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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는 식물 : 속이고 이용하고 동맹을 통해 생존하는 식물들의 놀라운 투쟁기
이나가키 히데히로 저/김선숙 역
말 수가 적은 친구를 사귀는 것과 비슷합니다. 식물도 하나하나 성격이 다르지만, 전반적으로 인간보다 훨씬 섬세하고 인내심이 깊은 것은 분명한 듯합니다. 그리고 말없이 아름답지요. 누가 이런 친구를 마다할 수 있을까요. (p. 7)
프롤로그에서 저자가 스스로를 ‘식물킬러’라고 칭하는 것에 남일 같지 않은 동질감을 느꼈다. 나 역시 우리 집에서는 ‘식물 저승사자’로 불려 지기 때문이다. 우리집에 온 식물들은 꽤 있었지만(튤립, 프리지아, 파리지옥, 애플민트, 로즈마리, 장미, 토마토, 이름을 잊어버린 야생화, 해피트리, 연산홍, 선인장들까지...) 대부분(거의 다...)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이렇게 나쁜 손을 가졌음에도 왜 나는 여전히 식물을 키우고 싶어하는걸까.
어느 날, 식물을 찍고 싶어졌습니다. 저는 식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전혀 아니었는데 말이죠. 돌아보면 그즈음 제 주변에 그런 생각이 들게 할 만한 일이 슬금슬금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식물이 좋아졌다는 사람이 늘었고, 식물을 담은 멋진 사진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제가 찍은 사진에 은근히 식물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지요. 식물을 찍겠다고 마음먹자 식물이 좋은 피사체일 것이라는 느낌이 왔고 설레기 시작했습니다. (p. 17)
이 책은 식물에 관해 완전 초보인 사람들을 위한 책으로, 식물 킬러였던 저자가 식물에 관한 사진을 찍게 되면서 관심과 애정이 싹트며 우정이 돋아난 이야기이다.
익숙한 식물도 카메라를 통해 보면 언제나 새로운 면이 있습니다. 모두 초록색인 것 같지만 같은 초록색은 하나도 없고, 한 줄기에서 자란 잎사귀도 완전히 똑같은 모양은 없지요. (p. 35)
책 속 제일 첫번째 식물은 ‘괴마옥’이다. 예전에 이 식물을 처음 보았을 때 파인애플을 닮은 모양에 신기해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모양과 썩 어울리지 않는 이름에 한번 더 놀랐었다. (괴마옥의 뜻은 ‘귀신을 쫓는 옥’이란 뜻이란다. 그저 귀요미 파인애플 같아 보이는데?!)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며 괴마옥의 잎을 자세히 보며 한번 더 놀랐다. 괴마옥은 아무래도 식물의 아래 부분이 특징적으로 생기다보니 아래에만 시선이 가는데, 위쪽의 잎사귀 부분만을 찍은 사진을 보니 내가 알던 그 친구가 아닌 것 같아 새롭게 느껴졌다.
이 식물이 저 식물 같고, 푸른 건 다 거기서 거기인 것 같은 식물 까막눈이었던 제가 식물에 관심을 가지면서 가장 궁금했던 건 식물의 이름이었습니다. 늘 보던 식물도 이름을 알고 나면 완전히 달라보였습니다. 최근에 알게 된 사람의 얼굴을 예전부터 갖고 있던 사진에서 우연히 발견했을 때의 놀라움 같은 것이랄까요. 식물은 달라진 것이 없지만, 저에게는 이제 예전의 그 식물이 아니었습니다. 시의 한 구절처럼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비로소 나에게로 와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된 것이죠. (p. 72)
내가 돈나무라고 알고 있었던 식물의 이름은 염자였다. (염좌, 화월이라고도 함) 오래전부터 우리 집에 있었던 식물인데, 식물에 별 관심이 없던 때에도 이 친구는 이상하게 좋았다. 오동통한 잎이 귀여웠달까. 책 속에서 다시 보니 반가웠다.
