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처럼 비가 많이 오는 장마철이면 우선 기분이 다운 되고, 우산을 써도 축축하게 나 만의 공간을 침범하는 빗방울들이 귀찮고, 특히나 신발 안까지 넘쳐 흘러 들어온 이 빗물은 찝찝함과 짜증을 불러 일으킵니다. 아니, 일으켰습니다. 물론, [날씨의 음악]을 읽었다고 바로 날씨 마다 음악소리가 들리고 하는 건 아닙니다. 그래도 이런 날 퇴근길에 내 꽃무늬 우산을 톡톡 건드리며 조금은 천천히 가도 되는거 아니냐고 말을 거는 빗방울을 상상하게 된 건 정말 이 책 덕분입니다. 먼지로 가득한 거리를 거닐다보면 비라도 한차례 내려 이 먼지들을 쓸고 갔으면 하고 바랄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먼지가 없다면 구름이 끼기도 어렵고 비도 보기 어렵다는 사실(46쪽) 아셨나요? 맑고 깨끗한 환경에서는 수증기가 응결하기 어려워 구름이 만들어지고 비가 내리는 상태에 다다르기 힘들다고 합니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반전 입니다. 기후변화와 날씨, 지진해일과 어느 날의 쓰나미로 인한 악몽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구름이 만들어지고 바다가 요동치다 해저 암반이 비틀리면서 집채만한 파고가 해안을 덮치는 이야기, 다행이라면 다행인 먼 여행을 하고 힘이 빠져 온 태풍으로인해 우리나라는 그나마 피해가 적었다는 이야기들을 듣고 나니 절대로 같은 날씨도, 같은 표정의 자연도 없다는 걸 문득 떠올리게 됩니다. 격랑이 이는 날씨가 있는가 하면 또 운치 있게 살랑이는 바람을 피부로 느끼며 구수한 커피 한 잔과 프레데리크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을 듣는 상상만으로도 즐겁고 행복합니다. 한여름의 더위를 식혀주는 소나기와 장대비, 비 덕분에 멈춰선 공사장의 소음, 비가 그치고 나서 마주하게 되는 맑은 시야, 한겨울의 꽁꽁 언 공기를 따숩게 녹여주는 가족 또는 연인의 손길을, 문득 먼 이국의 유명한 작곡가가 전원을 거닐며 쓴 곡이 주는 평화로움을 [날씨의 음악]을 통해 종종 만났습니다. 그저 좋다고 말하고 싶은 데, 그 좋은 걸 설명하기엔 언어가 부족한 느낌입니다. 날씨에 대해 오해하고 있던 것들도 많았고, 빙하의 기포 속에 그대로 보존 되고 있는 매머드의 숨결을 찾아 모험을 떠나고도 싶어지는 그런 시간이었습니다. 날씨에 대해 잘 몰라도, 음악에 대해 잘 몰라도, 기상일보에 대해 전혀 몰라도 소소하게, 쏠쏠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오늘, 빗소리는 덕분에 달랐습니다. 심난하더라도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고 싶을 때 한번쯤 떠올릴 책과 음악이 여기 있습니다. [날씨의 음악] 오늘같이 비오는 날에 강추합니다. *출판사 제공 도서 #날씨의음악 #날마다춤추는_한반도날씨이야기 #이우진 #한겨레출판 #클래식음악과_날씨 #날씨에관한_과학책 #책추천 #책스타그램 #하니포터 #하니포터6기 |
날씨의 일상의 언어로 풀어쓴 기상학자의 공감 깊은 날씨 이야기. 날씨와 음악을 오버랩하며 변주곡을 듣듯이 독자들을 날씨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글쓰기에 푹 빠져 든다.
오래전부터 우리들은 날씨에 참 민감했다. 오늘과 같이 집중호우가 내리는 날이면 전날부터 온통 날씨 얘기다. 날씨만큼 사람들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내용이 없는 것 같다.
포털 사이트 검색 순위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날씨와 관련된 검색어다. 각 기업체에서는 기상 정보를 전담하는 부서를 두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재난과 재해를 일으키는 기후 관련 요소들을 미리 알고 대처하지 않으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낼 수 없다.
