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 무엇보다 좋은 책을 선별해 사람들에게 팔고 싶은 사람. 그 사람들 이야기를 읽다보면 우리 마음속 깊은 곳에 꼭꼭 묻어두었던 작은 꿈 하나가 생각난다. 희망사항이 조금씩 바뀌기는 하지만 책과 관련된 것임에는 변함이 없다. 예전엔 도서관 사서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었고, 최근엔 조그만 동네책방을 하는 사람이 멋지다. 좋아하는 커피를 마시면서 책에 둘러 싸여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이런 생각을 곧잘 한다.
하지만 도서관 사서는 책을 볼 시간이 없고, 동네 책방은 책이 잘 팔리지 않아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으리라는 건 불을 보듯 뻔하지 않는가. 그저 책방을 탐방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는가.
표지도 예쁘고 서점에 관련된 이야기라 구매한 책이다. 대학다닐때부터 아르바이트 부터 시작해 10년을 서점에서 일한 츠키하라 잇세이의 이야기는 잔잔한 감동이 있다. 이런 류의 일본 소설을 좋아하는데 내 취향에 딱 맞는 책이었다.
오래된 백화점의 한 코너에 위치한 긴가도 서점의 문고본 담당 잇세이는 말수가 적지만 책에 관한한 숨은 명작을 찾아내는 능력이 뛰어나 '보물 찾기 대마왕'으로 불린다. 다른 아이들에게 휘말려 책을 훔치던 소년을 쫓다가 소년이 다친 뒤로 사람들의 뭇매를 맞았다. 그 이유로 좋아하던 서점을 그만두고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교류를 한 사람 중의 하나가 '오후도 서점 주인이었다. 오후도 서점이 위치한 사쿠라노마치 마을의 아름다움과 책에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오후도 서점의 블로그의 새글이 올라오지 않아 궁금했고 아프고 난 뒤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싶어 떠난 여행이었다.
앞서 긴가도 서점의 문고본 담당으로 있을 때 드라마 작가인 단 시게히코의 소설 <4월의 물고기>를 발굴해 많은 사람들에게 팔릴 거라며 책을 알리는 POP를 제작하려고 했고 사인본을 선점하고자 했었다. 잇세이가 오후도 서점의 주인을 만나 그곳에서 일하기로 하며 그의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오후도 서점 주인에게 그리움을 안겨주는 잇세이의 외모와 인기작가인 요모기노 준야와 닮은 이유, 서로 이름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블로그를 하며 같은 서점일을 한다는 것으로 친해진 친구의 존재 등, 잇세이는 모르지만 독자들은 알 수 있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있었다.
잇세이가 오후도 서점을 맡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들이 그저 흐뭇하게 만드는 이유, 이래서 일본 소설을 읽는 것 같다. 잔잔하면서도 감동이 있는 소설. 더군다나 책이 가득한 서점이야기라면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그야말로 피할 수 없는 주제가 아니던가.
그 다음 이야기 <별을 잇는 손>이 나와 있었다. 오후도 서점을 이끌어가는 잇세이의 새로운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 |
긴가도 서점의 문고본 서가 담당자인 잇세이는 어느날 책을 훔쳐 도망가는 소년을 쫓게 되는데, 쫓기던 중학생이 그만 사고를 당하고 만다. 다행히 큰 사고가 아니었고, 주변의 강압에 의해 책을 훔쳤던 소년과 부모는 서점에 사과를 하고 일은 일단락 되는 듯 했다. 하지만 잇세이가 과하게 소년을 쫓아 사고가 났다는 사람들의 비난이 이어지기 시작하고 서점과 서점이 위치한 백화점에게까지 좋지 않은 소리가 이어지자 결국 잇세이는 자진해서 서점을 그만 둔다.
