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27)

한줄평
리뷰 총점 8.8 혜택 및 유의사항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59%
  • 리뷰 총점8 30%
  • 리뷰 총점6 11%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8.0
  • 30대 8.0
  • 40대 9.0
  • 50대 8.0
리뷰 총점 종이책 구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내용보기
모든 예술은 쓸모없는 것이라고 역설함으로써 예술의 자유를 제한하고, 예술의 효율성과 실효성을 따지는 세태에 일갈했던 오스카 와일드. 탐미적 예술을 지향하는 세 등장인물에게서 오스카 와일드의 모습들을 단편적으로 볼 수 있다. 꽤 오래 전에 읽었을 당시에 헨리는 그야말로 악마같은 인물로 보여졌다. 여성을 비하하고 모욕하며 순진한 도리언을 꿰어내 자기의 실험 관찰 대상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내용보기

 

모든 예술은 쓸모없는 것이라고 역설함으로써 예술의 자유를 제한하고, 예술의 효율성과 실효성을 따지는 세태에 일갈했던 오스카 와일드. 탐미적 예술을 지향하는 세 등장인물에게서 오스카 와일드의 모습들을 단편적으로 볼 수 있다. 꽤 오래 전에 읽었을 당시에 헨리는 그야말로 악마같은 인물로 보여졌다. 여성을 비하하고 모욕하며 순진한 도리언을 꿰어내 자기의 실험 관찰 대상으로 악용한다. 도의적 양심은 저 어딘가에 묻어두고, 몸이 원하는 쾌락과 욕망의 끝으로 도리언을 부추기며 타락의 끝으로 몰아가는 헨리. 소설 속 헨리만큼이나 자신감이 넘쳐 주변에 빈축을 샀다는 오스카 와일드는 헨리와 바질을 양 축으로 놓아 자신이 가졌던 갈등의 대변인으로 삼아 죄책감과 이기심 사이에서 방황하는 스스로를 도리언에 투영한 것일까? 얼핏 읽으면 이 작가가 <행복한 왕자> <거인의 정원> 을 쓴 사람이 맞을까싶지만, 3인칭 서술자의 입장에서 쓴 내용과 소설의 결론을 주의 깊게 읽다보면 오스카 와일드가 추구했던 바가 무엇이었을지 짐작할 수 있다.  

 

 

 



세상사에 있어 백치같았던 도리언이 변화하는 직접적인 계기는 시빌 베인과의 사랑이다. 아름다운 시빌의 매혹적인 연기에 도취되어 한눈에 사랑에 빠진 도리언 대상은 시빌이 아닌 그녀가 연기한 연극 속 인물들이었다. 시빌 역시 도리언을 통해 처음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을 접하고 허구가 아닌 실재하는 사랑의 존재를 깨닫자 더 이상 연극 속의 사랑에 도취하지 못하면서 그녀의 연기력은 곤두박질친다. 도리언이 시빌을 사랑했던 이유는 그녀가 재능과 지성을 지닌 뛰어난 연기자로서 예술이라는 무형의 환영에 실체를 부여한, 말 그대로 실재하는 영감이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이 사라진 시빌은 더 이상 도리언의 사랑의 대상이 될 수 없었다. 도리언이 사랑했던 건 '시빌 베인'이 아닌 무대 위 시빌 베인이었던만큼 도리언은 절망한다.  