식물 초보라면, 일단 작은 성공의 기쁨을 맛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그저 살아남게 하는 것을 넘어 더 풍성하게 키우는 단계에도 도전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 면에서 장미허브는 정말 좋은 치어리더입니다. 하지만 혹시 장미허브 키우기마저 실패해도 너무 실망하지는 마세요. 반드시 자신만의 특별한 치어리더를 만나게 될 겁니다. 더 어려운 식물이 치어리더가 되어 주려고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p. 95)
나에게 치어리더는 스킨답서스였다. 실내에서 키워도, 무심하게 물컵에 꽂아 두어도 너무나 잘 자란다. 나에게 와도 잘 자라주는 식물이 있다니 너무나 고맙고 기특했다.
책을 읽으며 식물에게 물을 주는 것도 많은 신경을 써야 하는 일이란 걸 알게 되었다. 그저 정해진 횟수대로 물만 주었을 뿐인데 왜 자꾸 죽을까 했더니, 물 주는 것조차 그때그때 상태를 잘 살펴서 주어야 했던 것이다. 여름과 겨울에는 물의 온도도 신경 쓰는 것이 좋고, 졸졸졸 적은 양을 찔끔 주는 것이 아니라 화분 아래로 물이 흘러나오도록 흠뻑 주어야 한다고 한다. 물을 주는 것은 단순히 식물에 수분을 공급할 뿐만 아니라 뿌리 주변의 노폐물을 씻어주는 역할도 한다. 나 역시 저자처럼 물 주는 타이밍을 잘 못 읽어 애매한 양의 물을 식물들에게 주곤 했는데 이것이 식물들을 죽게 만든 원인 중 하나였던 것 같다.
식물들의 사진을 쭉 보다 보니 신기하게 생긴 식물들이 있었다. 몬스테라 아단소니의 경우 책에서가 아닌 실제로 처음 식물을 보았다면 벌레 먹은 게 아닐까 생각했을 것이다. 잎의 중간 중간에 구멍이 뻥뻥 나 있다. 정글에서 사는 식물이라 햇빛이 부족한 울창한 숲속에서 아래부분의 잎도 빛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이라고 한다.
책을 읽고 있으니 새로운 초록이들을 더 들이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사철나무와 산세베리아를 키워보고 싶다. 생명력이 강한 편이라는 말에 또 도전해보고 싶어졌다.
예전에 다른 책에서(어딘지 기억이 안남;) 보았던 내용인데, 사람은 녹색을 보는 것 만으로도 스트레스가 감소하고, 자연의 사진이나 그림을 보면 그 효과가 더 커진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 책 속 식물들의 사진을 보는 것도 읽는 이의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겠다. 거리두기 단계가 상향되어 외출도 마음껏 하기 어려운 시기인데, 책을 통해 녹색을 맘껏 보니 한결 기분이 가벼워진다. 얼마 전에 구입했던 자연의 소리 앨범과 함께 들으며 읽으니 더욱 좋다. 식물원에 와 있는 것 같은 기분도 든다. 저자의 잔잔한 이야기들을 읽고 있는 것도 상쾌한 분위기에 한 몫을 한다. 산책길에서 저자와 도란도란 사진과 식물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 같기도 하다.
책 속 식물들의 사진을 보고 있으면 원래 알고 있던 식물이라도 이상하게 이질감이 느껴지면서 ‘얘가 원래 이렇게 예뻤나?’ 라는 생각이 든다. 전에는 왜 이 귀여운 친구들을 자세히 보지 못했을까. <식물 사진관>은 익숙하다 여겼던 우리집 식물들을 다시 들여다보게 만들고,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던 그들의 매력을 발견하도록 한다. 우리집 식물친구들에게 애정의 눈길이 가도록 만드는 책이다. 계속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는데 왠지 오늘은 친구들이 더 귀엽게 느껴진다.
