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 전공자입니다. 졸업한지 오래됐어도 유전학, 진화발생생물학,유전공학도 전공필수로 들었고 과학에 관련된 책이나 기사는 되도록 찾아서라도 보는 편입니다. 학부때도 베스트셀러였던 걸로 기억하지만 읽어야할 전공원서에 치여 서점에 서서 대충 훑어보고 넘겼던 책. 그래서 읽은 것같지만 읽지 못한 책 요즘 여기저기서 다시 회자되는 통에 이참에 제대로 읽어보자고 구입했습니다. 그런데 저만 그런가요? 저는 재미가 없습니다. 전혀 몰입이 되지도 않고 어떤 페이지는 두세 번을 연달아 읽어도 도무지 그 내용이 머리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거의 직역인듯 보이는 매끄럽지 못한 번역탓일까요? 아니면 세상 모든 생명체가 유전자전달의 한낱 수단일 뿐인 '생존기계'란 작가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를 하지 못하는 제 창의성의 부재탓일까요? 암튼 저는 쉽지않게 읽었습니다. |
1976년 출판 된 이 책을 40년 기념판 19쇄로 읽었다. 『코스모스』와 이 책을 연이어 읽은 소감을 아주 간단하게 정리해보면 이렇다. "대폭발이 우주를 만들었다. 우주는 지구를 만들었다. 지구는 인간을 만들었다. 그 인간을 조종하고 있는 것은 유전자다." 이과 지식이 거의 없는 내가 살기 위해(^^)과학 도서를 찾아 읽다가 이 분야에 약간의 재미를 느끼게 해준 책이기도 하다. 전문 분야의 대중서가 필요한 이유는 동시대인들이 함께 진보하자는 바람도 있을 것이다. 두 책을 읽고 난 지금 내 마음을 채우고 있는 것은 찰나의 삶을 살고 있는 인류가 서로를 미워하고 다툴 필요가 있을까 싶은 안타까움이다.
이 책의 핵심 단어는 유전자다. 유전자의 목적은 오직 하나, 계속 살아남는 것이다. 이타적일 때 살아남을 확률보다 이기적일 때 살아남을 확률이 훨씬 크다.
초판 서문에서 저자는 생물학에 문외한인 독자들을 고려해 쉽게 전달하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저자의 바람 이상으로 이 책이 과학의 대중화에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구성은 전체 13장으로 되어있다. 처음 출간 되었을 땐 11장이었으나 개정하면서 두 개의 장을 추가했다고 한다. 10장까지 유전자를 집중적으로 소개했다면 11장은 저자 자신이 만든 신조어 밈(문화의 유전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람은 왜 존재하는가? 사람들은 이기적이거나 이타적으로 살고 있다. 어떤 선택을 하던 사는 이유는 유전자를 남기기 위해서다. 모든 생명은 유전자를 이어가기 위한 생존 기계에 불과하다. 유전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단백질 합성을 제어하는 것 정도기 때문에 자신을 대신해 업무를 처리할 생존 기계가 필요하다는 것으로 내용이 전개된다.
이 책의 제목만 본 독자들이 오해하기 쉬운 내용 중의 하나는 유전자와 개체의 동일성이다. 저자는 유전자의 이기성과 개체의 이기성은 다르다고 설명한다.'이기적 유전자의 목적은 유전자 풀 속에 그 수를 늘리는 것이다.'이것을 위해 개체는 이타적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그 예로 부모가 새끼들에게 이타성을 발휘하는 것을 들고 있다. 우리가 의아하게 생각했던 동물의 행동들도 이기적 유전자를 남기기 위해서라는 답을 정해놓고 보면 해결이 된다. 혈연자에 대한 이타성, 근친상간을 피하는 것, 집단생활을 하는 것 등을 우리는 개체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실은 이 모든 일들이 유전자의 지시를 충실히 지키고자하는 생존 기계의 충성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관심 있게 본 것은 '어떤 암컷이 일꾼이 되느냐 여왕이 되느냐는 유전자가 아닌 어떻게 자랐느냐에 따라 결정 된다'는 내용이다. 또 평소 알고 있는 여왕이나 일꾼의 지위를 다르게 해석한 부분도 재미있었다. 자신이 직접 새끼를 낳아 유전자를 퍼트리는 것보다 대리인을 시켜 유전자를 퍼트리게 하는 것이 더 나을 경우 일꾼들은 여왕개미에게 그 역할을 맡기는 것이지, 노예 상태가 아니라고 한다.
11장은 밈이라는 단어를 만들어 인류의 문화 역시 유전자처럼 자신을 복제하고 있다고 해석한다. 문화적 전달은 유전자 전달과 비슷하고, 유전자가 진화하는 것 이상으로 문화도 진화한다. 유전자가 자신을 복제한다면 문화는 모방을 통해 확산된다. 오늘날 인류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밈이기도 하다. 세계인이 갖고 있는 화장실이 숫자보다 휴대폰의 숫자가 더 많은 것이 이것을 증명한다. 세계인은 sns를 통해 서로를 공유,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유전자가 존재하는 이유가 불멸에 있다면 밈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생존 기계)는 잠시 왔다 사라지는 운명이지만 유전자와 밈은 불멸을 지향한다.