그런데 이 순간, 도리언은 갈등한다. 진정한 사랑, 인간이 갖춰야할 소양과 도덕성은 과연 무엇인가. 스스로 답을 얻어 시빌과 화해를 하고자 하는 그의 옆에 악마의 속삭임 들린다. 바로 헨리다. 그는 인생의 목적은 오직 자기 발전(이라고 쓰고 욕망이라고 읽어야 하는)에 있고, 유혹을 없애는 유일한 길은 유혹에 굴복하는 것이며 유혹에 저항하면 병들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사람들이 그에게 호의적인 것은 아름다움 때문이고, 지금의 아름다운 얼굴은 젊을 때 뿐이며 나이가 들고 늙게 되면 더 이상 현재의 권리와 영광을 누릴 수 없을 것이고, 과거에 아름다웠기에 그렇지 못한 이들보다 더 쓰라린 고통이 남을 거라고, 그러니 황금같은 지금 이 시기를 낭비하지 말고 그 자신의 삶을 살라는 조언같지 않은 조언을 한다. 젊음이 지속되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음을 덧붙이면서. 도리언은 갈등과 위기의 순간마다 헨리의 미혹된 말들을 수용하고, 이후 점점 더 폭력적이고 탐욕적으로 변해간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는 헨리와 같은, 우리를 지배하고자 하는 유혹을 던지는 존재가 무수히 많다. 도리언이 본인도 깨닫지 못한 사이에 헨리에게 좌지우지 되었듯 다수 사람들도 스스로의 결정이라고 믿는 것들에서 어떤 존재의 힘이 작용되었음을 미처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우리는 가스라이팅의 폐해에 대해서 얘기하지만 때로는 집단적 가스라이팅이 우려되는 사례도 상당히 많다. 도리언이 자살이라고 추정되는 시빌의 죽음이 '끔찍하지만 슬프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말하는 장면은 섬뜩한 동시에 한편으로 갈수록 황폐해져가는 우리들의 자화상같아 씁쓸하다.  

 

 

이 소설에서 자주 언급하는 단어가 '예술'이다. 한 여인의 죽음을 두고 낭만이라고 말하는 도리언. 등장인물들이 끊임없이 지칭하는 '예술'의 의미는 무엇인가? 바질은 예술은 추상적인 것으로서 실재하기에 어렵고, 예술가의 영감이 오롯이 작품에 투영되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바질의 말을 통해 도리언이 바질에게 있어서서 영감의 대상이었다면 도리언에게 있어서 실비가 그와 같은 존재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의 직접적인 생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예술이 갖는 의미와 예술이 누려야 하는 자유의 한계, 그리고 영감을 얻어 예술을 완성하기 위해 희생은 불가피한 것인지에 대한 고민. 오스카 와일드는 스스로에게 부여한 숙제를 이 작품을 통해 숙고한 것이 아닐까라는 데에 생각이 미친다.


추하게 변하는 초상화는 결국 도리언의 내면이다. 그의 타락을 증명하는 유일한 존재인 초상화. 도리언은 그 초상화를 향해 칼을 꽂지만 결국 칼날은 자신을 향했다. 바질이 처음 초상화를 완성했을 당시 그림 속 도리언이 아름다웠던 이유는 단순히 외모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나는 도리언을 통해 나약하고 나약한 인간의 본질을 본다. 오스카 와일드는 끊임없이 악으로부터 유혹 당하고 무릎끓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자아를 찾고자 노력하면서 갈등하는, 그야말로 하나의 정의로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하고 다변적인 존재가 인간이며 그럼에도 악의가 비난받는 것은 세상에 여전히 선의가 있음을, 그 선의가 동반된 아름다움이야말로 추구해야할 탐미적 가치, 즉 예술이라고 말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y******n 2022.03.21. 신고 공감 16 댓글 19
리뷰 총점 종이책 구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내용보기
젊음을 유지하고 싶어하는것은 모든 인류의 소망이 아닐까 늘 그런 생각을 합니다.사실 그 생각의 기인은 나를 잃지 않고 싶어하는 자기애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해요.영원한 젊음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초상화가 있다면, 기꺼이 영혼을 바쳐 그 초상화를가지고 싶어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고 주인공 또한 그렇습니다.하지만 인간은 동시에 자신의 추한 모습을 타인에게 보이고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내용보기

젊음을 유지하고 싶어하는것은 모든 인류의 소망이 아닐까 늘 그런 생각을 합니다.


사실 그 생각의 기인은 나를 잃지 않고 싶어하는 자기애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해요.