(이것은 제가 찍은 사진 입니다.)
저자의 감성 사진들을 보고 있자니 나도 우리집 식물친구들을 찍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 괜히 몇 장 찍어본다. (그러나 책 속에서 느꼈던 감성은 없다. 그냥 식물 사진일 뿐이다. )
살아남기 힘든 우리집에서도 잘 버텨준 이 친구들이 고맙다. 그런 마음을 담아 사진을 찍으려 했는데, 내가 찍은 사진에서는 그런 감정이 잘 느껴지지 않는 것 같다.
반려 동물에 비해 반려 식물들은 손이 덜 간다고 생각했었다. 햇빛, 물, 온도, 바람만 적절히 잘 맞춰주면 알아서 잘 자란다고 생각했다. 동물처럼 놀아줄 일도 없고 산책도 필요가 없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니 내 생각이 틀렸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오히려 식물들은 소리를 내지 못하고 표현을 하지 못하니 더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 보아야 했다. 햇빛, 물, 온도, 바람만 하더라도 식물마다 선호하는 정도가 다 다르고 같은 식물도 그때그때 처한 환경이나 컨디션에 따라 또 달라진다. 식물들도 동물을 키울때 만큼의 관심과 애정을 쏟아야 잘 자라나는 것 같다. 지금에서야 생각해보니 나에게 가장 부족했던 것도 식물들에 대한 관심이 아니었나 싶다.
<식물 사진관>은 식물 초보, 식물킬러, 식물 저승사자들에게, 반려식물 가꾸기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익숙한 것에서 낯설음과 즐거움을 느끼고 싶은 사람에게, 싱그러운 에너지를 가진 조용한 친구를 사귀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이 책 한권으로 식물 기르기를 완벽하게 마스터할 수는 없지만, 집에 있는 식물들이 이전보다 더 귀엽고 사랑스럽게 느껴질 것만은 확실하다. 식물은 당연히 살아있는 생물이지만 책을 읽고 나니 이들이 더 생생하게 살아있음이 느껴진다.
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식물을 들여다보는 것이 취미였는데, 그 식물들을 사진으로 찍고 책을 만들었다. 저자도 이렇게 책을 낼 줄 몰랐다고 할 정도로 식물을 키우는 데는 똥손이였다고 한다. 그동안 죽인 식물들도 많다고 하는데, 식물 사진을 찍으면서 식물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지고 식물을 바라보게 되었다고. 사진을 찍는 사람의 입장에서 식물은 찍기 좋은 피사체였다고 하는데, 그동안 찍은 사진에서도 식물이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키우던 식물이 아닌 지인중에 플라워샵을 하는 지인의 식물을 가져다 찍기 시작해서 인스타에 올리고 그 사진들을 계기로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단순히 식물사진을 찍는데 식물의 정보가 왜 필요할까 싶지만, 피사체에 대한 정보가 있으면 사진을 찍는 데 도움이 되기에 식물에 대해서 하나씩 알아나갔다 말한다. 식물도감이라고 할 정도로 이 책에는 다양한 식물들의 정보가 가득하다.
책을 쭉 넘겨보다가 만남 염좌. 엇, 이거 우리집에 있는 건데? 하고 살펴보니 정말 우리집에 있는 다육이다. 키우고 있지만 이름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키우고 있었던터. 책에서 만나이 얼마나 반갑던지. 나도 식물사진 하나 남겨보았다.
평소에도 식물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했는데, 이 책을 보고 나니 더 식물사진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식물의 이름도 궁금했고, 그 아이들의 특징이나 물주는 주기 등도 궁금해졌다. 키우고 있는 식물들이 많지는 않지만 키우는 아이들의 정보는 제대로 알고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그러나 저자는 이렇게 식물에 대해 많이 알게 되어서 식물을 더 잘 키우게 된 것은 아니라고 한다. 식물에 대한 애정이 늘고 관심이 늘었다는 것. 이 책을 통해 식물을 키우는 과정이 즐거워 졌으면 좋겠다는 게 저자의 바람이다.
