달전에 소중한 사람이 떠났고. 죽음에 관한 책을 읽고 있고, 이태원 참사가 발생했고, 어쩌다 보니 그걸 실시간으로 인터넷에서 본 나는 내가 이태원에 있었던 것도 아닌데 매우 힘들었다. 그저께는 한달 전에 떠난 고인의 카톡
리뷰제목
요즘 내가 읽은 두 권의 책은 '아버지의 해방일지', '흔적을 지워드립니다'인데 공교롭게 두 권 다 죽음에 관한 이야기다. 억지로 그러려고 한 건 아니지만 한 달전에 소중한 사람이 떠났고. 죽음에 관한 책을 읽고 있고, 이태원 참사가 발생했고, 어쩌다 보니 그걸 실시간으로 인터넷에서 본 나는 내가 이태원에 있었던 것도 아닌데 매우 힘들었다. 그저께는 한달 전에 떠난 고인의 카톡이 다른 사람으로 바뀌는 걸 보면서 또 한 번 고인이 떠났구나 하고 실감했다.

책을 읽기 전에 나는 넷플릭스에 자주 보였던 무브투헤븐 드라마가 생각났다. 보진 않았지만 유품정리사인 그루가 마지막 인사를 도우며 그들이 미처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남은 이들에게 전달하는 과정을 담은 드라마. 이 책도 그런 내용을 담고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책을 펼쳤던 것 같다.

하지만 '흔적을 지워드립니다'는 특수청소를 하는 내용이라 조금 다른 내용으로 봐야할 것 같다. 할머니의 죽음에 허무함을 크게 느끼던 한 청년이 술을 마시다 만난 사람이 특수청소를 하는 사람인데 그 사람의 제안을 받고 갑자기 특수청소를 같이 하게되어 결국 정직원까지 되는 이야기.. 여기서는 고인의 이야기를 전달하기 보다는 고인의 흔적을 청소하며 주인공이 느끼는 감정에 더 집중한 것 같다. 이 책은 청소에 집중했기 때문에 다양한 현장에 나간다. 두 모녀가 자살한 곳도 치워야하고, 고독사로 사망한 사람의 현장도 가야하고. 생각보다 자세히 묘사되어있어서 그런 장면이 불편한 분은 조금 보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누군가는 고인을 추억하고 기억하고 싶어하지만 누군가는 얼른 치워야 하고 없애야 한다며 재촉한다. 하지만 주인공은 그런 청소를 경험하며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 본다. 또한 데드모닝의 사장님의 상처도 어루만져준다. (개인적으로 책에 나온 방법은 너무 나랑 문화가 안맞았지만..)

마지막 부분에는 사장님이 3달만에 아이를 잃은 내용이 나와서 아이 키우는 입장으로 그런 이야기만 읽어도 눈물이 줄줄났음..

또한 작년에 큰아버지가 고독사로 돌아가셔서 이 책을 읽으며 큰아버지가 많이 생각이 났다. 그리고 어떤 환경이든 고인을 추모하며 청소를 하는 주인공들에게 존경심이 들었다. 나는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도 들고. 특유의 일본 소설 느낌은 있었지만 휙휙 너무 잘 읽힌다. 누구나 재밌게 읽을 수 있겠지만 뒤로 갈수록 뭔가 울컥한다는거..

많은 죽음들 속에서 나의 삶을 많이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내가 죽는다면 난 뭐부터 정리하고 떠날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존재에 대하여 죽음에 대하여 삶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하게되는 책. 나는 어떤 사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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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흔적을 지워드립니다 평점10점 | k**l | 2022.11.03 리뷰제목
언젠가 TV 프로그램에서 특수청소 일을 하는 분의  인터뷰를 들어본 적이 있었다. 지금도 생소한  직업이기도 한데, 사망한 사람의 그 흔적이 남은 집을  청소하는 세상에 하나뿐인 마지막 서비스라고 한다. 흔적을 지워드립니다 일본 소설은, 특수청소 전문회사  '데드모닝'에 우연하게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20대 청년  와타루의 시선으로, 다양한 죽음의 모양을 바라보며  그 회사 주
리뷰제목

언젠가 TV 프로그램에서 특수청소 일을 하는 분의 
인터뷰를 들어본 적이 있었다. 지금도 생소한 
직업이기도 한데, 사망한 사람의 그 흔적이 남은 집을 
청소하는 세상에 하나뿐인 마지막 서비스라고 한다.