영원한 젊음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초상화가 있다면, 기꺼이 영혼을 바쳐 그 초상화를


가지고 싶어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고 주인공 또한 그렇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동시에 자신의 추한 모습을 타인에게 보이고싶지 않기에 젊음을 갈구하고


자신의 가장 추한 모습을 보여주는 초상화를 없애고자 하는 모습에서 모순과 동시에 일관성을 느꼈어요.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r*******1 2019.08.06.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구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내용보기
이 글은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읽고 적는 리뷰글임을 미리 밝혀둡니다.작품 관련 스포일러 및 결말을 포함하고 있을 수 있으니 예민하신 분들은 주의해주시길 바랍니다.오스카 와일드의 작품은 처음 읽어보는데 참 재미있었다. 그의 다른 작품들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내용보기
이 글은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읽고 적는 리뷰글임을 미리 밝혀둡니다.
작품 관련 스포일러 및 결말을 포함하고 있을 수 있으니 예민하신 분들은 주의해주시길 바랍니다.

오스카 와일드의 작품은 처음 읽어보는데 참 재미있었다. 그의 다른 작품들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j*********9 2024.08.22.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구매
[도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도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내용보기
오스카 와일드의 저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작품의 유명세와 출간 이후의 시간을 생각하면 이제야 이 책을 접하여 읽었다는 것이 참 늦은 이야기처럼 느껴지지만, 곱씹어 여운을 주는 작품은 오히려 책을 덮을 때 '이제라도' 읽어서 다행이라는 감상으로 변화하곤 한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한 번에 읽고 바로 이해하여 받아들이기에 조금 어려움이 있어 읽는 데에 시간이 걸렸지만
"[도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내용보기

오스카 와일드의 저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작품의 유명세와 출간 이후의 시간을 생각하면 이제야 이 책을 접하여 읽었다는 것이 참 늦은 이야기처럼 느껴지지만, 곱씹어 여운을 주는 작품은 오히려 책을 덮을 때 '이제라도' 읽어서 다행이라는 감상으로 변화하곤 한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한 번에 읽고 바로 이해하여 받아들이기에 조금 어려움이 있어 읽는 데에 시간이 걸렸지만, 그렇기 때문에 천천히 꼼꼼하게 살펴 읽을 수 있던 것 같다. 

YES마니아 : 로얄 a*****7 2022.05.26.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구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_ 우리 각자는 도리언 그레이의 또 다른 초상이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_ 우리 각자는 도리언 그레이의 또 다른 초상이다" 내용보기
타인에게 보여주고 싶은 ‘나’와 가까운 지인에게조차 보여주고 싶지 않은 ‘나’를 끊임없이 의식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은 얼마나 괴로운 일인가          심리학 용어에 따르면, 나이 들어가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육체와 외모의 젊음에 집착하는 정신질환을 가리켜 ‘도리안(언) 그레이 증후군’이라 한다. 이는 젊음에 집착한 나머지 스스로를 절망에 빠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_ 우리 각자는 도리언 그레이의 또 다른 초상이다" 내용보기


 

 

 

 

타인에게 보여주고 싶은 와 가까운 지인에게조차 보여주고 싶지 않은

끊임없이 의식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은 얼마나 괴로운 일인가 

 

 

 

  심리학 용어에 따르면, 나이 들어가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육체와 외모의 젊음에 집착하는 정신질환을 가리켜 도리안() 그레이 증후군이라 한다. 이는 젊음에 집착한 나머지 스스로를 절망에 빠뜨리고 급기야 파멸에 이르는 내용을 담은 오스카 와일드의 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에서 유래된 용어다. 그리스 신화에서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을 경멸한 죄로,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자기 모습인 줄 모르고 사랑에 빠져 시름시름 앓다 죽어 수선화로 변해버린 나르키소스처럼, 우리는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통해 병적인 나르시시즘의 말로를 들여다볼 수 있다. 자신을 사랑해서 행한 것들이 도리어 자신을 망치게 되는 이 비극을 바라보며 우리는 스스로에게 되묻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어쩌면 나야말로 도리언 그레이의 또 다른 초상이 아닐까?” “타인에게 보여주고 싶은 와 가까운 지인에게조차 보여주고 싶지 않은 를 끊임없이 의식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은 얼마나 괴로운 일인가?” “우리는, 우리 안에 얼마나 많은 초상화를 지니며 살고 있는가?” 19세기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나, 이 작품이 오늘날까지도 회자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질문 앞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현대인들의 자화상이 여기에 담겨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름다운 것에서 추한 의미를 찾아내는 사람은

즐거움을 주지 못하는 타락한 사람이다.