식량과 관련된 산업이 농업 뿐만 아니라 상업, 서비스 등 모든 영역이 기후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예를 들어 브라질-비-스타벅스와 관련된 고리 연결은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다. 브라질에 비가 내리지 않으면 커피의 원료인 원두 생산량이 급갑하고 전 세계에 매장을 두고 있는 스타벅스의 커피 원가가 올라감으로 수익이 떨어져 결국 주식가가 급락한다는 것이다. 결국 날씨가 주식가를 결정한다는 얘기다.
기후 위기 극복이 국제사회의 당면 과제가 되면서 기후변화와 날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후 위기를 경고하는 책이 다수 출간되는 가운데 구체적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한반도 날씨 변화의 원리와 작동 방식을 친절히 설명해주는 책이 나왔다. 기상학자이자 차세대수치예보모델개발사업단 단장을 맡고 있는 저자는 평소 본인의 관심사인 클래식 음악과 날씨를 접목해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 날씨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놓는다는 책 소개처럼 날씨를 좀 더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일상의 소재로 부드럽게 가지고 오면 좋을 것 같다. |
항상 이맘때쯤 찾아오는 장마가 낯설지는 않았다. 매해 그렇듯, 이 꿉꿉함을 좀 참고, 우산을 챙겨야 하는 불편함을 며칠 견디면 끝날 것을 알기 때문에 괜찮았다. 올해의 장마는 다른 것 같다. ‘극한’을 붙인 폭우가 등장했다. 비가 와도 너무 많이 온다. 쉴새 없이 안전안내문자가 온다. 집에서 한 블록 내려가면 보이는 사거리는 차가 통과할 수 없을 정도로 물에 잠겼다. 해마다 비가 많이 오면 어느 정도 발목을 적시는 정도라 그런가 보다 했는데, 언젠가부터 폭우가 쏟아지면 위험한 곳이 됐다. 맨홀 뚜껑이 날아가 사고가 난 차가 있을 정도다. 수시로 일기예보 확인이 습관이 됐다. 비단 비 오는 날 뿐만 아니다. 너무 더워도, 폭설이 쏟아져도, 미세먼지가 심해도 살펴보게 된다. 갑자기? 아니다. 늘 그랬지만, 새삼 요즘의 날씨가 변덕이라 더 챙겨보게 되는 거였다.
날씨에 관해서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저자의 표현대로라면, 날씨는 대기와 땅, 햇볕이 만들어내는 음악 같다는데, 오늘 날씨는 어떤 음악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굉장히 어둡고, 거칠고, 심란한 음악 무엇일까 찾아보게 될 정도다. 저자는 장맛비에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을 듣고 싶다고 말하더라. 폭풍우에 갇혀 밤새 돌아오지 못한 연인 조르주 상드를 걱정하며 이 음악을 만들었다는 쇼팽. 응어리진 가슴을 쓸어내리듯 맨홀로 빨려 들어가는 빗물을 얘기한다. 이렇게 듣고 보면 참 분위기 있어 보이는데, 미안하지만 오늘의 장맛비는 분위기만 찾을 수 없을 정도의 위험을 동반하기에, 솔직히 좀 밉다. 어쨌거나, 단순히 불편하고 싫다는 마음으로만 말하는 날씨가 아니라, 기상학적으로 설명할 수밖에 없는 날씨의 과학과 음악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저절로 날씨에 맞는 음악을 상상하게 되면서, 다양한 날씨의 모습을 설명하는 문장은 또 어떻게 들려올까 궁금해지기도 한다.
대륙의 동쪽 끝에 있다는 한반도. 북쪽의 육지와 남쪽의 바다 영향을 받는다는 건 이미 지도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북반구의 중위도 온대 지방에 위치하며 저기압과 고기압의 영향을 반복적으로 받고 있고, 이 기압의 이동으로 날씨의 변주가 이루어진다.