그렇게 이야기는 시작한다. 그리고 이후의 이야기는 '4월의 물고기'라는, 잇세이가 관심을 가지고 자신이 손으로 서가에 진열하고 사람들에게 읽히고 싶어했던 책과 서점을 떠난 그의 바램을 이뤄주기 위해 노력하는 긴가도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응? 제목은 ‘오후도 서점’ 아니었나? 이쯤 되고 보면 고개가 갸웃해진다(실제로 잇세이가 오후도 서점에 발을 들이기까지 2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 지나간다). 하지만 일본 소설 특유의 섬세함이 묻어나 아, 그렇구나 이해가 되기도 한다. 다만 어떻게 풀어낼지 기대했던 인물들간의 관계라든가 벚꽃이 만발하여 아름다운 풍경 속 오후도 서점에서 잇세이가 새롭게 만난 공간과 익숙해져 가는 과정들을 기대했던 나로서는 조금 아쉽기도 했다. 거기에 후반부가 조금은 과하게 감상적으로 흘러간 것은 아닐까 싶은 마음도 조금.
하지만 이런 작은 아쉬움과는 별개로 책을 읽는 동안 잇세이와 그의 동료들, 그리고 글을 쓰는 작가들의 이야기를 만나며 내게 있어 책은, 그리고 서점은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보았다.
‘성냥팔이 소녀처럼.’..(중략)..소녀에게 성냥이 있었다면 어린 잇세이에게는 책이 있었다..(중략)..만약 책이 없었다면 진작 마음이 얼어붙었을 것이다. p.46
잇세이에게 책은 외로운 마음을 지켜주는 존재였고, 그런 책을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싶다는 생각에 그는 좋은 글을 찾아내려 노력한다.
‘나는 사금을 캐고 있는 건지도 몰라.’ 소중한 사금이 강물에 떠내려가지 않도록, 눈에 띄지 못한 채 모래에 휩쓸려 강바닥으로 가라앉지 않도록. p.44
그 책이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잇세이는 거센 물살을 견디며 정성스레 사금을 캐고 있는 것이다. p.45
내게 책은 휴식이자 도피이다. 지친 일상으로부터의 한숨 돌릴 수 있는 여유로움이기도 하고 동시에 잠시라도 잊을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은 독서에 체계가 잡혀 있지 않고 눈에 띄는 대로 읽는 편이긴 하지만 그저 즐거우니(물론 가끔은 눈으로 들인 글을 머리로, 마음으로 보내느라 힘들기도 하지만 이마저도) 좋지 않은가 하는 다소 단순한 이유를 들어본다. 그리고 이런 책들이 가득 쌓여있는 서점이라니! 마치 맛있는 뷔페 레스토랑에 들어가 무엇을 먼저 먹어야 할지, 고민하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잇세이와 서점인들의 이야기를 읽고 나니 한 권의 책이 서점의 서가에 위치하기까지, 또는 인터넷 서점의 추천 도서로 뜨기까지 참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와 고민들이 있겠구나, 여지껏 생각해 보지 못했던 부분을 바라보게 보게 되었다. 그래서였을까? 책을 읽은 후 들른 서점에서 책들이 왜 이 자리에 놓였는지 추측해 보는 것도 나름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덧붙이는 글 하나. 너무 생생하게 설명을 해 두어, 책을 관통하는 도서 ‘4월의 물고기’라는 소설이 실제로 있는 것은 아닐지 검색해 본 것은 조금은 쑥쓰럽지만 안 비밀 : ) (실제로 동명의 소설이 있었다. 일본소설이 아닌 한국소설이었지만 말이다) 두울. 얼마 전 리뷰를 남긴 '중쇄를 찍자'와 어딘가 이야기가 닿아있는 느낌 ('중쇄를 찍자'는 출판인들의 이야기가 중심인데, 함께 일하는 서점인들의 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
*기억에 남는 문장 “살아가는 일을 포기하지 마, 행복해지는 것도. 앞으로 나아가는 일을 포기하면 인간은 그 자리에서 썩어버릴 뿐이야.” p.90
이건 ‘잘 있어’의 냄새다..(중략)..민감한 코에 눈물의 냄새가 아플 정도로 파고들었다. 가슴이 불안으로 꽉 조이는 느낌이었다. p.138