12장은 마음씨 좋아도 1등 할 수 있다는 희망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이타적인 사람은 이타성으로 인해 자신을 희생하는 존재라고 알고 있다. 여기서 저자는 죄수의 딜레마를 여러 가지 버전으로 소개하면서 어떻게 사는 삶이 가장 좋은 것이지 살펴보고 있다. 독자는 이 부분을 읽을 때 자신의 성향을 체크해볼 수도 있다. 죄수의 딜레마는 단순한 게임이지만 반복할수록 양상이 복잡해진다. 하지만 결과는 의외였다. 게임이 복잡 할수록 좋은 몫을 차지한 쪽은 '가장 단순하고 가장 덜 교묘해 보이는 전략'을 구사하는 쪽이었다. 저자는 이렇게 승리할 수 있는 비결로 '마음씨 좋음과 관대' 두 가지를 들었는데, 얼핏 보면 손해 볼 것 같지만 배려와 관대야말로 잘 사는 비결이라는 것이 증명된 것이다. 또 자신의 이익을 위해 상대를 배신하는 쪽은 처음엔 번영을 이루며 사는 듯 하지만 결국 실패한다는 대목에서 이웃의 어떤 나라가 떠올랐다. 선한 행동에 보상을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감사는커녕 오히려 바보라는 놀림을 받는다면 얼마나 자괴감이 들것인가. 그러나 증명하는 학문인 과학에서 선하게 사는 행동이 결국 잘 사는 것이라고 말해주니 기분이 나이진 것이다. 저자는 흡혈박쥐의 관찰을 통해 '마음씨 좋은 놈이 일등이 될 수 있다는 따뜻한 생각을 퍼트릴 수 있'다는 말로 인류의 선함을 긍정했다.
마지막 13장은 자신의 다른 저서 인 『확장된 표현형』을 홍보하는 내용으로 읽었다. 저자는 이 책을 자신이 쓴 최고의 저서라고 소개한다. 여기서 '표현형이라는 용어는 하나의 유전자가 신체로 발현된 것'이라고 한다. 이 부분에선 꼭 알아야 될 용어가 몇 개 있었다. '감수 분열'은 '염색체의 수가 반으로 되어 난세포와 정세포를 생성하는 특별한 종류의 세포 분열'로 동전 던지기처럼 공정한 것이라고 한다. 't유전자'는 어떤 유전자가 같은 생물체를 구성하는 다른 유전자를 속이는 것, 시스템을 망가뜨리는 유전자'라고 한다. 확장된 표현형에 사용된 사례는 날도래 애벌레의 집, 새 집, 비버 댐 등으로 유전자는 자신이 들어있는 개체를 통과해 바깥 세상에 있는 대상까지 조종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것은 무생물이기도 하고 종이 다른 생물이기도 하고 아주 멀리 떨어진 거리에 있기도 한다.
본문 바로 뒤에는 '40주년 기념판 에필로그'가 있다. 여기서 저자는 만약 이 책의 제목이 '협력적'이나' '불멸'이었다면 오해나 비난에서 덜 힘들었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관심도 덜했을 거라고 생각하면 책에서 제목의 중요성이 반 이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근연도를 따지는 대목도 흥미롭다. 우주에서 유일한 집인 지구에 살고 있는 우리 인류는 어떤 방식으로 살든지 서로에게 혈연관계가 있다고 한다. 내 가족, 내 사회, 내 나라만 고집하는 것은 얼마나 편협된 사고인가.
나는 이 책이 『코스모스』보다 덜 어려웠는데 책 뒤에 붙어있는 '보주'덕이 컸다. 저자는 자신의 책에 수정을 하기 보다 보충 주석을 다는 쪽을 선택했다. 무려 100쪽에 달하는 주석을 꼼꼼하게 읽다보니 과학에 문외한인 입장에서 내용을 이해하는데 적절한 도움이 되었다. 자신의 책이 시간을 이겨내고 있다는 것을 직접 보는 일은 저자에게 기쁨일 것이다. 덕분에 세계인들이 사랑하는 보편적 내용을 담은 과학책을 40년 후에 읽어도 그 내용에 신선함을 느낀 나 역시 독서의 기쁨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맹신이라는 밈은 이성적인 물음을 꺾어 버리는 단순한 무의식적 수단을 행사하여 불멸의 존재가 되는 것이다.(371)
맹신의 밈은 특유의 잔인한 방법을 통해 스스로 번식해 간다. 애국적 맹신이든 정치적 맹신이든 종교적 맹신이든 모두 마찬가지다.(374)
우리가 비록 어두운 쪽을 보고 인간이 근본적으로 이기적인 존재라고 가정한다고 해도, 우리의 의식적인 선견지명, 즉 상상력을 통해 장래의 일을 모의 실험하는 능력이 맹목적인 자가 복제자들의 이기성으로 인한 최악의 상황에서 우리를 구해 줄 것이다. 적어도 우리에게 당장 눈앞의 이기적 이익보다 장기적인 이기적 이익을 따질 정도의 지적능력은 있다.(377)
우리는 유전자의 기계로 만들어졌고 밈의 기계로서 자라났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우리의 창조자에게 대항할 힘이 있다. 이 지구에서는 우리 인간만이 유일하게 이기적인 자가 복제자의 폭정에 반역할 수 있다.(378)
확장된 표현형의 세계에서는 동물의 행동이 어떻게 해서 그 유전자에게 이익을 주는가를 묻지 말고 그 행동이 이익을 주는 것은 누구의 유전자인가를 질문해야 한다.(461)
자기 복제자는 자기 고유의 성질 때문만이 아니라 자신들이 세상에 초래하는 결과 덕분에 살아남는다. (480)