변화무쌍한 한반도의 봄 날씨는 강물의 방향을 바꾸기도 한단다. 시베리아 적도를 흐르던 찬 공기가 양쯔강 자락의 따뜻한 기운과 만나 요란한 비를 쏟아낸다고. 잔잔하게 내리는 봄비를 연상하면 봄날의 건조함을 사라지게 해줄 적당한 비가 생각나는데, 이미 문장에서 들려오듯 찬 공기와 따뜻한 공기가 만나 비구름을 만들 때 얼마나 무서운 분위기로 비가 내리는지 안다. 기상 현상에 대해 잘 몰라도, 이 정도는 우리가 많이 경험하지 않았던가. 그럴 때 빠른 리듬의 음악이 저절로 생각나는 건 당연하다. 둔탁하고 무겁고 세게 두드리는 악기를 연상하게 된다. 아마도 지금 내리는 비 같은 느낌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비가 쏟아지고, 천둥 번개는 수시로 끼어드는 효과음에, 경쾌함이 아닌 운명이 바뀔 것 같은 음악을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지금 딱 맞는 시기인 여름 장마철. 북태평양고기압이 우리나라로 오면서 그 가장자리의 수증기가 비구름대가 만들어진다. 이때 많은 비가 내리는데, 북태평양고기압이 확장되어 한반도를 덮는다면 수증기 물길이 한반도를 피해가고 열대야가 온다는데. 생각해보니 장마철 폭우도 싫고 열대야도 싫은데, 여름을 견디는 게 참 힘든 일이구나. 들으면 들을수록 날씨에 관한 예측과 현상은 신기하면서도, 지구의 기후변화에 더 민감하게 다가가게 된다. 더운 공기가 위로 올라가고 그 자리를 다른 공기가 채우고, 태양의 높이에 따라 열의 양이 달라지고, 육지와 바다의 분포에 따라서도 달라지는 날씨를 우리는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그저 자연이 그러하니, 과학적으로 설명되는 대로 따라야 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을 듯하다. 그래서인지 기후변화 문제가 더 심각하게 다가온다.
짧은 듯, 있는 듯 없는 듯 지나는 가을을 생각하면 괜히 울적해진다. 겨울의 추위가 오기 전, 가을 특유의 서늘함을 좋아했다. 한반도에 북풍이 불어오면서 북쪽의 찬 공기가 높은 구름을 만들어내고 구름층이 엷어진다고 한다. 가끔 우박이나 소나기가 가을의 운치를 위협하면서 대기 불안정을 만들기도 한다. 농작물의 우박 피해 뉴스를 보다 보면, 날씨는 우리 삶에 너무 밀접하다. 농사뿐만 아니라 식량과 관련된 산업 전체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거의 모든 영역에서 기후 문제가 중요하다. 적당히 물이 찬 논에 모내기하고, 뜨거운 햇살에 잘 자랄 때 풀이 나지 않게 한 번씩 관리해주고, 가을바람 불어오면 추수하면서 한 해의 농사를 마무리하는 게 농업인만의 일은 아니다. 농산물은 농업인의 수입이기도 하지만, 그 농산물로 만들어지는 가공식품과 다른 업계에까지 하나로 연결된 것을 생각하면, 날씨 문제는 단순히 ‘날씨’의 문제가 아닌 게 된다. 이쯤 되니 이 책이 새롭게 보인다. 날씨와 음악, 서정적인 문장이 들려올 거로 생각했던 건 착각이고, 조금 더 관심 두어야 할 분야가 되었다.
몇 년 전에 겪었던 혹한을 떠올린다. 지독하게도 추웠던 날, 기차를 타려고 역 플랫폼에 서 있는데, 어떤 어르신의 말이 생생하다. 80년 가까이 살아오면서 이런 추위는 처음 겪어본다고. 대기의 방향이 바뀌어 시베리아 고기압이 세력을 키워 한반도를 지나가면서 추위가 찾아온다. 예전에 들었던 말인데, 삼한사온. 기억하는 이가 있을까? ‘온대저기압이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한반도 주변을 지나갈 때, 저기압이 접근하기까지 나흘 정도는 남풍 계열의 바람이 불면서 기온이 조금 오르다가, 저기압이 통과하면 북풍을 타고 한기가 내려오면서 사흘 정도 기온이 떨어지는 현상’이라고. 사계절이 뚜렷한 대한민국이라고 배우고 겪으면서 자랐는데, 어느새 대한민국의 사계절은 거의 두 계절로 변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변했다. 지독한 더위 아니면 추위. 그사이에 낀 봄과 가을은 월급이 통장을 찍고 지나가듯 잠깐 흔적만 남기고 사라지는 느낌이다.
