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해피 어게인”, 글로 쓴 웹툰이랄까, 만화라 할까,
다섯 명의 작가가 쓴 꿈 꾸는 십 대의 이야기, 꽤 참신하다. 유쾌하다. 글을 읽는 동안 기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가란 이렇게 꿈을 전하고, 또 미래의 세계를 데려다주는 마법사로구나라고 글쓰기의 힘을 느낀다. 이 책에 실린 다섯 편의 상큼하고 시원한 이야기…. 이생 폭망이라 포기하고 그 누구를 원망하는 이들이 봐야 할, 이번 생 리셋이야기다. 이제부터 제 길을 찾아서…. n차의 인생- 초기화, 리셋-을 주제로, 짧은 앤솔로지 모음, 작가들의 개성에 따라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이은용 작가의 <북극곰의 사생활>, 주인공 백건이 진짜 북극곰이었던 그렇지 않았던 누군가와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건, 죽어라 공부를 해야만 하는 요즘 십 대들에게, 청량음료와 같지 않을까, 북극곰 이전에 그 무엇이었고, 또 그 전에 무엇이었는지, 마치 간접적으로 이번 생을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다음 생에 뭐로 환생할지…. 우리에게 이런 꿈이 있다면, 이번 생을 알차게 살아가지 않을까,
작가 하유지의 <그 여름, 설아와 고양이> “나에게 인생이란, 신어 보지도 않고 산 신발 같다. 뒤꿈치가 빠져나오며 벗겨지려 하는 신발처럼 헐렁거리며 나랑 겉돈다.” 이럴 때면 이번 생 리셋, 언제나 십 대를 제대로 벗어나려나, 지금 리셋이 몇 번째인가, 마치 게임을 하다 안 되면 스톱, 리셋, 다시 시작하는 것처럼, 이도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기억이 없어지니, 이전 생에서 열심히 외웠던 구구단을 다시 배워야 하고…. 별똥별을 주우러 친구 설아와 함께 떠나는 여행, 별똥별…. 운석이었다.
설재인 작가의 <강의대본> 주인공이 말하는 자세로 봐서는 헷갈리지만 조금 지나면 청소녀임을 알게 된다. 사범대학 재학생들 앞에서 오늘날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말한다. 학생들이 선생을 어떻게 보는지를 말이다. 아주 할 말 다 한다. 담임을 쫓아낸 일들, 적어도 교사란 그러면 안 되지라는 정도는 아니지만, 인간을 인간으로 대하는 적어도 정이 있는 공간으로서 학교, 마치 영화 ‘선생 김봉두’의 요절복통 포복극을 보는 듯하다. 글 속에 비쳐오는 설재인 작가의 장난기 어린 눈웃음…. 난 실제로 설 재인 작가를 본적도 그 이름을 들은 적도 없다. 이 글에서 그저 그렇게 떠오른다. 나도 이런 말을 하고 싶었다는 공감과 동의를 끌어내고 있으니 말이다.
작가 김혜진의 <저세상 탐정> 고양이 판사님들 그루밍을 하면서 털을 고르고, 죽은 이를 심판한다. 변호사가 있고, 죽은 이가 이전 생에서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를 밝히는 고소인의 변호사도…. 검사는 없다. 다행이다.
40년 전부터 주인공의 잘못으로 자신이 죽었다고 주인공을 처벌해 달라는 고소인, 자, 살아있을 때를 기록한 영상을 보면서, 하나둘씩, 실제 주인공은 그런 기억이 전혀 없다. 그런데도 앞뒤를 맞춰 사실인 양 말한다. 여기서 딱 하나, 전생의 일은 기억을 못 한다는 점. 저세상에 있을 때 몇 번째 생인지는 모르겠지만, 탐정이 아니었을까?. 주인공은 그저 거기에 남기로 한다. 변호사가 될지 탐정이 될지 모르겠지만, 아니면 실제로 어렴풋이 떠오르는 기억마저도 조작됐다면?
남세오 작가의 <파란불이 켜지면> 주인공 박수연, 머리가 띵하며 찾아오는 두통을 느끼면, 앞으로 펼쳐질 미래가 바뀐다. 유다희라는 또 한명의 주인공, 영화 ‘넥스트’의 주인공 니콜라스 케이지는 불과 2분 앞의 미래밖에 못 보지만, 유다희는 무려 2시간 앞을 내다본다. 아웅다웅하면서 제 삶을 잘 찾아서 갈까?, 지나온 길의 기억을 찾아서….
꿈꾸는 십 대들, 학교 공부가 성적이 연예가 모든 게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지금의 내 인생은 싫어 앞으로 펼쳐질 삶들을 맞이하기가 두려워, 이러다가 평생 프리터로 니트족으로 변변히 연애도 못 하고 좀팽이로 인생을 보내기는 싫어, 차라리 새롭게 재출발을 해보자. 내 인생 ‘리셋’기, 뭐 그런 프로젝트가 있다면 꼭 해보고 싶다. 십 대, 아니 이십 대고 육십 대고 모두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뭐 지금도 열심히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도 없지는 않겠지만, 이 책은 판타지의 세계로 끌고 간다. 다섯 편의 소설, 금방…. 여운이 남는다.
진짜 인생이 n차 반복이 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생각만 해도 즐겁다. 그런데 전생의 기억을 모두 그대로 가지고 있다면, 아마도 폭발하겠지... 그렇다면 생각을 리셋해볼까, 그렇게 하면 좀 더 다른 세상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작가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이 책은 읽어야 할 대상을 연령층으로 구분하는 자체가 애초에 말이 안 된다. 그 이유는 책 속에 있다. 누구나 꿈이 있으니…. 그러니, 인생을 소중히 여기며, 자중자애하면서,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n차 인생보다 한 번의 인생이 어떨까 싶기도 하다. 맞다. 그래서 이번 생은 해피 어게인이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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