우주의 어느 장소든 생명이 나타나기 위해 존재해야한 하는 유일한 실체는 불멸의 자기 복제자뿐이다. (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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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깥이 22℃나 되는 날씨에도 춥다고 징징대는 너를 사랑해. 샌드위치 하나 주문하는 데도 한 시간씩이나 걸리는 너를 사랑해. 나를 얼간이처럼 바라볼 때 콧등에 작은 주름이 생기는 너를 사랑해. 하루 종일 너와 지내고 나서도 내 옷에 남은 네 향기를 맡을 수 있어서 너를 사랑해.”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대사이다. 나는 왜 그를 사랑하게 됐을까? 혹은 우리는 왜 다른 사람을 사랑할까? 사랑이라는 감정은 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 이상하게 그 사람 앞에만 서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짜증 날 정도로 자꾸 생각난다. 내 감정은 분명 내 것인데,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과연 내 선택은 내 것일까
<이기적 유전자>는 말한다. 사랑은 유전자가 만들어낸 도파민 때문이라고. 유전자의 번식을 위해 유전자가 프로그램해 놓은 데로 행동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생명체는 유전자가 만든 AI라는 것. 즉, 우리가 다른 누군가와 자고 싶은 이유는, 유전자의 조정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기적 유전자>는 진화생물학자인 리처드 도킨스가 1976년에 출판한 책이다. 그의 이론이 완전히 새롭거나 독창적인 것은 아니다. 다윈의 이론을 기초로 하고 있다. 다만 다윈은 종이나 개체를 중심으로 설명했다면, 도킨스는 유전자를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다.
도킨스는 기존의 여러 이론 속에서 하나의 패턴을 끄집어냈다. 바로, 유전자의 이기성에 대해. 그리고 그 이론은 먹기 좋은 케이크처럼 우리 앞에 놓인다. 어려운 이론의 패턴을 찾아 대중에게 먹기 좋은 케이크로 내놓는 일, 도킨스가 위대한 이유이다.
도킨스는 어떤 책이 잘 팔리는지 잘 아는 사람이다. 유전자에 '이기적'을 붙일 수 있는 창조적 대담함. 그의 비유와 문장력은 놀라울 만큼 쉽고 재밌고 매력적이다. 도킨스는 유전자의 이기성을 무찌르고 사람들의 마음을 휘어잡는 데 성공했다. 과학책으로서 전 세계 사람들에게 지금까지 45년이 넘도록 읽히고 있다.
그의 책을 읽다 보면 유시민이나 진중권이 보이기도 한다. '집단 선택 이론'과 같은 자신이 동의할 수 없는 이론에 대해 그야말로 신나게 밟아준다. 그리고 현란한 문장력으로 '종'이 아닌 '개체(또는 유전자)' 선택을 강조한다. 그가 조금만 젊었거나, 혹은 당시 SNS가 있었다면 그는 분명 SNS 파이터가 됐을 것이다.
태초에 유전자는 아무런 보호막 없이 원시 스푸를 떠돌아다녔다고 한다. 유전자 수가 많아지면서 서로 경쟁하기 시작했고,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단백질 벽을 만들었다. 최초의 세포다. 세포는 생물의 몸속에서 보호를 받으며, 각자 환경에 맞는 진화를 했다. 박테리아에서 코끼리에 이르기까지. 유전자는 자신을 보호할 생존 기계에 탑승해 비교적 안전하게 번식한다.
도킨스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의 감정과 행동은 유전자의 조정의 결과에 불과한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를 허무의 세계로 인도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 책이 철학서가 아닌 과학책이라는 점이다. 과학은 '어떠해야 한다'는 주장이 아니라, '어떻게 된 일인지에 대한 진술'이기 때문이다. 목적론적 사고에 사로잡혀 있는 우리는, 인간이 그저 존재할 뿐이라는 당연성을 받아들이는 데 주저한다.
유전자의 명령은 마치 절대적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특히 인간에게 그렇다. 독신이나 아이를 갖지 않겠다는 선언 등이 바로 그 증거이다. 도킨스는 그런 인간의 문화는 널리 퍼지고 전이된다는 점에서 유전자와 비슷하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인간의 문화를 '밈'이라 명명한다.
<이기적 유전자>는 인간을 포함한 동물 행동에 대해 '유전자'라는 단 하나의 키워드로 설명한다. 세계를 하나의 패턴으로 설명하는 이론은 실로 매력적이다. 그것은 쉽고, 분명해 보이며, 그럴싸하다. 마치 '우리의 일자리가 없는 것은 유색 인종 때문이야'라고 해버리는 것과 같다. <성경>은 '신의 섭리'로 퉁치면서 모든 인류의 문제를 해결했고, <자본론>은 전 세계 노동자들을 단결시켰다. 그리고 최근에 유행하는 역사서인 <총, 균, 쇠>나 <사피엔스>도 하나의 패턴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는 서술 방식으로 쓰였다.
