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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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견자들

김초엽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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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한국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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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주간우수작 다른 형태로 존재하는 삶 평점9점 | r*********s | 2023.11.30 리뷰제목
기대만 가득한 미래를 상상하지 않는다. 내가 마주할 미래가 아닐지라도 마냥 유토피아를 꿈꿀 수 없는 현실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이 지구가 온전히 인간을 위한 공간이 될 거라는 예측도 할 수 없다. 우주 그 어딘가에 미지의 생명체가 존재하고 그것이 언제든 지구에 정착할 수도 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김초엽이 그려낸 『파견자들』의 모습은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
리뷰제목

기대만 가득한 미래를 상상하지 않는다. 내가 마주할 미래가 아닐지라도 마냥 유토피아를 꿈꿀 수 없는 현실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이 지구가 온전히 인간을 위한 공간이 될 거라는 예측도 할 수 없다. 우주 그 어딘가에 미지의 생명체가 존재하고 그것이 언제든 지구에 정착할 수도 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김초엽이 그려낸 『파견자들』의 모습은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

 

지상이 아닌 지하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어떤 조건을 통과한 후 지상에 나갈 자격이 주어지는 파견자들로 구분 짓고 지하 세계를 통제하고 관리하는 미래의 모습은 얼핏 보면 SF 소설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은 우리가 살고 있는 모습 그대로다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일부에게만 공개가 허락된 정보들, 현재의 환경과 체제에 수긍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불확실한 어떤 세계로 나가고자 하는 사람들. 어찌 보면 이 소설은 궁극적으로 나는 어디에 속한 존재이며 무엇을 원하는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어떻게 살 것인가, 나와 다른 존재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해서.

 

소설로 돌아가 보면 주인공 '태린'은 어려서부터 파견자가 되고자 했다. 자신의 스승 '이제프'처럼 파견자가 되어 그와 함께 지상으로 나가 탐사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모든 걸 참고 견뎠다. 기억 보조 장치 뉴로브릭의 도움 없이 오롯이 혼자 해야만 했다. 뉴로브릭과의 연결이 끊긴 게 한 번씩 말썽을 부렸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환청처럼 들리는 이상하 목소리가 태린은 익숙하고 친근해 '쏠'이란 이름까지 붙여주었다. 모든 과제를 통과하고 파견자가 된 태린의 첫 임무는 맡고 지상으로 나갔다.

 

범람체에 둘러싸인 인간은 광증을 유발한다고 보호소에서 치료를 받는 줄로 알았던 태린의 눈앞에 펼쳐진 지상의 모습은 숨 막힐 듯한 아름다운 그 자체였다. 놀랍게도 범람체의 일부가 된 늪인들은 스스로 그 삶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러니까 범람체의 존재를 피하지도 두려워하지도 않고 공존의 방식을 택한 것이다. 기이한 모습, 그러니까 인간이라 규정지은 모습이 아니었지만 지하의 인간과 다르지 않았다. 그들의 언어로 소통하고 자신들의 존재를 진동을 통해 지하로 보내고 있었다. 여기, 자신들이 살고 있다고 말이다.

 

 

도시는 기이한 아름다움을 품고 있었다. 색채로 일렁이는 세계. 곳곳에 강렬한 원색의 물감들을 흩뿌려놓은 것처럼 빠짐없이 찬란했다. 도시를 점령한 범람체들이 각가 경쟁이라도 하듯 빛깔을 드러내고 있었다. 색이란 색은 모두 사용한 거대한 유화 작품으로 지상을 덮은 것처럼, 마치 색이 그 자체로 살아 있어 도시를 통째로 움켜쥔 것처럼 범람체는 존재감을 발했다. (114쪽)

 

태린은 그 존재가 낯설지 않았다. 이상했다. 늪을 발견하고 늪인을 만났을 때도 혐오나 거부가 아니라 뭔가 익숙한 느낌이었다. 쏠이 그랬던 것처럼. 태린은 그제야 이제프가 파견자란 매료와 증오를 동시에 품고 나가는 직업이라는 말을 이해했다. 지하에서 지상으로 보낸 파견자들의 임무가 무엇인지, 돌아오지 않은 파견자들이 있는지, 왜 그들에 대한 정보를 감추고 찾으려 하지 않는지 알게 되었다. 형체와 목소리가 다른 그들이 누구인지 알 것 같았다.

