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가장 많이 읽는 책은 소설입니다. 소설을 읽는 이유는 우선 재밌기 때문입니다. 재미라는 게 오락물만을 얘기하는 건 아닙니다. 지적 자극을 주는 책도 좋아합니다. 다소 어려운 책을 읽을 때 느끼는 희열이 있습니다. 물론 모두 이해하는 건 아닙니다. 책과 씨름하는 시간이 고통스러울 때도 있지만, 그래도 책을 덮는 순간 보람 같은 게 느껴져서 좋습니다. 산을 오를 때는 힘들지만 정상에 올라서면 기분이 좋은 것과 비슷합니다.
작가 폴 오스터는 피츠제럴드와 샐린저에 버금가는 현존하는 미국 소설가입니다. 올해 나이가 75살입니다. 검색 사이트로 찾아보니 영화배우만큼 잘 생겼습니다. 눈빛이 강렬합니다. 소설을 읽을 때는 다소 흐리멍덩한 눈을 상상했는데 반전입니다. 세계적으로 매우 유명한 작가이지만, 국내에서는 수많은 책을 냈음에도 유명세만큼 많이 읽히지는 않은 작가입니다.
나는 내가 무슨 일을 하건 또는 하지 않건 다른 누군가와 마찬가지로 전쟁의 한 부분이 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인간이 달 위를 처음 걸었던 것은 그해 여름이었다.
"네 아빠는 오래전에 죽었어. 네가 태어나기도 전에."
태양은 과거고, 지구는 현재이고 달은 미래이다.
우리는 서쪽으로 길을 떠나 황야로 들어서게 될 거다. 카우보이와 인디언들의 땅에 가 있는 한 무리의 매끈한 도시 사람들. 하지만 나는 그 탁 트인 공간, 사막의 하늘 아래서 내 음악을 연주한다는 생각이 마음에 들어. 혹시 거기에서 내게 어떤 새로운 진실이 드러날지 누가 알겠니?
왼쪽으로 나 있는 창문과 비스듬한 각을 이룬 곳에 서 있다가 그 창문으로 눈길을 돌렸고, 바로 그 순간 앞쪽의 두 건물 사이로 난 틈새를 볼 수 있었다. 그 부분 전체가 <달의 궁전>이라는 글자가 적힌 분홍색과 파란색의 선명한 네온사인 불빛으로 채워져 있었다. <달의 궁전>이라는 네온사인을 지켜보면서 이 조그만 아파트가 정말로 내 살 곳임을 알아차렸다.
여기가 내 출발점이야, 여기가 내 삶이 시작되는 곳이야. 내가 해안의 굴곡을 바라보고 있을 동안 한 집 두 집 불이 켜지기 시작했고, 다음에는 언덕 뒤에서 달이 떠올랐다. 달아오른 돌처럼 노랗고 둥근 보름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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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이어지는 이야기가 좋았고 맥락없이 나왔다 사라지는 인물들이 흥미로웠다. 반복되는 우연은 운명을 조롱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계속 이어진다.
좋아했던 소설이고 좋아했던 사람과 함께 나누고 싶어 빌려 주었고 책도 사람도 오래 전 내 곁을 떠났다. 즐겨듣는 팟캐스트에서 <달의 궁전>을 이야기하길래 다시 구매해서 들쳐 본 책 속에 이야기는 여전하지만 그 시절의 사람과 기억은 희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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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궁전 - 폴 오스터 음..뭐랄까 의식의 흐름인지 글이 되게 말이 많은 느낌이라 정신없이 읽혀서 내 취향이 아니었다. 그래도 내용이 놀라웠고 예쁜 제목과 다르게 내용은 참..어두웠다. 주인공은 사랑하는 삼촌이 죽고 돈도 탕진하고 노숙자가 되고 여자 친구와 친구의 도움으로 구조가 되고 다시 삶을 되찾아 가면서 에핑이라는 할아버지를 만나게 되는데... 우연이었을까 필연이었을까.. 정신 없는데 어쩐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읽혀서 이게 작가의 능력인가 싶었다. 폴 오스터의 다른 소설을 읽어보고 싶을 정도로 나에겐 매력적이지 않았지만 추천할만한 책이었다. |