날씨를 음악으로 표현하는 저자의 시선을 그대로 옮길 수 없어서 유감이다. 하나하나 다 적자니, 날씨의 변화를 다 표현할 수가 없었다. 다만, 우리가 느끼는 기후변화의 문제를 저자도 인식하고 전달하려 애쓰는 모습이 확인된다. 계절을 클래식 음악의 악장과 같다고 느꼈던 거에 비하면, 가속하는 지구온난화는 악장의 길이가 바뀌고 있음을 설명한다. 그래서 저자는 짧은 1악장의 봄이나 점점 길어지는 2악장의 여름처럼, 다양한 변주곡으로 날씨를 이야기한다. 날씨의 음악이 얼마나 더 다양하게 들려올까 기대되면서도 걱정되는 건, 지금 지구의 기후 문제가 심각하다고 여기는 건 어느 한 사람의 생각이 아니기 때문이다. 날씨로 전하려는 음악을 듣는 건 즐거웠지만, 그 음악이 자연의 현상에서 들려오는 거로 생각하면 내가 되돌려줄 음악은 잘 상상이 되지 않는다. 요즘의 폭우가 아름다운 음악을 망가뜨린 것처럼 여겨지는 건 나뿐인 걸까.
저자의 이력 때문인지 이 책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의 지식과 실제 경험이 바탕이 되었을 테고, 여러 가지 기후변화를 지켜본 이가 전문적인 시선으로 전달할 수 있는 이야기도 있다. 게다가, 날씨를 예측하고 전달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느껴진다. 특히나 어느 순간부터 예측에서 벗어나는 기후 문제가 등장하면서 정확한 날씨 전달은 더 어려워졌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혹시라도 일기예보가 빗나가더라도 ‘구라청’이라는 오해보다 그 어려움을 먼저 생각해주기를 바란다.
아직도 우리 삶은 날씨에 따라 일과가 달라지기도 하고, 마음의 리듬이 달라지기도 한다. 무엇을 하든 날씨를 살피며 하루를 계획하기도 하니까. 며칠 전에도 엄마는 이 더위가 힘들다며 달력을 들추었다. 처서가 언제냐며, 이 폭염이 좀 사그라지지 않을까 기대하며 하루를 견디고 계셨다. 개인의 생활과 우리나라의 많은 것을 살피는 날씨, 크게는 이 지구상에서 연주되는 날씨가 중요하다는 걸 새삼 되돌아보게 하는 글이다. 날씨나 기후의 모든 것을 과학적으로 다 이해하기는 어렵겠지만, 그 흐름을 살펴보는 재미가 있었다. 조금 더 깊게 집중해서 다시 읽게 된다면, 그때는 살면서 겪는 다양한 날씨와 우리 살아가는 기후 환경을 거의 다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생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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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라는 책을 참 좋아한다. '날씨의 음악' 4계절의 날씨를... 4악장 속에 변화무쌍한 연주로... 대학에서 전공을 선택하고 석사에 박사까지... 그리고 평생을 연구하며 가르치는... 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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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보다 늙었구나는 실감했을 때는 2년 전쯤 봄의 기운과 가을 기운이 다름을 감지했을 때다. 사실 그전까지 봄의 따스함과 가을의 따뜻함이 비슷하게 느껴졌다. 다만 봄에는 꽃샘추위와 잦은 황사와 미세먼지로 인해 좀 더 변덕스러운 느낌이 들 뿐이었다. 그런데 봄에 온 세상이 깨어나는 기운과 가을에 모든 게 익어가고 겨울을 준비하는 기운이 새삼 다르게 느껴지더라. 창밖에서 들어오는 따뜻한 아침 햇살이 봄이라면 저녁 무렵 따뜻하고 졸림은 품은 햇살은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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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시집보다 시적이면서 주가분석보고서보다 과학적이다" - 곽재식 책의 띠지에 곽재식작가의 한 줄 코멘트가 과연 적당하다. 그렇다고 이 책의 내용이 날씨를 음악에 연결 짓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이 책은 시를 다루지 않지만 시적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콕 집어서 어디가 시적이냐고 묻는다면 글쎄 딱히 내세우기 쉽지 않다. 그래서 곰곰히 생각해본다. 따뜻하고 차분하며 상냥하고 온화함. 인간의 속성과 내적인 의문과 호기심들과 닿아있는 자연현상의 원리의 풀이. 