소용없었다.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말에 따르면, 사랑은 하는 것이 아니라 빠지는 것이다. 별안간 벼랑 아래로 내던져지듯이 운명의 선고가 내려진 것이니 이제 와서 부정하고 저항해봐도 소용없는 일이었다. p.150
식료품이나 의류와는 달리 책이라는 것은 없어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책 없이는 살 수 없는 사람들'은 실상 그리 많지않다. p.174 *이 대목을 읽다가 책 없이 살 수 없는 이웃님들이 참 많다는 생각에 혼자 웃음을 지었다 : )
‘아아, 책 냄새다.’ 코 끝에 스미는, 침엽수를 닮은 냄새. 어렴풋이 냉기가 느껴지는, 알싸하고 적막한 냄새. 한없이 그리웠던 냄새. p.224
유백색 유리창 너머는 흑요석을 깔아놓은 듯한 캄캄한 어둠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이 밤이 지나면 아침이 온다는 사실을 잇세이는 알고 있다. 이 마을에서 맞는 첫 아침 하늘은 어떤 색일까. p.251
그들을 위해 서점 주인은 책을 고르고 추천해온 것이다. 활자 세계로 가는 머나먼 여정의 길동무, 혹은 하늘에서 빛을 발하며 방향을 알려주는 별처럼. p.274
‘살아있는 한, 그래도 되지 않을까요. 꿈꾸는 일은.’ p.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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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을 지키는 사람들의 이야기
서점에 얽힌 특별한 추억이 있는 것도 아닌데, ‘서점 ’ 이라는 단어는 책을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뭔가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그래서 책 제목에 ‘ 서점 ’ 이 들어가는 책을 보게 되면 나도 모르게 손이 먼저 나가고 만다. < 오후도 서점 이야기> 는 개브리얼 제빈의 < 섬에 있는 서점 >, 미카미 엔의 < 비블리아 고서당의 사건 수첩 >이나 셸리 킹의 < 모든 일이 드래건플라이 헌 책방에서 시작되었다 > 등의 서점을 배경으로 한 소설과는 그 결이 좀 다른 것 같다. 서점을 배경으로 했지만 책과 사람이 주인공이었던 다른 소설들에 비해 < 오후도 서점 이야기 > 에서는 서점이 주인공이다. < 오후도 서점 이야기 > 는 바로 그 서점을 지키려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책을 어떻게 진열하는지, POP 를 통해 책의 내용을 홍보하고, 직장인들의 애환이 느껴지는 출판사 영업 직원들 간의 관계라던지 서점과 관련된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나와서 무척 인상적이었다.
주인공인 ‘ 츠키하라 잇세이 ’ 는 오래된 백화점 안에 있는 긴가도 서점에서 문고본을 담당하는 직원이다.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는 않고 조용한 성품이지만 남들이 발견하지 못한 숨겨진 보석 같은 작품을 귀신 같이 찾아내서 ‘ 보물찾기 대마왕 ’ 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책을 사랑하는 직원이다. 긴가도 서점의 문고본은 잇세이가 진열한 책이 아니면 독자를 만날 기회가 없다. 수없이 쏟아지는 책들 사이에서 손님과 한 권의 책을 이어주는 오작교의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잇세이가 하는 일이었다. 잇세이는 사금을 캐는 것처럼, 보물을 찾는 것처럼 수많은 책들 중에서 정성을 다해 좋은 책을 고르고 골라서 그의 서가와 평대에 책들을 진열했다.
언뜻 평범하게 놓여 있는 것처럼 보이는 책에, 책이 놓인 그 위치에 손님에게 보내는 무언의 메시지가 숨어 있다.
