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렸을 적, 엄마는 나에게 말의 중요성에 대해 정말 많이 이야기하곤 했었다. 아니, 잔소리하곤 했었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고 했는데, 너는 말을 왜 그렇게 하니.’ 이 말을 수도 없이 들었던 것 같다.
그러나, 정작 나는, 내가 잘못했다는 것만 지적을 받고, ‘그래서 말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랬던 나는, 말투에 민감한 어른으로 자라게 되었다.
어른이 되기까지 여러 가지 일들을 겪으며, 나는 말의 뉘앙스에 꽤나 민감한 사람이 되었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은 하나의 매뉴얼과 같은 역할을 해줄 것이라 생각했다 프롤로그를 읽자마자.
내가 말투에 민감한 만큼, 타인에게도 상처 주고 싶지 않고, 또한 나의 말에 좀 더 힘이 실리기를 바라는 사람들이라면, 꼭 끝까지 이 글을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물고기 비늘에 바다가 새겨지는 것처럼 사람의 몸에는 언어의 비늘이 새겨진다. 삶의 얼룩과 무늬가 언어의 비늘이 되어 몸에 새겨지는 것이다. 우리가 어떤 환경에서 누구와 무슨 경험을 쌓으며 살아왔는지에 따라, 몸에 새겨지는 언어의 비늘도 달라진다."
사용하지 않는 언어는, 빠르게 사라진다.
사람에게 환경이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익히 들어서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 중에서, 언어에 관해 깊게 생각해 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 문장을 읽으며, 자연스레 지난날 나의 언어에 대해 돌아보게 되었다. 내가 각 생애 주기별로 어떤 언어를 사용했는지부터 시작해, 내가 처해있던 환경에 따라 나의 언어는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저자는, 고등학교 시절, 공고에 진학해 용접을 하며 새로운 언어를 익힌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이후, 고시공부를 거쳐, 교육공학과에 진학하게 된다. 그러한 과정에서, 계속해서 새로운 언어들을 자신에 몸에 새기게 된다.
저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지난날 나의 언어들이 떠올랐다. 나는 고등학교 때부터 24살 때까지 음악을 해왔었다. 그리고 정확히 24살 겨울에 음악을 중지하게 되었다.
책에서 저자는 말한다. “어느 날, 나는 달밤에 밖에 나가 고시 공부 책을 쌓아놓고 기름을 붓고 불살라버렸다. 그 사건 이후로 내 머릿속에 박혀 있던 고시 용어, 법률용어가 한꺼번에 빠져나갔다.”
나는 비록, 저자처럼 분서갱유와 같은 사건은 없었지만, 이 말이 매우 공감되었다. 그리고 놀랐다. 이 부분을 읽으며, ‘나는 음악에 대해서 얼마나 기억하고 있지?’를 떠올렸는데, 기억나는 게 없었다. 그냥 기억이 안 났다 정말로. 그만큼 오래 했는데, 기억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다소 충격적이기도 했다. 그만큼, 사용하지 않는 언어는 한순간에 잊힌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마음 한 곳에서는 기대감이 들기도 했다. 앞으로 나에게 새롭게 새겨질 언어들에 대해서.
"모국어를 외면하면 자신이 진정으로 무엇을 욕망하는지 모른다. 표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언어가 현실에 안주하는 순간 인간의 생각도, 아니 두 발로 걷는 삶조차 지금 여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틀에 박힌다.
모국어의 위기는 곧 삶의 위기다. 왜냐하면 필연적으로 사고의 위기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언어 능력을 왜 키워야 하고 왜 중요한지에 관해 여러 가지 관점에서, 여러 가지 예시를 들며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중에서 나에게 가장 와닿았던 것은 이 부분이었다. 이 문장을 읽었을 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뭔지 모르는 것이 언어 때문은 아닐까?’
나는 여태껏 단 한 번도 언어 때문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저 내가 내 마음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것이라고 여겨왔다.
그러나, 읽는 순간, ‘내가 나의 마음을 설명하기 위한 언어가 부족해서, 내가 뭘 욕망하는지를 몰랐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리고 이어서 저자는 이야기한다.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은, 그 문제들이 발생할 때 사용했던 사고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아인슈타인
이걸 언어로 바꾸면,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은 그 문제들을 해결할 때 사용했던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다.”
즉, 타성에 젖은 언어로는 이전과 다른 사유체계를 만들어 낼 수 없다는 것이다. 다양한 언어를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은, 문제에 직면했을 때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사고 법을 택할 수 있는 것이다. 습관적인 단어만 사용하면 사고도 거기서 단절된다.
언어가 바뀌지 않으면 사고도 바뀌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이 책에서 거듭 강조하고 있는 내용이다.
세상이 틀에 박힌 게 아니라, 내 관점과 언어가 타성에 젖었을 뿐인 것이다. 책에서는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작년에 사용했던 언어와 올해의 언어가 수준이 비슷하다면, 나는 1년 동안 갇혀 산 사람이다.’ 생각의 변화 없이 1년을 살았다는 것이다.
막연하게 단정 짓지 말았어야 했다.
그래서, 1년 전 나의 일기장을 들여다보았다. 역시나, 음악에 관한 이야기들이 가득했다. 그런데, 예상외로 많이 등장했던 말들이 있다.
