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중에 말년에 치매를 앓다가 요양원에서 세상을 떠난 분들이 있어서 그런지 이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하고 가슴이 먹먹해짐을 느꼈다. 이 책의 내용은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고, 치매 환자의 며느리가 환자의 시점에서 서술하고 있어서 생생하게 환자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책 속 화자인 '나'는 80대 치매 환자이고, 작가는 '나'에 의해 '너'로 지칭된다. 80대 후반의 나이에 뇌졸중으로 쓰러진 적이 있는 '나'의 남편을 돌보아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가득차 있는 '나'의 주변에 이상한 일들이 일어난다. '나'는 멀쩡한데, 남편과 아들, 며느리가 걱정을 하고, 집에는 매일 데이케어센터에서 오는 사람이 있다. 모든 것이 전에 '나'가 하던 방식과 다르고, 집안을 마음대로 만져 놓는 것도 너무 싫다. 남편은 재활센터의 젊은 선생님과 바람이 난 것 같다. 어느 날에는 남편과 똑같이 생긴 로봇(파파몬)이 우리 집에 들어와 살고 있다. 뭐든 잘 기억이 나지 않고, 전에 익숙하던 것들이 다들 낯설다... '치매에 걸린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을 공격한다.'고 한다. 그렇게 정을 떼려는 것이라는 말도 들은 적 있다. 오래 살게 된 것은 좋은 일일지 모르지만, 피해 가기 어려운 것이 치매라는 병이다. 나도 가족도, 부모도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 그래서 이 책이 참 와닿는다. |
친구나 지인들과 부모님이야기나 노후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난 암보다 치매가 더 무서워..나이가 더 들더라도 몸이 아픈 건 치료해가며 살아갈 수 있지만 치매로 내 주위를 잊어버리게 되는 건 견딜 수 없을 것 같아. 잊고 있다는 것조차 잊는다는 게 제일 무섭고 두려워...” ‘치매’라는 것에 겁을 먹게 된 이유는 있다. 몇 년 전에 좋은 시간과 기회로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게 되었다.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필기시험 점수도 필요하지만, 현장에서의 체험과 경험의 시간이 충족 되어야하기 때문에 요양원에 계시는 노인분들을 2주 동안 매일 만나게 되었다. 나이가 들고, 노인이 되고, 몸이 아파지고, 혼자서 생활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에 요양원 생활을 하셔야 하는 어르신들을 가까이에서 접촉하고, 만나게 된 것은 아마도 처음이지 않을까 싶다. 시험을 위한 시간이라 생각하지 않고 진심으로 어르신들을 매일 만나고 인사하고 지내면서 아마도 ‘치매’에 대해 더 관심을 갖게 되었던 것 같다. 내가 만났던 어르신들 중에는 젊은 시절 대기업에서 고위간부급으로 사회적으로도 성공하신분도 계셨고, 나름 젊은 시절 건강하게 열심히 살아오신 분들이셨다. 그러나 ‘치매’는 그분들을 ‘떼쓰는 어린아이’처럼 만들어 버리기도 했다. 아이를 달래듯이 어르신들과 이야기하고, 밥을 먹여드리고, 씻겨 드리기도 하는 등 여러 경험을 하게 되면서 안쓰럽고 서글픈 마음과 함께 내게는 ‘치매’가 너무나 무서운 병으로 느껴졌다. 시간들을 보내고, 자격증도 취득하게 되면서 ‘노인심리상담사’에 도전하면서 특히나 ‘치매’에 대한 관심은 개인적으로 더 커졌다. 그 이후 삶과 죽음, 치매에 대한 책들을 많이 접하게 된 것 같다.
‘낯선 여자가 매일 집에 온다.’ 라는 책 제목을 보는 순간 왠지 직감적으로 느꼈다. ‘치매이야기’ 이구나... 하지만, 다른 책과는 분명히 달랐다. ‘치매’가 소재가 되는 소설이나 에세이는 그 주위 사람들 시선에서 살아내고, 이겨내는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다. 치매가 걸린 당사자 본인의 시선에서 느껴질 수 있는 일들을 그려내는 것은 분명히 색다른 시선이었다.