흔적을 지워드립니다 일본 소설은, 특수청소 전문회사 
'데드모닝'에 우연하게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20대 청년 
와타루의 시선으로, 다양한 죽음의 모양을 바라보며 
그 회사 주변의 인물들의 따뜻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흔적을 지워드립니다 소설은 서점 직원들이 
추천하는 책으로, 일본 대형 출판사인 포풀러사에서 
주관하는 '포플러사 소설신인상' 대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꽤 짜임새 있는 구성에 감동적인 이야기가 
TV 드라마를 보듯이 몰입감이 넘치는 내용이었다. 

주변에서 깨닫거나 돌보아줄 만한 사람이 없는 
뜻하지 않은 죽음 후에 방치되었던 장소나 
몸에 상해를 입혀서 혈흔을 남기고 사망하고 난 후에 
그 남은 자리는 어쩔 수 없이 일반적인 청소 방식으로는 
처리를 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러한 특수청소 일을 
우연찮게 시작하게 된 주인공의 성장기도 함께 그리고 있다. 

 




세상을 호령하던 임금님도 죽음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고, 자기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서 욕심을 
부리던 수전노 역시 그의 무덤에 그 많은 재산을 들고 
갈 수는 없고 결국 흙으로 돌아가는 건 같을 것이다.

가끔 여러 이유에서 유명세를 치르던 유명인들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면, 정말 누구나 
맞이하게 되는 죽음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결국 언젠가는 사람들의 기억에서도 잊히는 
무의 세계이겠지만, 과연 살아있는 동안에 어떤 
사람이었을까? 결국 좋은 기억으로 남을만한 
인물이었기를 최소한 바라게 되는 게 아닌가 싶다.


흔적을 지워드립니다 특수청소 전문회사 데드모닝 
저자는 간호사로 일하면서 그 경험을 바탕으로 
쓴 첫 작품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의뢰 사건들에 꽤 전문적인 의학 지식으로 
너무나 생생한 현장을 그려볼 수 있는 장면들이 많았다.

아무래도 청소 업무의 특성상 일반적인 평범한 
죽음이 아니라, 오랫동안 방치되거나 범죄 사건 등 
시신이 많이 훼손된 상태로 남겨진 장소이기에, 
직접적인 시신의 모습은 없었지만 그 현장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듯이 남겨진 흔적들을 디테일한 묘사와 
함께 그려내고 있기에 미쳐 몰랐던 영역이었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20대 와타루는, 요즘 젊은 
청년들과 마찬가지로 취업에 고민이 많은 평범한 
인물로 그려지고 있는데, 할머니의 장례식장에 
다녀오는 길에 작은 술집에서 우연히 특수청소 전문회사 
데드모닝의 대표 사사가와를 만나면서 자의 반 
타의 반 데드모닝에서 아르바이트 일을 시작하게 된다.

꽤나 험한 일을 하게 되는 직업으로 누구나 예상이 
되는 업무이기에, 그렇게 쉽게 일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누구나 같은 죽음은 없기에 
그 일을 하는 데에는 사명감도 역시 강해야 할 것이다.


흔적을 지워드립니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은 와타루와 데드모닝의 식구들이지만, 
그들이 만나는 의뢰인과 청소 의뢰를 받은 장소의 
사연들이 옴니버스처럼 각각 소개하는 내용이었다. 

돌보는 이 없어서 홀로 고독사한 노인, 스스로 
목숨을 끊은 회사원, 그리고 어린 딸과 함께 자살을 
선택한 엄마 등 처참한 현장의 모습도 있었고, 
사고로 세상을 떠난 남편의 지난 흔적을 지우기 
위해서 사용했던 물품 처리를 의뢰하며 찾게 되는 
사랑의 약속 등 우리에게 감동과 때로는 안타까움을 
안겨주는 사연들이 다양하게 이어지고 있었다.


청소 의뢰를 받은 곳에 도착한 주인공 앞에 펼쳐진 
현장의 모습을, 정말 상상 이상으로 디테일하게 
묘사를 하고 있어서 살짝 충격적이기도 했다.

곱게 눈을 감고 세상을 떠난 그 자리가 아니라 
시신이 부패하고 혈흔이 낭자하기도 한 사건의 
장소들이기에, 조금 무섭기도 한 장소일 것이다. 

하지만 참혹한 사건과 사고의 현장이기 이전에, 
사망자들이 생전에 사용하고 아꼈던 물품들이 
남아있는 곳인 만큼 예의를 갖추고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함을 깊이 있게 강조하고 있었다.

