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을 읽어서 좋은 점 중에 하나는, 최근에 일어난 사건들을 체계적이고 예리한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야가 트이고 확장되는 일일 것이다. 3장 초반부에 언급되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하여 김인정 기자님의 정곡을 찌르는 문제의식을 듣고 배울 수 있어 좋았고, 장마다 어떤 논지가 펼쳐질 지 기대하며 읽는 내내 통쾌하고 후련했다.
그가 다루는 주제들은 사실 무겁고 난해하며, 어떤 것은 절망적이기까지 하다. 그는 장마다 결론을 내며 많은 물음표를 던진다. 그의 물음이 잔잔했던 나의 삶에 큰 물둘레를 만들며 파동을 일으켰다. 지금도 충격적인 여운이 남는 대목은 그의 연민과 공감에 대한 이견이었다. 자신과 닮은 것에만 연민을 갖는 개인들이 과연 우리 사회에 충분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까에 의문을 품으며 독자에게 질문한다. 공감도 능력이라고 생각하던 기존 생각의 틀과 프레임을 비웃으며, 그까짓 한정적인 공감만 가지고서는 이 사회가 어느 정도 이상의 성장과 변화를 이끌어내기는 불가능하다는 그 논지에 반박할 수가 없었다.
가지고 있는 얼마 없는 것 중에 그나마 자랑할 수 있는 것이 공감능력이라고 생각했던 내게 그야말로 뒤통수를 쎄게 맞은 듯한 충격적인 문장이었다. 이만큼의 공감과 경청하는 자질 또한 '능력'이라고 떠들어댔던 지난 과거의 나를 몽땅 소환해내고 싶을 만큼 내 자신이 어리석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내내 죄책감이 점점 커져만 갔다.
나 또한 일상적인 고통에는 고개를 돌린 채 더 자극적인 소식들에 귀를 기울이고 눈물을 글썽이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사회의 변화를 꿈꾸고 바라며 고통을 전시하는 목소리에 나 또한 일조하고 있었고, 피해자를 바라보는 시선에 고통의 현지화는 당연한 옵션이라 생각했던 나의 하찮은 수준에 가슴 아팠다. |
오늘도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우리는 우리 사회의 사건, 사고, 재해 장면 등을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접하게 된다. 그런 장면 속에 담긴 타인들의 고통에 대해 우리는 어떠한 반응과 생각을 해야할까? 저자는 기자로서의 다양한 경험과 사례 등을 통해 타인의 고통에 대한 성찰과 연민, 공감 등을 얘기한다. 타인의 고통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유익한 독서 경험이었다. |
고통 구경하는 사회
원하든 원치 않든 수많은 정보들을 거를 틈도 없이 받아들이면서 살아야 하는 요즘 시대에 한 번씩은 고민했던 주제에 대하여 생각해 보게끔 하는 책이었다. "보고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면 대규모 구경이 되어버릴 뿐이다"사회부 기자로 일하며 눈에 보이는, 보이지 않는 것들을 취재하며 고통의 저널리즘을 저울질 하고 그 결과를 끊임없이 고민해야했던 작가의 순간들을 엿보는 기분이었다. 그 고민끝에 결국은 선택해야했던 그 과정이 얼마나 괴로웠을지는 내가 순간순간 느꼈던 잠깐의 고뇌와는 차원이 달랐을 것이다. 고통의 중개인 역할보다는 그것을 소비하는 입장이 더 많은 사람으로서 간혹 내가 느끼는 무력감마저 사실은 우월감의 한 표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 잠시의 소비과정 안에는 슬픔과 분노가 있지만 그 끝은 무력감이었고 결국 종착지는 그 감정들에서 벗어나 나의 일상으로 돌아오게 된다는 것을 깨달을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한발치 멀리 떨어져서 나와는 무관한 일이라 선을 긋고, 약간의 분노와 공감을 통해 내 얄팍한 공감능력을 스스로 확인하며 안도하고, 이만하면 나의 사회적 의무(?)는 다 한 것 같다 싶으면 관심을 내려놓는 순차적인 과정. 조금 과한 자아비판이 아닌가 싶다가도 또 아니라고 하기엔 사실이기에 매일을 이런 나 자신과 싸워봤자 결론이 날 리가 없다. 인터넷에서 펼쳐지는 말의 향연은 당연히 충분치 않다. 그걸 알고 있으면 된다. 비평가 존 버거가 말했듯이, 타인의 고통을 보고 난 뒤 충격을 개인의 '도덕적 무능'으로 연결해 그 감정에 지나치게 매몰될 필요도 없다. 때론 죄잭감이라는 통증을 넘어서야 타인의 고통에 다가가는 길이 열린다는 걸 말하고 싶다. 나의 것이 아닌 고통을 보는 일에는 완벽함이 있을 수 없으므로. 우리가 서로의 부족함을, 미욱한 애씀의 흔적을 조금씩 용인하면서라도 움직이기를 바라기에. - P.36~37 한 고통과 마주쳤을 때, 우리를 크게 흔드는 이미지를 만났을 때, 우리는 공감하며 크게 감응할 수도 있고, 곧 잊어버릴 수도 있다. 연민을 느끼고도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무력감이나 죄책감을 느낄 수도 있고, 너무 많은 타인의 고통에 질려 눈을 돌릴 수도 있다. 분노한 나머지 공격적인 말들을 쏟아낼 수도 있고, 눈물을 흘릴 수도 있다. 무엇이라도 행동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어질 수도 있다. 행동은 절대선처럼 여겨지는 경향이 있지만, 행동이라고 해서 다 맞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개인적으로 이 책은 이러한 나의 오르락내리락 하는 감정에 대한 정답을 알려주는 듯한 책이었다. 물론 명쾌한 해답을 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 감정에 잠식되지 않고 좀 더 건실한 고민을 하고 나아가게 하는 안내서의 역할을 해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아주 마음에 들었다. 