우울하다는 말이었다. 그중에서는 원인 있는 우울함도 있었지만, 원인이 없는 그냥 우울하다는 말도 많았다.
그러나, 그냥 단순히 우울한 게 아니라, 어떤 날은 인간관계가 내 뜻대로 되지 않아 속상했을 것이고, 나만 뒤처지는 것 같아 자괴감이 들었을 것이고, 또 어느 날은 미래에 대한 생각들 때문에 막막했던 날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저 이러한 상황들을 그리고 내 마음들을 자세하게 고민해서 적은 것이 아닌, 그냥 우울하다는 말로 모두 기록해버렸다.
그렇게 나의 일상들은, 우울함으로 뒤덮여갔다. (그렇게 나의 일상에, 우울한 날들이 잦아졌다.)
만약 내가 좀 더 언어력이 뛰어났더라면, 우울함이 아닌 더 다양한 표현을 더 자세한 표현을 사용하여 기록했을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럼 정확한 감정으로 기록하여, 그 감정의 실마리를 찾고 해결점을 찾을 수 있지 않았을까? 그래서 그 감정을 나의 성장의 기회 삼을 수 있지 않았을까?
어쩌면 지난 1년간의 힘들고 우울했던 시간들은, 그저 감정의 문제만이 아니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어능력이 삶에 미치는 영향이 바로 이런 것들이다.
언제나 언어가 문제다. 아이디어가 많아도 머릿속의 생각을 표현할 단어가 없다면 아이디어는 사라지고 만다.
그리고, 인간관계 또한 마찬가지다.
적확한 단어가 없으면 자기 입장에서 쉽게 단 정지 어버 린다.
문제 해결도 마찬가지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동원할 수 있는 언어의 차이라고 표현한다.
아마추어는 언어가 빈약하고, 언어가 빈약하니 생각도 미천하고,
생각이 미천하니 남다르게 행동할 가능성의 폭도 좁다.
프로는 남들과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기존에 없던 생각으로 문제에 접근한다.
자신의 한계를 빠르게 간파하고, 다른 생각을 찾기 위해 그 분야의 대가를 찾아가거나 관련된 책을 읽는다.
다른 생각과 접속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것이다.
어떤 언어를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생각이 바뀌고, 우리는 실제로 그 생각대로 행동한다.
자기다움을 추구하는 사람은 자기만의 색깔을 드러내기 위해 어떤 언어를 쓸지 심사숙고한다.
나의 언어는 내 고유함, 내 독창성을 표현하는 무기다.
자기 언어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사용하는 사람이야말로 세상을 자기 방식으로 바라보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이 책을 읽을 당시 나의 고민은, 독창성이었다. 나다운 것. 똑같이 글을 써도, 뭔가 다른 글을 쓸 수는 없을까?에서 시작해, 나만이 할 수 있는 것, 내가 잘하는 것,,, 등등 나다움에 대해 고민이 정말 많았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내내 밑줄을 수도 없이 긋고, 책을 아코디언처럼 계속해서 접게 되었던 것 같다.
그만큼, ‘아 이것 때문이었구나, 내가 이게 너무 부족했구나’를 깨닫게 해주는, 즉 앞에서 말한 사고의 확장이 되는 부분들이 너무도 많았다. 생각해 보면, 같은 직업을 가지고 있더라도, 뭔가 다름이 느껴지고 그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사람들은, 자기 직업을 소개할 때부터가 남달랐다. 자신의 일에 대한 정체성의 정의부터가 자기 언어로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나도 내가 글을 쓰고 싶은 이유와 글쓰기를 통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를 잘 고민해서, 나의 직업적 정체성을 나의 언어로 정의해 보려 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여 나만의 정체성을 완성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나다움을 드러낼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앞으로 내가 책을 읽는 목적을 더욱 뚜렷하게 해주었다. 여태까지 해왔던 대로 삶에 적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진정한 사고의 확장을 하기 위한 독서. 그리고, 그러한 사고의 확장을 하기 위해 독서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정말 상세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언젠가 오디오 클립에서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책을 읽을 때,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꾸만 답이 무엇인지를 찾으려 하는 경향이 있다고. 나 또한 그랬던 것 같다. 마치 이 책이 유일무이한 삶의 정답지인 마냥. 그리고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에 대해 오디오에서는 그렇게 말했다. 우리는 이렇게 긴 글들을 주로 고등학교 모의고사 지문을 통해 읽었던 것이 익숙하다.
그리고 그 지문 밑에는 늘 '저자의 의도로 옳은 것을 고르시오' 와 같은 문제가 있었고 우리는 답을 골라야만 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나의 행동들이, 스스로가 너무도 이해가 갔다.
이처럼, 이 책에서도 독서의 방법에 대해서 여러 가지를 이야기하고 있고, 그 예시로 자신만의 7가지 개념사전을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도 언급하고 있다. 내가 위에서 언급한 내용들은 이 책의 정말 일부에 불과하다. 이 부분들 말고도, 이 책에서는 강조하고 있는 다른 많은 내용들이 있다. 그래서, 꼭 한번 정독하였으면 좋겠다.
나다움을 찾고 있는 사람이든, 책을 통해 깊이 읽고 사유능력을 키우고 싶은 사람이든
그 이외의 경우라도 모두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