철학적인 걸까. 모든 삼라만상의 원리가 서로 통하는 방식이 있듯이 동물의 세계와 똑닮은 사람의 세계가 있는 것처럼. 작가는 날씨의 이유와 현상을 비유로 설명할 수 있는 적당한 노래와 우리의 삶의 현상들을 잘 연결짓는다. 나는 언젠가 어느 수학선생님의 책을 읽으면서 그것이 철학책이라 느꼈었다. 자신이 평생 해 온 일의 신념을 정리하는 일이 멋져보였고 나도 언젠가 내 평생의 일을 그렇게 정리할 수 있을까 싶은 부러움이 있었다. 이 책은 그런 넘사벽의 부러움에 사로잡혀 사는 나에게 또 다른 롤모델을 제시했다. 완벽한 철학적 개념을 정리하지 않아도 된다. 누구라도 알기쉽고 이해하기쉽게 음악으로, 인간관계로, 심리로, 흔한 감정의 선으로 설명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정리가 된다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자신의 평생의 일을 가장 쉬운 말로 잘 정리해 내는 일. 이 책은 그 누구에게보다 작가에게 가장 유익했을 것임을 나는 느낄 수 있었다.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감격스러운 마음으로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이우진 #날씨의음악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6기 |
밤새 폭우가 쏟아졌다. 창문을 살짝 열었더니 강한 바람과 들이치면서 전원이 꺼져 있던 선풍기 날개가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태풍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강한 바람이었다. 요사이 비가 참 자주 내린다. 장마철이기 때문에 언제라도 비가 내릴 수 있지만 패턴이 다른 것 같다. 며칠 동안 무더운 열대야가 이어지다가 갑자기 국지성 호우가 쏟아지고 있다. '장마'는 '여름철 가장 많은 비가 내리는 기간'을 의미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기후 패턴이 바테뀌면서 장마가 아닌 기간에도 폭우나 오래 비가 내리는 날들이 생기고 있다.
사람들은 장마가 아니라 아열대성 우기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기상청에서는 우리나라 여름철 강수 패턴을 분석한 결과 아열대화되고 있다는 설명을 내놓기도 했다. 날씨는 우리 생활과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아침에 집을 나서기 전 날씨는 확인하는 것은 일상 속 친숙한 습관이 되었다.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인류가 진화해 오는 동안 날씨의 리듬은 우리 몸속에 체화"되어 있을 것이다.
『날씨의 음악』의 저자 이우진은 연세대학교에서 천문기상학을 전공하고 카이스트에서 물리학 석사, 미국 일리노이대학교에서 대기과학 박사학위를 받은 기상학자로 바송을 통해 기상 현상을 해설하기도 하고, 신문이나 잡지에 기상 칼럼을 기고해 왔다고 한다. 이 책은 오랫동안 《한겨레》에 <이우진의 햇빛>이라는 칼럼을 쓰는 도중에 편집자로부터 날씨와 음악을 연결 지어 책을 써보자는 제의를 받고 집필했다고 한다.
'자연이 들려주는 음악'에 귀를 기울인 저자의 글은 부드럽게 잘 읽힌다. 날씨와 음악의 알레고리 가운데 역사적 사건이나 그림도 나오고 일상사와 멋진 풍광과 기후 변화에 대한 걱정도 담겨 있다. 책의 목차를 보면 다른 계절에 비해 여름의 목차가 유독 길다. 작가는 4계절을 4악장에 빗대어 2악장인 여름이 기후 위기로 인해 점점 길어진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자연은 '긴장과 이완, 강약을 조절해가면서 한 편의 완전한 교향악'을 들려주고 있다는 말을 덧붙이고 있다.
음악의 선율같은 부드럽고 감미로운 글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학자이자 현장 전문가로서 최근 가속화되고 있는 지구 온난화와 토네이도, 태풍, 우박 등의 자연재해가 발생한 지역에 대한 우려에 대한 글도 보인다.
여름철 열돔 현상에 대해서는 냄비에 찬물을 넣고 아래에서 불을 때고 수온이 올라가고 공기의 순환이 막혀서 식지 않는 열기와 열대야로 설명하면서 온난화의 원리와 문제점을 지적한다. 저자에 따르면 그러한 원리로 인해 "기후변화는 단순히 지구 온도를 높이는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지역적으로는 한 곳에 폭염과 가뭄을 주는 동시에 다른 곳에는 홍수를 불러오는 양면성"을 지닌다고 말하고 있다.