같은 이름의 다른 고통을 막기 위해 일어선 사람에게 공동체가 함께해 줄 수 있는 것. "누군가의 애도가 우리의 애도가 되고 결국 우리를 바꿔놓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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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이 직설적이기는 하지만, 현재 우리 사회에서 타인의 고통을 바라보는 시선을 아프게 지적하고 있는 것 같다. 기자로서 타인의 고통을 매번 어느 선까지 취재하여 뉴스로 내보내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저자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동안 무심코 뉴스로만 듣고 보았던 사고, 사건, 재해, 참사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러한 고통들이 다시 발생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우리 사회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타인의 고통을 구경하며 그 자리에 머무르지 않고 직접 행동하고 목소리를 내는 것이 의미있고 가치있는 일이라는 점을 깨우치게 해준 책이다. 목격자로 끝내지 않고 실천자가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됨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
5월 독서 모임에서 읽은 '고통 구경하는 사회'는 정말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책이었다. 김인정 작가가 기자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만큼, 내용이 매우 현실적이고 공감이 갔다. 타인의 고통을 다루는 기사나 뉴스를 많이 접하는 만큼,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의 시각과 사회적 영향을 깊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특히 뉴스와 SNS를 자주 접하는 사람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
리뷰도 좋고 목차부터 살펴봤는데 언론,미디어 전공할 친구들에게도 도움이 될 필독서일 거 같아서 구매했구요, 하루만에 배송되었네요. 리뷰도 좋고 목차부터 살펴봤는데 언론,미디어 전공할 친구들에게도 도움이 될 필독서일 거 같아서 구매했구요, 하루만에 배송되었네요. ![]() |
올해 읽은 비문학 중 단연 1위. 구매하길 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예스 24는 늘 배송도 빠르고 책도 비싸지 않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잘 파시는 것 같습니다. 점점 책꽂이가 늘어나는 게 부담스럽지만 책 구매를 멈출 수가 없습니다. 모두들 감기 조심하시고 따뜻한 겨울 보내세요. |
역지사지. 공감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면 상대 입장에 서서 생각해보면 답이 나오는데 왜 못하는걸까 라며 살아왔는데 조금 오만하게 살아온게 아닐까 싶다. 나이를 먹고 이것저것 보고 듣고 경험을 하면서 사실은 ‘하는척’ 하는 스킬이 늘어난 것이 아닌지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면서 공감할 수 있는 것만 보았던게 아닌지 결국은 나도 구경만 하고 있었던게 아닌지 현 사회와 그 현 사화에 구성원인 나를 다시 곱씹어 보았다. 고통은 이제 시간이 많이 지났으니, 얼추 결과가 나왔으니 끝이 아니다. 고통은 시간이 계속 흐르더라도 다시 돌아보고 생각하며 더 이상은 이런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행동으로 이끌어 내는 것이다. “또 저 이야기야?”, “지겨워.” 라고 생각하기 전에 왜 뉴스와 기사에 계속해서 나오는지, 너무나 고통스러운 그 일을 다시 떠올려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소리를 내는 피해자들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귀를 기울어야 한다. 요즘은 나름 검열을 하고 있다는 뉴스나 기사들도 영상이나 내용이 너무 자극적으로 느껴질 때가 많은데 그래야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는 작가의 글을 보고 씁쓸했다. 과거와 비교하면 영상을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이니 더 심해질 것이다. 보는 것에서 끝이 아닌 감시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대규모의 구경이 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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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구경하는 사회 얼마전 다른 책을 읽으며, 기사에 대한 문제점을 봤습니다. 사람들의 클릭수를 유도하기 위해 자극적인 헤드라인, 자극적인 내용을 가진 사건들만 우선 배치한다는 소리였습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그런 사건들이 사람들이 많이 관심을 가지고 이 책의 제목처럼 타인의 고통을 구경한다는 생각이 들었을때 이 책을 추천받아 읽게 되었습니다. 참 좋은 책이고 생각할 거리가 많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