‘치매’는 나에게도 올 수 있고, 내 가족에게도 올 수 있는 병이다. 남의 일만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수명은 길어지고, 노인으로서 살아가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지금보다 더 많은 사례가 생길 것 이라고 생각된다. 가족 중에 치매환자가 생기게 되면 그 가족관계는 너무나 힘들어진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하지만, 치매환자 본인이 느끼게 되는 감정에 대해서는 그보다 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저 가족을 힘들게 하는 치매환자가 된 또 하나의 가족으로만 남을 뿐...
나도 내 가족이 치매환자가 된다면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대처하며 살아갈지 알 수 없다. 잘 해낼 수 있을 거라는 섣부른 장담도 할 수 없다. 그러나 이렇게 다른 이들이 겪는 이야기들을 자꾸만 접하게 된다면 조금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헤쳐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낯선 여자가 매일 집에 온다.’ 라고 생각되는 치매환자로서 바라보는 세상을 이해 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한다.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옆에서 모시며 며느리가 시어머니의 시선으로 풀어준 ‘낯선 여자가 매일 집에 온다.’는 노부모가 계신 자식들은 꼭 읽어 봤으면 싶다. 이해할 수 없을 수도 있지만,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해볼 수는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어떤 상황이나 사건에서 당사자의 입장을 온전히 느끼는 건 불가능한 일이지만, 이렇게 ‘나’와 ‘너’의 입장을 맞바꾸어 책을 한 권 써나가는 여정을 통해 저자는 그전과는 완전히 다른 각도에서 당사자를 이해하게 되었으리라. “힘내”라는 말보다 “당신의 절망과 괴로움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라는 말이 당사자에게는 훨씬 큰 위로가 되지 않을까. 나에게는 이 책이 그런 노력을 하겠다는 다짐으로 느껴졌다. -옮긴이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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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물이 주르륵, 마음이 시큰한 소설같은 에세이 ?? 매일 환하게 웃으며 내 집으로 오는 너. 왜 내 남편이랑 그렇게 가까운거야? 내 부엌살림을 왜 니가 함부로 손대는거지? 음식 솜씨 칭찬하는 남편이란 당신 집에서도 딴 여자 랑 친하다니 다 늙어서 무슨 주책이야?? 아들 내외가 가고 나면 한마디 따끔하게 한마디 해줘야겠어. 근데, 이 사실을 말해야 하나 고민인데...남편이 로봇인걸 아들한테 말해줘야겠지?? 아, 근데 맨날 오는 너 너무 익숙한대...누구야??? ??추천사 중 바로 제가 수많은 분들을 진료하고 또 강연하면서 전했던, "세상을 치매 환자의 눈으로 바라봐주세요"란 말 그대로 주인공 치매 환자가 바라본 세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기 때문입니다. ??p19 낯선 여자가 매일 집에 온다. 거침없이 현관으로 들이닥쳐 큰 소리로 인사하는 동시에 제멋대로 부엌에 들어간다. 몸에 익은 동작인 게 너무 괘씸하다. ??p50 파파몬은 "몇 번씩이나 전화를 걸면 민폐랴."