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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발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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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지 않은 나이를 먹은 지금. 발레를 시작하기전 두려움을 적게나마 씻어내고자 구입하게 된 책이다. 흥미있는 소재로 쓰여진 에세이라 그런지 시간가는 줄 모르고 술술 읽었다. 아직 발레에 대해서 잘 몰라 새로운 시작에 긴장되는 마음을 어느정도 누그러 뜨릴 수 있었다. 발레를 이미 시작해서 한달 넘게 배우고 있는 지금 이 책에서 발레가 재밌지만 어렵다고 했던 얘기가 어떤말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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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지 않은 나이를 먹은 지금. 발레를 시작하기전 두려움을 적게나마 씻어내고자 구입하게 된 책이다. 흥미있는 소재로 쓰여진 에세이라 그런지 시간가는 줄 모르고 술술 읽었다. 아직 발레에 대해서 잘 몰라 새로운 시작에 긴장되는 마음을 어느정도 누그러 뜨릴 수 있었다. 발레를 이미 시작해서 한달 넘게 배우고 있는 지금 이 책에서 발레가 재밌지만 어렵다고 했던 얘기가 어떤말이었는지 절감하게 되었다

f*****l 2023.09.09.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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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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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때 발레를 잠깐 배웠었는데 발레에 관한 책은 처음이라 그런지 뭔가 반갑고 좋았어요 ㅎㅎ글쓴이의 발레 도전기?를 읽다보니까 저도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이 드네요~입구는 있어도 출구는 없는 발레의 세계로, 『아무튼, 발레』어느 주말 무료하게 낮잠을 자다가 벌떡 일어났다. “내가 잠이 많고 잠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정말 낮잠은 이제 지겹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이 점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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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때 발레를 잠깐 배웠었는데 발레에 관한 책은 처음이라 그런지 뭔가 반갑고 좋았어요 ㅎㅎ

글쓴이의 발레 도전기?를 읽다보니까 저도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이 드네요~

입구는 있어도 출구는 없는 발레의 세계로, 『아무튼, 발레』

어느 주말 무료하게 낮잠을 자다가 벌떡 일어났다. “내가 잠이 많고 잠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정말 낮잠은 이제 지겹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이 점점 재미가 없어지고 있었고 하루하루가 단조로웠다. 나이가 들어서도 심리적 에너지 수준이 떨어지지 않으려면 어린 시절 꼭 하고 싶었던 일에 도전해보는 게 좋다는 조언이 생각났다. 그렇다면 나에게는… 발레! 그러나 발레가 무엇인가, 팔다리 길고 하늘하늘한 사람들이 우아한 피아노곡에 맞춰 아름답고 근사한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예술 아닌가. 발레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은 늘 있었지만 “맥주 뱃살이 양손 가득 잡히는 자신의 아랫배와 무대 위 그녀들의 공기처럼 가벼운 몸에 생각이 이르면 발레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일임이 분명해졌다.”그러던 어느 토요일, 어차피 죽으면 썩어서 사라질 몸인데 난 참 쓸데없이 주저하는 일이 많구나 생각하며 자리를 털고 일어나 한 성인 발레 전문학원으로 쳐들어가 3개월 일시불 선결제로 발레수업을 등록하고 만다.

m******0 2020.01.29.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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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발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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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발레는 무용을 좋아해서 좋아하게 된 것보다 '강수진'이라는 발레리나라는 사람에 대한 호감 때문에 찾아보다가 좋아하게 되었다. 발레는 성인이 되고 나서부터 좋아한 거라 시도해볼 엄두는 내지도 못하고 보는 것만 즐기는 사람이었다. 운동신경은 전혀 없고 운동을 싫어할 뿐더러 유연하지도 않기 때문에... 아무튼, 그래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발레를 처음 시작한 때부터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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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발레는 무용을 좋아해서 좋아하게 된 것보다 '강수진'이라는 발레리나라는 사람에 대한 호감 때문에 찾아보다가 좋아하게 되었다. 발레는 성인이 되고 나서부터 좋아한 거라 시도해볼 엄두는 내지도 못하고 보는 것만 즐기는 사람이었다. 운동신경은 전혀 없고 운동을 싫어할 뿐더러 유연하지도 않기 때문에... 아무튼, 그래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발레를 처음 시작한 때부터 발레의 고난(?)과 발레를 좋아하는 사람의 로망인 토슈즈에 관한 것 등등 너무나도 재밌는 글들이 넘쳐난다. 아무튼 시리즈는 글을 잘 쓰는 분들만 맡으셔서인지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쓰는 거라 그런지 글이 모두 재미있다. 나라는 사람이 발레를 하려면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생각했는데ㅋㅋㅋ 나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었다. 사실 지금까지 안 한건 그냥 핑계였던 것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고. 작가님께 감사드린다. 올해가 끝나기 전까지는 꼭 발레학원을 가보려고 한다.