세계를 하나의 패턴으로 설명하는 명쾌함은 많은 사람들을 매료시킨다. 그러나 손으로 움켜쥐면 쥘수록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도 많은 법이다. <이기적 유전자>는 신이 아니다.
유전자가 모든 것을 관장한다는 논리는 자칫 자기 파괴, 혹은 인생을 허무한 것으로 느끼게 한다. 그러나 이 책을 끝까지 꼼꼼히 읽었다면 마치 유전자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뉘앙스는 도킨스 이론의 본질과 아주 멀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영리한 도킨스는 이 점을 교묘하게 이용하면서 독자를 자극하고 어느정도는 고의로 논란을 조장하고 있는 듯 하다. 그러니까 마치 바람둥이에게 성수를 뿌리고 면죄부를 주는 듯하지만, 그건 그저 떡밥에 불과하다.
<이기적 유전자>가 '인간의 의지를 박탈하고 인생의 허무로 치닫게 하는 이론'이라는 기존의 평가는 무척 상투적으로 느껴진다. 과연 이 책을 끝까지 읽고 내린 결론인지 의심하게 만든다. <이기적 유전자>는 인간의 본능에 충실한 파괴적 행위에 면죄부를 주지 않는다. 다만 인간의 이해를 통해 더 많은 것들을 대비할 수 있다고 주장할 뿐이다. 인간에게 있어, 유전자는 나의 의지를 조정하는 신이 아닌 수많은 환경 중에 하나이다. 때로는 타협하고, 때로는 경쟁해야만 하는 환경.
인간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고 해서, 인간이 만든 사회의 법칙까지 무너뜨려도 된다는 말이 아니라는 것이다. 인간이 폭력 본성을 가졌다고 폭력을 허용해서는 안되는 것과 같다. 그것은 이 책을 읽기 전이나 후나 달라지지 않는다. 다만 인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힘으로써, 우리는 더 많은 위험으로부터 대비할 수 있고 더 많은 것을 이뤄낼 수 있다. 유전자가 내 첫사랑의 낭만까지 뺏어가는 것은 아니니까.
<이기적 유전자>는 개체의 진화를 설명하면서, 신비한 동물 세계를 보여준다. 예를 들어 여왕벌의 알 중 미수정 란은 수컷이 된다든지, 꿀단지개미는 뱃속에 잔뜩 꿀을 욱여넣어 평생 천장에 매달려 다른 일개미들의 먹이 저장소로 일생을 살아간다든지, 뻐꾸기는 다른 새의 둥지에 알을 낳는다든지, 바다코끼리는 겨우 4%의 수컷만이 교미한다든지 하는 수많은 동물 행동에 대한 신비하고 재밌는 사례들을 소개한다. 현미경으로 동물세계를 들여다보는 것만 같아 재밌다. 물론 바다코끼리로 태어나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인가 하는 안도감은 덤이다.
<이기적 유전자>는 생존 기계를 타고 다니며 자신의 종족을 번식하고 있지만, 유독 인간만은 유전자의 컨트롤에서 벗어나 있기도 하다. 완전히는 아니지만. 우리가 우주의 신비를 알아가는 것만큼 우리 자신을 알아간다는 게 꼭 허무를 경험하는 것만은 아니다. 그것은 인간 삶의 깊은 통찰을 보여주기도 한다. 게다가 왜 아내가 아닌 다른 여자에게 가끔 힐끔거리는 가에 대한 이해를 높임과 동시에, 그런 행동에는 여전히 도덕적 양심의 가책을 느끼도록 훈련받아 온 것에 대한 당연함 같은 것도 함께 생각하게 한다. |
짧은 만 12년 인생 동안 이렇게 인상이 깊었던 책은 처음이었다. 이걸 보고 또 하나의 헛소리를 건너뛰시는 분들께는 난 지금 만 12세라는것이 사실임을 밝힌다. |
매번 책에 대한 내용을 쓸 때 현재 삶에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적었는데 이번엔 인간의 기원, 과학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보려고 합니다. 진지하고 길기 때문에 재미가 없을 수 있고 제가 많이 부족하다는 걸 감안하고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항상 별 고민없이 살던 제가 며칠 심각하게 고민을 한 질문이 있습니다. "나는 왜 태어났는가?" 사춘기도 아니고 서른이 훨씬 넘어서 문득 생각이 들었는데 지금 보면 웃기네요. ㅎㅎ 사람은 누군가와 결혼하고 애를 낳기 위해서 태어난건가.. 애를 안 낳으면 사는 의미가 없는건가? 아니면 우리의 삶은 그 이상의 어떤 의미가 있을까? 있다면 그게 무엇일까? 등등 한동안 머리 속을 핑핑 돌았었죠. 그 때 당시에는 대충 결론을 내린거 같은데 찝찝한 느낌이 남아있었어요.