이건 잘못이다.

아름다운 것에서 아름다운 의미를 찾아내는 사람은

교양 있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희망이 있다.

그들은 선택받은 사람들로, 그들에게 아름다운 것들은

오롯이 아름다움만을 의미한다. / 7p

 

 

 

아름다움이 권력이 되는 순간

 

 

  방 한가운데, 반듯하게 선 이젤에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빼어난 아름다움을 지닌 어느 젊은이의 전신 초상화가 세워져 있다. 화가인 바질 홀워드는 자신의 작품 속에서 우아하고 아름답게 빛나는 청년의 모습에 깊은 만족감을 드러내며 시선을 떼지 못한다. 그의 옥스퍼드 대학 동창인 헨리(해리) 역시 바질이 그린 작품 가운데 단연 최고라며 찬탄한다. 동시에 그는 이 초상화 속의 청년이 누군지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다. 그의 이름은 바로 도리언 그레이, 우연히 한 사교 모임에서 만나게 된 도리언의 아름다운 외모에 반한 바질은 이 매력적인 청년이야말로 내 예술의 전부라고 말한다. 아니나 다를까, 헨리 역시 젊음의 솔직함과 열정에 넘치는 순수함을 간직한 도리언을 보자마자 그를 알고 싶고, 그를 지배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에 헨리는 도리언을 칭송하며 미()야 말로 아무런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 세상의 가장 위대한 신성이자 최고의 경이이며, 이를 지닌 도리언에게 젊은이란 짧으며 신들이 부여한 이 황금의 시절을 헛되이 낭비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강렬한 흥미가 생겼다. 자신의 말이 이끌어 낸 갑작스러운 효과에 스스로도 깜짝 놀란 그는 열여섯 살 때 당시까지 모르던 많은 것을 알게 해준 책 한 권을 문득 떠올렸다. 도리언 그레이가 혹시 그때 그가 겪었던 것과 똑같은 경험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었던 것이다. 그냥 공중에 화살을 한 대 날린 셈인데, 그게 과녁에 명중했단 말인가? 이 젊은이는 정말 얼마나 매력적인 친구인가! / 37p

 

 

나는 미가 세상 모든 경이 가운데 최고의 경이라고 생각하오. 외모로 판단하지 않는 사람은 천박한 사람에 지나지 않을 뿐이오. 이 세상의 진정한 신비는 가시적인 것이지, 비가시적인 것이 아니란 말이오……. 그래요, 그레이 씨, 신들이 당신에게 잘해 준 것이오. 하지만 신들이 당신에게 부여한 것을 그 신들은 당장이라도 뺏어 갈 수 있어요. 당신이 진정으로 온전하고 충만한 삶을 살 수 있는 기한이 몇 년밖에 남지 않았어요. 당신의 젊음이 가면 당신의 아름다움도 더불어 사라질 것이고, 그러면 당신은 어느 순간 문득 깨닫게 될 겁니다. 당신에게 남아 있는 위업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41p

 

 

 

  바질의 화실에서 헨리를 만난 그날, 도리언은 완성된 초상화를 바라보며 자신이 얼마나 완벽한 아름다움을 지닌 존재인지 인식하게 된다. 한편으로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인생의 진정한 비밀이라던 헨리의 말을 생각하면 할수록, 그의 마음속에 기묘한 불안이 자리 잡는다. 언젠가는 얼굴에 주름이 덮이고 말라비틀어지며, 눈은 초롱초롱한 생기를 잃고 침침해질 것이며, 우아한 모습도 다 망가져 흉측하게 변해 버릴 것이라는 생각에 공포를 느끼던 그는, 영원히 이 아름다움을 유지할 수 있다면 자신의 영혼이라도 내어주겠노라는 어리석은 소원을 빈다.