라고 하지만 나는 분명 딱 한 번밖에 전화하지 않았다. ??p106 누군가와 말을 나무면 너무 지친다. 머리 한가운데가 마비되는 것 같다. 석연치 않았지만 나는 일단 납득한 척하고 전화를 끊었다. ??p162 생각하면 할수록 이상하고 화가 난다. 가족에게 말해 봐야 웃으며 얼버무릴 뿐. 아무도 나를 믿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자, 살아 있는 것 자체가 싫어졌다. ?? 이 글을 쓴 무라이 리코 작가님은 번역도 하시고 글도 쓰시는 분이다. 작가이면서 아내이고 엄마이고 며느리였다. 곱고 단정하던 시어머니의 느닷없는 변화에 가족 모두가 놀랄 수 밖에 없었다. 한밤중에 꾼 꿈이 진짜라고 생각해 시아버지를 때리고 환청, 환시를 경험하신다. 현재를 살지 못하는 시어머니를 겪으며 있었던 일들을 가족들의 입장이 아닌, 시어머니 입장에서 쓴 치매 환자 시점 에세이. 상상한 시어머니의 속마음. 전부를 알 순 없지만 시어머니를 이해해보기 위한 작가님만의 노력이 아니었을까. '이런 마음이겠지.' 생각하고 이해해보려 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그려졌다. 세상의 모든 것이 달라져버려 답답하고 겁나는 치매 환자의 속마음을 드려다 본 것 같았다. 이 책 첫장에 추천사를 쓰신 '신경과 전문의 이은아 원장님'이 늘 하시는 말씀이 있으시단다. "내가 만일 치매에 걸렸다고 상상해 보세요. 어떤 기분일까요? 그리고 그 분들을 다시 바라보세요." " 세상을 치매 환자의 눈으로 바라봐 주세요." " 우리는 두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지만, 치매 환자들은 한 쪽 눈을 가린 채 보게 됩니다." 치매 환자를 보살피는 일은 상상 이상 힘들고 아픈 일이다. 온 가족이 함께 아파야 하는 병이었다. 힘내라는 말보다, 이해하려는 노력이 더 위로가 된다는 걸 이 책을 보며 생각했다. 치매에 대해 알고 싶은 분들, 치매에 걸린 가족이 있는 분들에겐 꼭 읽어보시라고 추천합니다. #낯선여자가매일에집에온다 #무라이리코 #이지수옮김 #도서출판오르골 #치매환자시점에세이 #도서협찬 #서평후기 #완독후기 |
책제목: 낯선 여자가 매일 집에 온다 지은이: 무라이 리코 펴낸 곳: 오르골 오늘 서평할 책은 무라이 리코 작가님의 '낯선 여자가 매일 집에 온다'라는 에세이인데요. 에세이보다는 소설에 가까운 책이랍니다. 다소 제목만 보면 매일 낯선 여자가 집에 온다니 섬뜩하기도 하는데요. 표지만큼은 분홍색에 예쁜 꽃이 그려져 있는 것 보면 뭔가 제목과 어울리지 않죠. 이 책은 바로 치매 환자의 이야기가 담긴 책인데요. 처음 제가 이 책을 읽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 책이 치매 환자 시점에서 쓴 책이였던 점에서 읽고 싶었어요. 무엇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책이여서 더 끌렸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리고 아무래도 제가 사회복지사로 일하면서 사무적인 일도 하지만 노인장기요양 5등급 어르신들의 집을 방문하여 어르신의 상태를 살피는 일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읽고 싶었을 것 같은 마음도 컸을 것 같은데요. 여기서 말한 5등급은 치매를 가지신 어르신인데요. 1~4등급은 몸이 불편하신 어르신들이 대부분이지만 5등급의 어르신들은 대부분 건강하시나 치매를 가지신 어르신이죠. 그래서 이 책을 읽는데 치매 어르신의 시점을 너무 잘 써놓으신 것 같더라고요. 특히 함께 동거하고 있는 배우자가 케어하러 오신 분과 바람을 피고 있다거나 돈, 영양제 같은 물건이 사라진다거나 이런 증상을 비롯해 여러 증상들이 나오는데요. 많은 치매 환자들이 겪는 증상이기도 하고, 이 일을 하면서 만났던 치매 어르신의 증상들을 글으로 보니 뭔가 새롭더라고요. 자연스럽게 치매와 관련된 에피소드들도 많이 생각나고요.