그러던 어느날 와이프가 책을 하나 사달라고 했는데 그 책은 [이기적 유전자]였습니다. 와이프가 최재천 교수님을 좋아하는데 하루만에 그분의 인생관을 바꾸게 한 책이라고 하더라구요. 오.. 이런 훌륭한 책을 안 읽을 수 없지! 하고 구매를 했습니다. 이게 왠걸 10페이지도 읽기가 너무 힘들더라구요. ㅎㅎ 한국말로 분명 번역이 되어 있는데 내가 직독직해를 또 해야 될 것 같은 이 느낌.. 너무 안 읽혀서 책을 바로 덮어버렸습니다. 그러다가 저도 최재천 교수님의 책을 접하게 되면서 광팬이 되어 버렸죠. 최재천 교수님의 책을 여러 권 보다가 [다윈 지능]이라는 책이 있었는데 갑자기 [이기적 유전자]가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도 한국사람이 쓴 책이니 더 쉽게 이해가 쉬울 것이고 이걸 먼저 읽고 이기적 유전자를 읽으면 이해가 되지 않을까 했어요. 다윈지능 자체도 이해하기 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이 책에 대한 내용도 써볼께요ㅎㅎ.
다윈지능을 다 읽고 이기적 유전자를 읽기 시작합니다. 여전히 어렵지만 그래도 읽히긴 했어요. 하지만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엔 무리가 있었는데 저에게 한줄기의 빛이 내려왔죠. 그건 유시민 작가의 알릴레오북스에 이기적 유전자가 있더라구요. 책을 읽고 이 유튜브를 보는 순간 세상이 달라보였습니다ㅎㅎ. 책 내용을 쉽게 설명할 뿐만 아니라 이걸 바탕으로 인생에 대한 이야기도 하는데 많은 것들이 제 안을 채워주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이렇게 책 한번, 유튜브 한번, 책한번, 유튜브 한번 반복해서 봤는데 이렇게 반복하고도 아직 이해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보고 책 내용과 느낀점을 글로 남겨보려고 합니다.
사람들은 인간의 기원을 1859년 다윈의 [종의 기원]이 나오기 전까지 신이 인간을 만들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종의 기원이 나오면서 이런 생각을 송두리째 바꿔놓았죠. [종의 기원]의 핵심은 "지구상의 모든 종은 번식을 위한 유리한 개체가 자연에 선택된다"라는 거였어요. 만약에 추운 겨울에 몸을 떠는 개체는 살아남고 떨지 않은 개체는 얼어죽는 것 같은 거죠. 이 때 다윈은 유전학이라는 개념을 전혀 모르고 관찰을 통해서 이론을 정립한 거였습니다.
그 이후 유전학이 발전하면서 리처드도킨스이 진화생물학자들의 연구결과를 대중들이 이해가 쉽게 낸 책이 [이기적 유전자]인데요. 다윈의 이론과 크게 다른 점은 "자연선택의 단위가 개체가 아니라 유전자라는 점입니다". 책에서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은 유전자가 생존하기 위한 운반체에 불과하다는 내용이 써있는데 이걸 보고 충격을 받았다, 공허하다 등등의 사람들의 반응도 써있습니다. ㅎㅎ 이것만 보면 인간의 존엄성이 무시된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물론 리처드도킨스가 말하고 싶은 논지는 여기서 끝나지는 않죠. 이 세상 생물들의 행동들이 개체가 아니라 유전자가 살아남기 위한 행동들로 다 설명된다는게 핵심입니다. 그에 대한 근거와 사례는 책 뒷부분에 설명을 하게 되고 먼저 유전자가 어떻게 생기게 되었는가에 대한 내용부터 나옵니다.
원시시대에 어떤 조건에서 유기물들이 생성되었는데 우연히 자기복제를 하는 분자(유전자)가 탄생하게 됩니다. 이런 복제 과정이 완전하지 않기 때문에 오류가 발생하면서 여러 종류의 분자가 생기고 이 분자들이 환경에 따라 우수한 분자는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분자는 소멸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더 안정적으로 유전자는 보호하기 위해 단백질 벽을 만들면서 최초의 세포가 생기고 그 뿐만 아니라 자기가 들어앉을 수 있는 운반체를 만들게 되는거죠. 인간을 포함한 이 운반체는 다른 유전자들과 협력을 해서 만든 개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책 제목이 [이기적 유전자]인 것은 각 유전자들이 살아남기 위해 환경에 맞춰 진화한다는 의미이고 그 과정 중에 그 유전자들이 협력을 한 결과가 개체인 것이에요. 예를 들면 호랑이가 만들어진 것은 그 안에 유전자들이 살아남기 위해 날카로운 이빨과 빠른 발의 유전자들이 협력해서 만들어진 결과물인거죠.ㅎㅎ 그래서 번식을 통해 인간을 포함한 개체(운반체)는 바뀌면서 유전자의 사본은 영원하다는거죠. 리처드도킨슨은 초판을 낸 이후에 차라리 이타적 유전자 라고 해도 될 뻔 했다고 이야기 합니다.^^