 

 

 

  이후 초상화는 마치 도리언의 소원을 듣기라도 한 것처럼, 도리언이 병적인 나르시시즘에 빠져 자기 탐닉과 쾌락에 몰두할수록 제 자신이 추악하게 변해가기 시작한다. 파우스트와 계약을 맺은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처럼, 초상화는 도리언의 죄책감과 수치심을 앗아간 대신 도리언에게 영원한 젊음을 준다. 18년이라는 세월이 흘러서도 변함없는 젊음과 아름다움을 가질 수 있게 된 도리언은 그를 따라다니는 숱한 추문에도 불구하고 점점 더 폭력적이고 탐욕적으로 변해감으로써 끝내 자기 파멸의 길을 걷게 된다.

 

 

 

도리언, 인생이 자네를 위해 모든 것을 마련해 두고 있다네. 출중한 용모를 지닌 자네가 하지 못할 일은 아무것도 없어.

하지만 해리, 제가 초췌해지고 나이 들고 쭈글쭈글해지면요? 그땐 어떻게 되는 거죠 

, 그때는…….헨리 경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그때는 말이야, 도리언, 자네가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 싸워야 할 걸세. 그냥 있어도 승리가 자네한테 찾아오겠지만 말이야. 아니, 자네의 그 훌륭한 모습을 계속 간직해야 하네. 우린 말이야, 책을 너무 많이 읽어서 오히려 바보가 되고, 너무 많이 생각해서 아름다움을 잃어버리는 그런 시대에 살고 있어. 우리가 자네를 구할 수 없으니 자네가 해내야 해./ 165p

 

 

그는 이제 선택을 해야 할 시간이 되었다고 느꼈다. 아니 이미 선택이 내려진 것은 아닐까? 그렇다. 인생이 ? 인생이, 그리고 인생에 대한 지칠 줄 모르는 그의 호기심이 ? 이미 그를 대신해서 결정을 내렸다. 영원한 젊음, 다함이 없는 열정, 은밀하게 찾아오는 쾌락, 미친 듯한 기쁨과 거침없는 죄악. 그는 이 모든 것을 다 누려야 했다. 그리고 그의 불명예의 모든 짐은 초상화가 대신 짊어지고 가야 했다. / 167p

 

 

 



 

 

 

 

  이처럼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아름다움을 갈망하다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빼앗겨버린 한 남자의 이중성을 뛰어난 상상력을 통해 독창적으로 완성한 소설이다. ‘초상화가 현실의 삶의 궤적을 보여주는 양심의 캔버스가 되고, 주인공 자신이 육체성을 상실한 이미지로 도치되는 운명의 전환을 환상적 기법을 활용해 흥미롭게 엮어낸다. 하지만 이런 소설적 장치를 걷어내더라도, 순진무구했던 도리언에게 미와 쾌락을 추구하는 것만이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일이라며 지속적으로 도리언의 정신을 지배하려드는 한 인물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바로 헨리다.

 

 

 

  헨리는 쾌락은 자연의 시험이고 자연이 승인했다는 표시지. 우리가 행복하면 늘 선할 수 있지만 반대로 우리가 선하다고 늘 행복하다고는 할 수 없다거나 유혹을 없애는 유일한 길은 그 유혹에 굴복하는 것이라는 궤변으로 도리언을 꾀어낸다. 도리언에게 실연을 당한 뒤 자살한 시빌 베인의 죽음 앞에서도 마치 도리언의 삶에 일어난 하나의 비극적인 연출에 지나지 않는, 어떤 생경한 경험에 불과한 것으로 치부하게 하기도 한다. 만약 그날 화실에서 헨리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도리언이 자신을 탐미하고 쾌락에 빠져드느라 양심을 외면하는 일이 일어났을까? 도리언이 잃어버린 영혼을 되찾길 바랐던 바질의 말에 좀 더 귀를 기울였다면 결말은 달라졌을까? 바로 이러한 관계 속에서 소설은, 이따금 우리의 삶을 지배하려드는 여러 유혹과 나에게 영향을 미치는 여러 관계 속에서 어떻게 균형감각을 찾아야할지를 고심해보게 한다.

 

 

 

공작부인, 혹시 옛날에 저지른 잘못 가운데 큰 잘못, 뭐 기억나시는 것 없어요 그는 건너편의 공작부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너무 많아서 탈이지.그녀가 큰 소리로 말했다.