달의 궁전은 마르코 포그라는 남자의 이야기다. 주요 등장인물은 마르코, 에핑, 솔로몬인데 책을 읽다가 이 셋의 관계를 알고 나서 약간 충격을 받기도 했다. (책 정보에도 나와 있듯이 이 셋은 3대이다. 할아버지-에핑, 아버지-솔로몬, 마르코) 셋이 한 번에 만나는 일은 없었지만 에핑과 마르코, 솔로몬과 마르코 이렇게 둘둘씩 우연한 기회로 연이 닿아 함께 생활을 하게 된다. 자꾸 어긋나는 세 사람이 안타깝게 느껴졌고 어긋나는 이들을 보며 그 순간을 잡지 못하면 기회는 다시 찾아오지 않는다는 생각이 떠오르기도 했다. 나는 이 책을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누고 싶은데 책 초반은 <마르코와 외삼촌, 마르코와 키티>라고 테마를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그 뒤로는 <공원에서 노숙 생활을 하며 지내는 마르코>, <에핑의 집에서 숙식을 제공받으며 일하게 되는 마르코>, <솔로몬과 만나게 되는 마르코>이다. 삶의 밑바닥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시작하려고 마음먹는 마르코를 보며 나도 뭔지 모를 동질감이 느껴지고 함께 힘을 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주인공인 마르코가 겪는 불행과 그 불행 때문에 무너져가는 모습이 지금의 나와 닮은 면이 있었기에 많은 공감을 하며 읽어간 책이다. 결국 끝에는 기운을 차리고 세상을 향해 나아갔으면 했는데 마르코 나름대로 방법을 찾고 발을 디딘 거 같아 나의 마음이 편해졌다. 앞으로 펼쳐질 마르코의 삶에는 빗겨나가는 우연도 생기지 않고 물 흐르듯 흘러가는 평탄함이 함께 했으면 한다. 책을 읽는 내내 현실적인 장소와 신비로운 장소를 오가며 내가 정말 그 공간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였는데 작가의 능력이 그만큼 출중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책을 읽으며 그 장면에 대한 이미지를 손쉽게 떠올릴 수 있다는 점이 신기했다. 그리고 서두에도 말했듯이 좋은 구절이 참 많았기에 함께 나누고 싶은 몇 가지를 소개하며 글을 마치겠다. //인상 깊었던 구절//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삶을 써 나가는 작가야. 네가 쓰고 있는 책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 그러니까 그건 원고인 셈이지. 그보다 더 적절한 게 뭐가 있겠니? 나는 내가 용기를 가지고 행동한다고 생각했었지만 실제로는 영락할 대로 영락한 겁쟁이의 모습을 보였을 뿐이었다. 세상을 경멸하며 혼자 즐거워하고, 당면한 문제점들을 똑바로 보지 않으려고 한 것이 고작이었다. 나는 후회와 나 자신의 어리석음에 대한 끝없는 자괴감밖에는 느끼지 못했다. -118p 나는 가장자리에서 뛰어내렸지만 마지막 순간에 뭔가가 팔을 뻗쳐 허공에 걸린 나를 붙잡아 주었다. 나는 그것이 사랑이었다고 믿는다. 사랑이야말로 추락을 멈출 수 있는, 중력의 법칙을 부정할 만큼 강력한 단 한 가지인 것이다. -84p 우연의 일치 따위는 없어. 그런 말은 무식쟁이들이나 쓰는거야. 세상의 모든 것은 생물이건 무생물이건 모두 똑같이 전기로 이루어져 있어. 심지어는 생각까지도 전기장을 발생하지. 그것들이 충분히 강하면 인간의 생각은 주위에 있는 세상을 바꿀 수 있어. 그걸 잊지 말게, 젊은이. -165p 책은 그에게 떠오를 기회, 마음속에서 자신을 띄워 올릴 기회를 제공했고, 책에 완전히 몰두하는 한 그는 자기가 자유롭게 풀려났다고, 그를 끔찍한 닻에 묶어 놓고 있는 밧줄이 끊어졌다고 자신을 속일 수 있었다. -378p 우리는 언제나 잘못된 시간에 옳은 곳에, 옳은 시간에 잘못된 곳에 있었다. 언제나 서로를 놓쳤고, 언제나 간발의 차이로 전체적인 일을 알지 못했다. 우리의 관계는 결국 그렇게, 잃어버린 기회의 연속이 되고 말았다. 그 이야기의 조각들은 처음부터 모두 거기에 있었지만 누구도 그것을 어떻게 이어 붙여야 할지 몰랐다. -392p 그 언덕 꼭대기에 이르자 태평양이 한눈에 들어왔지만 나는 물가에 이를 때까지 내리막길을 따라 계속 걸었다. 내가 신발을 벗고 발바닥에 와 닿는 모래를 느낀 것은 오후 네 시였다. 나는 세상 끝까지 온 것이었고 그 너머로는 바람과 파도, 중국 해안까지 곧장 이어진 공허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여기가 내 출발점이야. 나는 속으로 그렇게 말했다. 여기가 내 삶이 시작되는 곳이야. -480p |
이런 저런 책들을 읽다보면 폴 오스터의 영향을 받았다는 글이나, 폴 오스터의 책이 정말 재미있다는 글들을 볼 때가 있었다. (팟캐스트에서도 마찬가지고.) 그리고 최근에 빨간 책방에 폴 오스터의 <달의 궁전>이 올라왔다. 그냥 넘길까하다가 유명한 작가라니 한번은 읽어보자는 심정으로 구입했다. 열린 책들에서 나온 책이라 빡빡한 느낌의 책이다. 가득찬 느낌이랄까? 게다가 두껍고. 이 책을 언제 다 읽지 했는데, 시간이 흐르다보니 어느새 마지막 장이었다. 두께에 비하면 꽤 잘 읽히는 책이다. 달의 차오름과 이지러짐. 그것과 인생의 대비. 우연의 연속. 3대의 개인사와 가족사. 그리고 출생의 비밀? 