 

지상은 오직 인간의 공간이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지상의 범람체는 제거의 대상이었다. 이제프가 태린에게 보여주고 싶은 지상의 아름다움도 그러했다. 범람체는 인간과 함께 살 수 없는 존재, 지구에서 사라져야 마땅했다. 그러나 태린의 생각은 달랐다. 뉴로브릭의 오류라 여겼던 목소리의 존재, 쏠과 함께 살아가는 게 나쁘지 않았다. “하나의 몸에 두 개의 자아가 깃들 수는 없어. 네가 혹시나 그것에게 마음이 있다고 믿을까 봐. 난 그게 걱정이야.” (109쪽)라며 이제프는 걱정했지만 태린은 뇌 속을 침입한 범람체인 쏠과 지낼 수 있었다.

 

인간이기를 고집하지 않고 범람체와 결합한 삶이 있다는 걸 인정했다. 그것이 미래의 삶이라는 걸 태린은 알게 된 것이다. 이전과는 다른 삶이지만 여전히 삶이었고 지상에 그런 선택을 한 삶이 있다는 건 숨기고 감춰야 할 비밀이 아니라 모두가 알아야 할 일이었다. 우주로부터 불시착한 먼지로 인해 예전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지구, 그리하여 인간이 아닌 모습으로 다른 목소리로 살아가는 존재가 있다는 걸 말이다.

 

더 이상 지상과 지하의 구분할 이유가 없었다. 태린이 쏠의 자아를 인식하고 그와 한 몸에서 지낼 수 있는 것처럼 범람체와 인간은 서로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야 했다. 누군가 그것을 거부하고 누군가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 무조건 거부하거나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요할 수 없다. 그것은 선택과 존중의 문제니까. 지금까지 김초엽이 소설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건 바로 그것이다. 인간만이 유일하게 유능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 그 무엇과도 공존하며 동등하게 살아가야 한다는 것. 인공지능, 돌연변이, 사이보그, 동물, 식물, 범람체(균류)이든 말이다. 대로는 흡수되거나 때로는 일부가 되어 다른 형태가 되었을 뿐 삶은 이어진다고 말한다. 내가 좋아하는 김초엽의 단편에서 만난 문장처럼.

 

이곳을 사랑하게 만드는 것들이 이곳을 덜 미워하게 하지는 않아. 그건 그냥 동시에 존재하는 거야. 다른 모든 것처럼. (『방금 떠나온 세계』 수록, 「숨그림자」)

 

신비롭고 아름다운 소설을 읽으면서 범람체와 인간이 살아가는 모습을 상상할 수 없다. 하지만 내가 모르는 존재, 나와 다른 존재와 살아가는 모습은 상상할 수 있다. 그리고 깨닫는다. 다른 형태로 존재하는 삶이라고 해서 그 삶을 부정해서는 안 되고 부정할 수도 없다는 것을. 마찬가지로 누군가에게 내 삶이 역시 다른 형태의 삶이라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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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주간우수작 김초엽 장편소설『파견자들』 평점10점 | k****9 | 2024.01.08 리뷰제목
『파견자들』   김초엽 장편소설 퍼블리온 출판   사람들은 범람체가 끊임없이 창궐하는 지구의 지상으로부터 떨어진 라부바와라는 지하에서 생활하고 있다. 주인공 태린은 기억을 보강하는 도구이자 두뇌 보조 장치인 ‘뉴로브릭’ 부적응자이다. 광증은 아니지만 환청을 일으키는 존재, 이 뉴로브릭이 목소리를 들려줄 때마다 '쏠'이라는 이름을 붙여 자아가 있는 존재인지 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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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견자들』

 

김초엽 장편소설

퍼블리온 출판

 

사람들은 범람체가 끊임없이 창궐하는 지구의 지상으로부터 떨어진 라부바와라는 지하에서 생활하고 있다. 주인공 태린은 기억을 보강하는 도구이자 두뇌 보조 장치인 ‘뉴로브릭’ 부적응자이다. 광증은 아니지만 환청을 일으키는 존재, 이 뉴로브릭이 목소리를 들려줄 때마다 '쏠'이라는 이름을 붙여 자아가 있는 존재인지 파악하려 애쓴다.