이 일을 하다보면 대부분의 많은 분들이 자신의 부모님이 또는 가족이 '치매인 것 같다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어떠냐?' 의심을 하면 아니라고 단언하죠. 막상 치매라고 진단을 받으면 충격을 크게 받지만 이내 "괜찮다" 다독이죠. 하지만 치매는 완치할 수 있는 병이 아니다보니 주변에서 많이 힘들어 하는 것들을 쉽게 볼 수 있어요. 그래서일까 아, 치매에 대비할 수 있는 책이 있었으면 좋겠다. 또는 치매 환자를 간병하고 있는 가족들이 치매 어르신을 이해 할 수 있는 책이 있었으면 좋겠다 하는데 얇지만 치매 환자 시점으로 이끌어가는 이 책을 추천해드리고 싶네요. 지금까지 치매 환자 시점으로 보는 이야기 '낯선 여자가 매일 집에 온다'였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나에게는 작은 할아버지가 계신다. 할아버지의 동생이시다. 연세가 많으시지만 건강하시다. 며칠 전 기억이 잘 안 난다고 하셔서 노화에 따른 인지능력 저하인지 초기 치매증상인지 확인을 위해 병원에 다녀오셨다고 한다. 평균 기대수명의 증가로 인지 능력의 저하나 치매는 더 이상 우리와 뗄 수 없는 주제가 된 듯하다. 친구의 할머니도 오랫동안 치매로 지내시다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치매를 앓던 할머니의 증상이 심해지면서 집을 나가시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게 나가셔서 혹시 위험한 일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하며 가족들이 찾아다녔다는 이야기를 해 준 적이 있다. 할머니 간병의 기간이 길었던 친구는 그 기간 동안 부모님이 힘드셨다는 이야기도 함께 해 주었다. 아마 이렇게 치매 간병의 경험을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접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주로 치매를 앓고 계신분의 간병인 혹은 간병인 가족의 입장이 공유되는 경우가 많은 듯한데 이 책은 간병인이나 그의 가족의 관점이 아닌 치매 환자의 시점에서 쓰여진 에세이다. 너무나도 흥미롭다.
치매 환자를 위해 간병인을 고용하고 혹은 요양원으로 모신다. 환자의 시점에서는 간병인은 그저 나의 설자리를 빼앗아가는 존재일 뿐이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환자의 입장에서는 익숙한 환경의 변화이며 오히려 더 혼란스러운 상황일 수 있을 것 같다. 작은 할아버지에 대해서 숙모와 잠깐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할아버지는 익숙한 환경에서 할머니와 지내시는게 가장 자연스러운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너무나도 동의가 되는 표현이었다. 물론 할아버지는 아직 치매인지 아니면 노화로 인한 자연스런 인지능력 감퇴인지 확인을 해야하지만, 할아버지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루틴으로 이루어진 일상을 익숙한 곳에서 보내시는 것이라는 생각에 많은 동의가 되었던 것 같다. 초기 치매라고 할 지라도 이 책을 읽으며 환자의 입장이 어떠한지 생각하면서 할아버지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에 이런 말이 나온다. “치매는 말이죠, 사랑하는 사람을 공격하는 병이예요. 전부 병이 시키는거죠.” 사랑하는 사람을 공격하는 병. 본인도, 사랑하는 사람도 쉽지 않은 병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병에 대해 그리고 이 병을 앓고 있는 사람에 대한 이해가 이 책을 통해서 조금은 더 커질 수 있어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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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해당 업체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제공한 서평입니다. |