감수성이 돋보이는 시적인 문장에 현재 심각한 기후 위기에 대한 경각심도 일깨워주고 있으며 기상학자가 하는 일도 이야기하고 있어서 어렵지 않게 날씨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는 책이다. 시적 감수성에 전문적인 설명을 쉽게 할 수 있다는 것은 오랫동안 그 일에 몰두해온 사람이 가지는 재능일 것이다. 장마, 혹은 우기가 지루하게 이어지고 있는 요즘 날씨에 어울리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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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의 향연은 언제 어디서나 다채로운 모습으로 펼쳐지기에,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우리 주변에서 날씨의 속삭임을 쉽게 느껴볼 수 있다며, 이 책이 날씨가 주는 작은 즐거움을 찾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해본다는 저자의 말로 <날씨의 음악>은 시작된다. 날씨와 음악을 연결 지어 다루는 이 책은 과학에 관련된 이야기들이 다소 어려울 수 있음에도, 독자들의 보다 쉬운 이해를 돕기 위해 초반에 기압에 대한 설명이 겻들여 있는 것 또한 독자들에 대한 저자의 배려가 돋보이는 부분이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목차 순서대로 쓰여져 있었다. 여름이 날씨의 기후 현상이 많은지라 가장 내용이 다양했으며, 개인적으로 가을은 좋아하는 계절이라 매우 흥미를 가지고 읽을 수 있었다. 과학과 음악을 연결 지어 한 편의 글을 완성하고 결국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친절한 설명을 통한 책을 완성하기까지 저자의 많은 노력이 돋보이는 책이었으며, 가볍게 읽기보다, 새로운 지식을 많이 얻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과학, 그리고 음악에 대한 기초 지식이 없어도 배움을 얻을 수 있는 책 :) ?? 어머니의 품에 안긴 듯 대지의 따스함이 느껴지면 변화무쌍한 구름이 연출해내는 드라마도 마냥 즐겁기만 하다. 날씨의 변주가 아름다운 건 오랜 세월 견고하게 삶의 터전을 지탱해주었던 땅의 숨결이 함께하기 때문일 것이다. ?? 여행의 묘미란 날씨 박람회의 이곳 저곳을 돌아보면서 그곳의 기후에 적응한 현지인이 먹고 입고 자는 대로 체험해보는 데 있을 것이다. 바로 그때 날씨는 화음이 되어 오감의 체험을 더욱 기억할 만한 것으로 만들어줄 테니까. ?? 미래학자 폴 사포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벗어나려 하기보다는 껴안으라고 조언한다. 예측대로 굴러가는 시장은 투자할 매력이 없다는 것이다. 불확실성은 위기인 동시에 기회임을 상기하면서도 나에게만큼은 안개가 걷히기를 바라는 건 풀리지 않는 딜레마다. (서평단 활동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안그래도 변화무쌍한 요즘의 날씨가 떠올라 궁금했던 책이었다. 나는 우리나라의 사계절을 너무 사랑하고 하루하루 모든 날씨를 사랑하기 때문에 이 책이 특히 반가웠다.
날씨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음악을 이야기하고 한편으론 서정적인 느낌도 나서 이게 무슨 책이지, 과학책이 맞는건가 잠깐 헷갈렸지만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읽기 시작하니 술술 읽혔다. 날씨와 클래식 음악이 만날 수 있구나를 새삼 느끼게 되었다.
그동안은 기후위기를 경고하면서 어떻게 기후위기를 막아야 할지 우리가 해야할 일에 대한 책들을 많이 읽었는데 이 책은 조곤조곤 친절하게 요즘의 날씨 변화와 원리를 설명해준다. 요즘 날씨 왜 이래요?에 대한 과학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미세먼지 알레르기가 있어 먼지 극혐하는 사람인데, 먼지의 역할도 알게 되었다. 나는 요즘같은 무더위를 가장 사랑하는데, 찜통같은 더위 뒤에 찾아오는 선선한 바람이 너무 행복한지라 작가님의 이야기에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었다. 날씨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가장 흔한 요소가 아닐까! 매일 만날 수 있으니. 다른 나라도 아니고 딱 우리가 사는 한반도의 사계절을 날씨 별로 설명하니 흥미롭고 재미있다.