유전자는 환경을 예측하고 살아남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를 개체에 프로그래밍하여 간접적으로 제어합니다. 그 내용들이 이제 뒤에 나오는데 환경과 개체의 상황에 따라 각자의 전략을 통해 살아남게 됩니다. 그 전략에는 호혜적이타주의라는게 깔려있는데요. 호혜적이타주의란 남이 날 도와주면 도와주고 배신하면 보복한다는건데 결국 유전자든 개체든 서로 협력해야 생존의 더 큰 이익이 온다는 것입니다. 이 호혜적이타주의가 인간에게는 도덕성으로 발달된게 아니냐라는 의견도 있었다고 하네요. 책에 많은 예시가 있지만 일부만 소개해드리면 유전자간의 관계를 보면 아까 호랑이의 예를 들었듯이 각자 유전자가 살아남기 위해 서로 잘 맞는 유전자가 세트가 되어 개체를 형성한다고 말씀드렸구요. 이제 개체 간의 관계를 보면 먼저 부모와 자식의 예를 듭니다. 부모가 자식을 낳으면 자신을 희생하면서 키우는 기본 프로세스는 자식은 부모자신의 유전자가 반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나의 유전자가 다음 세대에 또 전달되려면 자식을 잘 키워야 된다는 겁니다. 그리고 부모가 자식을 얼마나 가질 것인가, 한번에 얼마나 낳을 것인가는 환경과 부모의 능력을 보고 자식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생존시킬 수 있는 최적치로 결정되구요. 부모가 투자할 수 있는 자원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생존가능성이 높은 자식에게 편애하여 막내를 죽게 둘 수도 있고 막내에게 투자하는게 더 효율적이면 막내에 투자하는 등 상황에 맞게 생존확률을 높이는 방향을 선택합니다. 경쟁하는 관계지만 서로가 같은 유전자를 가질 확률이 50%이기 때문에 내가 살만하면 일부의 자원을 동생에게 양보하는게 생존에 더 효율적입니다.
암수사이에서도 여러 전략이 있는데요. 보편적인 것은 내 유전자를 잘 전달하기 위해 자식을 양육할 개체(보통 암컷)가 나에게 잘 해주고 능력있는 상대를 고르는 경향이 있고 양육에 비중이 적은 개체(보통 수컷)는 최대한 많은 상대방을 만나 자신의 유전자를 퍼트리려 합니다. (해마는 수컷이 양육을 한다네요..ㅎㅎ) 대신 자신이 선택되기 위해 공작의 꼬리와 같이 생존에는 비효율적이지만 선택받기 위한 무기가 진화된다고 하네요. 마지막으로 타인과의 관계에서는 집단이 결국 유전자 생존에 이익이 더 크기 때문에 서로 협력해야 되며 받기만 하고 배신을 하면 살아남기 힘들기 때문에 앞서 말한 호혜적이타주의 전략으로 진화가 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 "우리는 사랑을 하고 아이를 낳고 친구와의 관계 등이 유전자가 설계한대로 꼭두각시처럼 행동한 것인가?"라는 물음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유전자가 설계한대로 살아갈 의무는 없어요. 유전자는 설계만 했지 개체가 어떻게 사는 것은 관여하지 않거든요. 그리고 알릴레오북스에서 유시민 작가도 말하지만 인간이 유전자의 의도와 다르게 행동할 수 있는 유일한 개체가 아닌가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그 예로 결혼을 안 하고 애를 안 낳고 아무이득없이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것들이 해당되죠. 그리고 인간만이 자신이 무엇인지 그리고 유전자의 존재를 아는 유일한 존재입니다. 결국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삶의 의미를 찾아서 살면 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책을 통해서 나는 유전자가 살기 위한 생존기계구나라고 생각하기보다 나는 이렇게 생겨났고 자연도 이런 이치로 돌아가는구나라는 이해의 폭을 넓혔다는 걸로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이걸 알고 사는 것과 모르고 사는 건 많은 차이가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제 인생을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안에 제 캐릭터(생존기계)가 있고 저는 그걸 조정하는 게이머(인간으로서의 나)인거죠. 누군가가 인생이란 게임을 만들었고 나는 그 안에 제일 필수적인 요소만 갖춘채 생성된거죠. 그런데 이 게임은 미션이 없습니다. 그리고 끝판왕을 깨라, 이 스킬만을 배워라, 돈을 얼마 가지고 있어라 등 정답도 없구요.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느낀 것을 토대로 내 마음대로 인생을 그려가면 된다고 생각해요. 내 몸 속에 갖춰진 기본적인 요소를 토대로 그 때의 환경에 맞춰서 재밌게 살면 될 것 같아요. 레벨1일 때 모습은 다 비슷하고 레벨을 올리느라 고생하지만 레벨 99일 때는 다들 각자의 다양한 모습으로 여유있게 게임 속을 활보하잖아요. 저도 저만의 만랩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하루하루를 살아보려고 합니다. 재미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시간내서 끝까지 읽어봐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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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드는 의문점이 있었다. 분명 진화론에 근거해서 쓰는 책인데 왠지 기독교인인 내가 읽기에도 큰 저항이 없었다. 다 읽고 책을 덮어 놓았다가 어제 읽은 정재승의 "열두발자국"을 읽으면서 이해가 됐다. 도킨스의 어머니는 독실한 신자이면서도 한 때 무신론에 빠져 있던 아들을 내버려 두었단다. 심지어 관련 책까지도 사다 주었단다. 그래서 이렇게 좋은 책을 쓴 것 같다. 여기에도 가풍은 녹아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에게 별 거부감이 없이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힘이 있었나 보다.