초록 창에 '반려 식물'이라는 검색어를 기입하면 '인테리어'라는 단어가 따라온다. 이제는 식물이 인테리어의 한 부분으로 여길 만큼 많은 사람이 집안에서 식물을 키우고 바라보는 일을 즐기는 시대가 되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아프다고 말도 못 하는 식물을 키우는 일이란 쉽지 않다. 특히 나처럼 키우던 식물들과 잦은 이별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나에게 딱 맞는 식물이 따로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하게 되고, 나와 잘 맞을 것 같은 식물을 누가 콕 집어 알려주기를 바란다. 다시 헤어지지 않을 반려 식물을 만나고 싶은 소망으로 <당신의 친구가 될 식물을 찾아 주는 식물 사진관>을 펼쳤다.
사진을 업으로 하는 작가는 본인을 식물을 잘 키우지 못하는 사람, 식물 초보라고 소개한다. 몇 번의 떠나보냄을 통해 식물과 멀어졌다가 갑자기 식물을 찍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고 꽃집 하는 동생으로부터 독특한 식물을 가져와 찍기 시작했단다. 사진을 찍는다는 건 그저 보이는 대상을 찍는 것이 아니라 관찰의 시간이 먼저 필요하다. 어떤 부분이 예쁘게 나오고 어느 부분이 매혹적으로 나오는지 촘촘하게 살펴야 한다. 작가는 식물을 관찰하며 식물과 다시 가까워졌고 빌려온 식물을 죽이지 않고자 공부하게 되었고 더 많은 식물과 지내게 되었다.
이 책에는 저자가 처음 만난 식물과 친구가 되는 과정이 다정하고 세심하게 적혀있다. 어린잎 다칠세라 손 조심하고, 환경이 달라져 시달까 봐 노심초사하고, 어여쁜 모습 보여주려고 빛과 배경에도 공들이고,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 식물의 본명을 찾아준다. 저자가 식물을 좋아하는 마음이 글에 넘치도록 가득하다.
잘 자라는 식물이나 잘 죽지 않는 식물을 추천하는 책을 기대했지만 그런 내용은 없었다. 그러나 '세상 누구도 이런 식물은 이렇게 키워야 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는 걸 배웠다. 식물은 말하지 못하는 존재이지만, 엄연히 살아있고 나름대로 표현을 한다. 금방 눈에 띄는 변화를 보여주지 않더라고 매일 관심을 갖고 바라보면 작은 변화를 알아차리게 되고 반려 식물에게 맞는 환경을 제공해 줄 수 있게 된다고 말이다.
나는 식물을 집에 들여놓을 때마다 인터넷에서 새로 가져온 식물의 정보를 알아보곤 했는데, 그 정보가 만사가 아니라는 것에 위안을 받았다. 식물이 아플 때마다 엇갈리는 정보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조언도 내 집의 환경과 나의 성향을 모르기에 아픈 식물에 대해 100% 옳은 처방을 내리기 힘들다고 말이다. 결국 내가 식물을 겪고 경험하면서 천천히 식물과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식물에 대한 올바른 애정이 식물을 건강하게 자라게 한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의 담백한 식물 기록기는 내 반려 식물을 생각나게 했고, 나의 무관심을 바로잡아주었고, 매일 바라보고 애정을 쏟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나만의 식물 친구를 새로 찾진 못했지만 내 곁에 있는 존재를 소중하게 대하는 계기가 되었다.
독특하고 다양한 식물이 궁금한 분께,
담백한 식물 사진에서 식물의 매력을 발견하고 싶은 분께,
식물 초보라서 식물 키우기가 두려운 분께,
식물을 좋아하는 모든 분께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