그럼 그 잘못을 다시 저지르세요.그는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다시 젊어지려면 옛날의 잘못을 반복하는 수밖에 없어요./ 69p

 

 

고도로 조직적이 된다는 것이 내 생각에는 인간 존재의 목적이 아닌가 싶어. 더 덧붙이자면, 모든 경험은 다 나름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거야. 누가 결혼에 반대하는 말을 했다면 그 말이 무슨 말이든 그것 자체가 하나의 경험이지. 나는 도리언 그레이가 그 여자를 자기 아내로 삼아 6개월 정도는 그녀를 열정적으로 사랑하다가 갑자기 또 다른 사람에게 푹 빠져 버리게 되기를 바라. 그러면 그 친구는 아주 훌륭한 본보기가 될 거야./ 120p

 

 

부조화란 억지로 다른 사람과 조화를 이루려는 것이지. 자기 자신의 삶, 중요한 것은 그것 아니겠나? 도덕가연하는 사람이나 청교도가 되고자 한다면 이웃의 삶에 관해서 자신의 도덕적 견해를 과시하고 내세울 수 있겠지. 하나 그렇다고 그런 사람이 이웃의 삶에 신경이나 쓸까? 게다가 현대의 개인주의는 실제로 더 높은 목표를 두고 있다니까. 현대의 도덕이란 자기 시대의 기준을 받아들이는 데 있는 것이지. 그런데 나는 교양 있는 사람에게는 자기 시대의 기준을 받아들인다는 것이 가장 상스러운 부도덕이 아닐까 생각하네./ 126p

 

 

 



 

 

 

  끊임없이 욕망하는 인간의 타락을 주제로 한 이 영원불멸의 소재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남성이 느끼는 남성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동성애적 코드, 예술의 근본과 가치에 대한 물음, 19세기 영국 귀족 사회의 위선, 극작가로서의 면모가 드러나는 오스카 와일드 특유의 위트와 직설적인 독설, 감각적이고 섬세한 묘사 등 다채로운 읽기가 가능하다는 점도 흥미롭다. 무엇보다 이 작품으로 하여금 나는 얼마나 많은 초상을 내 안에 지니고 있는지, 타인에 의해 만들어진 초상에 갇혀 지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진지한 물음에 다가가보는 계기가 될 수 있길 바란다.

 

 

 


 

YES마니아 : 로얄 h***s 2022.04.21.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구매
미사여구, 비유와 상징으로 읽기가 힘들지만,
"미사여구, 비유와 상징으로 읽기가 힘들지만," 내용보기
문장 자체가 직관적으로 읽히지 않고형이상학적이고 상징적이며 블랙 유머로 (상식이 부족해서 잘 와닿지가 않는것이라며 자조하며)읽는 것 자체가 고역이라고 느낄때쯤다음과 같은 문장이 다음페이지로 넘기게 해 주었다.어떻게 하면 다시 젊어지는지 가르쳐 주겠니?혹시 옛날에 저지른 잘못 가운데 가장 큰 잘못, 기억나시는 것 없어요?너무 많아서 탈이지그럼 그 잘못을 다시 저지르세
"미사여구, 비유와 상징으로 읽기가 힘들지만," 내용보기
문장 자체가 직관적으로 읽히지 않고
형이상학적이고 상징적이며
블랙 유머로 (상식이 부족해서 잘 와닿지가 않는것이라며 자조하며)
읽는 것 자체가 고역이라고 느낄때쯤
다음과 같은 문장이 다음페이지로 넘기게 해 주었다.