모든 것이 결국에는 유전자의 힘으로 귀결되는 느낌이었다. 왜 유전자의 힘이 환경보다 더 세다는 말이 나오는지 조금은 공감이 되는 내용이었다. 원시 유전자부터 유전자가 자신을 유지하기 위해서 계속해서 끊임없이 자신을 담을 대상을 선택해나가는 과정은 얼른 잘못 생각하기에는 기생충과 숙주의 관계 같은 느낌이 들게 했다. 그러나 기생충과 유전자는 엄연히 다르다. 기생충은 잘못되면 숙주를 죽게까지 해서 결국은 자신까지도 죽이고야 많은 어리석음을 보이는데 유전자는 철저히 자신의 복제자를 남기기 위해 어떻게든 더 좋은 대상으로 이동하고 발전해나가는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면에서 제목에 이기적이라는 말이 들어갔는지 모르겠다.
책을 읽다가 보면 유전자가 자신의 복제자를 남기기 위해 철저히 이기적인 행동까지도 하는 비정함을 맛보기까지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선택에 불과할 뿐이다. 조금 더 환경에 유리한 쪽으로 자기 복제자를 남기기 위해서…. 이것은 절대 이기적인 행동이 아니다. 우리 호모사피엔스만이 가지고 있는 훌륭한 선택의 기술이라고 해야 할까? 물론 근처에도 못 가지만 만약 나에게 이러한 책을 쓰고 제목을 붙이라고 하면 이기적이란 단어보다 선택적이란 단어를 쓸 것이다. 그러면 너무나 임펙트가 적으려나…. 아무튼, 이 책을 읽고 나서 과학 분야에 조금 더 친숙해진 것은 사진이다. 이전까지는 거의 인문 사회 분야의 책만 읽었었는데 이제 독서의 스펙트럼이 넓어질 것 같다. 왜 이 책이 세계적 명저의 반열에 올랐는가? 읽어보니 알겠다. 사실 나도 TV에서 유시민 씨가 “도킨스는 35세에 ‘이기적 유전자’라는 명저를 썼는데 자기는 그 나이 때 뭐 했나 모르겠다”라는 얘기를 하길래 의아해했다. 유시민은 ‘항소이유서’를 한 번에 쓴 것으로 너무나 유명해 내가 나름 좋아하는 작가이기도 한데…. 얼마나 좋은 책이길래 하는 생각으로 읽어본 결과 좋았다. 암튼 직접 읽어보시라. 다만 내가 너무나 늦게 이 책을 읽은 것이 조금은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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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유명한 책이고, 그래서 나도 읽어야겠다는 생각으로만 시작했다. 사실 많은 이들이 이야기하고, 리뷰만 봐도 어마어마한 양이기에 어렵긴 하겠지만 그래도 읽을만 하겠지..하는 안이한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사실 내게는 너무나 어려운 책이였는 점을 미리 밝힌다.
"이기적"이라는 말의 의미가 무엇일까? 보통 책을 읽고 나면 세세한면은 잘 이해하지 못해도, 작가가 말하고자하는 큰 그림?!에 대한 의미는 어렴풋이 알것 같았는데, 이 책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지금의 우리가 만들어지게된 유전자는 어떤 것인지, 그것을 왜 이기적이라 명했는지 조차. 살아남았기에 존재하고 있고, 그렇다면 그것은 '강'함을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저 무작위의 선택속에서 지금에 이른것인지조차.. 잘 모르겠다. 이타성과 반대에 있는 의미 이기적. 하지만 이타성으로 인해 개체가 호모 사피엔스가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인지도 모른다는 내용도 있고, 그렇다면 이 상황 속에서 이기적이란 의미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모호해진다.. 나한테는.ㅠ
그래서 내린 결론은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다. 다시 읽고, 다시 정리해 봐야겠다. 참고로 책은 어렵지만, 흥미롭다.ㅋ 이것도 모순일까... 다시 읽기 시작! |
너무나도 유명한 책 이였기에 오히려 한참이나 지난 이제야 손에 들게된 책이다. 나의 유전자는 그 동안 이 책을 알면서도 왜 거부했을까. 그러다 최근에 다윈의[종의 기원]과 [이기적 유전자]를 연달아 읽어 볼려고 했을까. 코로나라는 바이러스의 정체를 알아볼려는 걸까. 도킨스는 출간후 40년을 원문은 그대로 두고 그 사이 변화된 시대상황이나 타 학자들의 반박에 대한 재반박을 뒤에 있는 보조주석을 통해 말 하고 있다. 그 만큼 본인의 연구와 이론에 대한 주장이 절대적이며 자신감이 넘쳐난다. 책 전체 각 문단 시작에 "~ 이야기할 것이다"나 문단 말미에도 " ~이야기할 것이다" 를 보면 이런 자신감이 느껴진다. 힘도 느껴지고. 첫장을 펼치고 끝장 덮으면서 첫 평가는" 도킨스옹은 정말 글을 잘 쓰네" 다. 관련 분야를 전혀 몰라도 읽는이가 전혀 어렵지 않게 쉬운 비유까지 들어가며 친절하게 이기적 유전자론으로 끌어 들인다. 저자의 이론대로 자기 복제자의 생존기계에 지나지 않는 나로서는 한단락 한단락 넘길때 마다 "햐~" 하고 힘빠지는 한숨이 나왔다. 