나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책장 정리를 하는데, 그 때 나의 감정이나 상황에 따라 책을 정리하는 기준이 달라진다. 기분 전환을 위한 책을 읽을 지, 미뤄 둔 책을 읽을 지 아니면 일에 관련한 책을 읽을 지 특별한 목표에 따라 책을 정리해서 다시 책장에 진열을 한다. 나도 이렇게 책장을 나름의 기준을 세워서 정리를 하는데, 지금까지 서점에 갔을 때 직원들이 책들을 어떻게 정리해 두었는지 살펴 볼 생각도 하지 못했다. 다음에 서점을 갈 때에는 서점 직원들이 책들을 통해 나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는지 진열 상태를 꼼꼼히 살펴봐야 할 것 같다. < 오후도 서점 이야기 >를 읽다보면 이렇게 사명감이 투철하고 책에 대한 철학이 확실한 직원들이 있다는 일본 서점에 혐한 서적 코너가 따로 있다는 점은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우리나라의 경우 타국을 비난하는 책을 본 적이 거의 없는데, 유독 일본에선 우리나라를 혐오하는 책이 많이 출판되고 그런 책만 두는 코너가 따로 있다는 점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한권의 책으로 그날의 기분이 바뀔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잇세이는 알고 잇다. 가령 운수가 나쁜 하루였다 해도 귀갓길에 들른 서점에서 우연히 집어든 책을 읽고 다음 날은 기운 내서 열심히 살아보자고 마음먹게 되기도 하는 것이다. 읽는 사람의 기분을 살짝 좋게 만드는 것만이 책이 가진 힘이 아니다. 삶이 괴로울 때나 외로움을 견딜 수 없어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에도 읽다 만 책의 뒷 이야기가 궁금해 내일까지, 또 그다음 날까지 버틸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던 중 잇세이는 출판사에서 보내온 신간들 중에서 단 시케히코의 < 4월의 물고기 > 라는 작품의 교정쇄를 보게 되고 이 작품은 ‘ 될 것 ’ 이라는 직감에 사로잡혔다. 단 시케히코의 < 4월의 물고기 > 를 어떻게 홍보를 할 것인지 기대에 부푼 나날을 보내던 중, 잇세이의 인생을 뒤바꾸게 되는 큰 사건이 일어난다. 그 사건으로 인해 서점과 백화점이 피해를 입을 것을 걱정한 잇세이는 그를 위로하고 감싸주었던 동료들에게 < 4월의 물고기 > 의 홍보를 부탁하고 서점을 떠나게 된다.
‘ 당신은 지금 ‘ 어딘가 ’ 로 가고 싶어 하고 있어요. 지금 ‘ 이곳 ’에서 ‘ 어딘가 ’로 떠나고 싶다고 말이죠. 하지만 당신은 ‘ 이곳 ’ 을 떠날 수 없다고 착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상처를 안고 사는 거죠. ’ 다리가 아프면 아무데도 가지 않아도 되니까. 아무 데도 안 보내려고, 안 가도 된다고, 뇌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거예요
갈 곳이 없던 잇세이는 자신이 운영하는 서평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된 온라인 친구가 만나러 가기로 결정한다. 그는 산골짜기 작은 마을의 ‘ 오후도 ’ 라는 서점 주인으로 책과 세상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넘치고 책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이라서 잇세이와 마음이 통하는 사람이었다. 잇세이가 자신에게 일어난 일 때문에 인터넷에 글을 올리지 못하는 동안 무슨 일인지 오후도 서점의 주인도 글을 올리지 않고 있어서 걱정되는 마음에 찾아 가보기로 한다.
앵무새 선장을 어깨에 태우고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마을로, 작은 서점을 찾아 떠나볼까. 동화 속 주인공처럼...
사고 때문에 다친 왼발을 끌고 그는 몸과 마음을 치료해 주는 온천도 있고 벚꽃이 아름답다는 ‘ 오후도 서점 ’ 이 있는 깊은 산골짜기 작은 마을로 길을 떠나게 된다. 표지와 같이 아름다운 벚꽃에 둘러싸인 오후도 서점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 말이다.