날씨와 함께 소개해주는 음악들도 잘 어우러진다. 몇몇 곡들은 제목을 듣는 순간 머릿속에 재생이되지만 그렇지 않은 곡들도 있어 흥미롭게 찾아보았다. 누군가의 플레이리스트를 공유받는 건 즐거운 일 중 하나이다.
아무래도 계속 비가 쏟아지다보니 날씨를 인위적으로 바꾸려 했던 과학자들의 시도나 집중호우에 대한 이야기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온도가 1도 올라갈 때 대비해야하는 전력의 양이나, 다른 분야의 사람들의 노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나에게는 베스트인 날씨가 누군가에겐 걱정일 수도 있었다니.. 에어컨 밑에서 시원하게 이 책을 읽고 있어서 어쩐지 조금은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이 든다.
눈을 좋아하니까 겨울에 얽힌 날씨 이야기도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그 동안 어렴풋이 알고만 있었던 일들에 대해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설명해주어서 나에게는 딱 맞는 책이었다. 거기에 더해진 감성 듬뿍. 작가님 어쩐지 MBTI NF 일 느낌이다.
사계절이 뚜렷한 한반도에 사는게 너무 좋다. 다른 나라에서도 조금씩 살아보았지만, 축복 받은 것 같은 날씨의 나라들에서도 한국이 그리웠던건 아마도 사계절 뚜렷한 날씨가 한 몫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막연히 이래서 좋다는 것보다 이유를 알고 좋아하니 더욱 신기하고 행복하다. 내일은 또 어떤 날씨가 펼쳐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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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리나라의 사계절을 너무 사랑하고 하루하루 모든 날씨를 사랑하기 때문에 이 책이 특히 반가웠다.
날씨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음악을 이야기하고 한편으론 서정적인 느낌도 나서 이게 무슨 책이지, 과학책이 맞는건가 잠깐 헷갈렸지만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읽기 시작하니 술술 읽혔다. 날씨와 클래식 음악이 만날 수 있구나를 새삼 느끼게 되었다.
그동안은 기후위기를 경고하면서 어떻게 기후위기를 막아야 할지 우리가 해야할 일에 대한 책들을 많이 읽었는데 이 책은 조곤조곤 친절하게 요즘의 날씨 변화와 원리를 설명해준다. 요즘 날씨 왜 이래요?에 대한 과학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미세먼지 알레르기가 있어 먼지 극혐하는 사람인데, 먼지의 역할도 알게 되었다. 나는 요즘같은 무더위를 가장 사랑하는데, 찜통같은 더위 뒤에 찾아오는 선선한 바람이 너무 행복한지라 작가님의 이야기에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었다. 날씨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가장 흔한 요소가 아닐까! 매일 만날 수 있으니. 다른 나라도 아니고 딱 우리가 사는 한반도의 사계절을 날씨 별로 설명하니 흥미롭고 재미있다.
날씨와 함께 소개해주는 음악들도 잘 어우러진다. 몇몇 곡들은 제목을 듣는 순간 머릿속에 재생이되지만 그렇지 않은 곡들도 있어 흥미롭게 찾아보았다. 누군가의 플레이리스트를 공유받는 건 즐거운 일 중 하나이다.
아무래도 계속 비가 쏟아지다보니 날씨를 인위적으로 바꾸려 했던 과학자들의 시도나 집중호우에 대한 이야기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온도가 1도 올라갈 때 대비해야하는 전력의 양이나, 다른 분야의 사람들의 노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나에게는 베스트인 날씨가 누군가에겐 걱정일 수도 있었다니.. 에어컨 밑에서 시원하게 이 책을 읽고 있어서 어쩐지 조금은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이 든다.
눈을 좋아하니까 겨울에 얽힌 날씨 이야기도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그 동안 어렴풋이 알고만 있었던 일들에 대해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설명해주어서 나에게는 딱 맞는 책이었다. 거기에 더해진 감성 듬뿍. 작가님 어쩐지 MBTI NF 일 느낌이다.
사계절이 뚜렷한 한반도에 사는게 너무 좋다. 다른 나라에서도 조금씩 살아보았지만, 축복 받은 것 같은 날씨의 나라들에서도 한국이 그리웠던건 아마도 사계절 뚜렷한 날씨가 한 몫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막연히 이래서 좋다는 것보다 이유를 알고 좋아하니 더욱 신기하고 행복하다. 내일은 또 어떤 날씨가 펼쳐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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