 

지상으로 갈 수 있는 파견자가 되기위한 테스트 과정 중 갱에 갇히게 되는데 '쏠'의 도움을 받아 은빛 거미줄로 탈출한다. 하지만 '쏠'은 태린이 마지막 통과 채집한 광증 아포 샘플을 사람들에게 흩날리는 사건을 일이키며 태린은 도시에서 추방될 위험에 처하게 된다.

 

태린은 범람화 된 동물은 같은 상태의 동물을 경계하지 않는 점을 이용한 '양치기 늑대’ 프로젝트에 투입되어 지상으로 나가게 되고, 히로모 늪인을 만나게 되면서 과일마저 범람체가 된 곳의 풍경을 보게된다. 인간을 흡수한 범람체. 외계인들은 진동으로 언어를 전달하고, 표면 진동과 분자의 확산을 통해 세상을 감지한다. 범람체가 되면 자아도,영혼도 사라질 거라고 생각하지만 하나의 개체가 아니라 가지들, 연결망들을 통해 의식을 지닐 수 있다고 말한다.

 

소설 시작에서 태린이 3년전 라디오 방송을 듣는 옆집을 이상하게 생각했었는데 알고보니 이 방송은 범람체들의 소통방식 중 하나였다!

 

죽음에 대해 다른 형태로 존재한다는 것이 아직 나도 인간이기에 조금 무서울 것 같지만 계속 의식이 있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말로 해석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쏠과 태린은 각자 자아를 갖고 서로 몸을 공유한다. 태린 자신이 범람화는 되지 않지만 쏠이 보여주는 진동과 냄새와 시각과 촉각으로 전달되는 감각들을 느껴보는데 온갖 공간의 감각이 한꺼번에 느껴지는 기분은 어떨지 상상을 해보게 되었다.

 

모두가 아니라고 죽여야 한다고 하는 존재가 나에게 행복을 가져다 주는 존재라면 나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태린처럼 그들과 공존이 가능하다 말할까. 이 세계도 혼돈이지만 각자의 종을 지키고자 하는 본능들은 외계인이라고해서 다르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이 가상 세계가 현실과 닮아 있었다. 이도 저도 아닌 이방인 같은 존재. 사람들 사이에 있어도 고독한 현대가 마치 태린이 지상도 지하 사이 고민하는 괴로움이 가득한 곳 같다.

 


 


 

 

○ 책 속 밑줄 긋기

 

라부바와는 광증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는 도시이지만, 하라판의 사람들은 이상하리만치 그 위험에 자주 노출되었다. P35

 

왜 증오를 품어야 하느냐고? 살면서 한 번도, 왜 범람체에 대해 증오를 품어야 하는지 물어본 적이 없다. 그건 마치 인간을 절멸에 이르게 한 거대한 지진이나 해일 따위를 왜 증오하느냐고 묻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유를 설명할 필요도 없이 당연하게 느껴졌다. 그것이 사람들을 죽였으니까. 문명을 말살했으니까. 자유를 빼앗아갔으니까. 우리를 지하 세계에 가뒀으니까. 그리고 또……. P43

 

자아란 착각이야. 주관적 세계가 존재한다는 착각. 너희는 단 한 번의 개체 중심적 삶만을 경험해 보아서 그게 유일한 삶의 방식이라고 착각하는 거야. 우리를 봐. 우리는 개체가 아니야. 그럼에도 우리는 생각하고 세상을 감각하고 의식을 느껴. 의식이 단 하나의 구분된 개체에 깃들 이유는 없어. P241

 

마치 수많은 공간에 동시에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순간적으로 ‘나’라는 감각이 하늘거리며 사방으로 흩어지고 동시에 흘러넘쳤다. P371

 

이 삶은 이전과는 다를 것이고 앞으로도 계속 달라지리라는 것도. 그러나 그 모든 것에 앞서, 우리는 지표면에 선 우리와 같은 존재가 우리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지. 너희는 미쳤고, 이미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존재이고, 그래서 죽어 마땅하다고, 그렇게 말하는 이들이 없는 곳. 고독해서 자유로운 곳. 아무것도 없어서 살아갈 수 있는 곳. P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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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26 댓글 40
종이책 파견자들 평점10점 | s******4 | 2023.10.22 리뷰제목
『파견자들』, 저자 김초엽, 퍼블리온, 2023년   이 소설은 지하 도시에서 살아가는 태린이라는 소녀를 주인공으로 한다. 태린은 지상을 탐사하는 파견자가 되고 싶어하며, 스승인 이제프의 가르침을 받는다. 파견자 최종 시험을 앞둔 어느 날, 태린은 자신의 머릿속에서 이상한 목소리를 듣게 되고, 그것이 자신과 관련된 비밀을 숨기고 있는 것임을 알게 된다. 태린은 목소리의 주인
리뷰제목