YES마니아 : 로얄 a*******7 2018.12.2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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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힘든 척! 진짜 안 힘들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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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발레. 그래도 안 힘든 척하는 게 발레다.최민영☆☆☆☆취재기자. 2000년부터 신문사에서 일해왔다. 이달의 기자상도 여러 번 받았지만 여전히 적성에 맞는 일인지 생각하곤 한다.....마흔 살을 코앞에 둔 2015년부터 취미 발레를 시작했다. 2008년? 모스크바 볼쇼이 극장에서 호두까기 인형2010년? 예술의 전당에서유니버설 발레단 공연. 그때 아마 문선명씨를 슬쩍 본 기억이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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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발레. 그래도 안 힘든 척하는 게 발레다.
최민영

☆☆☆☆

취재기자. 2000년부터 신문사에서 일해왔다. 이달의 기자상도 여러 번 받았지만 여전히 적성에 맞는 일인지 생각하곤 한다.....마흔 살을 코앞에 둔 2015년부터 취미 발레를 시작했다.

2008년? 모스크바 볼쇼이 극장에서 호두까기 인형
2010년? 예술의 전당에서유니버설 발레단 공연. 그때 아마 문선명씨를 슬쩍 본 기억이 난다.
2011년? 빼짜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에서는 뭘 봤는지 기억안남.

인생에서 발레 공연은 3번 정도가 전부다.
그래도 맨처음 봤던 호두까기 인형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이 책의 표현처럼 '중력을 거스르는 듯한' 점프가 아직도 잔상이 남아있다.
그래봐야 발레가 뭔지 알겠나?
딸을 낳은 덕에 동네 발레학원가서 기다린게 전부고, 여전히 먼 나라 이야기였다. 최근에는 무용을 전공한 친구에게 발레가 얼마나 좋은지 설명을 들은게 전부고.

어퍼컷좀 날려도 되겠습니까? 책에서 여자 수학 선생님이 권투를 시작하게된 장면이 인상깊었다. 하루 24시간 중에 나에거 온전히 집중하는 시간이 1분 1초도 없었다는 생각을 하면서 고개를 들었는데 권투학원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는 거다.
이 책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나온다. 일상에 치이고 찌든 저자가 병원을 찾게되고 치료중에 이런이야기늘 듣는다.

“물론 노력하는 건 좋죠. 하지만 세상에 자기 자신을 소진시킬 만큼 중요한 직장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아요. 직장은 내가 임금을 받고 일하는 곳이에요. 나는 받는 돈만큼 내 노동력을 제공하면 되는 거고요. 그래서 직장하고 학교는 다른 거죠. 학교는 내가 수업료를 내고 내 성적을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는 거고, 직장은 내가 일하고 돈을 받는 거니까 굳이 그 인정을 받을 필요가 없어요.”

그리고, 이런 다짐을 한다.

. 나는 공회전을 멈추기로 했다. 퇴근 후나 휴일에도 눈만 뜨면 뉴스를 모니터링하는 강박적인 습관도 버렸다. 삶의 궁극적 의미가 무엇인지 자문하길 그치고, 매일 만나는 소소한 순간들을 세상의 모든 게 첫 경험인 아이처럼 즐기기로 했다. 나에게 기대를 거는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한계도 인정했다. 애당초 그런 부담감은 사실 누구보다 나은 존재가 되고 싶다는 강한 자기애에서 비롯됐다는 사실도 돌아보게 됐다. 난생 처음으로, 마음이 가벼워졌다.

하면 할수록 어렵지만 기어이 발레를 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 슬프고 화나는 날에도 꾸역꾸역 발레를 하러 가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한 시간 반 동안 풀업을 하며 몸의 중심을 바로 세우는 데 집중하다 보면 마음이 맑아진다. 마음의 감기에 걸렸을 때도 발레는 빼먹지 않았다. 덕분에 상태가 빨리 나아졌다. 물론 어떤 운동이든 꾸준하게 하면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겠지만 말이다.