‘ 책을 읽는, 책 없이는 살 수 없는 사람들 ’ 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더 이상 사람들에게 ‘ 책 ’ 이란 매력적인 존재가 아니다.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정보나 재미를 대신할 수 있는 각종 영상매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고, 스마트폰의 보급과 빠른 인터넷은 그 변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일본의 출판 시장은 우리나라 보다 규모가 훨씬 크다고 들었는데, 일본의 상황도 우리만큼 좋지 않은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도 몇 십 년 전통의 서점들부터 시작해서 동네 서점들도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고 있는 상황이고, 몇 년 전에는 국내 2위 서적 도매상인 송인서적이 부도가 나서 출판계가 벼랑 끝에 몰렸다는 기사도 본 적이 있다. 소설에서는 잇세이의 말을 통해서 일본 출판계의 현실에 대한 작가의 걱정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만큼이나 일본의 현실도 답이 없는 것 같아서 책을 사랑하는 독자 입장에선 한숨밖에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들이 책을 안 본다고, 시대가 그러니 어쩔 수 없다고 포기하고 주저앉는 것이 아니라 잇세이와 동료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이런 책이 있다고 있는 힘을 다해 세상에 외쳤다. 실제 우리의 현실에선 ‘그들은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라는 행복한 결말을 맞을 수 있었을지 의문이 들지만 < 오후도 서점 이야기 > 속 현실에서는 잇세이와 동료들은 동화 같은 행복한 결말과 마주할 수 있었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서로 힘을 합쳐 좋은 책을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각자의 자리에서 노력하는 모습들이 사랑스러웠고, 그들의 노력이 희망을 만들어 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마음 속 상처는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할 때 그 아픔을 치유할 수 있다는 것을 < 오후도 서점 이야기 > 에서 잇세이와 그들의 동료를 통해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내 곁에서 나를 믿어주고 지지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깨달을 수 있는 소설이었다. 일본 특유의 감성이 넘치는 소설이라 읽다보면 오글오글한 기분이 들 수도 있지만 그래도 가끔 이렇게 오글오글한 느낌의 ‘세상이 아름답다는 메시지 ’ 를 던지는 따뜻한 힐링 소설이 읽고 싶을 때가 있다. 항상 매콤한 토마토 파스타를 먹다가 가끔 아주 느끼한 크림 파스타가 먹고 싶을 때처럼 말이다. 책을 사랑하는 독자들이라면 책과 서점에 관한 이야기가 잔잔하게 펼쳐지는 < 오후도 서점 이야기 > 를 읽어 볼 것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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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야리야리한 몸매의 사서가 여주인공으로 나와 걸핏하면 책을 떨어뜨리거나 기침을 하다 중병에 걸리는 그런 스토리가 유행했다. 이젠 사서가 주인공인 책이나 드라마를 아예 보기가 힘들어서 왜곡된 이미지로나마 등장했던 예전을 그리워해야하는지 모르겠다. 주위에 사서가 많지만 그렇게 드라마틱한 현실인물은 만난 적이 없으니 이것이 바로 이상과 현실이랄까. 서점이야기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우리가 생각하는 서점은 인적이 드문 조용한 서점에 지적인 이미지의 서점 주인이 책을 읽다 손님을 맞이하는 만화의 한 장면 같은 것이지만, 서점을 하며 그 경험을 책으로 펴낸 사람들의 이야기는 어쩐지 처절하다. 