어떻게 하면 다시 젊어지는지 가르쳐 주겠니?
혹시 옛날에 저지른 잘못 가운데 가장 큰 잘못, 기억나시는 것 없어요?
너무 많아서 탈이지
그럼 그 잘못을 다시 저지르세요
다시 젊어지려면 옛날의 잘못을 반복하는 수밖에 없어요

YES마니아 : 플래티넘 s****y 2022.03.25.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구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내용보기
아름다운 것에서 추한 의미를 찾아내는 사람은 즐거움을 주지 못하는 타락한 사람이다. 이건 잘못된 것이고 아름다운 것에서 아름다운 의미를 찾아내는 사람은 교양있는 사람이고 이런 사람에게는 희망이 있습니다. 화가인 바질 홀워드는 고운 곡선, 주홍색 입술, 솔직함이 묻어나는 푸른 눈, 곱슬곱슬 생기가 넘쳐 보이는 금발, 그의 얼굴엔 누구라도 한번에 그를 신뢰하게 만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내용보기

 


 

 

아름다운 것에서 추한 의미를 찾아내는 사람은 즐거움을 주지 못하는 타락한 사람이다. 이건 잘못된 것이고 아름다운 것에서 아름다운 의미를 찾아내는 사람은 교양있는 사람이고 이런 사람에게는 희망이 있습니다. 화가인 바질 홀워드는 고운 곡선, 주홍색 입술, 솔직함이 묻어나는 푸른 눈, 곱슬곱슬 생기가 넘쳐 보이는 금발, 그의 얼굴엔 누구라도 한번에 그를 신뢰하게 만드는 무엇가가 있었습니다. 잘생긴 젊은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화를 그리는 화가 바질 홀워드는 그림에 만족하며 화가는 도리언 그레이를 모델 이상으로 사랑하게 되는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저자 와일드가 강조한 “예술에 목적이 있다면 그것은 아무 목적을 지니지 않는 데 있다는 것”을 생각나게 하는 대목입니다.

 

얼마나 슬픈 일인가! 도리언 그레이가 자기 초상화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 얼마나 슬픈가! 나도 늙어 무섭고 흉측한 모습으로 변하겠지. 그런데 이 그림은 항상 젊은 상태로 남을 것이 아닌가. 6월의 오늘보다 더 늙지 않을 게 분명한데..... . 거꾸로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영원히 젊은 상태로 있고 그림이 늙어 간다면! 그걸 위해서라먄 - 그럴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다 줄 텐데! 내 영혼이라도 내줄 용의가 있는데! --- p.47

 

이 세상에서 무서운 일이 딱 하나 있는데 그건 바로 권태야. 용서할 수 없는 유리한 죄, 그게 바로 권태거든.---p.313

 

화가인 바질 홀워드가 잘생긴 젊은 도리언의 초상화를 그리고 그 그림을 보고 아름다운 자신의 모습에 빠진 도리언은 초상화처럼 아름다운 모습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헛된 욕망을 갖게 됩니다. 사람의 욕심이 끝이 없다는 것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을 영원히 가질 수 있다면 영혼이라도 내주겠다고 말이죠. 아름다움을 갖고 싶은 사람의 욕망에 일침을 가하는 오스카 와일드의 소설입니다. 인간과의 거래에서 운명의 여신은 결코 손해 보는 법이 없습니다. 초상화는 자기 탐닉과 타락에 빠진 사악한 모습으로 바뀌어 가며 도리언은 증오심에 불타오릅니다. 도리언이 변하는 것이 아니라 초상화가 변한다는 설정에 놀랐습니다. 변화와 변신의 과정이 예술과 삶과의 고통의 관계로 저자는 작품에서 표현했다고 합니다. 잘생긴 얼굴에 만족하고 욕심을 내지 않았다면 좋았겠지만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입니다.

 

 