그럼 우린 그냥 사는 거네. 시키는대로. 그러다가 보조주석 제일 뒤 " 이 지구에서는 우리 인간만이 유일하게 이기적인 자기 복제자의 폭정에 반역할 수 있다" 는 문구. 힘 빠지는 책에서 힘 솟는 책으로 변했다. 나는 이 책에서 저 문구를 보지 않았으면 이 책을 누구에게도 권유하지 못했으리라. 코로나다 위성정당이다 보고 있으면 복잡하고 머리만 아플 세상. 나의 이기적 유전자는 생존을 위해 무념무상의 바보로 나를 이끌테지만 나의 책읽기 도전은 " 반역 " 을 위해 계속 하련다. 앞표지 현재의 도킨스옹 흑박사진과 뒤에 젊은 시절의 도킨스옹 흑백 사진을 번갈아 보며 " 글 잘 쓰고 똑똑한 사람이 늙기도 중우하게 잘 늙었네. 당신 정말 이기적인 유전자군 " |
이기적 유전자 The Selfish Gene 과학을 넘어선 우리 시대의 고전, 이기적 유전자 40주년 기념판 40주년 기념판이 출간되었다. 진화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이 책은 다윈의 적자생존과 자연선택이라는 개념을 유전자 단위로 끌어내려 진화를 설명한다. 2013년 영국의 정치평론지 프로스펙트지가 독자들의 투표로 선정하는 세계 최고의 지성 1위에 오른 바 있는 도킨스는 일찍이 촉망받는 젊은 과학자로 간결한 문체와 생생한 비유, 논리적인 전개를 갖춘 글로 능력을 인정받아 왔다. |
성공하고 싶다. 내 분야에서 의미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언제 결혼해야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다. 달려야 할 때인가 결혼이 너무 늦어지지 않을까 마음 한편이 불안하고 찝찝한 마음. 학부를 졸업하고 30대가 되고 난 이후의 나의 가장 큰 고민이다. 선택을 하지 못하고 계속 고민하는 것은 나의 '욕심' 때문이라고 생각해왔다. 뭐든 잘하고 싶은 마음. 하지만 사실상 이러한 고민은 욕심이 나 환경 등의 문제가 아니다.
[이기적 유전자]의 리처드 도킨스에 따르면 모든 생명은 유전자가 살아남기 위한 생존 기계이다. 우리는 유전자가 생존할 수 있는 방향으로 프로그램 되어있고, 우리가 행하는 모든 행동은 이에 따라 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얼마나 명확한 설명인가. 내가 결혼하고 싶은 이유, 아니 결혼을 언제 해야 할지 고민하는 이유는 바로 아이를 제때 낳을 수 있을까이다. 나이가 많은 산모에게서 유전질환에 걸린 아이가 태어날 확률이 높다는 것은 조금만 관심을 가져도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이다. 나는 내 유전자를 온전히 보존할 수 있을까. 이런 걱정이 되다 보니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생각하더라도 미련을 버릴 수 없다. 그렇다면 왜 꿈은 포기하지 못할까? 이 역시도 유전자와 관련이 있다. 나의 꿈에 대해서 잘 생각해보면 궁극적으로는 나의 유전자가 잘 보존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꿈을 위한 노력도 아이를 낳고 싶다는 마음도 결국 모두 나의 유전자를 세상에 보존하기 위한 방법이니 둘 다 포기하지 못하고 고민하고 있다.
유전자, 그리고 생존 기계라는 개념을 넣으면 많은 것들이 설명된다. 많은 자연 현상과 사회 현상도 얼추 들어맞는 듯해 보인다. 내가 지속해온 고민에도 그 원인을 설명하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뭔가 부정하고 싶은 마음은 한편에 남아있다. 남보다 못한 가족이 있는가 하면 가족보다 더 진한 남도 있다. 대부분 모성애가 더 강하다고 하지만, 매정한 어머니도 분명 존재하고 자식을 향한 아빠의 애정도 만만치 않다. 인간은 뭔가 달라, 인간은 좀 더 특별해. 그래서 생존 기계 그 이상의 것이 될 수 있어.라고 말하고 싶지도 않다. 대화도 할 수 없는데 동물은 어떠한 상황인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알 수 없을 뿐이지 동물도 인간이 알지 못하는 생존 기계의 역할 그 이상의 것을 하고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지금 나를 구성하고 있는 유전자가 나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사실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나는 지금 보다 더 나아가고 싶고 성장하고 싶다. 마음에 들지 않은 유전자가 자신을 보존하려고 애쓰더라도 나는 그 유전자의 발현을 막고 좋은 유전자가 더 발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도 유전자의 생존전략일까? 이해가 되기도 하고 더 혼란해지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