특히 혼자 서점을 하는 사람들은 이상한 손님을 만나도 도망갈 곳이 없고 화장실 한번 가려고 해도 문을 잠그고 가야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오후도 서점 이야기>라는 제목에 낭만적 그림이 그려진 이 소설은 읽기도 전에 기분이 좋아졌지만 대강 스토리가 예상되는 책이었다. 이런 책을 읽고나면 앞뒤 재지 않고 서점을 하고 싶다, 책을 쓰고 싶다는 단순한(?) 욕망에 빠지기 때문에 스스로 브레이크를 걸어봤지만 역시 읽고야 말았다. 처음엔 현실적인 이야기로 시작한다. 책을 읽는 사람이 줄어드는 것은 일본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낡은 백화점에 입점한 서점, 긴가도 서점에는 보석같은 책을 발견해내는 능력을 가진 직원, 츠키하라 잇세이가 근무하고 있다. 그런 그가 사랑받을 책으로 선택한 것은 예전 드라마 작가였던 단 시게히코의 신간 <4월의 물고기>. 서점에 자주 책이 없어지는 사건이 발생하자 직원들은 용의자로 한 학생을 지목했고, 어느날 그 학생이 책을 훔치는 장면을 목격한 잇세이는 도망가는 학생을 추격하다 백화점 밖에서 교통사고로 이어질뻔한 일이 발생한다. SNS에 잇세이의 사진이 퍼지고 항의 전화가 빗발치자 10년간 근무했던 긴가도 서점을 그만두게 된다. 직장을 그만두고 시간이 난 잇세이는 블로그 이웃이던 오후도 서점의 주인이 글을 올리지 않게 되자 직접 그를 찾아가보기로 한다. 오후도 서점의 주인은 병에 걸려 입원 중이었고, 자신의 아들을 닮은 잇세이에게 오후도 서점을 맡아달라고 부탁한다. <4월의 물고기>와 같은 좋은 작품을 알아보고 작품을 홍보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애쓰는 장면은 감동스럽기까지 하다. 한참 잘나가는 드라마 작가일 때 그에게 슬리퍼까지 맞았던 여배우, 처음 책을 알아보고 홍보를 결심한 잇세이, 잇세이를 좋아하는 두 여자 나기사와 소노에의 라디오 홍보와 띠지, 포스터 홍보, 잇세이를 지켜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에 1층 홍보 부스를 내준 백화점. 현실에 있을 것 같진 않지만 좋은 작품은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아름다운 장면들이다. <중쇄를 찍자>에서도 본 것 같은데, 일본의 서점에는 "띠지 홍보" 라든가 "POP홍보"라는 재미있는 시스템이 존재한다. 새책이 나왔을 때 판촉을 위해 출판사 뿐 아니라 해당 서점 담당 직원이 개별 홍보를 할 수 있는 것으로 보통 드라마나 책에서는 그들의 실력 보다는 얼마나 그 책을 사랑하느냐 하는 진심으로 만드는 것들이다. 요즘 우리나라 서점에서도 개성있는 홍보수단들이 등장하고 있는데 궁극적으로는 책 판매를 위한 것이지만 내적으로 그 책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어려운 일들이기도 하다. 단순한 스토리같아 보이지만 약간의 연애스토리도, 기억상실 스토리도, 또 약간의 판타지도 존재하는 "잘 읽히는 소설"임이 분명하다. 시끄러운 버스 안에서도 신나게 읽었고 다 읽고 나면 흐뭇한 미소가 지어진다. 다만 현실을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리지만.. 좋은 책을 발견해 팔고 싶었던 서점 직원들, 좋은 책을 쓰고 싶었던 옛 드라마 작가, 좋은 책을 읽고 소개하고 싶었던 배우, 좋은 책을 추천하고 배달했던 노 서점주인까지 책을 사랑한 사람들의 행복한 이야기, <오후도 서점 이야기>이다. |
저는 어쩔수 없는 오래된 사람임에는 분명한 모양입니다. 저는 요즘 길거리를 다니면서 책방이나 서점이라고 적힌 간판을 본 적이 드문 것 같습니다. 도시에는 대형 서점이 있겠지만 동네 서점과는 다른 느낌이 들어 우리 같은 좀 지난 나이에는 방문하기가 부담스러워 지는 것이 정상인 것 같습니다. 요즘은 e북이라는 전자책을 보는 시대이니 동네 서점이 사라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래도 동네 서점이 그립네요. 이 책을 보니 그런 기적이 내 주위에도 일어났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사랑스러운 책입니다. |