파견자들, 저자 김초엽, 퍼블리온, 2023

 

이 소설은 지하 도시에서 살아가는 태린이라는 소녀를 주인공으로 한다. 태린은 지상을 탐사하는 파견자가 되고 싶어하며, 스승인 이제프의 가르침을 받는다. 파견자 최종 시험을 앞둔 어느 날, 태린은 자신의 머릿속에서 이상한 목소리를 듣게 되고, 그것이 자신과 관련된 비밀을 숨기고 있는 것임을 알게 된다. 태린은 목소리의 주인과 만나기 위해 지상으로 파견되지만, 그곳에서 예상치 못한 위험과 진실에 직면하게 된다. 소설은 인간의 존재와 정체성에 대한 깊은 고민을 담고 있으며, 균류의 세계를 화려하고도 기괴하게 묘사하고 있다.

 

 

책 속으로

 

# ... 우리 발현자야. 치료를 받는 줄 알고 속아서 끌려온 사람들도 있고, 잡혀 오면 죽을 걸 알면서도 도망치지 못한 사람들도 있어. 모두가 다가오는 죽음을 기다렸다. 발현자들끼리도 처음에는 소통할 방법이 있다는 것을 몰랐다. 그들은 절망한 채. 자해하고 또 서로 뒤엉켜 싸우다 죽어갔다. 범람체는 그들의 감각 방식을 바꾸었지만 누구도 새롭게 감각하는 법을 아려주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은 자신이 감각을 잃었다고 생각했다. 연구원들은 그들을 가둔 채 가혹한 실험을 하고 학대했다. 그들의 감각은 와해되어고 몸과 몸 바깥, 현실과 환각을 구분할 수 없게 되었다. 새로운 발현자들이 왔고, 오래 된 이들은 죽었다. 또 새로운 이들이 왔다....

죽음이 반복되었다. 침묵이 반복되었다.

...지상 어딘가에 범람체와 함께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고 했다. 그들은 지상에서도 죽지 않는다고. 썩어가는 것들을 먹을 수 있으며, 그들 자체가 부패하는 것들의 일부라고. 그들 각각은 지상에서 독립적 의식을 가진 개체로 그러나 때로는 전체의 일부로 살아간다고 말했다. 자아라는 개념은 시간이 지나며 흐릿해지지만,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고 약간은 남아 있다고 했다. 하루는 개체의 몸속에서 또 하루는 연결망 속에서 눈을 뜬다고...그것은 이전의 삶과는 다른지만, 여전히 삶이라는 이야기였다.

...여전히 자신이 변이되었음을 받아드리지 못한 이들도 있었다. 그들은 벼겡 머리를 찧고모든 음식과 물을 거부하며 죽어갔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발현자들은 받아들였다. 그것은 선택이 아니라 인정의 문제였다. 변이는 죽임이 아니라는 것, 그들은 망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단지 다른 형태의 삶으로 진입했다는 것. 그들은 이전의 것을 차차 내려놓고 낯선 방식을 다시 배워나갔다. 새로운 방식의 대화는 충돌하는 의견들을 이을 뿐만 아니라 통합했다. 전체가 있었고 부분이 있었다. 부분은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었지만 동시에 전체로 연결되어 있었다.

 

 

# 범람체의 연결망에 전이자들이 유입되면서, 이들은 행성 전체를 아주 느리지만 연결된 형태로 감각할 수 있게 되었다. 범람체는 이 행성 전체에 퍼져 있었다. 인간이 개체 중심적인 존재이기만 했을 때, 그들은 개인 혹은 작은 집단만을 생각했을 뿐, 행성 전체를 고려하지 않았다. 하지만 범람체와 결합된 인간은 연결망 속에서 사고하고, 그렇기에 자신이 행성 전체의 일부라는 점을 직관적으로 받아들였다. 지상의 일부를 인간의 터전으로 삼더라도, 지금 늪과 연결된 이들에게 무작정 뻗어나가고 싶은 욕망이 없었다. 연결망을 통해 생각한다는 것은, 의식 하지 않더라도 전체로 이어진 생각 체계에 끊임없이 영향을 받고 스스로의 생각을 재검토하는 일이었다. 부분적인 충돌이 있었고 그 부분 전체에 영햐을 미쳤지만, 전체와 무관하게 존재하는 부분은 없었다. 범람체와 결합된 인간이 된다는 건 그런 의미였다.