발레를 하면서 자신의 몸에 집중하면서 드는 생각을 이야기 하는 문장들은 역시 취재기자 답다는 생각이 든다.

. 솔직히 발레를 배우기 전에는 90도 아라베스크가 그리 어려운 건가 싶었다. 그런데 처음 해본 순간, 이베리코 돼지 뒷다리살로 만든 하몬 한 덩이를 들어 올리는 것처럼 다리가 무겁기 짝이 없어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다리를 들어올리면 몸통이 앞으로 기울
고, 몸통을 세우면 다리가 내려가는 인간 시소가 되기도 했다.

. 아,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인가. 180도 다리찢기가 가능한 고관절의 유연성을 영영 잃어버린다는 뜻이다. 게다가 고관절과 스트레칭은 안중근 선생과 독서와의 관계와도 같아서 하루라도 거르면 예전의 뻑뻑한 상태로 돌아가 시치미를 뚝뗀다. 정직한 몸, 진짜 얄밉다.

그리고 그런 과정에서 깨달음도 얻는다.

. 짬 나는 대로 실제 팔다리의 코디네이션을 연습했다. 그러자 동작이 저절로 몸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남 하는 걸 백날 관찰해 봤자 내 것이 아니었던 거다. 조금은 우스꽝스럽고 불완전하더라도 내가 직접 해보는 게 중요했다. 무작정 했던 이전의 노력은 진짜 노력이 아니었다. 노력을 쏟는 그 방향이 정말 맞는 건지, 노력하는 방식이 정말 효과적인 것 인지를 스스로 질문하는 게 필요했다. 어쩌면 나는 '내가 이만큼 노력했으니까 더 나아질 거야' 라는 자기 주술에 빠져 있었던 건 아닐까.

책에는 기억하고 남기고 싶은 문장들이 참 많다.

. 발레에서 아름다움의 핵심은 어떤 동작이든 하나도 힘들지 않은 것처럼 해내는 것이다. 그건 우아함의 본질이도 하다. 격렬한 감정이나 견디기 힘든 고통을 꼭꼭 씹어서 소화한 뒤 한 단계 승화하는 것이다. 무대위의 발레리나는 어떤 순간에도 배역이 아닌 무용수 자신의 불안이나 통증을 날 것으로 표현하지 않는다.

“몸으로 창조하고 생산하는 활동을 우습게 여기는 사람들은 오히려 정신에 집중하다 못해 우울하게 자기 자신을 파먹지 않나요. 하지만 진짜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은 단순한 생의 원칙에 따라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지요. 몸이 진짜예요.”

. 발레에 관한 바스티앙 비베스의 그래픽노블 『폴리나』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사람들은 행동을 취하기 전에 항상 핑계를 댄단다. 좋은 핑계도 나쁜 핑계도 없어. 핑계를 대며 합리화하려는 사람들은 이미 진 거야.”

. 나 자신을 최대한 낮춤으로써 사실은 스스로를 강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닮아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인생에 ‘플리에’의 순간이 있는 게 아닐까. 낮아지고, 떨어지고, 주저앉는 순간들 말이다. 원
하던 일을 얻지 못했을 때, 추진하던 프로젝트가 어그러졌을 때, 사랑이 어긋났을 때, 누군가에게 거절 당했을 때, 그건 넘어지는 게 아니다. 그저 각자의 ‘플리에'를 하는 거다. 높이 뛰어오르는 순간이 있으려면 플리에를 꼭 거쳐야 하고, 내려와야 할 순간에도 플리에는 꼭 필요한 거니까. 그래서 나는 자존감이 바닥을 치는 날에는 ‘오늘은 꽤 깊은 그랑 플리에를 하고 있구나' 생각하곤 한다. 플리에 같은 그 시기를 잘 지난다면, 인생의 속근육도 자라는 것이겠지.
e***n 2021.07.1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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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발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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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발레 - 최민영 3.5 / 5.0 발레 공연을 본 적이 살면서 딱 한 번 있습니다. 어쩜 그렇게 가볍게 날아다니는지, 저렇게 꼿꼿하게 서있으면 발은 아프지 않은지, 신기함과 경외함 사이에서 공연을 봤습니다. 이후에는 '빌리 엘리어트', '블랙 스완' 등 영화로만 발레를 접하다가 한쪽에서 취미 발레가 흥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아니나다를까 제가 좋아하는 아무튼 시리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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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발레 - 최민영 3.5 / 5.0

