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에 대하여 77세 김여사인 엄마가 접촉 사고를 내셨다. 엄마는 내가 놀랄까봐 가볍게 긇었다고 보험회사 부르라고 하셨고 나는 급하게 엄마에게 달려가면서 보험회사를 불렀다. 현장에 도착해보니 두 차로 인해 정체가 되고 있었고, 김여사는 차안에 꿋꿋이 앉아계셨다. 현장 사진을 찍고 상대 운전자와 간단히 이야기 한 후 차를 뺏다. 큰 소리 치시는 엄마의 진술은 오히려 불리했다. 엄마를 내 차에 타시도록 한 후 처리를 마치고 집으로 왔다. 얼마전 읽었던 ‘아흔살 슈퍼우먼을 지키는 중입니다’의 20대 저자는 할머니의 치매와 소천을 지켜본 글을 책으로 냈다. 치매가 진행되면서 평생 일만하신 슈퍼우먼 할머니는 취미생활도 하고싶은 일도 오로지 밭일이었다. 우리 엄마도 평생 일만하신 만만찮은 80을 바라보는 슈퍼우먼이다. 아흔살 유퍼우먼은 아무것도 심지 않은 밭에 땡볕에서 풀을 뽑으신다. 손녀는 소리치면서 데리고 들어오기를 반복했고 할머니 지키기가 너무 힘들다 표현했다. 그 후 할머니의 치매가 점점 심해지자 기력도 없어지면서 욕창이 염려될 정도로 누워계셔야했다. 그 때 저자는 할머니가 밭에 나가 풀이라도 뽑을 때가 좋았다 한다. 요즘들어 엄마의 청력은 내 언성을 높아지게 한다. 사고처리를 하고 집으로 와서 나는 큰소리로 엄마에게 엄마 이제 운전 ‘절때로’ 하지마 !!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말하지 않았다. 그리고 사먹는게 더 낫겠다 싶을 정도로 밭에 거름과 에너지를 쏟으시는 엄마에게 ‘사먹는게 더 나아’라고 말하지 않는다. 엄마는 사고도 좀 내시면서 밭일에 에너지를 쏟으시면서 활동하는게 엄마에게 더 행복이라 생각이 든다. 엄마가 건강하시다는 표시이기 때문이다. 운전하지 않고 밭일도 하지 않고 집에 편히 계신다고 엄마가 더 행복할 것 같다고 생각이 들지 않는다. 아흔 슈퍼우먼을 알고 난 후 엄마가 집에 조용히 계시다보면 기력이 더 쇠퇴할지도 모르고 그러면 그 20대 손녀처럼 ‘쓸데없이 밭에 나가 풀 뽑는 엄마’를 그리워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든다. 요즘 나도 의도치 않게 향수향이 짙어진다. 화장하기 전에 뿌려놓고 화장을 마치고 향수를 뿌렸는지 안뿌렸는지 기억이 나지않아서 행여 나의 체취가 상대에게 불쾌감을 줄까봐 다시 뿌리고 나온다. 어쩌면 나도 그 시작인지도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