이야기의 큰 줄기는 간단하지만, 상황에 대한 자세한 설명들과 정말로 우연히 이어지는 이야기들. 그리고 몽환적인 분위기(그래서 가끔은 하루키의 소설이 생각나기도 한다.)가 책의 두꺼움을 채우고 있다. 처음에는 작가의 경험을 토대로 한 자전적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순간 타인의 이야기로 전개가 되고, 또 다시 다른 이의 이야기로, 그러다 다시 주인공의 이야기로 전개가 된다. 다시 말하면, 처음 읽을 때는 이 책이 이야기하는 바가 어떤 것인지 알 수 없는 깜깜이였다가 조금씩 밝혀진다고 할까? 달이 점점 차오르듯이. 폴 오스터는 한 때 읽지 않으면 안되는 작가였나보다. 그래서 이 책을 읽기 전에 폴 오스터의 다른 책들도 읽어볼까 해서 찾아봤었는데, 책을 읽고 나니 우선 당장은 이 책에 만족하련다. 빨간 책방 1부: https://youtu.be/A-r9XQdxPgA 2부: https://youtu.be/fE-Zm_IJ2Tc |
달의궁전 폴오스터 빵굽는타자기 미스터버티고 공중곡예사 뉴욕3부작 도회적이고 감성적인 언어와 기발한 아이디어로 독자의상상력을 기분좋게 자극하는, 우연의미학이라는 독창적인 문학세계를 구축한 탁월한 이야기꾼 사실주의와 신비주의가 한데 뒤섞인 독특한 형식속에 동시대의 열망과 좌절, 강박 관념 등을 형상화하는데 뛰어난 솜씨를 발휘해왔다. 삶의현실과 비현실의 훌륭한 혼합이라는 평을 받은바있는 달의궁전은 자신의 삶을 극단으로 몰아감으로써 인생을 배워나가는 세탐구자들의 초상을 매혹적으로 그린 소설 |
노란 둥근 달을 보면 이제 이 책이 생각날 것 같다.. 2년전에 산 책을 이제야 완독을 하게 되었다. 어느새 책 커버는 직사광선으로 내 무관심으로 바래져 버렸다. 예전에는 왜 그렇게 읽히지 않았을까.. MS 포그의 음울한 상황에 몰입되지 않았고 절망의 벼랑에서 노숙(?) 하며 방황하는 그과정이 괴로웠었던 것 같다. 그것만 견뎠다면 술술 읽히는 책이 되었을텐데. 드디어. 토마스 에핑을 만나며 2막이 펼쳐지고 솔로몬 바버를 만나면서 3막이 펼쳐지게 된다. 그 두사람은 또 희한하게 포그와 인연이 있다. 그런 우연과 우연이 겹치는 일들이 의심되지 않게 억지스럽지 않게 개연성 있게 그 과정을 건너뛰지 않고 그렇다고 지겹지도 않게 상호 인과관계가 글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 있어서 책을 덮을때는 긴 여운이 남았다. 이 책은 성장 소설이면서 미스테리이면서 SF 이면서 시대적 소설이기도 한 대단한 책이다. |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 폴 오스터를 좋아해서 크게 고민하지 않고 구입했습니다. 특유의 몽환적인 분위기가 달의 궁전이라는 책 제목에서부터 보이네요. 아주 예전에 도서관에서 후루룩 읽었던 기억은 있는데 워낙 예전이고 대충 읽었던지라 이번엔 천천히 제대로 읽어봤습니다.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하는 작가답게 이 소설도 인간의 삶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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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오스터를 처음 만난 책은 뉴욕 삼부작이었다. 열린책들의 판형을 매우 좋다고 생각하지만, 뉴욕 삼부작의 글 배열은 압박이었다. 우연히도(!) 달의 궁전을 집어 올리게 되었는데 첫인상하고 달리 무척 재미있었다. 앉은 자리에서 술술 읽혔다. 서로다른 시공간을 넘다드며 전개되는 이 책은 폴 오스터의 인장이 진하게 찍혀 있다. 우연의 미학이라는 말답게 이 책은 구렁이 담 넘어 가듯 진행된다. 그러나 억지스럽다는 생각보다는 일종의 판타지 같다는 생각이 든다. 폴 오스터가 책에서 스스로의 세계 구축을 탁월하게 해놓았기 때문이라. 또한 이 책은 문학에 대한 문학, 메타 픽션으로도 읽힌다. 이야기의 가벼움에 비해 그것이 지닌 함의는 책 무게만큼 무거운 책. |
폴오스터를 좋아하는 친구가 있어 소개를 받아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본래는 이북이 아닌 실물책으로 살까했지만 글이 너무 많아 종이의 여백이 거의 없어 읽기가 불편한듯하여 이북으로 구매했는데 만족스럽게 읽었습니다. 폴오스터의 책은 처음이고, 처음엔 좀 헷갈렸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빨려들어가는 매력이 있다. 꽤나 길어서 아직 완독은 하지 못하고 틈틈히 읽고 있지만 조금 더 진득하게 오래 읽고싶어지는 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