 

발레 공연을 본 적이 살면서 딱 한 번 있습니다. 어쩜 그렇게 가볍게 날아다니는지, 저렇게 꼿꼿하게 서있으면 발은 아프지 않은지, 신기함과 경외함 사이에서 공연을 봤습니다. 이후에는 '빌리 엘리어트', '블랙 스완' 등 영화로만 발레를 접하다가 한쪽에서 취미 발레가 흥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아니나다를까 제가 좋아하는 아무튼 시리즈에 '발레'가 떠서 따지지 않고 구매했습니다. 작가는 취미발레 4년차로 그동안 발레를 하며 겪었던 일과 깨달음을 재치있는 문체로 풀어냅니다. 특히 우리네 삶에서 잊고 살았던 것들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드는 문장이 많아 만족감이 높은 책이었네요.

s*****1 2020.03.26.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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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재미를 부여잡고 허공으로 몸을 날리며... 최민영, 아무튼 발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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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라니... 아무튼 시리즈를 읽으며 이렇게 저렇게 그들이 지극히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에 슬며시 기댈 수 있는 기억 한 자락쯤 뽑아낼 수 있었으나 발레라니... 영화 <빌리 엘리어트>도 온전히 처음부터 끝까지 관람해본 적이 없는데... 발레를 취미 삼아 한다던 친구가 있었지만 그녀도 다른 취미들은 악착같이 유지를 하였지만 발레는 소리소문 없이 그만두어버린 것 같던데...
"그 재미를 부여잡고 허공으로 몸을 날리며... 최민영, 아무튼 발레" 내용보기

  발레라니... 아무튼 시리즈를 읽으며 이렇게 저렇게 그들이 지극히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에 슬며시 기댈 수 있는 기억 한 자락쯤 뽑아낼 수 있었으나 발레라니... 영화 <빌리 엘리어트>도 온전히 처음부터 끝까지 관람해본 적이 없는데... 발레를 취미 삼아 한다던 친구가 있었지만 그녀도 다른 취미들은 악착같이 유지를 하였지만 발레는 소리소문 없이 그만두어버린 것 같던데... 아무튼, 발레...

 

“오늘은 개강 첫날이고 발레 처음 배우는 분들도 계시니까 팔과 다리의 포지션을 자세히 설명 드릴게요. 다리는 1번부터 6번까지의 자세가 있어요... 그리고 팔 자세에도 규칙이 있어요. 발레에서 팔은 딱 정해진 곳으로만 움직여요. 아무 데나 팔이 막 돌아다니면 안 돼요.” (p.20)

 

그래도 책이 읽히는 것을 보면 신기하다. 물론 발레의 각종 포지션을 설명할 때는 그저 글자만 눈으로 따라 읽을 뿐, 머릿속으로 선명해지는 영상 따위는 없다. 그럼에도 고군분투하는 글쓴이가 느끼는 여러 심경을 따라가다 보면 왠지 처연해진다. 배우려 작정하고, 그 작정을 행동으로 옮기고, 한번 행동으로 옮긴 것을 유지하려 애를 쓰고, 그러다 문득 재미를 느끼고, 그 재미를 부여잡고 다시 몸을 허공으로 날리는 일들이 그렇다.

 

『... 발레를 배우고 싶은 남자 분이라면, 괜히 눈치보고 망설이지 않아도 좋다. 영국에서는 존 로우라는 90세 할아버지가 데뷔한 기록도 있다 그는 반평생 미술 교사로 살다가 일흔아홉 살에서야 가슴속에 숨겨놨던 발레의 꿈을 펼치기로 결심했고, 부단한 연습 끝에 11년 만에 무대에 올랐다고 한다. 그는 2009년 당시 인터뷰에서 “음악에 맞춰 발을 세워 몸을 높이 올리는 건 황홀한 경험”이라며 발레를 예찬했다.』 (p.26)

 

읽다가 문득 나의 고양이 용이가 참 유연하였는데, 생각을 해서 더욱 그랬는지도 모른다. 앉아 있는 나를 향해 천천히 다가오다가 손을 뻗는 순간, 그 손에 닿을 듯 말 듯 하며, 그 아래로 스르륵 미끄러져 지나갈 때 참 유연하였는데... 그렇게 매정하게 지나치고 나서 몸은 반대편을 향한 채로 고개만 돌려 나를 바라볼 때 그 눈빛도 참 유연하였는데... 그래도 미안한지 다시 돌아오면서 슬쩍 내 무릎에 얼굴을 딱 한 번만 부비며 스윽 지나갈 때 참 유연하였는데...