 

 

이 부분은 책의 주제인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잘 나타내고 있다. 인간이 개체 중심적인 존재였을 때는 자연을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도구로만 여겼다. 하지만 범람체와 결합된 인간은 자연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자연과의 공존을 받아들이게 된다.

인간은 자연과 공존하기 위해서 먼저 자연과 연결되어 있다는 걸 깨달아야한다. 자연은 단순히 인간을 둘러싼 환경이 아니라, 인간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된 존재들이다. 인간은 자연과 함께 살아가며 자연의 일부로서 존재하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이러한 사유를 통해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좋았던 점은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과 섬세한 서사력이 들 수 있다. 작가는 균류로 변한 지구를 다채롭고도 생생하게 묘사하며, 독자들에게 새로운 경험과 감동을 선사한다. 또한 인간과 아포(인간에에 광증을 퍼뜨림)의 관계를 통해 인간의 존재와 정체성에 대한 깊은 고민을 제시하며, 독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삶과 세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소설의 좀 아쉬웠던 점으로는 일부 인물들의 심리와 행동이 설득력이 부족하거나 일관성이 없다는 점이 들 수 있다. 소설의 결말이 너무 급진적이고 비현실적이라는 비판도 있을 수 있다. 작가의 의도는 이해할 수 있지만, 소설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맞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상의 세계의 인물들이지만 우리가 현실에서 겪고 있는 인간 본연의 모습들을 잘 투영하여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세계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아주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다. 그 전에 읽었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수 없다면이 재미있어 이 번 장편 소설을 선택하게 되었는데 후회 없는 선택이었고, 즐거운 독서였다. 여러분들도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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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기이한 평안을 주었던 책, 감각을 깨우세요. 평점10점 | j*****g | 2023.11.30 리뷰제목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이제는 어느덧 필독서의 굴레에서 벗어날 법도 한데 아직까지 수필이나 에세이에 손이 쉽게 가는 것은 너무 현실적으로 변해버린 나를 방증하는 기분이 든다. 얼마 전 '서탐대실 - 똑같은 책, 다른 그림?'편을 보고 같은 시각적인 정보이지만, 영상 미디어에 의존하기보다는 텍스트에 기반한 상상력을 더욱 자극해야 함을 절감했다. 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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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이제는 어느덧 필독서의 굴레에서 벗어날 법도 한데 아직까지 수필이나 에세이에 손이 쉽게 가는 것은 너무 현실적으로 변해버린 나를 방증하는 기분이 든다. 얼마 전 '서탐대실 - 똑같은 책, 다른 그림?'편을 보고 같은 시각적인 정보이지만, 영상 미디어에 의존하기보다는 텍스트에 기반한 상상력을 더욱 자극해야 함을 절감했다. 그리고 현실의 세계를 넘어, 존재 그 이상의 영역까지 확장하고 이를 충족할 수 있는 장르가 소설이 아닐까 생각된다. 여기에 소개된 김초엽 작가의 장편소설 [파견자들]은 감히 가정해보지 못한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하였다.

 

  인류는 소통을 위해 말과 몸짓 혹은 홀로그램, 뉴로브릭과 같은 장치를 활용한다. 그리고 지구는 범람체들의 행성이 아닐 수도 있다. 이렇게 우주에 제2, 제3의 행성을 찾아 나선다면 과연 이것만으로 모든 소통이 가능할까? 행성 생태계에서 적응하기 위해 아니, 살아남기 위해서 인류는 또 다른 진화를 감수해야 할지도 모른다. 성공적인 진화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겪게 될 감각의 혼란은 중요한 유흔이며 자아 해체의 자연스러운 과정이리라. 마침 동물들의 커뮤니케이션을 소개한 프로그램을 볼 기회가 있었다. 꿀벌은 날개 근육을 통해 개별단어를 형성하고 진동으로 의사소통을 한다고 한다. 돌고래는 가슴지느러미의 촉각을 사용하여 상대와 유대관계를 강화하고, 날여우원숭이는 포식자가 감지할 수 없는 초음파를 이용하여 소통을 한다. 이러한 동물들의 소통방식을 참고해 볼 때 인류는 지금보다 더욱 세밀히 여러 감각에 의지해 복합적으로 반응하고 이를 커뮤니케이션에 활용하도록 진화할 수 있다. 이 감각적인 세계는 '전체'이자 '부분'이고 '충돌'이며 '통합'이라고 표현이 가능하겠다. 