오스카 와일드가 이야기 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일까요. 예술과 사람과 고통의 관계를 어떻게 이야기 할까 고심했을 것입니다. 우리는 늘 우리 자신을 잘 알고 있다고 잘못 이해하며 더욱이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일이 많지 않습니다. 방 안으로 들어선 벽에 걸린 초상화는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습니다. 찌글찌글 늙고 주름살 늘어진 흉측한 얼굴을 가진 사람이 쓰러져 죽어있었습니다. 결국 초상화를 그린 바질에게 사악한 모습으로 변한 초상화를 그려준 도리언은 증오심에 화가인 바질을 칼로 죽이고 바질을 죽인 칼로 초상화를 찌르지만 초상화는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오히려 본인은 늙어 찌르러진 채 가슴에 칼을 맞습니다. 문제는 예술 작품과 삶을 동일시한 데서 비롯한 비극으로 결론 지었습니다. 육체와 영혼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야 우리 삶은 균형 잡힌 건강한 삶이 되는 것입니다. 더 많이 가지고 싶어하는 욕심, 현대인들이 자기 능력에 비해 과도하게 무리해서 일을 진행하다가 실패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만약 가진 것에 만족했다면 도리언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YES마니아 : 플래티넘 이달의 사락 y*****9 2022.03.23.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구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1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1" 내용보기
아름다운 것에서 추한 의미를 찾아내는 사람은 즐거움을 주지 못하는 타락한 사람이다. 이건 잘못이다. 아름다운 것에서 아름다운 의미를 찾아내는 사람은 교양 있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희망이 있다. -머리말 중에서-   오스카 와일드의 작품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머리말부터 가슴에 와닿는 구절들이 많다. 그 위대한 예술에 대하여 작가의 생각이 궁금했는데 이제는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1" 내용보기

아름다운 것에서 추한 의미를 찾아내는 사람은 즐거움을 주지 못하는 타락한 사람이다. 이건 잘못이다. 아름다운 것에서 아름다운 의미를 찾아내는 사람은 교양 있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희망이 있다.

-머리말 중에서-

 

오스카 와일드의 작품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머리말부터 가슴에 와닿는 구절들이 많다. 그 위대한 예술에 대하여 작가의 생각이 궁금했는데 이제는 조금 알 것도 같다. 그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쓴 장편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도덕적으로 타락한 인간의 모습을 그려낸 것일까? 어떤 내용일까? 머리말부터 어딘가 삐딱한 시선으로의 오스카 와일드 그의 마음이 전해온다.

 

#도리언그레이의초상, #오스카와일드, #열린책들, #독서카페, #리딩투데이, #리투서평단, #고전소설, #세계문학, #사기클럽

 

m*****4 2022.03.03.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구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내용보기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리뷰입니다. 오스카 와일드의 작품을 좋아해서 구매했습니다. 그만이 표현할 수 있는 분위기를 좋아해요. 아름다움이란 무엇인지 외적으로 보여지는 것이 전부인지, 지금은 그저 그런 동성애 고백이나 증거 인멸 등이지만 그때 당시엔 파격적인 내용이었을 것 같았습니다. 구원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 파멸의 길로 향한다는 점이 현실적이기도 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내용보기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리뷰입니다. 오스카 와일드의 작품을 좋아해서 구매했습니다. 그만이 표현할 수 있는 분위기를 좋아해요. 아름다움이란 무엇인지 외적으로 보여지는 것이 전부인지, 지금은 그저 그런 동성애 고백이나 증거 인멸 등이지만 그때 당시엔 파격적인 내용이었을 것 같았습니다. 구원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 파멸의 길로 향한다는 점이 현실적이기도 하고 흥미롭기도 했습니다.

o*****4 2021.12.02.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구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내용보기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구매하여 읽고 작성한 후기입니다. 주관적인 감상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큰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그러나 예민하신 분들은 읽을 때 주의 바랍니다.* * *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오스카 와일드 대단한 장편 소설이라고들 하는데 읽을 기회가 없어 미루어 두다가 쌓인 쿠폰이 제법 많아 구매하게 되었다다른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도 많지만 열린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내용보기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구매하여 읽고 작성한 후기입니다. 주관적인 감상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큰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그러나 예민하신 분들은 읽을 때 주의 바랍니다.

* * * *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오스카 와일드 대단한 장편 소설이라고들 하는데 읽을 기회가 없어 미루어 두다가 쌓인 쿠폰이 제법 많아 구매하게 되었다
다른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도 많지만 열린 책들을 선택하게 된 것은 번역 때문이었다 시중의 출판사들이 올려놓은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미리보기를 전부 읽어 보았으나 가장 마음에 드는 번역이 열린책들의 번역이었기 때문이다
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화려하고 간결한 번역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특히 책이 양장이라 더욱 좋았다
YES마니아 : 로얄 e*********c 2021.11.22.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