남은 흔적은 지울 수 있어도, 결코 누군가 살았던 
나날은 지울 수 없다며,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중요함도 다시 일깨워줄 수 있는 대목이었다.


"죽으면 아무것도 남지 않아. 아사이가 생각하는 
간절한 마음 같은 것 말이야. 남는다고 해도 
몸뿐이야. 그것도 썩어서 머지않아 사라지지."
"그럴까요?"
"그런 거야. 죽은 사람은 성장할 일도 없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 일도 없어. 정지된 상태야. 
계속 말이지. 죽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곳이 
있다면, 과거뿐이야."
_P. 73

흔적을 지워드립니다 데드모닝 특수청소 회사에서 
고인에 대한 예의를 최대한 갖추면서 일을 하지만, 
과연 죽음이란 것이 무엇일까? 독자들에게 계속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블루 먼데이' 노래를 틀고 운전하는 시니컬한 
사장님 사사가와의 노련한 솜씨 뒤에는 무언가 
어두운 그늘이 있어 보이고, 좌충우돌 세상에 처음 
던져진 청년 와타루가 접하게 되는 삶과 죽음에 대한 
무게는 서로 사뭇 다르기에, 우리 역시 다양한 시선을 
공감하게 되고 그 의미도 조금 더 깊게 찾아보게 된다.

고인의 남겨진 자리를 따뜻한 가슴으로 의뢰를 
하고 있는 집주인이 있는가 하면, 친 형제 지간인데도 
모르는 외부인보다도 더 함부로 그 죽음에 대해 
가볍게 여기는 모습도 참 씁쓸하기만 했다.

물론 소설의 재미를 위해서 극적인 상황들을 
구성한 부분이겠지만, 오히려 우리 현실에서는 
그보다도 더 영화 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기에 
얼룩이 남은 벽지보다도 우리 마음의 얼룩이 
더 크게 남아있지 않은가 뒤돌아보게도 된다.


고인이 남긴 물건 중에 값나가는 것들을 챙기기 
위해서 평소에는 연락도 안 하던 친인척들이 
몰려들어서 현장을 훼손시키기는 몰상식한 인간 
이하의 모습들도 결코 먼 나라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리고 특수청소를 하는 주인공을 향해서 
쓰레기 청소를 하라는 식으로 하대하는 몰인정한 
사람의 입에서는 "시체에 몰려드는 하이에나 놈들"
이라며 그들의 업무에 대한 비아냥을 들어야만 했다.

죽음을 마주하는 일을 하면서 주인공은 살아있는 
삶이 오히려 죽음보다도 못한 삶을 보면서 가슴이 
저리기도 하다. 죽은 이를 마음으로 떠나보내고 
힘겨웠던 시간을 뒤로하고 나다운 삶을 살기 위한 
응원과 용기를 얻게 되는 희망의 메시지도 공감하게 된다.


흔적을 지워드립니다 일본 소설에서는, 
우리의 삶과 죽음에 대해서 꽤 진지하게 살펴볼 수 
있는 다양한 스토리들이 옴니버스처럼 엮어 있어서 
마치 여러 권의 이야기책을 한 번에 읽는 듯해서 
꽤 몰입감 높게 공감하면서 빠르게 읽을 수 있었다. 

그저 구역질이 날 정도로 처참하고 힘겹게만 
느껴졌던 죽음의 흔적에 대해서도, 그들이 살았던 
그 삶의 터전이었던 곳에 대한 경외심을 느끼며 
점점 성장하는 주인공의 성장 드라마도 엿볼 수 있었다.

특히나 우리나라도 고독사로 사망하는 외로운 
이웃들과 안타까운 자살, 사고 등 가슴 아픈 이별을 
많이 보게 되는데, 책에 소개되었던 소재들이 너무 
무겁지 않게 가족과 친구, 사랑의 메시지를 드라마로 
잘 버무려 놓아서 흥미로운 이야기 전개였다.

각 의뢰 현장에서 만나는 죽음의 배경 역시 
허무맹랑한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주변의 이야기들과 
다르지 않기에 정말 가슴으로 전달되는 내용으로, 
마치 현실성 높은 다큐멘터리 같은 진한 소설이었다.

"열심히 살면 해파리도 뼈를 만난대."
...(중략)...
"한마디로 살아 있으면 되는 거야. 살아가다 보면 
너처럼 현재 막막한 사람도 언젠가 
소중한 무언가를 만날 수 있을지 몰라."
_P. 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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