 

 좀 더 근본적인 질문으로 '나'는 무엇일까? 나는 현재 하나의 자아를 가진 사람. 그런데 나의 정체성에 관해 수만 개의 관점과 수만 개의 가닥을 설정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내 몸은 수많은 분자와 세포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것들 역시 감각의 활성화를 통해 나의 의지와 행동결정에 지분을 갖고 있다는 가정을 해보자. 마치 '최고다! 호기심딱지'에서 알려주는 피삼총사, 혀의 요정, 표피장군 등 내 몸 하나하나의 구성요소가 각기 목소리를 내며 최선의 결정에 도달하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의 자아는 주관적 세계가 존재한다는 착각일 뿐이고, 개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감각하고 의식을 느끼는 전체이자 일부로 존재하는 것이다. 어쩌면 지금도 내 '안에 있는 무언가'는 무의식에 묻혀있는 연습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태린은 흡사 (바람계곡의)'나우시카'를 연상시킨다. 균사, 탐욕스러운 인류, 그리고 오무에 맞서 인간을 대변하고 결국엔 그들과의 공생의 과정을 겪게 되는 과정이 비슷하게 느껴졌다. 그렇지만 자신의 성장과 더불어 자기의 정체성을 알아가는 태린만의 특징은 현재를 살아가는 나에게 더욱 중요하게 와닿았다. 여러 직함으로 구분되는 나의 정체성은 과연 무엇이 진실일까? 그리고 나는 옳다고 생각하는 일 앞에서 진정한 용기를 낼 수 있는가? '진정한 용기'란 신념을 위해서 개인의 욕망을 채우는 일보다 더 소중한 것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라고 한다. 물론 태린 안의 '또 다른 의식체'가 본능과 감각으로 그를 돕고 있었지만, 결국 그 절박한 용기가 새로운 시대를 인도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또한, 태린이 자신의 운명을 마주할 때 "인간으로 태어난 것이 불행할 때도 있다. 하지만 태어난 이상 살아가야 한다. 이 삶도 마찬가지다. 난 이 삶을 선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살아가야 해"라고 소회한 스벤과 같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오늘을 살아가야 하는 용기를 얻게 된다. 

 

 "모든 상상 가능한 미래에서 (오로지) 당신이 바라는 것은 나와 함께 지상으로 가는 것뿐"이라는 이제프의 마음을 태린은 어떻게 받아들인 것일까? 이제 지구본과 은목걸이는 서로가 돌아와야 할 이유이다. 그들의 유산이 범람체로 뒤덮여 거듭된 변화를 거쳐 이 행성 마지막까지 남아 있음은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며 슬퍼하는 누군가의 마음에 위안을 주고 있지 않을까. 끊임없이 움직이며 변화하는 것, 멈추지 않고 나아가는 것은 비단 인류만의 삶의 원리가 아니라 모든 자연의 법칙이리라. 그래서 지상의 노을과 별들, 하늘 그리고 바다가 있는 풍경은 여전히 낯설고 아름답게 느껴지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온전히 그들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껏 소설을 기반으로 한 영화나 뮤지컬의 원작은 제쳐두고, 별다른 궁금증 없이 2차 창작물에만 큰 관심을 갖았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앞으로 원작 소설에서 더 풍부한 상상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되고, 이 책이 그 계기가 되었기에 더욱 뜻깊게 생각한다. 나는 소설 [파견자들]을 통하여 작가가 묘사한 각가지 '범람 생태계'를 마음껏 상상해 보았고, 평소 무심결에 받아들였던 단어의 개념과 그에 따른 고정관념을 다시 한번 돌이켜 보기도 하였다. 개인적으로는 이 정도 분량의 소설에 소요될 시간에 비해 생각보다 빨리 완독을 했는데, 아마도 몰입도가 상당했기 때문에 더욱 적극적으로 독서를 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생각한다.