낯선 여자가 매일 집에 온다. 제목이 흥미로워 관심 갖게 된 책이다. 일단 낯선 여자가 매일 집에 오면 생각만 해도 싫을 것 같은데 무슨 이유일까. 매일 집에 오는 여자가 같다면 낯선 여자라고 표현하지 않을 텐데, 그렇다면 매일 집에 오는 여자가 다른 건가? 하는 생각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다 <낯선 여자가 매일 집에 온다>는 치매 환자의 에세이다. 치매환자를 두고 있는 가족의 시선에서 담아낸 에세이는 많이 읽어봤지만, 치매 당사자의 시선을 담은 에세이는 귀하다는 생각해 무척 기대하며 읽을 책이다. 처음 시작하는 부분이 눈을 떴을 때 옆에 있는 사람을 보며 '누구지?'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주로 집 안에서 생활하면서 오가는 사람들에 대한 관찰과 추측들이 담긴 내용이다. 느낀 바로는 치매환자가 되면 시아가 좁아지고, 눈을 떴을 때 옆에 있는 사람을 가족으로 추측하면서도 본인이 치매라는 사실도 모르는 것 같다. 기억에 없는 사람이 나타났을 때 적대적인 생각을 갖고 있고, 피해의식도 있는 것 같다. 시아가 좁아지니 단편적인 부분을 보며 단정하며 지능도 낮아 보인다. 치매라는 병은 우리 가족에게 올 수도 있고 나에게도 올 수 있는 병이다. 남의 일이 아닌 나의 일이 될 수도 있는 무서운 병이기 때문에 읽는 내내 관심을 갖고 읽었고 또 책 자체도 어려운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빠르게 읽을 수 있었다. 본인은 매일 낯선 여자가 매일 집에 온다고 하지만 그래도 결국 이 책의 주인공에게는 저자를 돌봐 줄 가족들이 있다는 게 부러웠다. 치매에 걸려서 바라보는 세상은 어떻게 보이는지, 우리가 생각하는 일상과 치매 환자가 생각하는 일상에서의 간극이 얼마나 있는지 더 나아가 치매환자를 어떤 식으로 대하면 좋을지, 내가 치매환자라면 어떨 것 같은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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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여자가 매일 집에 온다 무라이 리코 지음 저자는 1970년 일본 시즈오카현 출생으로 번역가이자 에세이스트다. 이 책은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화자인 '나'로 설정하여 쓴 소설에 가까운 에세이를 담았으며 치매 환자가 보는 세상이 그대로 담겼다. 1장 '너는 나쁜 사람' 에서는 낯선 여자가 매일 집에 와서 집안일을 한다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그럴때마다 자신은 더이상 쓸모없는 것 같고 자신이 설자리가 없다고 느껴진다. 그리고 그 낯선 여자와 남편이 다정해보이는 것을 질투하기도 한다. 매일 집에 번갈아가면서 오는 여자들은 알고보니 케어매니저였다. 한편으로는 고마움도 느낀다. 하지만 고마움은 잠시 뿐이며 케어매니저인 나가세씨를 경계하며 나쁜 여자라고 생각한다. 또, 나가세씨를 좋게 얘기하는 며느리도 한통 속인 것 같고 결국 며느리가 나가세씨와 한편을 먹고 집을 빼앗으려고 한다는 생각까지한다. 남편을 남편의 탈을 쓴 가짜 로봇이라고 생각하며 의심하기도 한다. 한 대 때리니 남편으로 되돌아왔다고 한다. 그리고 자주 까먹는다. 자신이 꽃꽃이를 계속 배우는 중이었는지 가르쳤었는지 인식하지 못한다. 자신이 남편을 때렸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남편이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은 건강하고 멀쩡하다고 생각하며 치매환자라고 인식하지 않는다. 오랜시간 함께하며 사랑한 사람을 바람둥이라고 생각하고 공격하는데 서로에게 힘든 시간일 것 같다. 많이 지질 것 같다. 하지만 다정했던 그 때의 기억으로 평생 함께하고 곁에 있어주는게 아닐까싶다. 지금은 투약치료로 감정적인 부분은 완화되었으며 다른 증상이 나타나지만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고 한다. 고령자가 느끼는 불안함과 초조함, 모든 것을 의심하며 모든 사람을 적으로 보는 복잡한 감정이 잘 전달되었다. 마냥 말 잘 듣는 어린아이와는 다르게 어쩔 때는 고집이 느껴지기도 하고 공격성도 느껴졌다. 늙는다는 것에 대해 서러움을 느끼지 않도록 고령자에게 존엄을 지켜주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
치매라는 질병이 당사자는 물론, 그 가족들에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겪어보지 않고서는 모를 것 이다. 언젠가는 내가 겪을 일이 될 수도 있지만 아직은 멀었다고, 마냥 앞으로도 괜찮을 것 이라는 보장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치매 환자 시점 에세이 <낯선 여자가 매일 집에 온다>라는 책의 내용이 너무 궁금했다. 여든살로 후기 고령자가 된 노부인은 치매에 걸린 자신의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고, 그저 자신을 이해해 주지 않는 가족들로 인해 힘들고, 낯선 사람들이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에 불쾌함을 느낀다.
