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보다는 내 탓을 하는 이들에게
심리상담을 받았다면, 지금이야 조금은 열린 태도(?), 하지만, 여전히 멘탈이 약하다는 표현보다는 정신(혹은 생각)이 이상한가? 라고, 정신이나 멘탈이나 크게 다를 바가 없다지만 실은 아주 다르다. 사회적인 관념이, 멘탈은 정신력이라는 정도이고, 정신이라는 말은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음을 암시하는 듯…. “심각(深刻)”이란 한자어가 깊이 새겨진 이란 뜻인데, 우리 사회에서는 부정적인 의미로 많이 쓰인다.
요즘 심리상담의 경향성인지, 이 분야에서 일하는 이들이 책을 많이 펴내게 된 것인지…. 아무튼 자신을 너무 엄격하게 대하지 말라고, 이른바 자중자애하라 세상의 중심은 당신이다. 자신에게 자비로워야 한다. 자기 자비를 하라고 조언한다. 최근에 소개된 헤이든 핀치<게으른 완벽주의자를 위한 심리학>(시크릿하우스, 2022), 네모토 히로유키<나를 내려놓으니 내가 좋아졌다>(밀리언서재, 2022)도 자신에게 조금은 관대해지라고 말한다.
내 탓이요도 지나치면 마음의 병이 된다
남보다는 내 탓이 자연스럽고 습관적인 자책으로 나를 괴롭히는 사람들, 이런 류의 사람들보다는 나보다는 남의 탓을 자연스럽게 그리고 습관적으로 하는 사람들을 많이 봐온 터라-TV 뉴스나 신문 지상에 넘쳐나는 기사들 행간에서 때로는 직접 기사문에서-
하지만, 상담실을 찾는 사람들은 남보다는 내 탓이 자연스러운 사람이 많은 모양이다. 이것이 겸손, 겸허, 겸양이라는 건강한 자기 절제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좋을 텐데…. 이 역시도 도가 지나치면 결벽증처럼 자신을 검열하고 통제하고 그래서 힘들어지는 모양이다. 여기에 자존감마저 떨어지면 진짜 상담실을 찾아야 할 판이니….
지구의 중심은 나,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이 강박이 될 때,
세상에 중심은 나다. 내가 없으면 세상도 없다. 물론 내가 세상을 인식하기에 그렇게 생각되지만 말이다. 내가 죽고 없는 세상은 나 역시도 모르니까, 이 책은 4장 체제로 나를 살리자는데 핵심이 있다. 1장에서는 좋은 사람과 호구 사이에서 고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2장에서는 나는 왜 강박적으로 남을 배려하게 됐을까?, 여기에서는 반드시 어떤 이유가 있을 것이고 왜 그런지 그 심리를 설명한다. ‘아쉬움보다 쪽팔림이 자연스러운 사회’라는 소제목이 눈에 띈다. 3장에서는 죄책감, 수치감에서 벗어나는 마인드 셋 7가지, -문제와 나를 분리하고, 자존감 높이기, 긍정적인 마인드가 그림의 떡인 이유, 감정 편식, 당신은 노스트라다무스가 아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민폐를 끼치면서 산다.- 그리고 4장에서는 나를 우선순위에 두는 심리연습이 들어있는데, 지친 나를 회복하는 방법이다. 우리 주변에서 늘 듣던 말들이다. 싫으면 싫다고 싫은 소리도 하고, 해봤자 안 될 거라는 체념은 이제 그만…. 등이다.
남에게 쉽게 휘둘리고, 스스로 무능하게 여기는 무능감과 자기검열
지은이는 가스라이팅이 어떻게 일어나는가를 설명한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쉽게 영향을 받는 경우 ‘피암시성이 높다’라고 하는데 피암시성은 다른 사람의 암시를 받아들이고 이를 자기 생각과 태도에 반영하는 성질을 말한다. 이른바 죄책감과 수치심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면서 자신을 잘못한 사람, 부적절한 사람으로 여기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적절하게 보이는 다른 사람에게 맞춰 생각하고 행동하게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자신의 무능감과 자기검열이 더해지면 나를 하잖은 존재로 스스로 업신여기게 되고 자존감이 낮아지게 되는 메커니즘이 형성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지은이는 우선 강박적으로 나보다는 남을 우선하는 심리적 요인의 몇 가지를 들고 있다. 기억나지는 않지만, 과거 자신의 경험이 성격이 되어 마음을 물들이고, 아이였는데 어른이 되어야 했던 경험 또한 영향을 미친다. 배려심이 넘친다는 말을 많이 듣는 사람들, 이 사람들도 불편한 게 있다. 누군가 내 도움을 거부하거나, 도와줄 만한 게 없을 때, 이런 불편함을 느끼는데 이는 강박이다.
겸손의 함정에 빠지지 말 것
적당한 겸손함은 남을 배려할 수 있지만, 지나친 겸손은 나를 소외시킨다. 과유불급이다. 여기서도 균형이 언급되는데, 참으로 적절한 상태를 유지하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날마다 밥 먹고 하는 일이 수양인 사람도 그렇다.
좋은 사람과 만만한 사람의 경계에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지은이는 “모두에게 잘 보일 필요가 없다”라고 말한다. 때로는 남에게 정말로 존중받는 게 뭔지 헷갈릴 때가 있다. 지은이는 남에게 신경 쓰지 말고 남에게 잘 보이려 하지 말라고 한다. 자칫 남을 위해서, 다른 사람이 원하는 내가 되려고 그 모습을 좇아가려다 소진되고 말지도 모른다.
이 책은 사람의 관계를 다루고 있다. 심리학적 지식과 경험을 녹여내, 자신이 다뤘던 사례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지만, 어딘가 모르게 부족감을 느낀다. 하기야 이야기 전제가 지나치게 남을 배려함으로써 상처를 입거나 이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은 상태인 사람들을 위한 것이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은이가 하는 말 <모두에게 잘 보일 필요가 없다>는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으로 남아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라는 말이다. 사람이 모여 사는 것은 본능이다. 군집 생활 가운데 오로지 자신만을 생각하는 사람도 있게 마련이고, 누군가를 배려하면서 함께 살려는 사람도 있다. 다만, 균형을 잡으라는 이야기다. 어느 쪽이 좋고 나쁨이 아니라 내가 있어야 한다. 우리 사회생활이란 것이 모두가 서로 조금씩은 민폐를 끼치지 않고 살 수 없듯, 이 또한 느긋하게 생각하자는 말이다. 자신에게 엄격하게 자신을 몰아세우면, 나는 없어지고, 껍데기만 남을 뿐이기에….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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