■ 시작하기 전에 <오후도 서점 이야기>는 2017년 14회 서점대상 후보작으로 일본 내 서점 직원들이 직접 뽑은 올해의 책 5위에 선정된 소설이다. 저자 무랴아마 사키는 아동 문학으로 데뷔했다. <오후도 서점 이야기> 두번째 이야기인 <별을 잇는 손>을 발표했고 한국에도 2019년 5월에 출간되었다. 오래된 백화점 내 긴가도 서점 문고본 서가에서 일하고 있는 잇세이는 숨은 명작을 찾아내는 '보물 찾기 대마왕'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그러던 어느날 서점에서 책을 훔치려던 소년의 뒤를 쫓던 중, 도망가던 소년이 그만 교통 사고를 당해버리고 이 사건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자 서점과 백화점을 위해 잇세이는 오래 다니던 서점을 그만둔다. 이후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되었던 사쿠라노마치의 오후도 서점을 방문하고 그곳에서 아픈 자신 대신 서점을 지켜 달라는 간절한 부탁을 받게 된다. 고민 끝에 오후도 서점을 운영하기로 한 잇세이. 한편 긴가도 서점의 직원들은 잇세이가 떠나기 전 찾아낸 <4월의 물고기>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잇세이 또한 오후도 서점에서 그들과 함께 <4월의 물고기>를 알리고 오후도 서점과 사쿠라노마치를 위해 노력하기 시작한다. 원래는 <별을 잇는 손>을 읽으려고 했는데 무심코 블로그를 검색하니 내가 이 책의 리뷰를 작성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고 급하게 다시 읽었다. 내용은 기억하고 있었지만 리뷰를 남길 정도로 기억하고 있는가? 하면 그건 또 아니었던 지라 조금이라도 끄적이기 위해 다시 읽었는데 확실히 기분이 좋은 책이었다. 얼른 후속작도 읽어보고 싶다. ■ 책 리뷰 나는 서점을 무척 좋아한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인 것도 있지만, 서점이 주는 안정감이 있다. 내 책이 아니지만 빼곡히 차있는 책들을 하나 하나 훝다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편안해진다. 머리가 아플 때 서점에 있는 것만큼 행복한 일도 없다. 그러나 나는 서점의 직원들이 하는 일을 잘 모른다. 작가별, 분야별, MD별로 책을 정리하고 재고를 관리하는 일, 고객에게 서비스하는 일 정도. 주변에 대형 서점에서 일을 한 친구들이 몇명 있기는 하지만 그들에게서 제대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 그러나 비교적 일본 서점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는데 아마 소설의 배경으로 서점이 등장하는 일이 잦았기 때문이다. 한국도 비슷한 일을 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그 탓인지 어딘지 모르게 서점은 나에게 더 익숙하고 편안한 장소가 되었다. <오후도 서점 이야기>에 끌린 것도 그 때문이다. 이 곳에 등장하는 서점의 직원들은 서점과 책을 무척 사랑하고 있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 싶을 정도로 너무나도 열정적으로 그곳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다. 그렇기 때문에 잇세이가 긴가도 서점을 떠나게 되는 계기는 꽤 충격적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잇세이가 잘못한 것은 없다. 그러나 사람들의 시선은 그렇지 않다. 만약 비슷한 일이 주변에 있다면 나조차도 서점 직원을 쉽게 감싸지는 못했을 것이다. 더욱이 잇세이는 자신이 받는 비난 뿐만 아니라 자신 때문에 비난 받게 된 서점과 백화점을 위해서 과감히 사직을 결정한다. 병으로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와 누나를 교통 사고로 잃고 10년 동안 그의 삶의 지탱이 되어준 서점을 사직한 것이다. 