 

“... 미사여구나 조잡한 합리화로 눈가림을 할 수 있는 말이나 글과 달리 몸은 내가 연습한 딱 그만큼의 나를 거울처럼 그대로 보여주는데, 보기에 쉬워 보이는 것 중에 진짜로 쉬운 건 정말 많지 않은 법이다.” (p.100)

 

온전히 제 몸의 단련으로, 군무일 때조차 각각의 개성에 의지하여, 둘일 때조차 최소한으로만 접촉하며 날아오르는 모양을 떠올려 본다. (아, 다시 고양이 용이가 생각나려고 한다. 최소한의 접촉만으로 나의 사랑을 앗아갔던, 최소한의 접촉만으로 자신의 사랑을 보여주었던...) 아무튼, 어제 한 후배는 복싱을 시작했다며, 그간 복싱을 무시해서 미안했다는 말을 했는데, 몸을 이용하는 많은 것들이 이렇게 사람들을 머리 숙이게 만들곤 한다.

 

“... 남의 움직임은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자기 자신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맹점이 있다. 자신의 장점은 높이 여기는 반면 단점은 잘 보지 못한다. 정도만 다를 뿐 누구나 갖는 나르시시즘의 영향일 것이다. 그 단점이 어디에서 기인하는지 스스로 직면하기 전까지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몸에서 힘을 빼지 못하는 내 문제도 적잖이 심리적인 데서 비롯된 것이었다. 부서질 듯 노력하고 몰입하는 삶은 익숙한 반면 적당히 힘 빼는 삶은 심리적으로 낯설었다. 그러니 몸에서 힘을 빼는 방법을 알 턱이 없었다.” (p.107)

 

발레에 대한 책을 읽고 내가 무얼 쓸 수 있겠나 했는데, 딱히 그렇지도 않아 새삼스럽다. 힘 빼는 법을 모르는 데에 일가견이 있는 아내에게 들려줄 내용도 건질 수 있었다. ‘부서질 듯 노력하고 몰입하는 삶’이야말로 바로 아내의 삶인데, 어쩌면 거기에서 기인한 심리적인 낯섦이 아내에게서 힘 빼는 법을 빼앗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고 보면 내가 그렇게 수월히 적당히 힘을 뺄 수 있었던 것은...

 

 

최민영 / 아무튼, 발레 / 위고 / 147쪽 / 2018 (2018)

YES마니아 : 로얄 k******i 2019.02.2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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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매번 수업 때마다 힘 좀 빼라는 지적을 듣는다. 처음에는 자신에게 하는 소리인 줄 모르다가 어느 날 답답함에 못 이겨 선생님이 ‘바로 당신 이야기예요’ 하고 일러주었을 때에야 뒤늦게 문제를 인지했다. 대체 뭘 어떻게 해야 이런 지적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깊이 고민하면서 총체적으로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그러다 자신이 모두 소진될 정도로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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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매번 수업 때마다 힘 좀 빼라는 지적을 듣는다. 처음에는 자신에게 하는 소리인 줄 모르다가 어느 날 답답함에 못 이겨 선생님이 ‘바로 당신 이야기예요’ 하고 일러주었을 때에야 뒤늦게 문제를 인지했다. 대체 뭘 어떻게 해야 이런 지적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깊이 고민하면서 총체적으로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그러다 자신이 모두 소진될 정도로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불안과 죄책감에 시달리곤 했음을 깨달았다. 한국형 ‘맏이 표준 교육’을 받으며 부모님에게 인정받는 큰딸이 되기 위해 자신이 우울한 줄도 모르면서 죽 우울하게 커왔음을 인정하게 됐다. 목표를 이루면 기뻐하기보다 안도했고, 이루지 못하면 쉽게 자기혐오에 빠졌다. 상황이 극단적으로 나빠졌을 때는 사직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한 달이라는 긴 휴식을 거치면서 자신이 최선을 다하는 것은 오로지 자신의 불안감을 지우기 위한 것이 컸음을 깨닫는다. 난생 처음으로 마음이 가벼워졌다. 그러자 비로소 발레를 할 때의 몸의 움직임에도 여유가 생기기 시작한다.

m*******o 2020.10.16.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