또한 자신의 남편이 뇌경색으로 쓰러지고, 그 전과 같지 않은 모습을 보고, 남편을 흉내를 내는 로봇이라고 생각하거나 남편이 바람을 핀다는 망상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자다가 불쑥 남편의 이불을 겉어 보기도 하고, 남편에게 위해를 가하기도 한다. 치매가 이렇게나 무섭다니....... 그럴수록 남편은 아내에게 더 냉담해지고, 치매에 걸린 아내는 더 로봇이라고 믿게 되는 악순환에 빠진다. 정말 본인에게도 함께하는 가족에게도 상처를 줄 수 밖게 없는 상황이 참 답답할 뿐이다.
치매에 걸린 노부인도, 그의 남편도 노화로 인해 누군가의 도움없이는 지낼 수가 없다. 늘 자신들을 도와주는 아들 내외와 핼퍼가 없으면 생활이 힘드니 말이다. 집에 혼자 남은 노부인에게 사기를 치기 위해 등장하는 수도 수리공과 생선 장수의 이야기에서는 분노가 느껴지기도 했다. 사회적 약자가 되어가는 것도 서러운데 거기다 이용하려는 나쁜 사람까지도 조심해야 하는 세상이라니..
기억이 온전하지 못하다는 것, 올바른 생각을 하지 못한다는 것. 그렇게 점점 자신이 쓸모 없어진다는 것을 느껴가는 것.. 슬프다. 그래도 마냥 우울한 이야기로 흐르지는 않는다. 그녀를 도와주는 가족들이 늘 함께하기 때문이다. 가족들이 포기하지 않는 이상 극복할 수는 없어도 나빠지지는 않을 것 이다.
가볍게 읽기 시작한 책이지만 앞으로 우리가 겪을지도 모르는 이야기라서 절대 가볍게 읽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치매환자 본인 스스로도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이해 할 수 있었고, 그렇기에 좀 더 넓은 마음으로 이해와 사랑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
제목만 보면 무섭네요. 낯선 여자가 매일 집에 오다니요. 스릴러 소설 같은 제목이지만 사실은 치매 환자 시점으로 본 에세이식 이야기입니다. 치매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그렇겠네요. 매일 같은 요양보호사가 집에 오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낯선 기분이 듭니다. 환자에게는 이보다 더한 공포가 있을까요. 요즘 치매 인구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어서 이런 이야기가 남 일 같지 않네요. 치매 환자는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지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는 책입니다.
이 글은 치매 환자 시점 에세이식 소설입니다. 일기처럼 쓴 글이라 가독성이 좋네요. 치매 환자의 눈으로 보는 세상은 참 이상합니다. 얼마 전까지 능숙하게 했던 일들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니 무력감이 들지요. 요리도 분명 잘 했는데 이제는 부엌을 요양보호사가 차지하고 들어오지 못하게 하면 슬픕니다. 운전도 잘 할 수 있는데 가족들은 이제 하지 말라고 합니다. 기억나지도 않는 작은 사고들을 내가 냈다고 하니 믿을 수가 없지요. 낯선 사람에게 문을 열어주지 말라고 했는데 그것도 쉽지 않습니다. 친절한 얼굴을 하고 나를 도와주겠다고 한 사람들이 알고 보니 사기꾼들이었지만 지금도 뭐가 잘못된 건지 구별할 수 없고, 가족들이 내가 벌인 일을 수습하기 위해 허둥지둥하는 모습이 당황스럽습니다.
노령화가 지속되면서 갈수록 치매 인구가 늘고 있습니다. 아직은 치매 치료 약이 없기 때문에 치매 환자와 가족은 상당한 고통을 받을 수밖에 없지요. 치매 환자가 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느낄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요. 환자의 가족과 사는 환경도 모두 다르니 딱 맞는 정답은 없겠지만 현재로서는 참 힘든 병입니다. '내가 설자리가 사라졌다'라는 문구에 가슴이 아프네요. 저자는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돌보며 글을 썼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의 화자는 치매에 걸린 노령 여성이고, '너'라고 지칭하는 사람은 며느리군요. 저자는 실제로 시어머니가 변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봤고, 자신을 대하는 태도에서 여러 가지 감정을 느꼈겠지요. 글 속에 등장하는 며느리도 시어머니를 케어하고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비위를 맞춰 드리기도 하고, 때론 화도 냅니다. 저자의 실제 경험이 녹아있는 글이라 현실감이 있습니다. |