이후 그가 오후도 서점으로 가서 다시 한 번 삶을 부여 잡는 과정은 다양한 감정이 뒤죽박죽 섞여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매우 담담하고 잔잔하다. 지루하다고 여겨질 수 있을 만큼 사건은 은근 파급력이 크게 흘러가는 데, 잇세이만큼은 조용하고 물의 흐름에 맡긴 듯 인생을 산다. 물론 그 인생은 잇세이가 선택했고, 잔잔해보이지만 결단력과 여러 감정이 복합적으로 숨어 있다. 잇세이가 서점을 그만두게 된 계기를 제외하면 <오후도 서점 이야기>는 무척 조용히 흘러 가지만 무척 판타지스럽다. 실제로 있을 수 있을까? 여러모로 의문이 가득해진다. 아예 불가능할 것 같지는 않은 평범함도 숨어져 있지만 솔직히 말해 너무 좋은 쪽으로만 흐른다. 거기에 좌절은 없다. 그러나 대신 열정이 있다. 그래서 판타지스럽지만 글을 읽어가면서 즐거워지고 행복해진다. 일상의 소중함이 살아 숨쉬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소소하고 편안한 느낌, 읽으면서 부담스럽지 않게 다가오면서 평범한 일상을, 그리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열정을 선보인다. 울컥 눈물이 쏟아지지는 않지만 감정적으로 부드럽게 상처를 매만져준다고 해야 할지. 다시 읽어도 처음 읽었을 때의 감동에서 조금도 달라지지 않는다. 그 점이 무척 매력적인 소설. |
-오후도 서점 이야기- 표지가 눈낄을 끌어서 내용을 살펴보고 구매한 책입니다. 제목에서부터 '서점 이야기'라고 나와있듯 시종일관 서점과 책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매대를 꾸미고 책을 진열하는 등 열심히 일하는 책 속 인물들의 모습을 보다 보면 서점에 대한 아련한 기억이 떠오르게 됩니다. 책의 저자가 서점의 부활을 꿈꾸며 글을 쓴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한편, 이야기의 진행 속에서 사건들에 등장하는 소재를 잘 활용하였다는 생각도 듭니다. 예를 들면, '인터넷 속에 대화 상대가 알고보니 누구였다' 하는 등의 이야기의 전개 방식은 독자로 하여금 집중을 계속 유지하게 만듭니다. |
잔잔하면서 따뜻한 이야기를 찾고 있었습니다. 과하지도 않으면서 담담하게 그려내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써. 서점관련 내용을 통해, 서점이 어떻게 꾸려지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일본과 한국이 다를 수 있겠지만, 서점이라는 공간이 궁금했던 사람들에겐 서점인들의 생활을 잠시나마 엿볼 수 있는 기회였던 것 같아요. 서점인으로 지내면서 책을 발견한다는게 얼마나 가슴벅찬 일일까요? 자신이 확신에 찬 책을 홍보하며 사람들에게 권해보고 그걸 구매한 사람이 다시 와서 또 권해달라 요청하면, 그것보다 뿌듯한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고 후다닥 속편을 구매 해 읽었네요. ㅎㅎ |
오후도 서점 이야기 .무라야마 사키 저 / 류순미 역
이런 아름다운 마을에 아름다운 서점이 있다면 꼭 가보고 싶네요. 알게모르게 살아오면서 상처를 받은 사람들이 책으로 치유 받습니다. 정말 책 카피 그대로 시골마을의 작은 서점과 도시의 오래된 서점 책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전하는 따뜻한 감동이 맞습니다.
오후도 서점도 긴가도 서점도 영원하기를 바랍니다. |
작년 겨울에 읽었던 책이다. 나도 서점에서 오래 근무를 해서 서점에서 일어나는 일상을 다룬 스토리가 너무 마음에 가깝게 와 닿았다. 오후도 서점은 서사시 같은 전개가 어떻게 보면 지루해 보일지 몰라도 하나하나 곱씹으면서 읽어나가면 마음 편안한 이야기들이다. 스포는 하지 않겠다. ^^ 그리고 잊고 있었던 책! 그런데 2편 별을 잇는 손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반가워서 2편을 사서 읽기전에 이렇게 리뷰을 남기게 되었다. 정말 주인공이 시골마을 책방을 어떻게 운영해 나갈 지 매우 궁금해진다. 자극적이지 않고 가슴 담담한 스토리를 원한다면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여러분 마음에 힐링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