 

문득 오늘 저녁 퇴근길의 쾌청한 하늘과 밝은 달 그리고 무미건조한 바람이 감사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집에서 나를 반겨줄 가족을 생각하며 걸음을 재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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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파견자들 평점8점 | YES마니아 : 로얄 k*****3 | 2023.11.13 리뷰제목
내가 나를 증명하는 방법에는 뭐가 있을까? 기껏해야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인데, 미성년자의 경우는 그조차 없으니 자신을 증명하는 게 쉽지 않다. 나는 나인데 왜 나를 증명해야 하는 일이 있는지. 나라는 사람, 몸과 정신을 분리했을 때, ‘진정한 나’는 결국 정신인 걸까? 어느 날 내 안에 다른 아이가 들어왔다. 곰팡이의 균주처럼 들러 붙어 나가지 않는다. 그리고 조금씩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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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를 증명하는 방법에는 뭐가 있을까? 기껏해야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인데, 미성년자의 경우는 그조차 없으니 자신을 증명하는 게 쉽지 않다. 나는 나인데 왜 나를 증명해야 하는 일이 있는지. 나라는 사람, 몸과 정신을 분리했을 때, ‘진정한 나는 결국 정신인 걸까? 어느 날 내 안에 다른 아이가 들어왔다. 곰팡이의 균주처럼 들러 붙어 나가지 않는다. 그리고 조금씩 자신의 영역을 확대한다. 그리고는 내가 아닌 자신이 라고 주장한다. 그런 상황이라면 나는 라고 어떻게 증명 가능할까? 김초엽 작가의 신작을 읽었다. 이 작가의 책이 완전 내 스타일은 아니지만, 그녀의 기발한 아이디어와 상상력이 좋아 무조건 읽게 된다. 쉽지 않은 주제지만 인간이라는 혹은 나라는 존재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는 책이다.

 

인간에게 광증을 퍼뜨리는 아포(芽胞)로 가득한 지상 세계는 이제 사람이 살지 못한다. 사람들은 어둡고 퀴퀴한 지하에서 산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태린은 지상의 세상을 갈망한다. 황홀한 노을빛과 아름답게 빛나는 별들. 이것을 알려준 사람은 스승 이제프. 태린은 이제프처럼 파견자가 되어 지상을 탐사하고 싶다. 파켠자 아카데미에 입학하여 필요 과정을 이수하고 있는 태린은 다른 이들처럼 뉴로브릭의 도움을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다. 다른 이들과 다르게 늦게 시술을 한 탓인지 부작용으로 뉴로브릭 연결을 끊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태린에게는 남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은 광증 저항성을 가졌다. 그래서일까? 파견자 과정을 모두 마치고 시험만 남겨 둔 상황이다. 이런 태린에게 갑자기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소년인지 소녀인지 모를 누군가의 목소리. 태린은 이 목소리를 무시하고 지상에서 이뤄지는 최종 시험에 응한다. 그러던 중 태린은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큰일을 저지르고 이후 죽음의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는데...

 

드넓은 우주에 인간만 생명체로 존재할까? 나는 아닐 것 같다. 어딘가에 우리와는 다른 모습을 한 생명체가 존재한다고 믿는다. 다만 만나고 있지 않을 뿐. 그러나 이건 나 혼자만의 생각일 뿐. 어딘가에서 우주인의 조정을 받으며 살아가는 사람도 존재하지 않을까? 태어나 지금까지는 나는 나라는 것에 의심해 본 적이 없다. 나는 나니까. 하지만 그게 무엇이 되었건 무언가가 내 머리를 지배하려고 나를 혼란하게 한다면, 그래서 평소의 내가 아닌 행동을 한다면 나는 나를 어떻게 나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나라는 사람의 범위는 또 어디까지로 규정할 수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라는 존재에 대해 그리고 나라는 사람의 범위를 생각하게 되었다. 먼 훗날 외계의 다른 생명체가 지구에 왔을 때, 우리는 어떻게 대처하고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게 될까? 지금보다 나은 세상이 되어 있을까? 아니면 지옥 같은 세상에서 처절하게 살아가게 될까? 많은 영화나 책은 미래를 암울하게 그려내고 있지만 그래도 나아지기를, 나은 세상이 되기를 바라면서 이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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